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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09/17 20:50:07 |
Name |
고로록⌒⌒ |
Subject |
[연재] 박정석선수 인터뷰 후기 두번째 야그. |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여전히 바쁘지만,
짬을 내서 후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왠 바쁜척? - -a)
어제 KFC에 갔다...까지 했었죠? 음, 그전에 빼먹은 얘기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정석선수와 인사를 나눈 뒤 한게임 부탁했죠. 아, 물론 상대는 제가 아닙니다. 훗훗-_-;
가까이서 게임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손놀림이며...그런 걸 봐둬야 한다는 생각에서죠.
옆에서 게임하고 있던 한 선수와 함께 헌터스(쳇-_-;)에서 대저그전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옆에 앉으세요" 와 함께 하는 말, "저...게임을 잘 모르시면 뭐하는건지 가르쳐드릴게요."
...
제가 글케 만만해 보이나요?ㅠ_ㅠ
뭐 사실 우리나라 기자들이 게임을 잘 못하는건 사실입니다.
예전에 모 일간지 기자분과 KPGA 2차전 결승 (우리나라 월드컵 4강진출하던 그날입니다) 경기를 보러갔는데
그분은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질 때마다 "왜들 소릴 지르죠?" 를 몇번이고 물어보시곤 했죠-_-a
어쨌든 정석선수의 배려심엔 감탄을 했습니다.^_^
부산싸나이들이 원래 말이 없는 대신 정이 깊죠. 음햐햐;;
경기는 시작되고...
맵은 게임아이 헌터스.(아, 말했지-_-a)
7시 플토 1시 저그로 시작한 게임은 초반 저글링과 질럿의 콘트롤싸움,
드라군+옵저버로 상대 조여놓은 후 멀티,
그리고 이어지는 짜증-_-날 정도의 무탈겐세이를 훌륭히 막아내고
템플러 몇개 뽑아놓고 배째멀티 2개 더 뛴 후에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버렸다...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만.
굉장히 빠른 손에 우선 놀랐고 (정말 프로게이머들의 손놀림은 언제봐도 경이롭습니다)
마이크로콘트롤과 매크로콘트롤에 둘 다 능하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유닛이 적을 때는 플토의 맷집을 십분 활용해서
단 한마리도 낭비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그리고 유닛이 많을 때도 노는 유닛 하나 없이 알뜰하게 갖다쓰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나중에 한 얘기지만, 스스로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해
"저는 상당히 정석적이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요. 그런데 대회에 나가니까 다양한 맵을 쓰더군요.
그 맵에 따라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보니 잘 먹히는 플레이가 나오더라구요.
예를 들면 리버겐세이 같은거요."
라고 여유만만하게 밝혔습니다.
다시 KFC로 돌아와서- _-a
언제부터 게임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은 뜨랑선수가 4살때부터 겜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모든 선수에게 묻게 됐습니다-_-)
"전 별로 게임광이 아니었어요. 했다고 해봤자 삼국지4가 다였죠."
옷-_-! 삼국지4. 이것은 또 영걸전과 더불어 제가 한때 미쳤던 게임중의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얘기는 다시 삼천포로 빠져들었습니다 =_=;;
저,정신을 차려야지! ┌(-_-)┘!
그러다 중 3 시절, 친구들과 채팅으로 여자를 꼬시러-_- 들렀던 PC방에서
스타라는 것을 처음 접했답니다. 정확히는 '게임 사운드'를 접한 건데 무척 흥미로웠다고 하더군요.
때마침 형이 집에 스타를 가져와 조금씩 해보기 시작,
무한맵에서 "3:3 초보무한대전" 같은 제목을 달고 공방을 뛰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대부분의 게이머와 비슷하군요)
그러던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게임아이에서 팀플을 제패했더랍니다.
(대부분이 여기까지는 안 가죠 =_=;)
당시 팀플로 명성을 떨치던 넥서스길드와 웁스길드를 거치면서 실력을 연마,
프로게이머로 발탁됐다는 짧고도 긴 얘기가 이어졌습니다.
그가 서울로 온 건 작년 늦은 봄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가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입니다.
그땐 그게 국내서 가장 큰 스타대회라는 것도 몰랐다고 하네요.-_-;
이때 예선 3차전에서 기욤패트리선수를 탈락시키며 16강에 진출해 이름을 알리게 됐죠.
TV에서 보던 유명한 선수들과 함께 대전을 하는게 얼떨떨하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답니다.
하루에 얼마나 연습하냐는 질문에 대한 정석선수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직업이 있는 사람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보통 저녁 6~7시까지 10시간씩 일하지 않나요?
저는 직업이 게임인 사람입니다. 하루에 10시간씩 게임하는 건 당연하죠.
직장다니는 사람들이 일하다 1시간씩 밥 먹는것처럼 저도 게임하다 1시간씩 밥 먹습니다^_^"
아.
에?-_-a
이 선수, 처음부터 느꼈지만 참 덤덤한 성격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죽도록 연습한다, 도 아니었는데 전 정석선수의 이 말이 나름대로 상당히 프로답다고 느껴지더군요^_^
마지막으로, 왜 '무당토스'라고 불리는지 물었습니다.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한번 템플러로 이리저리 지진 적이 있는데
우연히 적유닛이 가는 길에다가 잘 뿌렸나봐요. 그래서 유닛이 움직이는 곳을 미리 예측하고 뿌린다고
무당토스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요."
...그냥 뿌렸는데?
"네."
운도 조치 정말-_-;;
인터뷰 내내 이어지는 그의 걸죽한 사투리는 상당히 정겨웠습니다.
"서울말은 간지러워서 쓸 수가 없던데요" 라는 부산싸나이, 박정석.
대회에서 지는게 너무 싫고
부모님이 자신의 경기를 TV로 본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정석선수의 행보에
서광이 비추길 빕니다.^_^)/
p.s. 글이 이너뷰 후기가 아니라 점점 '이너뷰 잇셀프'가 되어가는군요=_=;
다음주는 쉴까 합니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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