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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08 00:53:25
Name 총든오리
Subject 분명한 것은 이것이 그의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랫동안 눈팅만 하다가 술기운을 빌어(?) write 버튼을 꾹 누르게 되었네요 ^ ^

대학교 4학년. 스물셋. 홍진호 선수의 팬이 된지 벌써 6년이 되어가는군요.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의 영웅 임요환, 준우승에 그친 어린 호랑이 홍진호.
그 당시 전 홍진호 선수의 팬이 되었습니다.
올림푸스배 스타리그의 신데렐라 서지훈, 역시 준우승에 그친 저그. 홍진호.
우승 후 흘리던 서지훈 선수의 당당한 눈물이 부러웠던 것은 분명히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눈물지을 홍진호 선수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전 특이하게도 그의 큰 실패와 패배로 고배를 마실 때마다 더욱 간절히 그의 쪽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의 오랜 팬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그런 의미에서 넌 정말 꿋꿋하다고 주변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한참 그가 고된 슬럼프를 겪을 무렵 사람들은 그가 '패배'에 익숙해진다는, 날카롭기 그지 없는 말들을 쏟아냈었지요.
그런 사람들의 애써 한귀로 흘리며 무시하면서도, 한편으로서는 솔직히 팬인 나조차 그의 패배에 익숙해지지 않았나 생각해보았더 날들도 많았습니다.

2006년, 봄. 듀얼토너먼트에서 간신히 살아 올라온 진호선수가 간만에 맞이한 스타리그.
어쩌면 이것이 그의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위기감 비슷한 것을 감지한것마냥
63빌딩에서 있었던 조지명식부터 24강, 16강 등 모든 경기를 분주하게 보러 다녔습니다.
그의 역사를 제 눈으로 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24강에서 16강으로, 16강에서 8강으로. 승승장구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특히나 05년 집중 공격을 당한 대테란전에서의 플레이를 보고 전 큰 기대를 하게 되었어요.
16강만 올라가줘.
8강만 간다면 소원이 없겠어.
이러다 4강 가서 시드 받는 거 아냐....?

그런 의미에서
정말, 오늘 솔직히 말해서 속상합니다.
속상하고 또 속상해요.

과외를 서둘러 마치고 7시에 메가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1,2경기를 놓치고서라도 3경기 부터 본다해도, 그가 다시 쓰기 시작한 역사에 함께 동참하고 싶었어요. 그 정도로 오늘 '패배'에 대해선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맵과 전적을 보았을 때 유리했다고 생각한 3경기을 쉽게 놓치고도
가까스로 막아내고 폭풍 특유의 스타일로 4경기를 잡았을 때.
결승전이 눈에 보이는 듯, 손에 잡히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1경기와 같은 기세로 한다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맵 개척시대가 5경기로 다시 돌아왔을 때,
하나, 둘, 셋 홍진호 화이팅을 마지막으로 울부짖으며 외쳤을때만해도
결승이다. 결승 이제 결승이야.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그리고 두번째로 쳤으면 좋았을 GG를 먼저 치는 순간.
내 욕심때문에 망친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행여나 내 기대섞인 외침과 표정이 홍진호선수에게 부담이 되었을까봐 안타까웠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최근의 기세를 꼭꼭 담고 있었던 꽉찬 다섯경기이기에
그래서 더욱 아쉬었고 경기를 머릿속으로 되내이니
도저히 그냥 집에 갈 수 없는 발걸음이라- 같이 갔던 친구들과 술을 한잔 했어요 ;ㅁ;

아쉽지만, 너무도 아쉽지만
그가 쥔 마우스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한, 그가 포기하지 않는 한
전 홍진호 선수를 통해 꿈을 꾸고 다시 다독이며 그가 일어날 날을 기다릴 겁니다.

오늘, 5경기를 마치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기고 일어서는 그에게
기꺼이, 진심으로 마음을 다하여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 ^

한동욱 선수를 다독이며 사라지는 그의 뒷꼭지가 눈에 아려 가슴을 울렁이게 했지만.
그.래.서.더.욱.멋.진.홍.진.호.선.수.잖.아.요
전 그런 홍진호다운,  모습이 좋습니다 ^ ^

그리고, 오늘
한번 좋아했던 선수를 또한번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게 끝이 아니니까, 그걸 아니까
이제, 당분간 기억에 남을 오늘이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그의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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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l기파랑lxl
06/06/08 00:57
수정 아이콘
어헝 ;;ㅁ;
차라리죽을까?
06/06/08 00:5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시드가 어디야..다행..
06/06/08 03:22
수정 아이콘
정말 홍진호 선수를 꾸준히 응원하는 건 힘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번의 큰 안타까움을 주었기에......
그러나 홍진호 선수는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패배한 후에도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입니다.
이번 역시 너무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네요.
홍진호 선수가 스타를 그만두는 그날까지 응원하겠습니다.
홍진호 화이팅~!!!
나두미키
06/06/08 08:36
수정 아이콘
다음 시즌에는 결승전까지 가야지요..
부디 결승전에서 치루어지는 임진록을 기대하며..
글루미선데이
06/06/08 10:44
수정 아이콘
에효 어제 마지막 경기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잘했어요 결승 임진록이 헛된 말은 아니라는걸 보여준 시즌이니까요
동글콩
06/06/08 15:42
수정 아이콘
흑...
5경기가 끝나고, 카메라에 잡히는 홍진호 선수의 얼굴이 너무나 안쓰럽고 답답해서 그만 더이상 보지를 못하고 TV를 확 꺼 버렸네요.
한동욱 선수를 다독여 줬다니 전 그의 멋진 모습 한 가지를 또 놓쳐버렸군요...

시드도 시드지만,
진짜 아직 끝이 아니니까요.
이번 시즌, 결국 테란이 앞길을 또 막아섰지만 정말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무기력한 모습 보일 때마다 지는 건 둘째치고 나약한 모습 보이는 선수는 더이상 응원하고 싶지 않다,고 수도 없이 생각해 왔었습니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겁니다" 라고 언젠가 말했던 걸 보고, 이걸로 족하다, 네가 계속 도전하는 한 나도 계속 응원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새 저런 간사한 생각을 했다니..
이 순간, 우리 홍선수에게 또 미안해지네요.

홍선수가 계속 도전하는 한 끝까지 응원할께요!
에라 이렇게 된거, 2001년부터 지금까지 기다려 왔는데 까짓 앞으로 조금 더 못 기다리겠습니까!
홍선수 우승하는 날까지!
아자아자 화이팅!!

근데 진호야, 누나가 하는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테란전 쬐금만 더 보완해 주면 안되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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