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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7/13 02:27:39
Name 세이시로
Subject <프로리그를 말한다>-(2)프로리그의 출범, KTF EVER CUP
2003년 초, 당시의 프로게임계는 어떤 상태였나?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인기는 절정가도였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라는 대스타가 매번 드라마를 만들어냈고, 폭풍저그 홍진호와 영웅토스 박정석의 활약에 팬들은 열광했다. 한편 2001년 출범한 겜비씨 방송국은 2002년부터 리그를 정비해 KPGA Tour를 진행하고, 이는 나름대로 권위를 인정받기 시작했다(2002년 당시 임요환은 '온게임넷, 겜비씨, WCG를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라고 말했다). 미미했지만 겜티비 방송국도 독자적인 리그를 열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계의 전망이 밝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여러 스타선수들이 나왔지만 1년에 2~3번 정도 열리는 16강 리그의 우승자만이 새로운 팬들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은 한계가 명백했다. iTV는 여전히 랭킹전을 열고 있었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한 상태였고, 또 한가지 의미있던 것은 1999~2000년 정도에는 활발했던 KIGL, KPGL, 서바이벌 프로리그 등의 팀단위 리그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공중파를 탄 적도 있지만 결국 고정적인 방송을 타지 못해 매니아들 이외에는 인기를 얻기 어려운 한계였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팀창단, 대회개최 붐이 일었던 시기의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한빛스타즈, IS같은 인기팀을 제외하고는 팀 생활 유지도 힘들었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 미묘하지만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동양 오리온팀의 창단과, 게임팀을 유지하고 있던 KTF의 본격적인 게임계 투자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임요환이 IS팀에서 나옴에 따라 여러 기업에서 의사를 타진해왔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곳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금액, '1억 6천만원'을 제시한 동양 오리온이었다. 임요환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으로 대기업에서 억대연봉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오랜 기간 매직엔스 팀을 유지해오고 있던 KTF가 본격적으로 게임계에 뛰어들기 위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임요환의 오리온팀이 창단한 직후 KTF는 홍진호와 이윤열을 각각 8천만원과 4천만원을 주고 이적시켜왔고, 이로써 '프로게이머'에게도 선수로서의 가치가 보장되게 되었다. 또한 KTF는 당시 최고 인기선수였던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을 데리고 'KTF Bigi 4대천왕전'을 열었는데, 이 대회를 위해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실을 정도로 큰 투자를 했다. 겜비씨와 진행했던 4대천왕전은 화제와 경기내용면에서는 좋았으나 관중동원에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며 관계자들에게 잠깐의 충격을 주었지만 KTF는 한번 뽑은 칼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었다.

이로 인해 스타크래프트 게임계를 이끌어오다시피 한, 그리고 당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온게임넷과,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 한 KTF가 손을 잡게 되었다. 게임계의 정체와 게이머 생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스타크래프트를 인정받는 상업적 스포츠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프로야구와 같이 팀 단위의 장기적 리그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첫 프로리그인 'KTF EVER CUP 프로리그'가 열리게 되었다.

엄밀히 말해 온게임넷 프로리그가 첫 팀단위 리그가 아닌 것은 물론, 첫 방송사 주최 팀 단위 리그도 아니었다. 이미 2003년 2월 4일에 겜비씨에서는 '계몽사배 KPGA 팀 리그'를 개막한 상태였다. 그 후로 프로리그와 팀리그는 계속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게 되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팀 리그'라는 명칭이 일반명사에 가까웠던 만큼, 프로리그와 팀리그라는 명칭이 구분되지 않고 쓰이는 경우도 흔했다(당시 선수들의 팬카페를 보면 선수 본인이나 카페 관리자들이나 별 의식않고 프로리그를 팀리그라고 호칭하는 것을 볼수 있었다).

