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4/13 14:06:52
Name 항즐이
Subject 4월 12일 메가웹에서
과외를 마치고 허겁지겁 메가웹으로 뛰어 갔지만, ^^ 역시나 조금 늦었습니다. 하지만 8시 16분이 되어서야 경기 시작 멘트가 나와 안심했구요. ^^

제일 중요한 경기였던, 이재훈 선수의 승리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씀드려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덜어드리고 싶네요.

경기 시작 전에 이윤열 선수의 팬이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같이 먹고 있었는데 (아카시아님 감사요 ^^) 윤열이가 그러더군요. "요환형 오늘 진짜 기발한거 하나 준비해 왔지 ^^."

몇 안되는 이재훈 선수의 응원단(?)이 되어 최인규, 김정민 선수와 같이 경기를 지켜보던 터라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임요환 선수가 눈부신 전략으로 다시 승리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도 강했구요 ^^ (저는 황제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때 이재항 선수가 와서 인사를 하고는 이야기 하더군요.
"오늘 준비해 온 전략은 8배럭정도로 입구를 막고, 뒷길을 막으면서 3배럭해서 밖으로 날린후 마메를 생산하고 스팀업 타이밍에 8마린 2메딕 정도가 달려가는 것" 이라구요.
또, 덧붙여 "드라군이 조이기 방지나 입구 두드리기 등을 하려고 앞으로 나와 있다면 프로토스는 질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했습니다.

"아.."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그렇게 되면 그다지 러쉬 거리가 먼 것도 아닐 뿐더러. 스팀 업이라니 +_+ . 굉장하다는 생각밖에는.. 전 이재훈선수에겐 미안하지만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최인규 선수가 그러더군요. "어? 재훈이 프로브 서치가 보통 배럭으로 막히기 전에 가던데? 막히면 바로 돌아서 들어가구.. 들키지 않을까.."

그렇게 폭풍전의 고요를 삼키면서 경기를 기다렸습니다.

8배럭? 정도를 본진 내부에 지으면서 서플라이로 입구를 막더군요. 굉장히 빠른 타이밍이라서 그런지 이재훈 선수의 프로브가 도착했을때 아슬아슬하게 막혀 버렸습니다. +_+

이재훈 선수가 바로 돌아 갔으면 어쩌면 본진으로 들어갈 수 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농부 부족 상태에서 250(배럭+서플)을 소비한 임요환 선수가 다시 뒷길에 서플라이를 짓는 것은 미네랄 문제로 꽤 시간이 걸릴듯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재훈 선수는 잠시 주춤 하더군요. 안타까운 상황이었죠. 그리고는 본진에서 다른 프로브를 끄집어 내서 의심스러운 영역을 탐색했습니다. 이재훈 선수의 말에 따르면, 건물을 날린다기 보다는 미리 나간 Scv가 숨겨서 건물을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군요.

임요환 선수는 2배럭을 연습대로 적절히 날렸고, 농부 추가 없이 개스를 캐면서 (1-2마리로 캐더군요) 아카데미에서 스팀업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재훈 선수의 드라군이 입구를 두드릴때는 정말이지 임요환 선수의 필승이 눈에 보이는 듯 하더군요. ^^ 그때 마침 이재훈 선수의 프로브는 이미 마린이 다수 생산된 배럭을 발견하게 됩니다.

드라군을 황급히 돌리는 이재훈 선수, 그리고 로보틱스를 가까스로 취소하며 2게이트로 전환합니다. 여기서 이재훈 선수의 좋은 판단 하나와 부족한 판단 하나를 지적할수 있겠네요.

좋은 판단 하나는 로보틱스를 적절한 시기에 취소하고 2게잇을 선택했다는 시기 적절함 입니다.
하지만, 본진에서 그렇게 빠른 시간에 2서플라이를 지었다는 것으로 부터, 상대가 무언가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았다고 고백한 이재훈 선수라면, 그것이 팩토리 계통이 아닌 배럭 계통임을 예측할수 있어야 했다는 것이 현장 선수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미네랄 200을 초반 scv생산 지연을 겪으며 소비한 테란이 팩토리체제로 넘어가는 것은 힘이 들지요. 이재훈 선수의 빠른 평소 정찰이 입구 막히기 전에 도착했다는 것을 고려할때, 그 정도는 자신이 생각할수 도 있었다고 인정하더군요.

