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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22 18:02:55
Name 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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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동상이몽


두사람의 사이에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윤열 : 천재의 사명


센게임 결승
신한3 결승

괴물의 습격과 마에스트로의 지휘를 막기 위한
인류 최후의 희망이었던 천재

시대는 최강자를 만들었고
그 최강자를 막는 건 언제나 천재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강자는 언제나 최강의 증거를 천재에게서 받아갔지
최강자를 무너뜨린 건 다른 자였다

괴물은 완벽한 지휘에 춤을 췄고
마에스트로는 기적의 혁명에 처형당했다

그리고…
최강자가 가져가는 MSL 3회 우승
또 한명의 최강자가 탄생하는 자리에서 기적의 혁명을 멈춘 것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전장의 새1끼 여우였다

언제나 최강자를 막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던 천재는
이번엔 혁명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아니, 자신이 혁명에 다가갔다면 역시나처럼
최강의 자리를 넘겨주는 역할이었을지도 모른다

천재는 자신의 사명이 끝나감을 느꼈다



박성균 : 동물의 법칙

동물은 새1끼일 때 어미의 보호 속에 자라지만
스스로 살아나갈 힘이 생길 정도로 크면
어김없이 보금자리를 뜬다

그것은 동물계에서 절대 지켜야하는 법칙이었다

천재의 보호를 받던 새1끼 여우는
이제 어미 곁을 나왔다

그리고, 전장을 누비는 여우가 되었다



이윤열 : 천재의 사전에 셧아웃이란 없다

압도
모든 것이 압도 그 자체였다

시야, 컨트롤, 생산, 센스, 멀티태스킹
모든 면에서 그는 천재를 능가했다

이제는 안되는 건가?

정말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상황…
그래도 gg를 치지 않았다

올드이기 때문에
한 경기도 따낼 수 없다는 건 말도 안됐다

자원 수급이 멈출 때까지
단 한기의 생산마저 불가능해질 때까지
인구 카운트 제로가 될 때까지
왼손은 키보드를 누르고, 오른손은 마우스를 쥐어야 한다

그것은 장강의 새 물결 흐름에 버티는
마지막 남은 올드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기고 그 자존심은 강에 빠질 뻔한 천재를 지켜줬다



박성균 : 100% 파워를 구경할 절호의 기회죠

현재 병력과 전선 배치, 생산, 모든 면에서 유리한 상황
피직스 랩도 올려놨지만 두번의 아픈 기억에 맞배틀까지는 뽑지 않았다

다행히 천재의 배틀은 골리앗만으로도 제압할 수 있는 수였고
여우는 무조건 이기는 재미없는 방법마저 알고 있었다

어차피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없는 이 상황에서
12시에 모든 병력과 일꾼을 집결해서 자신이 먹어버리면
천재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고
천재도 당연히 알고 있는 약점이었다

하지만 천재는 약점을 감추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고
약점을 지키기 보다는 주먹에 힘을 천천히 모으고 있었다


"약점? 찌를 테면 찔러라
그럼 넌 이기겠지
하지만 내 주먹에 힘만 들어간다면 난 지지 않아
그게 두렵다면 약점을 찔러"


이건 천재의 도전장이었다

여우는 천재의 도전을 받아들였고
경기를 끝낼 수 있었지만 끝내지 않았다

선배에 대한 예우, 배려?
스코어에서도 앞서는 강자의 여유?
그런 건 모른다

동료든, 스승이든, 형제든, 부모든
전장에 선 상대방은 다만 쓰러뜨려야 하는 적일 뿐이다
하지만…


"기회야! 오공
놈을 지금 쓰러뜨려!"

"절호의 기회죠, 계왕님
우주 최강이란 놈의 100% 파워를 구경할 수 있는"


손오공은 우주 최강의 후리자를 꺾기 위해
빈틈을 찌르지 않고 100% 파워를 친절하게 기다려 줬다

그리고 여우는 주먹에 완전히 힘이 들어간 천재를 꺾고 싶어졌다



이윤열 : 호랑이가 굴을 비우면 여우가 차지한다

언제나 승패는 있을 수 밖에 없고
승이든 패이든 한자리는 자신의 몫
그리고 강한 자일 수록 상대의 강함과 승패에 민감해진다

천재는 무뎌진 감각과 떨어진 능력을 절실하게 느꼈으며
지금 자신의 힘으론 영파워를 꺾을 수 없다는 것도 인정했다

슈팅스타, 파괴의 신, 폭군, 레드 스톰으로 일컬어지는
이벤트 리그 포함 양대리그를 몽땅 제패하려는 그를 막을 힘이
아쉽게도 지금의 천재에겐 없었다

