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30 04:59:57
Name 물방개
Subject 사랑일까요? 위선일까요? 다만 행복이고 싶습니다.
지금 시각 새벽 4시 10분. 처음 써보는 본문 글입니다. pgr을 안 지는 1년 반 가량 되었군요. 어쩌다가 스타라는 게임 방송을 접한 후 정신없이 좋아하다가 이 곳에 들렀습니다. 그 동안 여러 글들을 읽어보았지요. 처음 인상 깊었던 것은 ‘pgr에 처음 오셨습니까?’라는 공지문...
너무 좋더군요. 그 공지문에 반해서 정신을 차릴 겨를 없이 자게에 올라온 명문들을 보면서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사이 저는 30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었고, 이런 저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군요. 처음에는 공지문에 쓰여진 말에 겁 먹고 글 쓰기 힘들었고. 조금 후에는 자게에 올라 온 글의 수준에 감동 받아 본문을 올릴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이제 pgr초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한 번 올려 볼까 했더니 쓸 말이 없더군요. 스타에 관한 이야기야 이미 많은 분들이 전문적으로 써 주셨고, 인생에 관한 이야기는 더 많은 분들이 써 주셨더군요. 그러면서 어영부영 몇 달을 지났습니다.

이제는 pgr21 님의 개인적인 글을 볼 수 없기에 슬프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 이 곳에 반 한 것이 항즐이님의 공지문과 pgr21님의 글이었으니까요.

얼마전 친구가 묻더군요. 애인을 사랑하느냐고... 순간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사귄지 5년 여. 우여곡절도 많았고, 헤어지기도 했었고, 잊으려 유학을 생각해보기도 했던 시간들. 지금 현실적인 결혼을 생각하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나는 과연 그녀를 사랑하는가...

최근에 의천도룡기2003을 봤습니다. 마지막회에 나온 대사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제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약간 이상론에 빠진 결벽주의자이면서 완벽주의자입니다. 친구의 그 질문에 세인들이 말하는 사랑을 의미한다면 난 그녀를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스스로의 의미에서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유명한 동화가 생각나네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저는 그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세상 그 누구보다 그녀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이기적인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마도 저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사랑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녀는 꿈이 큽니다. 저도 꿈이 큽니다. 그러나 저와 그녀의 꿈은 같이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충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는 제가 수퍼맨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한정의 재정적 지원과 인내심, 그리고 사회적 지위..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아무런 방해 없이 이루기를 원하지요. 저도 그렇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 능력이 그렇게는 안되네요.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했지요.

저는 묻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느냐고.

저는 답합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돌아서면 자신이 없습니다. 저 자신에게 자신없고 그녀에게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녀가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30을 코 앞에 두고 만난 사람 중에 반했습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딱 세 사람있습니다.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이 두 사람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 한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서운해도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 1년 반이 걸렸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저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저는 답해주지 않았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저는 믿지 않습니다. 제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 이후로 저는 그녀만을 사랑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녀를 사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pgr가족 여러분.. 사랑이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습니다. 다만 먼 훗날 후회하지 않고 싶습니다. 나는 지난 날 사랑했었다고 회상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곳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먼 훗날 후회없이 난 이 곳을 사랑했다고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지 않을까요?