여기서 부터 이재훈 선수는 최선을 다합니다. 자신의 말로는 "떨려서 어찌 할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드라군으로 후속 마린과 메딕을 지연시키고, 다리에서 본진 드라군들이 또 상대방을 지연시킵니다.

그리고 본진에 배터리를 짓고, 입구에 파일런을 짓습니다. 여기서임요환 선수가 입구 파일런을 공격하고, 또 다시 본진의 파일런을 공격하는 것이 아슬아슬한 승부의 갈림길이 된 모양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갓 생산되어 마나가 부족한 두 기의 메딕이 감당할수 없을 정도로 스팀팩을 연사했다는 것도 아쉬움이 되겠지요.

이재훈 선수는 2드라군과 프로브의 조합으로 그야말로 눈물겨운 싸움을 해 주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초반 마린메딕 러쉬를 가장 잘 막는 선수가 이재훈 선수이고, 그 손 빠르기와 정확한 컨트롤은 충분히 빛났습니다. 첫 러쉬를 막았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또 여기서 하나 지적할 만한 일은, (반론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만) 임요환 선수가 생산력이 100%가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개인화면에서 분명히 임요환 선수는 배럭에 부대지정이 안되어 있고 직접 클릭하여 마린을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동료 게이머들은 초반의 필살기인 이상 더더욱 완벽한 생산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고 지적하더군요.

이재훈 선수가 막아내었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은 프로토스의 프로브가 얼마나 남아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공격 전에 이미 프로브가 scv보다 7기 이상 많아 미네랄 양의 차익 좀 났었겠지만, 그래도 프로브가 scv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프로토스에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프로토스의 프로브는 12기 이상 있더군요. 또 하나의 잘한 일은 질럿을 생산한 일입니다. 드라군과 질럿의 조합으로 마나가 부족한 메딕의 영향을 벗어나 마린을 줄여줄 수 있었죠.

입구를 확보한 이재훈 선수는 프로브로 다시 정찰을 다니면서 팩토리를 발견하고 시터델 오브 아둔을 건설합니다. 아둔의 존재는 스캔으로 곧 발견이 되지만, 스캔 마나가 부족한 테란은 공격을 서둘러야 했고, 이재훈 선수는 다크 템플러는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상대의 스캔 마나를 계속 부족 상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재훈 선수는 다크 템플러를 한기 빼내 뒷길로 보내고, 마린 메딕의 후방 공격을 차단 한 후, 그대로 상대방 본진으로 공격을 갑니다. 동시에 테란의 병력도 모두 잡아내고 말지요.

결국, 이재훈 선수는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짧은 경기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숨어 있다니 쓰면서도 놀라울 정도네요. ^^

