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07 22:44:48
Name 묵향지기
Link #1 www.love8600.com.ne.kr
Subject 부활의 꿈
아시는분도 있으시겠지만.. 오늘 이사이트를 알고 이렇게 몇자 적습니다.
어느 노숙자 아저씨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세상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 날들중에 몇푼 생기면 PC방으로 가서 자신의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저는 이글을 어느게시판에서 첨봤는데 첨에는 비웃었습니다.
인터넷에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글을 올려 곰인형을 팔구 그돈으로 소설을 써서 출판해
자신의 처지를 청산한다는 이야기로 제가보기엔 허무맹란한글이더군요.
하지만 호기심에 이끌러 글에써있던 사이트에 들어가봐습니다.
거기에 있는 노숙자아저씨의 일기를 하나씩..천천히 읽어봤습니다...
읽을수록 노숙자의 글솜씨에 감탄했습니다. 일기하나하나가 장문의 글인데 장문의 글이라고 지루하지도 않구 잘쓴소설처럼 다음일기를 보게 하더군요..
처음에 허무맹란하다는 생각은 어느정도 버려야될정도로 생각들정도로 필력이 뛰어나시더군요. 그런필력을 선천적으로 가진식 노숙자아저씨가 부럽기까지합니다.
(개인적인 채무관계를떠나 뛰어난필력말입니다..^^)
네티즌들이 하나둘그사이트에 관심을 갖더니 급기야 오늘 6월7일자 경향신문에 노수자아저씨의 홈폐이지에관해 기사가 나기까했네요...
잡설은여기서 줄이구 아래의 노숙자 아저씨의 글을읽어보시고 홈페이지에 한번들려보세요. 아직두 인터넷은 따뜻하다는건느낄테니깐요 ^^



Name 부활의 꿈
Subject 2003년4월12일

이곳에서 바라보는 개나리, 진달래는 또다른 겨울의 전면입니다. 가끔 쑥을 캐

려 오는 아줌마들의 제자림만이 세상으로부터의 단절을 외면합니다.

또다른 창피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구걸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동정적인 누군가에게 제 구질한 삶과 인상 찌푸려지는 나

날의 단편들을 보려드리고 도움 받고자 합니다.

컵라면 냄새에 신물이 오르는 지금에도 제 목구멍으로는 면발이 쑤셔넣어지고

제 눈은 그나마 남아있는 컵라면 갯수와 부탄가스의 숫자를 헤아립니다. 하

나... 둘... 셋... 며칠은 더 연명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이자리에 주어진

행복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며칠후 이것들이 동이 날까 두렵다는 것이 서른 셋

의 나이로 일상과 가족을 송두리째 내팽겨친 버러지 같은 양심속에 자리한 불행

의 모습입니다. 시동조차 걸기힘든 93년식 구형 승합차를 인적없는 공터에 세우

고 보낸 한달간의 노숙 생활...

하루 라면 두개로 버틴 한달간의 삶...

그렇습니다. 전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 청상에 과부되어 나이보다 십년은 더 늙어

지친 노모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열살박이 아들을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볼

모처럼 메어두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내가 가족들에게 지어놓은 집한채 값의 빚

은 그들의 어깨를 하루도 성한 사람의 것으로 온전히 놓아두지 않을 것입니다.

눈을 감아도 모래 눈곱처럼 따갑게 끼어 느껴지는 그들을 두눈 찔끈거림으로 뒤

로한 채 여기 서 있습니다.

라면 덕에 생긴 신물과 끊이지 않는 조갈도, 담요한장으로 버티는 새벽추위도 그

들을 부정하려 쉼없이 도리질쳐야 품에 안는 호사기에 또 다시 눈을 감습니다.

일이 이쯤되면 인적없는 이곳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것이 그럴싸하다 입이

모아지련만 그또한 남겨진 식구들에게 더럽고 또 더러워 기만 막힐 일이니 내게

는 그러할 자격도 그러할 양심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생명부지도 의미없

다 할 것이니 난 깨지지 않는 멍텅구리 힘의 줄다리기에 심신만 피로하여 갑니

다.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여깁니다. 잔인할 만큼 지겨운 무료속에서도 멈추지 않

는 긴장이 짜증납니다. 엉덩방아 찧든 앞으로 자빠져 코가 상하던 간에 끝내고

싶습니다.

노숙을 하기전에 아는 선배와 소수잔을 건내며 말했섰습니다. “도망친다고 그

게 해결이니. 나 같으면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겠다.” 그는 모릅니다. 일곱군

데의 카드사에게 올려놓은 신용불량과 그들의 집요한 독촉... 장기채무 불이행이

란 이름으로 그들이 행하는 형사고발과 주민등록 말소 그리고 지명수배....전화

벨만 울려도 곤두서는 머리칼을 선배는 모릅니다.

