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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3/04 04:07:36
Name JokeR_
Subject MSL 결승전에 대한 짧은 분석.
정말 대단합니다, 김택용 선수. 우승을 축하드리고 마재윤 선수도 수고하셨습니다.

전 생방송으로는 보질 못했고 방금 인터넷을 통해 보고왔는데 정말 보는 내내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하의 마재윤이 3:0 으로, 그것도 프로토스에게 셧아웃 당하는 것을 보고 더더욱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OSL 우승의 기세를 따라 MSL 에서도 우승을 많은 분들이 점치고 있었고, 오히려 프로토스 팬들까지도 김택용 선수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젊고 혈기왕성한 프로토스가 본좌라는 칭호를 부여받은 저그를 꺾고 최연소 프로토스 우승자로서 이름을 남겼습니다. 또한 저그전에 자신이 있다는 말처럼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 경기들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마재윤 선수를 3:0 으로 이긴 것에 대해 마재윤 선수가 무난한 빌드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푸켓 여행에 대해서는 오히려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더군요. 자신을 믿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 기분도 들어서 이번 결승전이 김택용 선수에게 단순히 우승이 아니라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내내 드는 생각은 김택용 선수의 대단한 정찰력과 정보력이었습니다. 마치 김택용 선수는 '너는 내 손안에 있소이다' 라고 마재윤 선수에게 말하는 것 같았고, 마재윤 선수는 그 손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보는 것 같았고요. 1, 2경기에서 김택용 선수가 거의 압도하다시피 승리를 가져간 것은 첫 정찰을 나간 프로브가 죽지 않음으로서 알아내는 마재윤 선수의 빌드와 그에 대한 깔끔한 대응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마재윤 선수는 어느 빌드를 선택하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죠. 실제로 세경기 내내 마재윤 선수가 제대로 된 공격을 했었나 싶습니다. 1경기와 2경기 모두 미네랄 멀티를 공격하는데만 그쳤고 3경기에서는 멀티 구경도 못하고 수비에만 급급했구요.

무슨 빌드를 선택하든 김택용 선수는 대응을 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요. 그리고 1경기부터 3경기까지 김택용 선수가 승리한 열쇠는 커닥이었습니다. 그리고 세경기 모두 15분을 넘기지 않은 경기들임을 보면 김택용 선수의 정보력과 계속되는 공격이 더욱 빛을 보였던 경기였다고 봅니다. 김택용 선수가 무난하게 가기 위해 정찰도 소홀히 하고 찌르기도 하지 않고 멀티먹고 물량 준비했다면 물량이 뛰어난 김택용 선수도, 보통 마재윤 선수의 무난한 페이스에서 15분~16분 정도에서 나오는 디파일러와 후반 운영에 무너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김택용 선수의 뛰어난 초중반 운영이었습니다.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깔끔한 테크트리, 유닛수, 캐논배치, 게이트웨이수까지 시종일관 깨끗하고 완벽한 운영이 승리의 바탕이 되었다고 봅니다. 3경기 블리츠X 에서는 마재윤 선수의 자잘한 실수가 눈에 띄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커세어에 들이받는 스컬지하며, 질럿이 본진에 난입했을 때 한참 뒤에 모습을 보인 뮤탈리스크까지 뭔가 허전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 경기였습니다. 1, 2경기에서 초반에 앞마당을 방해한 것을 의식한 때문인지 언덕에 멀티를 한 배짱과 프로브에게 정찰을 허용하지 않은 부분은 좋았지만 반대로 마재윤 선수가 김택용 선수의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 컸다고 봅니다. 또한 마재윤 선수 특유의 수비력도 3경기 내내 못 본 것 같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이번 결승전에서 김택용 선수가 우승할 수 있던 1등 공신은 단연 '커세어' 였습니다. 물량에 자신있는 김택용 선수가 커세어를 전략의 핵심으로 사용한 것은 굉장히 바람직했다고 봅니다. 다수의 오버로드를 잡음으로서 마재윤 선수의 병력 생산에 딜레마를 가져다주고 병력을 뽑자니 일꾼의 수가 많이 부족한데다 다크템플러에 휘둘렸기 때문에 도저히 후반으로 경기를 이끌 수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김택용 선수가 1경기에서는 9시 멀티를 차지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김택용 선수가 마재윤 선수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으로 해석합니다. 마재윤 선수도 5시 멀티가 있었지만 다크템플러 1기로 조기에 견제를 해준 것이 컸고, 마재윤 선수가 5시 멀티에 수비를 치중할동안 본진을 공격했기 때문에 멀티가 제 구실을 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김택용 선수가 이번 결승전에 대한 대비를 굉장히 잘했다는 것을 느낀 경기들이었습니다. 해설진분들께서 2경기에서 김택용 선수가 박지호 선수의 전략을 쓴다는 말했을 때와, 1경기에서 나오는 물량을 보고있으니 박지호 선수의 스피릿을 본 것 같아 매우 반갑기도 했습니다 ^^;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1. 김택용 선수의 정보력과 정찰
2. 김택용 선수의 매끄러운 초중반 운영
2. 반대로 마재윤 선수의 계속된 정보노출
3. 커세어에 의해 오버로드가 많이 잡혀 인구부족으로 생긴 전체적인 운영의 딜레마
4. 다크템플러에 의한 게릴라성 일꾼견제
5. 마재윤 선수의 아쉬운 수비력
6. 김택용 선수의 지속적인 힘싸움 승리

