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7/05/17 21:51:32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투신, Death and Rebirth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투신, Death and Rebirth

검은 구름이 걷히면 하늘이 여전히 그곳에서 파란 웃음을 짓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 힘들어하는 폭풍의 언덕 그 너머에는, 그 누군가를 돕기 위해 언제나 기다리는 어떤 존재가 있다. 팬들은 박성준을 기다리다 못해 달려가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쥐었고, 박성준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불사르며 끝내 팬들의 품에 안겼다.


저그의 롱-런

프로토스는 테란과 저그 모두에게 능동적(active)이다. 프로토스는 테란이나 저그의 병력 규모가 진출할 정도에 도달하기 전에 수를 부릴 수 있다. 전진 게이트, 수비형 프로토스, 리버, 다크 템플러 등 그 키워드를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게임 운영을 펼 수 있는 종족이 프로토스이다. 그래서 프로토스는 언제나 상대의 마음을 잘 꿰뚫어야 하고, 똑똑해야 한다. 덕분에 롱-런하는 프로토스는 ‘몽상가’ 강민 밖에 없다. 때 되면 ‘사신’ 오영종이 힘을 내는 이유도 오영종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테란은 프로토스에 적당히 수동적(passive)이면서 저그에게는 능동적이다. 저그가 두 번째 해처리를 펴기 전에, 테란은 수많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8배럭 압박, 압박에 이은 벙커링, 더블커맨드, 3배럭 불꽃, 드랍십, 간간히 터져나오는 메카닉까지. 그래서 테란이 롱-런 하기 위해서는 프로토스의 재주에 맞설 반짝이는 재치와 함께, 러커의 촉수를 최소한의 컨트롤로 피해낼 수 있는 컨트롤 혹은 최대한의 마린으로 밀어낼 수 있는 물량을 지녀야 한다. 덕분에 ‘황제’ 임요환과 ‘천재’ 이윤열 그리고 ‘괴물’ 최연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저그는 테란과 프로토스가 내미는 잽과 어퍼컷을 모두 흘려야 한다. 마치 ‘마에스트로’ 마재윤처럼 상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능동적인 저그의 한계를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폭풍’ 홍진호와 ‘공공의적’ 박경락을 통해. 그래서 아무도 ‘투신’ 박성준이 저그의 첫 우승을 그리고 두 번의 우승을 이루어 낼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투신, Death and Rebirth

박성준의 경기는 박진감 넘치기도 하고, 깊이 있어 보기이도 한다. 박성준은 최연성의 배짱을 예측했기에 첫 번째 마린 분대를 잡아낼 수 있었고, 두 번째 마린 분대를 궤멸시킬 수 있었다. 머리는 참 수동적인데 유닛의 움직임은 퍽 능동적이다. 무한 체력의 소유자, 화끈한 프로토스 이승훈의 집요함을 끝내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은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박성준의 깊고 넓은 시야 덕분이다. 그래서 홍진호와 마재윤을 잇는 저그의 중간 즈음에 박성준이 서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역사에서도, 저그를 다루는 운영의 미학에서도.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는 돈과 무관할 수 없다. 박성준과 [MBC게임]의 골은 깊어졌고, 항간의 소문들에 시달렸으며, 연습 상대를 구하기 힘들었음에 틀림없다. 전장에 홀로 선 박성준은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만 했다. 믿을 것은 자신의 전투 본능과 팬들의 믿음 뿐. 그리고 투신은, 위대한 화가들이 한 번에 한 획씩 그어가며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냈듯이 자신의 경기를 명작으로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갔고, 마침내 16강행 열차에 합류했다. 무엇을 이룸에 있어서, 수 백 가지가 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울 필요는 없다. 새롭고 더 나은 테크닉을 계속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나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로 구성된 행동의 기본 틀을 갖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투신’의 정의를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길을 잃는 것은 길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는 POS 시절부터 지켜왔던 ‘집’을 잃었고, 새로운 둥지를 찾아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투신의 동행은 ‘팬’이다. 자, 이제 남은 일은 ‘투신’을 완성시키기 위한 등식의 한 쪽 변을 완성하는 일이다. 조만간 [MBC게임]이 후회하는 날이 올 것 같다.


