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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11 05:47:25
Name kama
Subject [짧은 글]그 후...... - 강민 편
  크헉.....불의의 사건으로 휴가가 팅겨버리고 홀로 부대에 남은 kama입니다ㅜㅜ/ 흠냐 예전 SKY2002 이후로 다시 한 번 결승전에 가보나 했더니만 결국 신분의 벽?을 넘지는 못하는군요. 그래도 TV로나마 봤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까 합니다.(패러독스에서의 경기는 아직도 못봤어요~ㅜㅜ) 그래서 그 아쉬운 마음을 이런 별거 아닌 소설로 때울려고 합니다. 원래는 통합해서 쓸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인물별로 나눠씁니다^^; 재밌게 봐주시길. 그리고 보시면 알겠지만 기본 베이스는 예전 본인으로 하여금 땅바닥을 뒹굴게 했던 공룡 님의 명작입니다. 새삼 느끼는 대단한 필력이더군요. 그럼 이만~(역시나 오타 등의 태클은 환영입니다~!)




    그 후......- 강민 편


   그는 자신을 향하여 무섭게 날아들어오는 다리를 아슬아슬한 시간차로 막아냈다. 위험했다. 제대로 맞았다면 위험했을 정도로 놀랄만큼 깔끔하고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두번째로 날아온 정권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이 역시 그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피하는데 성공했다. 이런이런, 적어도 저번 패배의 휴유증은 없는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세번째, 네번째 공격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공격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있고 그 연결은 부드럽다. 이건 완전히 때려눕히겠다는 각오다.
  
  퉁, 정권을 막자 몸이 살며시 뒤로 튕겨나간다. 아차차, 이번 정권 공격은 막았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제대로 방어했음에도 아찔한 충격이 뇌를 뒤흔든다. 이거다. 녀석이 예전에 영웅과 무서운 일전을 벌이고 배워왔던 것은. 예전에 녀석에게는 가공할 기교와 무시무시한 내공이 있었지만 이렇게 상대를 경악해하는 힘은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전에서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그 후로 녀석의 공격은 영웅에, 예전의 그 가림토에 버금가는 힘이 존재하였다. 이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겠군. 긴장감에 입맛을 다진 그는 위협수를 걸어 거리를 조절한 후, 내공을 돌렸다. 그의 찬란한 공력이 두 팔에 엉기며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가 광휘라는 또하나의 칭호를 얻게된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게 공력을 돌리며 전투태세를 갖추는 사이 새삼스럽게 머릿속을 떠돌던 의문이 서서히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결론은 내려졌다. 저녀석 미쳤나?

  
  무림계의 내노라하는 명문 지오(地悟)의 분위기는 매우 조용했다. 아니, 썰렁했다는 것이 더 좋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원래대로라면 축제의 분위기가 됐어야 마땅하지만......출발은 좋았다. 무공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지만 제대로된 무투장에 서지 못해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고로시(高路柴)가 오랜 잠복기를 떨처내고 당당히 무림최고의 무투회장에 서게된 것이다. 각 개인이 아닌 문파간의 자웅을 겨루는 무대에서도 지오는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지오의 간판이자 대들보 역할을 해주고 있는 제로수(帝路水)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무림계의 라이벌 무명(無名)에게 연달아 일격을 당하면서 차기 온개임내(溫憩林乃) 대회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초반부터 왠지 불안한 기색을 내보였던 그가 결국 어린나이에도 그 실력이 존중받아 신흥문파 개이택(開二澤)의 대형이 된 무명의 강한 기운에 무릎을 꿇었던 상황. 이때부터 약간씩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였던 지오의 상승세는 자신, 포유(包流)가  역시 제우수(祭雨水)에게 패배하면서 극에 달았으며 결국에는 최후의 보루로 믿었던 녀석, 날라(捏羅)가 그토록 고대했던 온개임내 결승무대에서 오리온(晤璃蘊)의 강담(江談)에게 석패를 했던 것. 비록 그 후 제로수와 자신이 부리미어(不理美語)무도장에서 승리를 따내면서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아냈지만 그렇다고 연달은 패배의 침묵을 구원하기에도 뭐한 상황이었다.
  
  그래서였다. 자신이 날라에게 다가간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 지오 중에서도 가장 침울해있을 사람이 날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의 기세를 유지하고 평정심을 지키는데 누구보다 능했던 녀석이기에 겉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느끼는 상실감이 더욱 크리라. 하지만 자신이 미처 어떤 위로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를 본 날라는 몸을 일으키며 무도훈련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귀뚜라미도 숨을 죽이는 차가운 새벽공기와 보석처럼 윤이나는 별들로 가득한 그 무도장에서 녀석이 한 짓거리는 위와 같다. 다짜고짜 일격을 날린 것이다.

