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28 14:38:15
Name 카제미돌쇠
Subject 작은마을....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노란색, 하늘색, 연녹색의 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친절한 아주머니, 세명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정겨운 이 마을에서는 말을 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언제부터 였는지 말은 하지 않고 오직 글로서만, 서로에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아이들은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자랐습니다.
“할아버지...왜 말을 하면 안되나요?”
“그건....가벼워 지기 때문이란다.”
“가벼워 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어떤 것이 가벼워 진다는 거죠?”
“자신의 무게를 말하는 거란다.”
“무게요????”
할아버지가 아이를 바라본다.
“그래...무게란다. 너 자신의 무게 말이야.”
그리고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나그네들이 한 사람씩 모이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곤 글로서만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는 모습에, 이끌려 정착하기 시작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조용한 이 마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작았던 마을 길이 큰길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집도 많이 생기기 시작하자 마을은 작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말을 하지 말라구요? 편지처럼 글을 쓰라구요?”
마을에 살고 있던 할아버지의 말을 듣던 청년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어어 없잖아요! 입이 있는데 말도 하지 말라니... 그런 법이 어딨어요!
야.... 이상한 할배잖아! 가자!”
청년은 자신이 데리고 온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새로 지은 집으로 걸어갑니다.
청년이 가다가 세명의 아이들이 쪽지글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고는...
황당하다는 듯이 걸어가서 묻습니다.
“야! 꼬맹아! 너희 지금 뭘하는거니?”
“아 어제 꿈이야기 하는거에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런 시시한 걸 왜 그런 종이에 적느냔 말이야! 너가 지금 말하는 것처럼 말로 하면 쉽잖아. 너흰 그렇게 하면 답답하지 않니?”
“네?”
“말을 할 줄 알면서 그런 종이 글이나 쓰고...딱딱하게 시리...게다가 웃기잖아. 요즘 다른곳에선 누가 그런 구닥 짓을 한다고 말야. 너흰 저런 할아버지 땜에 고생 하는거야. 알고 있는거니? 너흰 구속 받고 있어! 자유란걸 아니? 자기 주장을 빠르게 말로 표현하는 거야!
되도록 빨리 말을 해야 내 주장을 다른 누군가가 들어 준단다!”
“.....”
“야 안돼겠어! 이상한 동네잖아. 우리가 제대로 바꾸자.”

조용했던 마을에는 예전에는 없었던 활기가 생겨 났습니다.
말이 많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시장이 생긴 후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예전엔 이 마을이 어땠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그네들이 떠나기 시작 했습니다.
예전에 추억을 그리 듯...머뭇 거리며...아직 편지글로 주고 받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에게 침울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청년들이 이야기 합니다.
“마을 떠날거면 조용히 떠날 것이지, 왜 인상 구기면서 마을 분위기 흐려! .........
.....그냥 밤에 말없이 떠나야지! 정말 마을을 위한다면 말이야!”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글을 씁니다.
“할아버지. 나 저기 나그네 아저씨가 좋았었는데... 왜 다들 떠나는거지? 응?”
“......”
아이들이 할아버지 얼굴을 바라다 본다.
“변화 때문이란다.”
“변화요?”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는 변하기 마련이란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기에, 힘들다고  세상 어디로 숨을 수도 없단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하죠? 계속 말을 하면 안되나요?”
“난 계속 글로 대화를 할거란다.”
“네??”
“어떤 사람은 지켜 볼 수 밖에 없고, 어떤 사람은 지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너도 커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단 것을 판단하게 되면, 너의 울타리를 만들면 된단다.”
“울타리요?”
“휴.....”
“...”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구나.... ”
“네?”
“그저 현실이 말이란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밀가리
02/09/28 14:39
수정 아이콘
멋진글이네요...
02/09/28 14:46
수정 아이콘
선수들(어린아이) 은 하고 싶어하는 것(얼라이마인)을 방송국(할아버지)가 못하게 한다는 뜻인가요? --; 너무 어렵네요..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가요. ㅠ_ㅠ
아참, 7103님, 작은 마을은 PgR을 비유한 것이죠. ^^
어제 일과도 관련이 있는 글이긴 하지만 어제 일을 직접 비유한 글은 아닙니다.
02/09/28 15:07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ㅡㅡ; 감사 합니다..
카오스
02/09/28 15:19
수정 아이콘
와우......

정말 멋지네여..
02/09/28 15:29
수정 아이콘
응삼님도 카제미돌쇠님도.. 그리고 다른 많은 분들도.. 피지알이 변화되어가는걸 맘 아파하시는군요..
지금의 피지알이 예전의 그 작은 마을이었으면 좋겠군요..
02/09/28 17:44
수정 아이콘
저는 지켜볼수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후니...
02/09/28 20:46
수정 아이콘
작은 마을의 피지알..... 그립네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817 [잡담] pgr 게시판 다시 읽기.... 진주조개 이야기. ijett1340 02/09/28 1340
6813 이런 쓸데없는 상상도 해봅니다 -_-; [7] Nemesis1175 02/09/28 1175
6812 문준희JuniToss 선수의 리플을 보고 [7] 김연우1850 02/09/28 1850
6811 연극에 대해서....... [2] 김형석1057 02/09/28 1057
6810 박정석의 아름다운 꿈이 시작된다. [17] 꺼러지1749 02/09/28 1749
6805 온게임넷 결승전. 임요환 선수에게 바라는것. [8] 하수태란1751 02/09/28 1751
6804 GO팀은 눈물의 팀인가.-_- [16] 김연우2949 02/09/28 2949
6803 70%의 승률 [5] 김연우1635 02/09/28 1635
6802 끝없는 소모적 논쟁 InToTheDream1192 02/09/28 1192
6800 우리 이렇게 하죠? [2] 라누1081 02/09/28 1081
6798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 [1] 황무지1509 02/09/28 1509
6797 슬픈 일입니다... [1] 이도근1073 02/09/28 1073
6796 3,4위전 이야기는 없는지....... [8] minyuhee1280 02/09/28 1280
6795 맘설레게 하는 온게임넷,겜비씨결승전 [3] 바른사나이1154 02/09/28 1154
6794 내가 알았던 pgr21. [10] nodelay1151 02/09/28 1151
6793 [리플]카이저토스 vs 확장형저그 [4] TheKaiSeR1034 02/09/28 1034
6791 임요환이 프로토스에 약하다?? [21] 김호철1715 02/09/28 1715
6790 임요환 역시 황제다..그러나 박정석도 대단하다. [18] 김호철1643 02/09/28 1643
6789 [잡설] 양촌리 마을회관 이야기 [19] 응삼이1449 02/09/28 1449
6787 pride of dropship(3) 하늘이내린이1220 02/09/28 1220
6786 작은마을.... [8] 카제미돌쇠1125 02/09/28 1125
6783 10월의 게이머.. [11] jbloap1651 02/09/28 1651
6782 박정석선수의 vod를 보면서 느끼는 결승전 예상 [6] neo1423 02/09/28 142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