가장 많이 앉았던 가장 높은 자리

그 자리를 다음 세대의 최강자에게 넘겨주거나 지켜내는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남자는 천재 뿐이었지만
천재는 이번 최강자를 막아낼 최후의 희망이란 보루를
여우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었다


"네 차례다, 오반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건"

오공은 셀을 쓰러뜨리기 위해
자신보다 더 강해진 오반을 보냈다

그리고 천재는 이번 최강자를 막기 위해 자신보다 더 강한 여우를 보냈다

여우라면 막아낼 뿐만 아니라
교활하게 자기가 굴을 차지하겠지
천재는 슬그머니 웃었다

정말 내주기 싫은 자리도
자기 자식에게는 서슴없이 물려주지 않던가
천재는 오늘의 패배가 씁쓸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드래곤볼의 결말을 천재는 잘 알고 있었다

셀을 막은 건 오반이었지만
결국 마지막 최강자는 손오공이었다

천재는 다시 한번 슬쩍 웃었다



박성균 : 여우가 살아남는 법

여우의 힘은 약하다

하지만 여우에게는
그 강한 호랑이 마저도 굴복하게 만드는 꾀가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말라죽는 사막에서도 살아남는
몇 안되는 영리한 동물이다

전 맵 구석 구석에 귀를 기울여
야금야금 눈치 보면서 구역을 늘리고
교활함으로 상대를 속여 힘을 빼고
어느새 전장을 지배하게 되는 탁월한 능력

여우는 보금자리를 떠야할 정도로 자랐음을 스스로 실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너가 더 세구나"


지친게 역력히 드러난 얼굴로도
아껴주는 팀 후배가 맘 상하지 않게
빙글 한번 웃어보여주는 천재

하지만 여우는 이 남자가 짓는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천재의 가장 큰 천적이었던 괴물은
이제 상대전적 좀 따라잡아볼까 하는데 은퇴를 했다

절대 꺾인 적 없던 테저 결승
그것도 스타 역사에 단 한번 있던 7전 4선승에서
천재를 완벽히 압도했던 운영의 마술사는
얼마 못 가서 역스윕 당했다

슈파와 신한 결승에서 입스타로 여겨지던
플라잉 디파일러와 퀸 감염으로 천재를 굴복시켰던 마에스트로도
결국 신한 마스터즈에서 두손을 들었다

시대가 만든 최강자는 언제나 천재를 눌렀지만
천재는 좌절하지도, 무너지지도 않고
반드시 극복하고 일어나서 복수를 했다

이 남자의 미소는
팀 동료, 아끼는 후배, 귀여운 동생이지만
이제는 극복해야 하는 라이벌로의 인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머지않아 보복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무수한 전장에서 보지도 않고 시시각각 느낄 수 있었던 살기…
여우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감각이 곤두섰고 식은 땀이 흘렀다

힘이 약한 여우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잘 눈치채기 때문에
영리함과 교활함으로 극복해 결국엔 살아남는다
그것이 야생에서 여우가 살아남는 법이었다

여우는 더 강해져야겠다고 느꼈다



동상이몽

"형,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럼~ 누구 동생인데?
근데, 내가 다시 돌아올 거니까 잠깐만 잘하고 있으면 되"

"-_-?"





ps
당연히 두 선수간 실제 관계 및 심정과는 아무런 연관 없고요
제목이 어색하신 분들은 천재 입장 파트와 여우 입장 파트를
각각 다시 한번 따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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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2 18:08
수정 아이콘
'천재는 다시 한번 슬쩍 웃었다'

내용 좋습니다
Mr.Children
08/02/22 18:11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이윤열 선수 아직까지 3:0으로 패한적은 없는거같은데.. 맞나요?
바포메트
08/02/22 18:15
수정 아이콘
스타우트배에서 강민선수에게 3:0으로 졌습니다만 그때는 승자 어드벤테이지가 1승이었던지라 2패하고 3:0으로 졌죠

그외엔 메이저에선 3:0이 없습니다 수많은 다전제를 치뤘음에도 말이죠
08/02/22 18:19
수정 아이콘
어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NaDa를 사랑하고 아끼는 애정글이 계속 올라오는 것이 오랜 NaDa의 팬으로서 참 보기좋습니다. 언제나 NaDa를 응원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졌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어제 경기보면서 잠시 해봤습니다. 승부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냥 NaDa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더군요. 앞으로 NaDa가 어떤 길을 걸을지는 알수없지만 그냥 응원합니다 그냥. 왜냐하면 NaDa니까요.
08/02/22 19:06
수정 아이콘
에게로~!
midnight-AngeL
08/02/22 19:38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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