한줄요약.
죽었다 살아나면 전투력이 높아지더라. by 베지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05/17 21:53
수정 아이콘
사이어인입니까.. ^^
07/05/17 21:57
수정 아이콘
영원한 2인자=-=?;;;
꼬라박스피릿
07/05/17 21:59
수정 아이콘
실로 오늘은 죽었다 살아나는군요. 오늘을 계기로 투신의 부활이 아닌 투신의 감림이 일어나야 =ㅁ=
애연가
07/05/17 21:59
수정 아이콘
난 순수혈통 전투민족의 마지막 생존자. 100% 고집불통 내길을 걷는 삶의 개척자. 아무리 죽고싶어도 죽지못하는 생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 언제나 자신을 몇배로 단단히 성장시켜. -샤이어인-
07/05/17 21:59
수정 아이콘
호오, 전투력이 올라가는군요?
07/05/17 21:59
수정 아이콘
위기를 기회로 잡게 된 투신.. 어쩌면 이것도 다 복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성준 갤까지 생겼을 정도니..
07/05/17 22:00
수정 아이콘
새둥지에서 멋진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07/05/17 22:01
수정 아이콘
오프에 결집한 팬들수만큼이나 절박했던 상황에서 멋지게 부활했네요.
에버쉬러브
07/05/17 22:02
수정 아이콘
살도 쫌 빠진거같고 정말 예전에 날카로운 공격력 몸을 찌릿 찌릿하게 만드는 플레이를 하는 몇안되는 선수
화이팅 성준선수!!
07/05/17 22:03
수정 아이콘
언제나 명필이시네요~
07/05/17 22:23
수정 아이콘
오늘 우리는 ‘투신’의 정의를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찌릿찌릿하게 떨리는 문장이였습니다. 최연성선수와의 경기는 허공에 주먹을 움켜지게 만들어주는 그만의 경기 바로 그것.. 누가 뭐라해도, 이 맛에 스타봅니다.
07/05/17 22:26
수정 아이콘
드론 무빙샷도 좋았지만.. 처음에 저글링이 깊숙히 몰려있는거보고 어? 왜 저리로 도망가지? 이런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유인이었을줄이야...
07/05/17 22:28
수정 아이콘
Rebirth하니까 Ill nino의 Re-birth가 생각나네요;
그런데 웃긴건 이 Re-birth가 질레트 경기 시작 전, 경기 후에 쓰인 음악이라는 거...=_=;;;; 투신부활절입니다, 오늘은...![박성준 선수 팬이 아니지만 확실히 이럴 땐 끌리네요;]
信主NISSI
07/05/17 22:44
수정 아이콘
요즘 스타리그 보는 재미가 팍팍 올라갑니다. 지난주엔 박정석선수의 600일만의 승리. 다음날엔 신희승선수의 강민선수를 잡아내는 에결. 다시 강민선수가 전상욱선수를 잡아내는 에결. 그리고 오늘 박성준선수의 엄청난 포스와 상대방이 싫어할 짓만 골라한 이승훈선수... 그 이승훈선수를 누른 투신과 괴물.

한빛배 직전, 2002스카이 직전, 질레트 직전에 이런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그 이후론 군에... --;) 이번시즌... 뭔가 확연한 느낌이 올것 같은 느낌이네요. 대박! 내는거죠.
마의연주곡
07/05/17 23:13
수정 아이콘
투신은 우승경력이 있죠!
이점을 잊어서는 안되요!
그리고 올드의 부활은 정말 항상 기쁘네요!
tongjolim
07/05/17 23:27
수정 아이콘
애연가 님/// 그럼 아웃사이더는 샤이어인 이군요.... 후덜덜;;;
김훈민
07/05/18 00:28
수정 아이콘
..."무엇을 이룸에 있어서, 수 백 가지가 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울 필요는 없다. 새롭고 더 나은 테크닉을 계속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나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로 구성된 행동의 기본 틀을 갖는 것이다. "
오늘 B급칼럼 최고의 구절이네요...
이제 고전의 문턱까지 오신 것 같습니다...^^
늘 후끈한 글 감사합니다...
My name is J
07/05/18 01:22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축하합니다.
정말 다시태어난 날인것 같았습니다.

