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27 06:17:59
Name 블루Y
Subject 주변에서 전혀 접할 수 없는 스타 혼자 배우기...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 외국 살던 나는 스타를 처음 이렇게 접했다라는 요지로 글을 올렸던 블루Y입니다.

오늘은 그래서 그 후의 일을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전에 올린 글을 읽으셨던 분은 이해가 더 잘 되실듯 합니다.

-------

저의 생애 첫 멀티플레이를 마치고 다음날 학교에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 역시 멀티플레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고 자연스레 주제는 스타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죠.

나름대로 치트를 통한 싱글 플레이로 어느 정도 어떤 유닛이 있는지 알고 있던 저는 친구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 야 어때? 스타 재밌을 거 같지?
- 응... 그런대로 뭐가 뭔지 알고 나면 해볼 만한 게임 같아
- 그래. 근데 너 정말 처음 하는 거 맞어? 꽤 잘하던데...
- 잘하긴... 그냥 이것저것 해본 거지... 근데 어제 그 꾸물거리면서 쏘는 건 어떻게 막는거야?
- 아, 그거? 그거 맨 처음 나오는 건물 옆에 안테나처럼 생긴 건물 달면 기능이 하나 있는데 그 기능을 투명 유닛 있는 곳에 사용하면 공격이 가능해져.
- 아~ 그래? 어쩐지 난 그게 뭔가 해서 내 유닛에 막 뿌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

이렇게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친구에게 테란 유닛을 거의 설명해 줬습니다.

그 날 저녁. 다시 모뎀으로 접속하여 게임을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친구도, 저도 모두 테란입니다. (그나마 어떤 유닛이 있는지 아는 게 테란 뿐이니...)

가스 먼저 짓습니다. 일단 돈이 있어야 좋다는 생각에...

배럭을 짓습니다. 배럭을 보니 그동안 몰랐던 버튼이 하나 있더군요.

화살표 모양 아이콘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니 뜨는 설명 Load...

눌러봅니다.

오~ 건물이 뜨네~!!! 신기하군!!

움직여도 봅니다.

그래 됐다. 이제 그만 내려와라.

Unload를 누릅니다.

그러나... 배럭은 내려오지 않습니다.

머지?? 왜 안 내려와??

아무리 눌러도 내려오지 않자 포기하고 배럭 하나를 더 짓습니다....

그 때는 Unload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건물이 내려오는 줄 알았죠... -_-



자... 클로킹 레이스는 어제 보여주었으니 저는 다른 전략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 핵!!

저는 이제 핵을 만듭니다. 1.00 버전 때는 핵 개발 시간이 현재보다 두 배 정도 깁니다.

그리고 물론 패스트 핵도 아닙니다. 일꾼은 약 8마리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모든 건물과 모든 에드온 그리고 모든 유닛을 하나씩 다 생산합니다.

업그레이드와 리서치도 다 해줍니다. 어떤 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 알지 못하는 저로서는 일꾼은 8마리 뿐이지만 신기하게 돈은 남아돌고 그냥 노란 버튼만 있으면 일단 누르고 봅니다.

이런 식으로 첫 번째 핵이 나올 때까지 약 40분 정도 걸립니다.

모뎀이라 접속이 불안정하여 언제 끊길지 모릅니다.

.... 세이브도 합니다.

가끔 드랍 되면 다시 전화 연결해서 이어서 합니다.

이렇게 게임시간으로 40분 정도 걸려 핵이 나왔습니다. 이제 해야할 일은??

핵을 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겁니다 -_-

물론 지금까지 한 번도 교전이 없었습니다.

정찰은 고스트로 합니다.

저와 친구는 스타 할 때 항상 256x256 크기의 맵에서만 하였습니다.

어느 한 맵을 정해서 그곳의 지형을 파악하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즈만 보고 무조건 큰 맵, 그중에서도 특히 8인용 맵을 고릅니다.

왜 그랬냐고요? 크면 좋은 줄 알았죠....

한참을 헤맨 후에 드디어 친구의 본진을 찾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클로킹을 한 후 유닛이 모여 있는 곳에 핵 조준을 합니다.

친구는 난생 처음 보는 것에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 소리가 들려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합니다.

.... 퍼벙!!!

친구의 유닛은 다 사라집니다.

저는 다시 핵 버튼을 누르고 개발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합니다.

이번에는 건물을 쏩니다. 신기하게 그 시간 동안 친구 역시 유닛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커맨드 하나로 핵을 개발해서 쏘고 다시 개발해서 쏩니다.

언제 드랍 될지 모르니 세이브도 꾸준히 해줍니다.

밤은 깊어가고 게임이 길어지자 서로 합의하에 오늘 게임은 여기서 멈춥니다.

