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07 19:48:45
Name 고로록⌒⌒
Subject 일훈님의 글을 보고. 프로게임산업을 위한 아주 작은 조언.
저는 한 게임 유통사에서 PR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Public Relationship, 즉 제가 맡은 제품을 고객이 인지하도록 만드는 역할이죠.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카멕스 같은 게임쇼에서 부쓰를 만들어 쇼를 찾은
사람들에게 내 게임을 소개하고, 리플렛을 만들어 돌리고,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게 하거나
비슷한 종류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호회와 만나 게임을 소개하거나
용산이나 테크노마트처럼 게임 유저가 많이 찾는 곳에서 이벤트를 열거나...

하지만 홍보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미디어 PR입니다.
신문, 잡지, 웹진, TV, 라디오...
여기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속에 '내' 정보를 끼워넣는 일입니다.
물론 홍보에는 광고도 포함되지요. 하지만 광고보다는 기사로 다뤄지는 것이
인지도가 훨씬 높습니다. 음,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PR이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지 아실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프로게임업계가 산업으로 크기 위해선
전문 PR담당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재 발간되는 대부분의 일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게임 지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담당 기자들이 있지만, 이 기자들은 게임만 맡고 있질 않습니다.
주로 정보통신, 하드웨어, 인터넷담당을 겸하고 있고
드물게는 사회부나 문화부에서 게임을 담당하곤 하지요.

말 그대로 무지하게 바쁩니다. 담당 출입처에서 게임은 하나의 '파트'일 뿐이고
그 '파트'는 또 온라인, 콘솔, PC게임과 'e-sports'로 나뉩니다.
한국의 게임업체는 줄잡아 수백개, 거기서도 날마다 홍보담당들이
전쟁을 치루듯이 보도자료를 뿌리고 기자들과 미팅을 가집니다.
그 중에서도 제품 자체와, 마케팅과, 홍보에 경쟁력이 있는 업체들이 살아남지요.

지금 프로게임리그가 기사로 소개가 되는건,
온게임넷, 겜비씨, 겜티비 등 게임전문방송의 홍보담당들이 뿌리는 보도자료가
운 좋아서 먹혔거나
가뭄에 콩나듯 경기장을 방문하는 기자들의 '호의에 가득찬' 취재가 있을 때 정도입니다.

일간지를 주로 얘기하는 이유는, 실제로 유통사에서 일해 보면
TV를 예외로 하고 다른 어떤 매체를 통한 홍보보다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느 신문에서 났더라' 라는 말은 영업 실적과 직결됩니다.
이는 프로게임리그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게임리그와,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산업에 관한 기사의 빈도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그 산업에 대한 인지도와 공신력이 커집니다.

예를 들면, 한 기업에서 스타리그의 후원을 합니다.
대기업이 돈을 쓰는 이유는, 모든 스폰서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섭니다.
그렇다면 케이블TV에 국한되는 것보다 보다 다양한 매체에서
자기 기업 이름과 로고를 지속적으로 때려준다는 보장이 있다면
스폰을 마다할 이유가 없죠.

프로게임단에는 전문 PR담당이 한 명도 없습니다.
감독님들이 맡아서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감독님들도 게임 기자들이 대충 누군지는 아실 겁니다.
그리고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한국게임리그의 미래에 대해 토론도 하고
고민도 나누실 겁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때 그때, 가능한 많은 매체에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많이 다뤄져서, 그 경기장에 가지 않았거나, 혹은 경기가 있는 줄 몰랐거나,
혹은 프로게임리그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기사를 보면서
익숙해지게 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되면, 문화가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자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전문 PR담당이 있어야 합니다. 아주 단적인 예로, 게임리그가 있었다면
가장 특징적인 사건을 야마로 잡고 재밌게 보도자료 써서 사진 첨부해서
그날 바로 한 50개 되는 게임관련 매체에다 싹 뿌리는겁니다. 하아-_-;

정일훈님의 글은 어제 봤습니다. 사실 프로게임계에서 오랫동안 '소비자'로만,
소비자로서 약간의 참여와 걱정을 하는 입장을 보이는 정도로 스스로 만족해왔던
저로선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저도 '당사자'인데 말이죠.
물론 지금 쓴 글은 프로게임업계의 발전을 위한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제가 산업에선 아는 분야가 PR밖에 없다 보니...이정도 밖에 얘기할 수가 없네요^_^;
댓글로는 좀 긴 것 같아 새 글로 썼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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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ibal
02/10/08 07:07
수정 아이콘
전 늘상 게임크래프트의 장남감 삼형제 배너를 보면 안타깝더군요..이자리에 온게임넷이나 게임맥스의 배너가 있고 누르자마자 빅경기vod한두편정도를 볼수 있다면 적어도 스타를 했던 1000만명이라는 사람들이 온게임넷리그를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제주위에는 아직도 경인방송 이외에는 다른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PiratesOfSapce
02/10/08 11:18
수정 아이콘
케이블 TV는 결국 매니아적인 한계를 만들게 되는군요
공중파 방송의 힘이란 무척 크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저는 이 번에 피오에스라는 신생팀의 감독직을 맡게된 사람입니다
고로록님의 글을 읽어보면서 게임단 역시 책임의 한 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선수들의 안정된 훈련환경 제공,메뉴얼화된 훈련 스케쥴,담당 미디어에 보도자료 첨부등등(현재 1인 감독체제하에는 꽤 힘들겠다는 엄살이^^)...
보다 체계화 된 팀 운영 방식으로의 발전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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