2003년 2월 15일 10개 팀이 참가한 예선 결과 8팀-KTF, KOR, GO, IS, AMD, 삼성, 한빛, 동양-이 선발되었다. 대회방식은 이 8팀이 1,2Round에 걸쳐 더블 풀리그를 치루고,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다분히 프로야구와도 유사한 방식이었다. 날짜는 토요일 오후였고, 경기는 3세트 경기였는데 특이할만한 것은 2세트까지 승패가 결정되어도 3세트까지 진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세 세트를 모두 잡아내면 큰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 사용맵은 신 개마고원, Neo Bifrost, Nostalgia, Guillotine(이상 개인전), The Huntress, Neo Jungle story(이상 팀플전)이었다. 역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2001년에 쓰였던 명맵 정글스토리의 팀플맵으로의 사용이었는데, 지형상 테란도 가끔 출전했었고, 중앙 멀티의 존재로 가스확보 전후의 경기양상이 크게 차이나는 모습도 보였다.

3월 1일 치뤄진 역사적인 개막전(당시 포토뉴스에 쓰였던 문구이다)은 AMD의 베르트랑과 KTF의 홍진호의 네오 비프로스트 경기였다. 베르트랑이 노배럭 더블 이후 운영으로 홍진호를 제압했으나 믿었던 장진남진수 팀플이 패하며 결국 KTF에 경기를 내주고 만다(개막전까지만 해도 최강팀플로 생각되던 장브라더스는 이후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홍진호-이윤열 원투펀치에 송병석, 박신영이 뒤를 받쳐준 KTF, 강도경-박정석을 보유한 전통의 강호 한빛스타즈 등이 단연 우세했다. 떠오르는 퍼펙트테란 서지훈과 아트토스 강민이 활약한 GO가 그 뒤를 이었고, 전성기 주축이 빠진 IS와 나머지 KOR, 삼성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판세를 바꾼 것은 임요환의 동양 오리온팀이었다. 계몽사배 팀리그 예선에서도 3:0으로 탈락한 이 팀의 성적을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원맨팀으로만 생각되던 이 팀은 의외로 김성제와 이창훈이라는 신인도 아닌 게이머들이 개인전과 팀플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고, 무엇보다 최연성이라는 연습생 출신의 테란 게이머가 등장해 이윤열을 꺾으며 연승가도를 달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국 정규리그 성적을 2위로 마감한 이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KTF를 꺾고 결승에 진출, 비내리는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우위가 예상되던 한빛스타즈를 4:1로 제압하고 프로리그 원년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었다.

KTF EVER CUP 프로리그는 2003년 3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정확하게 6개월간 열렸었다. 개인리그가 3개월간 지속되는 것에 비해서 훨씬 더 장기간의 레이스였다. 상금도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우승상금 2천만원을 뛰어넘는 2500만원이었다. 총 상금규모가 더 컸던 것도 당연했다. 화려하게 끝난 결승전은 스타크래프트의 스포츠화를 위한 팀 체제의 발전이라는 프로리그의 대의가 눈부시게 첫발을 내디게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아직까지 개인리그가 스타 전체의 판도를 쥐고 있었지만, 게이머들에게나 팬들에게나 '팀'이 설 자리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였다.