...... 그리고 다음날 오후, 다시 이어서 합니다 -_-

이런식으로 3일 동안 한 게임을 끝냅니다.

3일에 걸쳐 겨우 친구를 엘리 시키고 그동안 공격에 활용된 유닛은 핵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스스로 테란의 황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테란은 재미 없고 할건 다 해봤다... 앞으론 저그를 해봐야지!!


다음날 드디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합니다.

저는 저그... 친구는 여전히 테란...

맵은 이번에도 역시 8인용 256x256 맵 중 하나를 고릅니다.

게임 시작.

이전에 미션으로 저그를 해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치트키로 주어진 유닛만 가지고 컴퓨터를 무찔렀기 때문에 건물을 짓는다거나 하는 것을 전혀 모릅니다.

하나 하나 해봅니다.

그래도 이해는 빨라 라바가 유닛으로 변한다는 것은 바로 압니다.

익스트레터를 지어봅니다.

어라?? 얘는 일꾼이 건물로 변하네?

스포닝도 지어봅니다.

저글링을 뽑을 수 있게 됩니다.

6마리를 뽑아봅니다.

정찰? 당연히 안 합니다. 일꾼? 여전히 8마리에서 늘어나지 않습니다.

라바를 선택해 봅니다.

드론, 저글링, 오버로드... 이 세 가지만 노랗게 되어있고 나머지는 아직 회색입니다.

오버로드를 잔뜩 뽑습니다. 공격 유닛인 줄 알고 라바가 나오면 오버로드만 뽑다가 어느 순간 우연히 숫자를 보고 밥집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 다른걸 뽑아보자...

라바를 선택하니 아직 뽑을 수 없는 유닛 중 박쥐같은 것이 보입니다.

저걸 뽑아야지... 마우스를 뮤탈 버튼 위에 올려놓으니 Spire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드론을 선택하여 고급건물 짓기 버튼을 누르고 스파이어 모양 위에 마우스를 올려봅니다.

필요조건: 레이어...

레이어라... 드론으로 이제 레이어를 찾아봅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군요...

도대체 레이어가 어딨다는 거지??

해처리가 변한 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저는 결국 드론으로 레이어를 지으려다가 포기하고 맙니다.

허무함에 다시 라바를 선택합니다.

내가 생산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 유닛... 저글링...

그래 이것만 잔뜩 뽑자... 그래서 잔뜩 뽑습니다... 그래봤자 해처리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지만요...

저글링을 약 6부대 정도 만들었습니다. 제 생애 그렇게 많은 유닛을 뽑아 본 적은 처음입니다.

자~ 이제 공격을 해볼까~

저글링 몇 마리를 선택해 친구를 찾으러 갑니다.

먼가 이상합니다.... 저글링들이 해멥니다...

왜 이러지? 왜 앞으로 안 가는거지?

....... 섬맵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허탈함에 그냥 저글링만 뽑습니다. 레이어의 존재를 모르니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히드라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 보여.. 난 뮤탈을 뽑고 싶은데 드론은 레이어를 만들 수 없다니...

어느덧 섬 전체가 저글링으로 뒤덮여 있었고 한참을 기다리니 친구의 베틀크루저 한부대가 날라옵니다.

저글링들을 섬 전체에 패트롤 시켜 놓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친구는 황당해 합니다. 이상한 개들만 뛰어다니고 있으니...

제가 한마디 해줍니다

- welcome to Jurassic Park!!