선배 말데로 자포자기하지 않고 집을 나와 신용이나 신분이 상관없는 작은 공장

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한다해도 내 젊은 날의 빚과 그로 인한 멍에를 만회하려면

십년이상 족히 걸립겁니다. 십년 넘게 가족의 처참함을 눈에 밟으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노모가 십년이 넘는 질곡을 당신의 육체로 감당하며 살수 있을런지

도,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를 가슴에 다시 안을수 있을지도 자신없습니다.

그러긴 싫습니다. 그럴바에야 지금이라도 라면 먹기를 중단하는 것이 나을성 싶

습니다. 전 그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전 앞으로도 시한부 노숙을 강행 할 것입니다.

올해안에 빚을 해결할 것입니다. 노숙자가 어떻게 빚을 해결할거냐구 반문하시겠

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육칠개월의 기간을 두고 글을 쓸 겁니다. 물론 전 문

학을 전공하거나 글쓰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몇십만부

의 책을 팔아 이 현실을 모면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는 걸 압니다. 그럼에

도 전 말하겠습니다. 하루 온종일 라면 한두개와 담요한장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라고 ...혼자서 볼펜과 종이면 그리고 생존할 수 있는 몇 개월의

시간이면 부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무모해도 도전하겠습니다. 노력해보고 불가

능하다가 여겨지거나 능력밖의 일이라고 여겨지면 그때 포기해도 좋다고 여기겠

습니다. 무언가 가족들을 위해서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 발버둥쳤다면 남겨진 가

족들에게 덜 죄송스러울테니깐요. 죽음이라는 것은 그때 택해도 된다고 여길 뿐

입니다. 내 주검을 바라보는 어미와 아이의 눈이 조금이라도 애처롭다면 내 도전

은 실패로 돌아가도 헛되지 않다고 여깁니다. 제가 이 새벽에 그나마 몇푼되지

않는 돈을 들고 PC방에 와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내 결심을 공공연히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구걸하며 살지 않겠습니다. 내가 구걸하지 않기 위해서, 나

의 선택이 초라하지 않기 위해서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 몇해 노

점상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카드빚을 사채로 막고 그 사채가 꼬리에 꼬리

를 물어 감당할 수 없이 커지기 전의 일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그러저러한 수입

이 되었습니다. 주로 인형과 그림을 팔았지요 가을 겨울에는 인형, 봄 여름에는

유화그림 이런 식이였지요. 이글을 읽는 분들중에 차를 모는 오너시라면 간혹 간

선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물건을 내어놓고 파는 노점상을 보신분들로 계시리

가 봅니다.

모든 유통이 그러하듯 노점상도 도매원가의 배정도는 이문을 남깁니다. 예를 들

어 여러분들이 이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셨다면 도매원가는 만일이천원 사이입니

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이만원짜리 인형을 팔아주십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

면 제게는 팔구천원의 이문이 생기고 그중 택배비 오천원 정도 제하면 제게는 삼

사천원의 이문이 생기고 하루에 두세분 정도 사주신다면 육천원에서 만원정도가

생기는거죠 그럼 전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제게 필요한건 한통의 물과 라면

두세개 부탄가스 한개가 전부이니까요. 노점상에서 파는 이만원짜리 물건이라면

시중 점포에서는 적어도 삼만원이상은 될터이니 여러분들로 금전적으로 손해보시

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인형은 택배로 미리 받으시고 후에 송금하여 주십시오 여

러분이 손해보시는 거라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신다는 점이니 딱히 필

요없으신 분들이라도 제글이 정말 절실한 수단임을 인정해주시고 주변에 인형이

필요할만한 분들에게 제 사연을 소개시켜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여기겠습니다.

혹 받아보시는 물건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반송하여 주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

런 일이 없도록 여러분들이 만족할만한 물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행여 하나라

도 반송되어 온다면 전 택배비를 손해보게 되고 그 손해는 하루의 제 삶이나 마

찬가지니 정성으로 신경쓰겠습니다. 물건을 받으시고 송금을 결정하는 것이니 제

글이 최소한의 연명이 아닌,몇푼을 벌기위한 상술이 아님을 아실것입니다. 그리

고 행여 그 정신으로 노점상을 계속하며 남는 시간에 글을 쓰면 된다 생각하시

는 분들이 계시리라는 우려로 한마디 덧붙입니다. 전 그럴 여견이 안됩니다. 지

금의 신분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수 있는 처지도 한꺼번에 물건을 떼어다 팔 여