  

  미친건 아닌 것 같군. 이렇게 숨막히는 공격을 하는 것을 보면. 기분나쁜데 건들인 것일까나? 아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정도로 뚜껑이 열릴 놈은 아니다. 어느때는 너무 냉정해보여서 한기마저 느끼게 하는 놈이 아닌가. 물론 그 냉정 뒤에는 누구에게 못지않은 승부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순간, 갑자기 날라의 공격연계가 부드러워진다. 이건......크흑, 기공이 도는 팔로 막았음에도 역시 살며시 두 팔이 져려온다. 녀석의 특기인 몽환류(夢幻流)다. 빠르거나 위협적이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연속공격은 그 자체만으로 상대를 환혹시켜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의 공격에 먹혀들게 만든다. 나 역시 꾸준히 녀석의 무공을 보지 않았다면 쉽사리 휘말렸을 것이다. 이런 녀석을 이겼다는 강담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질 정도......재차 날아오는 공격들. 이 기술을 힘으로 맞선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오히려 비공술을 발휘해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기술의 장단을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얍, 완벽한 착지에 이은 빠른 자세정돈.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녀석은 더이상 달려들지 않는다. 다만 가만히 서서 숨을 고를 뿐이었다. 공들여서 폼 잡은 이유가 없어지잖아. 그런 어설픈 생각을 하던 도중, 녀석이 입을 열었다.

  "넌 강한가?"

  ......역시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이런 경우 어떤 대답이 나올까. 대마왕 포예보(鋪睿步)라면 '그걸 몰라서 묻냐!'라고 했을 것이고, 황제 박서(璞瑞)라면 '그 대답은 네가 증명할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글쎄.

  "누구보다 네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 그렇지......"

  응답을 한 녀석은 다시  침묵에 빠져든다. 설, 설마......정말 내가 강한지 고려하고 있는 것일까나.....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녀석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난 강한가?"
  
  적어도 이런 질문에는 생각이고 뭐고 필요없다. 머리에 박혀있는데로, 가슴이 느끼는대로 대답하면 그만이다.
  
  "물론. 넌 내가 아는 누구보다 강하다."

   흠냐, 내가 말을 하자 녀석이 방그래 웃는다. 험......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 죽일듯이 덤비고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 주제에 그렇게 웃으면.......용서할 수 밖에 없잖아? 순간순간 보이는 무서울 정도의 차가움마저 순식간에 녹여버릴 그런 따뜻한 웃음을 날라는 지었다. 그리고  몸에 맴돌던 매서운 기공마저 모두 풀어버린 상태에서 녀석이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온다.

  "포유."
  "왜?"
  "사람이 하루에 꿈을 몇 번이나 꾸는지 알고 있어?"
  "글쎄, 잘 때마다 한 번 씩 꾸지 않나?"
  "틀렸네요. 적어도 세네번, 많을때는 그 이상의 꿈을 꾼다고 하더군. 사람이 기억하는 꿈은 그 중에서 가장 강하게 뇌에 인식된 꿈이고."
  "흠, 그런가보군. 그나저나 갑자기 왠 꿈타령이냐."
  
  녀석, 대답은 하지 않고 기지개를 쭉~한 번 피더니 대전(大殿)쪽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뭐냐. 갑자기 이런 곳에 데려와서 다짜고짜 공격하고 이상한 말 지껄인 다음에 정겹게 웃고 그리고 말없이 사라지는거냐. 자신이 알 수 없는 놈이라고 선전하는 것도 아니고......그때였다. 깊고 진한 밤하늘 너머로 날라의 목소리가 날아온 것은.

  "이제 하나의 꿈이 끝났을 뿐이야."

  .......나는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자신의 전설은, 세상에 가장 강하게 인식될 진짜 꿈은.......그러니 위로따위는 필요없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후, 나는 텅빈 무도장에서 자세를 잡았다. 새벽공기에 폐에 들어와 머리를 맑게 해준다. 허공에 팔을 흩뿌린다. 진각이 공기를 타고 파동을 만든다. 녀석과의 일전으로 알맞게 풀렸던 몸은 기분좋은 소리를 낸다. 그렇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녀석의 꿈은, 그리고 나의 꿈도. 지금까지의 패배, 지금까지의 좌절은 앞을 위한 토양으로 삼으면 된다. 이제 시작될 것이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이, 그 순간에 나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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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_Storia
03/11/11 07:09
수정 아이콘
-_-)b
IntiFadA
03/11/11 07:58
수정 아이콘
원츄~ 재밌네요^^
정현준
03/11/11 08:23
수정 아이콘
와~ 정말 대단대단!! 이런 글 쓰시는 분들은 도대체 머리 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해요 -_-;;
ps. 이건 다른 얘기인데 전 왜 자동 로그인이 안될까요? 다른 곳은 괜찮은데 pgr만 항상 안되네요. 맨날 로그인할때마다 자동 로그인 사용하겠다고 하고 또 그러네요 -_-a
물빛노을
03/11/11 09:40
수정 아이콘
우하~ 멋집니다~!
03/11/11 09:58
수정 아이콘
무협에서 느껴지는 로망은 남자를 미치게 하는 군요...어서 풍신퇴수련을 마쳐야 하거늘...
냉장고
03/11/11 10:32
수정 아이콘
'저녀석 미쳤나?'에서 풋~하고 웃음이..^^ 정말 잘 쓰시네요
온리시청
03/11/11 10:35
수정 아이콘
거짓말을 하시다니....길어요~~ 농담입니다....^^;;
글을 아주 재미있게 잘 쓰시는 군요....덕분에 즐거웠습니다....^^
하늘아이
03/11/11 10:47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 pgr에 오면 이런 색다른 즐거움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네~ 강민선수 이제 단 하나의 꿈이 끝났을 뿐입니다~!
스캔러쉬
03/11/11 18:28
수정 아이콘
고로시가 누구인지 잠시 생각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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