생애 첫 멀티플레이 게임 패배를 맛 본 그 후로 저는 이해 할 수 없는 저그를 포기하고 그 다음날 부터 플토를 시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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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03/11/27 07:42
수정 아이콘
welcome to Jurassic park-_-b 너무 웃기네요^^
03/11/27 09:55
수정 아이콘
로그인하게 만드는 군요.
흥미있습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내요.
PeculiarDay
03/11/27 09:59
수정 아이콘
으하하하하! 글의 재미가 대단히 긍~정적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write 권한을 자랑이라도 하듯 회사와서 처음 한 일이 pgr21에 와서 코멘트 남기기였고(방금 전), 지금은 블루Y님의 글을 보고 핍핍핍 거리며 웃음 참고 있습니다. 이러다 잠시 후에 상사에게 잔뜩 깨지는 거 아닐런지 원. ^^;
Naraboyz
03/11/27 10:07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습니다 +_+
노는여우
03/11/27 10:32
수정 아이콘
정말 신선합니다 3편기대됩니다!!
PianoFortE
03/11/27 11:40
수정 아이콘
Welcome to Jurassic Park...ㅠㅠb
bilstein
03/11/27 12:25
수정 아이콘
블루Y님 동유럽국가에서 사셨다고요? 저도 폴란드에서 몇년간 살았었는데...궁금한 점 있으시면 쪽지 보내주세요.^^
스킨쉽-_-v
03/11/27 13:05
수정 아이콘
하하. 정말 재밌네요. 저는 대학교 때 남자아이들과 놀면서 정말,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타를 배웠었답니다. 피씨방만 가면 그애들은 스타를 했고, 저는 한게임 테트리스를 하다가. 저의 서바이벌 정신을 발휘해 저그라는 종족을 마스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저도 그 때는 오버로드가 밥집이라는 걸 모르고 미네랄은 계속 남아 도는데 저글링이 안 뽑힌다고 징징거리고, 모든 해처리를 레어로 만들기도 했었지요... -_-
Dream_Slayer
03/11/27 13:19
수정 아이콘
비슷한 경험이 있죠~. 프로토스에 차츰 질려 저그란 종족을 처음 해본 친구와 저는 섬맵에서 서로 공중전을 하리라 마음 먹었죠. 그후 생산된 가디언과 디바우어의 교전 -_-;; 무사히 상대방의 본진에 입성한 2부대씩의 공중유닛들.... 정말 황당했던 기억입니다. 물론 패배는 디바우어 2부대를 뽑은 저입니다.
프리징
03/11/27 14:01
수정 아이콘
무지무지 잼네여~!!
03/11/27 15:49
수정 아이콘
스킨쉽님// 저와 매우 비슷하시군요....살아남기위한 스타.!!! 전...플토로시작했는데 건물 못지었던게 기억나네요.... 왜 안지어져.. 파일런 근쳐에 지어.....파일런이 모야.... 어디까지가 지을 수있는야..다이야몬드 찍어봐....이런게 엊그제 같다는.....^^;;; 그래두 전 다른 특이한 경험은 없네요....
하늘아이
03/11/27 16:16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네요. Welcome to Jurassic Park..
그상황이 상상이 되서 너무 웃겨요.. ㅜ.ㅜ
저도 그 비슷한 경험을 해서.. ^^;
워3를 처음 하던날.. 알지도 못하는 맵에서 하게 되었는데요.
그때는 정말 워3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때라서 워든뽑고 아처만 90가까이 뽑아서 이제 공격가야지.. 했는데.. 아무리 어택땅해도 트리주변만 맴돌더라구요.
어택땅하고 딴짓하다가 한참뒤에.. 섬맵이란걸 깨달은.. ^^;;
블루Y님의 글이 기다려지네요.. ^^
미네랄은행
03/11/27 16:18
수정 아이콘
제가 스타를 처음 접한건 군대에서 백일휴가 나와서였습니다.
나중에 부대내에 제가 마음대로 다룰수 있는 컴퓨터 한대가 있게되서 군바리정신으로 스타를 배웠죠.
부대내의 스타관련 이론서적 3권을 독파하고 스타 잘하는 신병들 데려가 이것저것 물어보며 배웠었다는...-_-
제가 있던 곳에 제 직속 후임병이 두명있었는데, 그 둘이 저보다 월등히 잘해서 많이 배웠었죠. 저 제대하고 몇달후에 부대 놀러가서 그 두친구들 데리고 나와 밥사주고 스타하는데 1:2로 싸워서 제가 이기더군요...-_-
역시 사회와 군대는 달-_-라.
03/11/27 16:20
수정 아이콘
저는 왜 저그만 수송선없냐고 친구에게 탓하다 그만두고 플토로 바꾼기억이 -_-;
스위스
03/11/27 18:17
수정 아이콘
저는 사이언스 베슬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르네요.
오리지날 싱글모드에서 미션 수행을 1단계부터 시작하며
스타를 하나씩 배워가던 무렵이었는데요,
미션 단계가 올라가며 보다 진보적인 유닛과 기능들이 추가 되는데,
어느 단계에선가 베슬이 나왔답니다. 딱 농구공처럼 보였죠..
제가 클릭을 하지 않으니,, 움직이지도 않고,,,가만히 떠 있기만 하는데
(당시 저그나 플토의 유닛들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아아앗...이상한 놈이 나왔네? 이게 아군이야 적군이야...-_-;;"
...... 이러면서
처음에 보자마자 마린으로 공격해서 베슬을 터트렸습니다. 당연히 결과는 미션수행 실패.
그 다음 미션 도전때는 베슬을 찍어보니 제 뜻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더군요.
"아......내 꺼였구나.......그런 걸 모르고 죽였었네."
하지만 도무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모드였습니다.
적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멍하니 있는 베슬..
사태가 심각해지자, 저는 베슬로 뭔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에잇 아무거나 눌러보자..뭔가가 발사 되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적들에게 쓴 것은 바로............
'디펜시브 메트릭스'...... 쿠쿠쿳. ^^;;;;;
적들마저 사랑한 저의 무식한 애타심(愛他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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