력도 없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최대

한의 궁핍으로 제 정신을 깨어 놓을 것입니다. 한두개의 라면으로 하루를 만찬같

이 보낼 것이며 한 장의 담요로 따뜻한 새벽을 보낼 것입니다. 제 생존은 단지

하루 두세분의 관심이면 족합니다. 아울러 인형을 사주신 분들이나 관심을 보여

주신 분들의 정성을 컴네꺼에 제공하는 무료 홈페지에 담겠습니다. 사주신 분들

이 생긴다면 일자별로 그분들의 이름과 숫자를 기록하고 감사의 글을 올리겠습니

다.제 바램데로 육칠개월쯤 후에 제 소설이 출판되는 날이 온다면 결코 여러분들

의 은혜를 잊지않겠습니다. 다행히도 구청에서 낮시간에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더군요. 하나의 난관이었던 점은 보내드릴 물건인데,예전에 거래하던 도

매상에서 처음 몇 개정도는 나중에 셈을 해도 좋다고 양해해 주셨으니 마냥 기쁘

기만 합니다..제가 남긴 메일주소로 연락처 남겨주시면 하루한번 확인하고 연락

드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인형이나 종류는 그때 자세히 말씀듣고 원하시는 곳까지 이틀내로 도착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분명 말씀드리는 것은 어떤인형이든 제 이문

은 삼천원이 넘지 않을것이라 약속드립니다. 하루에 세분정도가 성원해 주시어

제 부활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간절히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감사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 여유치않아 더 이

상 PC방에 머물 수 없어 이만 줄입니다.

이 글이 제가 올려놓은 몇군데의 게시판 성격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너그럽게 용

서하여주십시오

2003년4월12일 서울에서....
email love8600@com.ne.kr
homepage http://love8600.com.ne.kr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6/07 23:37
수정 아이콘
^^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바닥에 있어도 에너지가 있다라고 말을 합니다. 분명히 바닥 상태인데도 에너지가 0이 아니랍니다. 교수님한테 따지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이 분은 그 제로에너지가 상당히 높으신 분인가 봅니다.^^ 실패라는 구렁텅이에서도 빛을 찾아갈 생각을 하시니 말입니다. 인간이란 아무리 잘나봤자 무기력함이 언제 엄습해올지 모르는 존재입니다. 키에르케고르가 그랬었지요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이라고.. 그분의 행동에 대해서 모든 것이 옳고 바르다고 박수를 보낼 일은 아니지만 그분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긍지, 실패했어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음은 분명 높이 살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묵향지기님 혹시 묵향이란 그 -_-? 판타지+무협 소설의 묵향입니까? ;; 친구가 아주 좋아하던데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891 울트라 보단 가디언? [8] 이준신1470 03/06/09 1470
9887 [스포츠서울 외 신문기사]'천재테란' 이윤열 1억5천 연봉킹, 한웅렬 은퇴 [5] 플토매냐2615 03/06/09 2615
9886 스타사랑? [3] 맛있는빵1176 03/06/09 1176
9885 [알림] 자유 게시판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 [4] homy1924 03/06/09 1924
9884 Artist와 Machine [19] 황제의 재림2130 03/06/08 2130
9883 아...... 최희섭 선수.... [2] nokjung7771164 03/06/08 1164
9882 이종격투기 선수로 비교한 프로게이머 [13] 바벨2051 03/06/08 2051
9881 마이클 조던 !! [22] zaive1628 03/06/07 1628
9879 부활의 꿈 [1] 묵향지기1221 03/06/07 1221
9878 [잡담]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게임. [5] ijett1195 03/06/07 1195
9876 오늘 프로리그 GO 팀의 팀플멤버. [17] Laputa2367 03/06/07 2367
9874 정말 맵핵을 쓰면 느려지는가... [18] 밀크재영1671 03/06/07 1671
9872 반쪽짜리 대회가 아니길 하는 바렘입니다. [13] GuiSin_TerraN1772 03/06/07 1772
9871 글애도 장진남선수가 임요환선수한테 다진거아닙니다 [9] Miracle-Aozora1967 03/06/07 1967
9870 안타깝다...너무도.... [2] 송영상1381 03/06/07 1381
9868 보고싶다. [2] 미네랄은행1179 03/06/07 1179
9867 방금 이재훈 선수와 이윤열선수의 경기를 보고 느낀것..... [31] 삭제됨2700 03/06/07 2700
9865 정재호 선수.. [6] 라시드1470 03/06/07 1470
9864 만약 스타리그가 플토천국이었다면... [1] 베르커드1367 03/06/07 1367
9862 [인사] 오랜만에.. ^^ [4] 항즐이1669 03/06/07 1669
9861 갑자기 옛 스타대회의 회상에 잠기면서... [3] 꽃보다질럿1273 03/06/07 1273
9860 어제 메가웹스테이션에 다녀오고 나서... [7] Fischer1729 03/06/07 1729
9858 오늘은 프로토스의날!!!!(경기결과 내재되어있음) [3] 플토야! 사랑한1862 03/06/06 186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