제가 강조하고 싶은건, 이런 명승부를 연출한 두 선수에 대한 감사와 황제에 대한 격려, 그리고 샤이닝 프로토스에 대한 끝없는 칭찬입니다. 명승부를 승리한 선수에게 커다란 칭찬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patheia
02/04/13 14:11
수정 아이콘
글이 좀 짤린 거 같네... 아무튼 수고 많았으이. 아진님한테 얘기 들었는데 광란의 뒷풀이^^; 였다지? 아... 갈려고 굴뚝같이 생각했었는데 피곤해서 잠시 누웠다가 그대로 다-_-이했다는... 재훈님께는 진심어린 축하를, 요환님께는 그에 못지 않은 파이팅을 보내며.
즐큐...
생생한후기네요 ^_^
ddaddang
우와 이거 실화 맞아요? 혹시 전쟁 스토리 아닌감요????윽~~~오버다 쿠쿠쿠...암튼 넘 진지하게 재미있게 잘 읽었읍니다...두선수 모두 수고 하셨고 항상 항즐이님 수고하시네요^^
[귀여운청년]
항즐님 감사^^ 이 글 하나로 말많던 임요환 선수 대 이재훈 선수의 경기가 총정리되는 듯.... 근데 3배럭이라고 위에 써 있는데 임선수는 2배럭 하지 않았나여? 잘못 읽었나?ㅡ.,ㅡ
[귀여운청년]
읽고 보니 이재훈 선수가 정말 잘 했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네여... 일단 지고 나니, 임선수의 플레이에 대해서 말이 많은 것이지, 이겼다면 정말 극찬받았을 듯... 근데 연습때, 이 전략으로 전승이었다는 말은 사실인가염?ㅡㅡ???
전승 할만도 하다고 생각돼네요.. 이 경기때 요환 선수의 컨트롤이 조금 아쉬웠을뿐.. 초패스트 마메 러시(예선전에서의 이윤열 선수의 마메 러시보다는 훨씬 빠른 타이밍 이었을 겁니다... scv 도 거의 생산하지 않은 상태 에서 2배럭 마메 스팀 이니..)
[귀여운청년]
생각해 보면, 임요환 선수의 엽기 마메러쉬가 막힌 건, 예전에 김정민 선수와의 테테전 이후 두 번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여... 교훈은... 임선수는 꼭 잊혀질 만하면 꼭 테란이나 토스 상대로 마메러쉬를 한번씩 해 준다-_-;;
불가리
02/04/13 17:19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가 왜 그런 모헙을 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잠뽀 진경
연습을 하면서 가장 마니 이긴 빌드가 아니었을까요~모험이라고 볼수도 있찌만 확실하게 팀내의 선수들과 연습을 하고 그 빌드로 이길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이 전략을 준비하면서 임선수는 시간까지 재가며 타이밍을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재훈 선수가 너무 잘 막았고 메딕의 마나부족과 파일런을 쏜 것등 몇가지 실수가 가난한 빌드에서 상대에게 테크를 올릴 시간을 주게 된 것 같습니다. 하여간.. 잘 되었다면 정말 기발한 빌드였을텐데.. 이재훈 선수 대단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211 오늘 고수를이겨라...에서 임요환선수대 아마저그 [16] 아이리스1866 02/04/14 1866
2210 현재는 저그의 히어로가 홍진호 선수이긴 하지만.. 차기의 히어로는.. [9] 요정테란마린1913 02/04/14 1913
2209 오히려 정규리그보다 챌린지리그가 더 재미있는것 같다는.. [5] 요정테란마린1056 02/04/14 1056
2206 이번에 스타리그 탈락하면 어떻게 되는거져? [1] [귀여운청년]1169 02/04/14 1169
2207 방식은 이렇습니다. [5] ROYAL1038 02/04/14 1038
2204 KPGA 투어 1차리그 결승 [1] ROYAL1318 02/04/14 1318
2203 으으으으...테테전 슬럼프..ㅜ.ㅜ [1] 이카루스테란1182 02/04/14 1182
2202 왜 임요환군이 마매러쉬를 하고 압도적 상황에서 졌을까요? [6] 우주인1495 02/04/14 1495
2201 [픽션] 패배한 4인방 [3] Dabeeforever1758 02/04/14 1758
2200 임요환 vs 이재훈 재방 보면서-_-; [2] jun1165 02/04/14 1165
2199 홍진호 선수의 연승행진.... [14] [귀여운청년]1657 02/04/13 1657
2198 이윤열 선수는 확실히....... [3] [귀여운청년]1278 02/04/13 1278
2197 게임벅스 [1] 방탕아1164 02/04/13 1164
2196 지금 KPGA예선 리플 방영해주는데... 질럿매니아1276 02/04/13 1276
2194 마메+탱크 조합이 최고의 조합인가요?? [7] HBeteranG1330 02/04/13 1330
2192 4월 12일 메가웹에서 [10] 항즐이1700 02/04/13 1700
2190 맵운이 따르지 않은 김동수.. [17] 김동문1396 02/04/13 1396
2189 [잡담] 호칭 '님'에 대해서. [6] Apatheia1262 02/04/13 1262
2188 임요환 선수.. 조금만 덜 엽기적으로 했다면.. [6] Tea1164 02/04/13 1164
2185 몸에 힘이 없네요.. [11] 최형도1169 02/04/13 1169
2184 이재훈 [1] 미나1072 02/04/13 1072
2183 임요환 [8] 글장1730 02/04/13 1730
2182 임요환 선수 왜 바이오닉을 했을까요? [8] 수시아1508 02/04/13 150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