이렇게 여러가지가 얽혀서 멋진 경기가 펼쳐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전 엠겜은 상대적으로 온겜보다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엠겜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경기들이 많이 나와 매우 즐거웠습니다. 엠겜에서 소위 '마재윤을 이겨라' 라는 미션도 89년생 어린 프로토스에게 깨졌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또한 온겜에서 로얄로더가 된 마재윤 선수가, 줄곧 우승을 거머쥐던 엠겜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굉장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 다음 시즌에도 이번 시즌처럼 두 선수 모두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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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04 04:16
수정 아이콘
정말 분석 너무 잘 하셨네요 ;;

박성준, 김동현선수와 연습했으니 땡시리즈나 뮤탈에는 절대 당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자로 잰듯이 사거리까지 모든 범위 커버되게 소환하는 위치 지어지는 타이밍,
첫 커세어 한기 잃지 않으려고 스커지 피해 도망가는 모습하며 ..
히어로 팀 배틀서 하태기 감독님께서 김택용 선수의 정찰력을 칭찬했던게 기억나고..
커세어 운영을 참 잘한게.. 정찰이나 오버로드 잡는 것 뿐만아니라..
왠만하면 다른거 할 때는 안전한데다 둥둥 띄어놓고 하는데..
쉼없이 움직이며 오버로드를 양치기 하듯하고..

김택용 선수가 인터뷰에서 강조했듯, 다크템플러는 3경기 내내 키포인트였구요.
깊이 생각해보니 2경기에서 박지호 선수 전략 비슷하게 했던게 당시 2시 8시 거리였던 박지호 선수보다 성곽으로 비좁은 공간까지 전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위치운도 조금 좋았던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모회사를 배려해 <무한도전>으로 채널을 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청자들에게 쉬이 채널을 돌리는 여유까지 안겨준 센스.
오늘 김택용 선수는 여러모로 완벽했습니다 ^^;;
원팩입스타™
07/03/04 12:15
수정 아이콘
저는 어제 경기의 결정적 장면으로 2경기 마본좌가 삼룡이 멀티 공격하면서 나름 신내고 있을때 크로스카운터 형식으로 본진에 떨어진 다크드랍을 뽑고 싶습니다. 권투에서 원투스트레이트 명중시키며 나름 점수따고 있는데 맞아주면서 접근한 상대방이 날린 회심의 어퍼가 그대로 턱에 적중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1경기에서 김택용선수의 예상못한 강펀치에 휘청거리고 있던 마본좌는 그 한방 전까지는 스스로 추스리며 잘하고 있었지만 그 한방에 다운되며 그로기 상태로 몰렸고 이미 다리가 풀려있던 3경기에서는 주먹 제대로 뻗지도 못하고 맞기만 하다 끝났죠.

그외에도 섬맵처럼 커세어다수 모아서 활용, 삼룡이 깨질때마다 거기 집착하지 않고 되려 병력모아서 계속 몰아친 것, 다크로 상대방에게 계속 카운터 날린 것 등등... 어제 김택용선수의 모습은 마치 미션에 나오는 제라툴 같았습니다. 셀러브레이트와 오버마인드를 가차없이 베어버리는 강력한 워프검을 휘두르는 프로토스 다크족의 영웅, 제라툴이 환생한 듯한 플레이였습니다. 거칠것없던 오버마인드 마재윤을 기세넘치는 제라툴 김택용이 가차없이 베어버린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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