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부터 영어공부하던 세대입니다.
저희 삼촌 세대만 하더라도 '옆집 아들은 사전을 들고다니며 외더라'였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영어 단어장 들고 다니던 것이 미덕이었죠. 그래서 출판사마다 별별 종류의 휴대용 단어장을 찍어냈었습니다. 다양한 '기억력' 강좌도 기억나네요. 요즘은 영어 학습 시장은 어떠련가요. 사실 뭘 들고 다니던, 결국에는 생판 처음 보는 단어와 마주해야 할 때의 공포감/거부감은 똑같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 기억이란 게 참 묘하더라고요.
전 개인적으로 전자 사전이란 걸 쓰지는 못하고 종이 사전으로 공부를 했었는데, 모르는 단어를 찾다 보면 책의 특성상 다른 단어들도 어쩔 수 없이 지나치게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별 생각없이 그저 눈에 걸린 단어였을 뿐인데 생생히 기억나는 단어가 있고요, 반면 정확히 그 단어를 향해 페이지를 넘기고 손가락을 짚어가며 일점사해서 뜻을 알았는데도 절대!!! 외워지지 않았던 단어가 있었습니다.

하도 오래 전이라 여러 가지가 기억나는 건 아닌데, 전 어쩌다 본 abridge란 단어는 아직도 외우고 있는데, ballot이란 단어는 정말 20번도 넘게 찾았던 것 같습니다. smuggle이란 단어도 그냥 본 단어인데 아직도 '밀수'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반면 canine은 정말 단어 뜻처럼 외워지지 않더군요.

단어는 아니지만, 불어를 공부할 때는 남녀 구분이 그렇!!!게 외워지지 않아서 작문 시험을 볼 때 머리 쓴다고 전부 남성형으로 썼는데, 선생님이 '게으른 녀석'이라고 멘트를 달아주시던게 아직도 기억이 나고요.
그나저나 쓰다보니 요즘은 네이버 사전만 찾아서 '보너스'로 얻는 단어가 없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 사전 좀 다시 뒤적여야 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지독하게 궁합이 맞지 않았던 단어가 있었나요? (아니시라면 슬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