링크
<프로리그를 말한다> (1)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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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ction
06/07/13 02:39
수정 아이콘
아~ 기억납니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였죠. 올림픽공원...
임요환 원맨팀이라는 폄훼에도 우승을 해서 많은 박서팬들을 광분하게
만들었던 그 경기들... 정말 잊을 수가 없죠. 생각해보니 당시에 한빛
팀 개인전에 나왔던 선수 세명 (변길섭,박정석,나도현)선수가 모두 이젠
다른 팀원이군요. 박정석 선수와 같이 팀플하던 강도경 선수는 은퇴하
고... 그때의 한빛 선수들은 지금 한빛을 다 떠났군요...
주훈감독의 '설움'과 '감동'이 잔뜩 베어있는 목멘 목소리가 가슴에 남습니다.
이창훈 선수도 보고 싶구요... 그때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글루미선데이
06/07/13 02:47
수정 아이콘
간만에 최연성 선수를 보아온 시절이 생각나네요 후훗...
잘할까 더 잘하는거 아닌가 최고다로 넘어오던...
やらせろ
06/07/13 03:05
수정 아이콘
'비가와도 눈이와도 바람이 몰아쳐도 100% 진행합니다'
의 멘트가 떠오르는군요 -_-
하얀그림자
06/07/13 03:10
수정 아이콘
그런데 연기됬었죠? 비가 하도 많이 와서...; 그래서 그 달에 올스타전 재방만 지겹게 본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다지 재미도 없었던 랜덤 올스타전.
06/07/13 07:03
수정 아이콘
저 당시 팀리그와 프로리그가 동시에 진행되었기때문에 (프로리그를 하루에 두경기 했죠) 엠겜과 온겜의 경기일자가 겹치는 팀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경기가 겹치는 날은 선수들이 반으로 나뉘어져서 여기저기 다니며 경기하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팀리그는 승자가 상대를 지명하던 방식이라 사랑의 작대기가 어디로 향하는 지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김성제선수 어머니의 병때문에 모금행사도 했었죠.
KTF는 정수영감독님과 재계약에 문제가 있어서 장기욱대리(현재는 과장이던가요?)가 감독대행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기억도 나네요.
밑에분
06/07/13 08:59
수정 아이콘
계몽사배팀리그전에도 팀리그가 있지 않았었나요? 저게 처음은 아니었던것 같은데..
디길왕자
06/07/13 10:26
수정 아이콘
지오팬으로써 에버 프로리그 생각하면 팀플과 개인전에서 활약했던 이재훈 선수가 많이 생각이 납니다. ㅠㅠㅠ 휴~~
06/07/13 11:46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면서 하루에 양 방송사 2경기 했던게 이당시 일이었던 가요..?
디길왕자
06/07/13 12:13
수정 아이콘
K.DD님// 서지훈 선수는 그 당시 듀얼과 팀리그 때문에 왔다 갔다 했던걸로 기억이.. 팀리그는 듀얼과 같은 요일에 했었죠. 프로리그는 토.일요일에 했고요
세이시로
06/07/13 12:19
수정 아이콘
엠비씨 게임 팀리그와 온게임넷 챌린지리그가 화요일에 진행을 했기 때문에 겹치는 일이 있었죠.
하지만 당시 서지훈 선수는 올림푸스 스타리그에 참여하고 있었고, 두 방송사를 오간 건 챌린지로 떨어진 2004년입니다.

다갈왕자/ 맞습니다. 본문에는 적어 놓지 못했지만, 저 당시 GO의 살림꾼은 이재훈 선수였지요. 팀플에는 강민 선수와 함께 저그로 나오고, 개인전엔 거의 항상 출전했었습니다. 하지만 동양 이창훈 선수에게 역전패를 당하는 등 '한량모드'때문에 팬들과 감독에게 질타도 많이 당했었습니다..
만달라
06/07/13 12:56
수정 아이콘
먼저시작한것 엠비씨의 팀리그였으나 사실상 제대로 틀을 갖춘 프로리그는 온게임넷이 먼저였다고 보여집니다. 체감상으로도 엠비씨는 온게임넷의 행보를 보고 허겁지겁 만들어 내놓은 기색이역력했구요 당시 계몽사배 팀리그때 참가했던 팀이 5팀인가 6팀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스폰서였던 계몽사는 도중에 부도가 났던 황당한 기억이 나는군요.
My name is J
06/07/13 13:04
수정 아이콘
기억하고 싶지 않은...결승전이었습니다.
비로 인한 연기...
그리고 그 다음주의 패배까지....


광안리에서 설욕했으니 괜찮지만...으하하하!
sweethoney
06/07/13 13:21
수정 아이콘
집에서 보는게 오히려 더 속이 쓰렸던 결승전이었죠.
비를 쫄딱 맞더라도 현장에서 응원이라도 했으면 덜 억울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때 한빛 선수들이 입었던 MF협찬의 예쁜 유니폼이 불현듯 떠오르네요.
마다마다다네~
06/07/13 18:57
수정 아이콘
연기된것때문에 전용준 캐스터가 사과방송까지 했었죠 -_-;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결승전이었습니다
새벽의사수
06/07/13 21:48
수정 아이콘
아... 한창 스타리그에 미쳐 있었던 고등학교 시절 토요일마다 단비같은 즐거움을 주었던 KTF 에버배 프로리그..ㅠㅠ
그때 기억이 살아나서 기분이 좋아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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