우리 엄여사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법이다. 그러니 나아가라고- 말이지요.

성준선수- 계속 지켜보겠습니다.^_^
(아 정말 베지터는 멋있......)
The Greatest Hits
07/05/18 02:20
수정 아이콘
박성준선수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저그유전데요.,,,,
오늘 그의 플레이가 강림한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투신이 투신인 이유는 그가 투신이기 때문이죠^^
저그본좌
07/05/18 06:31
수정 아이콘
그가 투신인 이유를 알고 싶으면 그냥 경기를 보면 됩니다! 그럼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죠.
나두미키
07/05/18 09:37
수정 아이콘
글 좋네요..감사합니다.
아.. 투신!! 너무 좋습니다... 투신 화이팅!!!
어느 팀인지 모르지만. 투신을 '모셔가는'팀은 복받은 겁니다!!!
07/05/18 11:38
수정 아이콘
가슴 설레이는 경기
가슴 설레이는 글 입니다.

투신의 현실에 대한 투쟁과 전투는

현실에서 싸우고 있는 저에게 영감을 주는군요.
투신 화이팅!!!
하비야
07/05/18 12:42
수정 아이콘
죽었다 살아나면 전투력이 높아지더라. by 베지터
!!!!!
GrandBleU
07/05/18 13:43
수정 아이콘
모습은 야지로베인데 전투력은 사이어인 !!!
투신 화링이지요 후후후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0729 [sylent의 B급칼럼] 투신, Death and Rebirth [24] sylent7004 07/05/17 7004 0
30728 누구라고? [15] cald5011 07/05/17 5011 0
30727 아...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요????? - 투신 대단하네요 [74] MoreThanAir8080 07/05/17 8080 0
30726 The Live MSL 첫경기가 끝났습니다. [11] The Greatest Hits4608 07/05/17 4608 0
30725 이승훈 선수... (스포일러) [10] 히로하루5163 07/05/17 5163 0
30724 다음주 최대 빅이벤트 임요환 vs 강민 2연전 (4연전 될수도 있습니다.) [6] 처음느낌5019 07/05/17 5019 0
30723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전기리그 6주차 엔트리. [36] SKY924856 07/05/17 4856 0
30722 포모스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22] JUSTIN5472 07/05/17 5472 0
30721 MSL 32강. 죽음의 조 상대 전적 정리. [26] Leeka4783 07/05/17 4783 0
30718 [부고] KTF 매직엔스 프로게이머 임재덕 부친상 [79] Pnu.12414.4980 07/05/17 4980 0
30717 박성준 언제나 그대를 따라갈 것이다 [18] 삭제됨4188 07/05/17 4188 0
30716 공군, 과연 연습이 부족할까요? [37] 리콜의추억5656 07/05/17 5656 0
30715 [곰TV 2 응원] 천재 머신 테란은 나다 - 제가 화났거든요 [22] 점쟁이4628 07/05/17 4628 0
30714 불현듯 하고 싶었던...풀어봐야 하는 이야기들. [10] hero6003962 07/05/17 3962 0
30713 성준아 꼭 올라가라 [24] 임재하4326 07/05/16 4326 0
30712 신백두대간에서의 전상욱 선수 플레이 [18] Tsunami5618 07/05/16 5618 0
30711 5주차를 마친 시점에서의 프로리그. [23] 信主NISSI5849 07/05/16 5849 0
30709 1.15패치가 나왔습니다.(수정) [32] Kay_kissme14253 07/05/16 14253 0
30708 76.9% [19] 뻬파7871 07/05/16 7871 0
30707 스카이 eswc 촐전 포기? [19] NeverMind6108 07/05/15 6108 0
30706 세팅시간, 이런 방법은 어떨까? [13] 공방양민4697 07/05/15 4697 0
30705 최연성선수의 오늘 빌드 간단한 분석. [32] Leeka7062 07/05/15 7062 0
30702 당신의 패배에 감사합니다. [46] IntiFadA7667 07/05/15 766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