         - 이런 저는 사랑을 하는걸까요? 스스로에게 거짓을 말하는 걸까요?
           다만 행복이길 바랄뿐입니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사랑하고 싶은 모든 사람을 부러워하는 자가  
           결혼을 생각하며 두서없이 첫 글을 올려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물방개
03/11/30 05:08
수정 아이콘
의천도룡기 2003의 가정문 74년 생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이쁘더군요. 난생 처음으로 연예인 팬 카페에 들었습니다..^^;
03/11/30 05:10
수정 아이콘
새벽에 코딩하다가 머리 식히려 pgr을 들렀는데, 그 어떤 것보다도 고민하게 만드는 글을 보게 되었군요^^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저도 사랑했었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무계획자
03/11/30 09:11
수정 아이콘
새벽에 코딩질 -_-;
03/11/30 10:36
수정 아이콘
어렵네요...사랑.....어느 순간..솔직히 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겁나더군요. 그냥 좋아한다, 편하다, 마음이 간다..그 정도까지가 내 진심이 아닐까 싶은 ..... 사랑이라는 건..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물방개님,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면 그것은 사랑일 거 같습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곁에 있는 것조차 어찌나 힘든지요...
03/11/30 11:05
수정 아이콘
사랑은 노력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말에 공감하기에 맨처음 걸린 최면에서 깨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저도 그 사람도..
끊임없이 주문을 외웁니다..사랑한다고..
덕분에 아직 최면상태..바람이 있다면 눈감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WizardMo
03/11/30 11:42
수정 아이콘
아낌없이.. 본문관 상관이 없지만 xx가 떠오르네요...
03/11/30 12:35
수정 아이콘
경험론이지만, 인간 본연의 이기성을 포기한 사랑은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위해 스스로를 포기하는 사랑은 결국 일방적으로 퍼붓다 스스로가 지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스스로를 유지하려 합니다. 물론 상당히 비겁하고 현실도피로 얼룩져 있긴 합니다만. 결국은 나 자신이 상처받는 게 싫다는 겁니다. 저는 꽤나 뻔뻔하게 변해 가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만도 아니겠지요.
안전제일
03/11/30 14:46
수정 아이콘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전 제가 아주 소중한 순간에만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사랑하지만 그사람과 보내는 순간을 사랑한다고 느낄때 그렇게 말합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입니까. 언제나? 어디서나?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게 맞겠군요.
늘 불가능한 사랑을 꿈꾸고 늘 이루어지지않을 사랑을 찾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은 내 주위의 작고 소소한 순간들..그 순간을 공유하면서 나오는 기쁨들입니다.
나는 누구나 사랑할수 있지만 언제나 사랑할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그리고...그 누구나를 때때로 사랑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냥...제가사랑하는것은 기억과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늘 순간순간 후회하는 기억을 말이지요.
스톰 샤~워
03/11/30 16:52
수정 아이콘
어려운 건 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 어려운 법입니다 . 그냥 그녀가 좋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드신다면 사랑하는 겁니다.
Third Master
03/12/01 01:02
수정 아이콘
사랑했었다....
그런 과거형으로 만족할수있는겁니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본심이란건 점점 가리워지기마련입니다.
그럼 본능대로 하는것이 사랑입니까?

생각하는 동물... 그렇기에 동물과 차별을 두지만
어쩌면 모든것의 문제는 거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꾸 이유를 찾지 마세요...
그 이유는 또다른 이유를 낳게 되니까요...

물방개님에게 있어서 사랑이라는 어떤의미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으로 된거에요...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의 순수성에 대해 고민하는것만으로...

지금 잘해나가고있는거에요^^

사랑할수있는만큼 사랑할수있게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429 매우 허접한 MSL 결승전 후기.. [3] DesPise6763 03/11/30 6763
15428 (잡담)대한민국 영화시상식 결과... [10] 박지완6341 03/11/30 6341
15427 유로 2004 조추첨 결과및 일정나왔습니다 [27] Ace of Base7184 03/11/30 7184
15426 의미를 찾아서 [1] Ace of Base5694 03/11/30 5694
15425 글쎄요 몇대 테란 몇대 저그 몇대 프로... [20] 대마왕조아7246 03/11/30 7246
15424 테란크래프트 [17] 킁킁8083 03/11/30 8083
15423 호랑이는 호랑이 새 ㄲ ㅣ만 키운다....... [48] NOVASONIC11550 03/11/30 11550
15422 최연성 선수, 가면 벗은 당신의 모습을 저한테만 살짝 보여주세요~ [3] 분홍색도야지6794 03/11/30 6794
15419 옐로우를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6] 후니7558 03/11/30 7558
15418 테란의 양대산맥 [11] 초록새별8273 03/11/30 8273
15417 너는 강하다 그러나 나는 승리할 것이다 [5] Terran_Mind7029 03/11/30 7029
15416 주훈감독........ [18] Slayers jotang9475 03/11/30 9475
15414 옐로우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테란. [18] 정태영7950 03/11/30 7950
15413 최연성 우승 이후 오리온의 행방은... [9] 임한국9196 03/11/30 9196
15412 홍진호... 그의 10번째 결승 [12] 은빛사막8537 03/11/30 8537
15410 (잡담)대한민국 영화 시상식 예상.. (오늘 저녁6시에 생방송..) [8] 박지완5362 03/11/30 5362
15409 TG 삼보배 MBC Game 스타리그 결승전! Yellow vs oov 문자중계 [253] 막군10418 03/11/30 10418
15408 1시간 후면 기다리던 빅 매치!! [7] 50kg5223 03/11/30 5223
15407 아마츄어들에게 격려를... [3] 왕성준4966 03/11/30 4966
15404 [추천] 영화 -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 [16] Hisy6746 03/11/30 6746
15400 사랑일까요? 위선일까요? 다만 행복이고 싶습니다. [10] 물방개5215 03/11/30 5215
15399 11시간 후... [9] TheHavocWorld5601 03/11/30 5601
15398 Here comes A New Challenger! [6] kama6434 03/11/30 643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