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10/09 16:22:42
Name 눈시BBbr
Subject [오늘] 한글날

http://cafe.naver.com/sakcafe/23352
요건 대왕 세종 거 ( - -)= 취향에 따라 고르시어요

작년에 세종대왕님과 훈민정음에 대한 글을 여러 차례 올린 적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꽤 신선 내지 급진적인 주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만.

기존의 훈민정음에 대한 이미지는 이렇죠. 세종대왕께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뛰어넘는 정신을 가졌고 한문을 대체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드셨지만, 기득권 양반들은 그걸 천시했고 조선이 망하기까지 천한 것들이나 쓰는 문자로 묻어버렸다는 것이요.

이게 참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근거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그 정도로 밀어붙였느냐는 것, 다른 하나는 훈민정음이 그 정도로 제대로 쓰이지 않았느냐는 것이죠. 두 가지 부분 다 아니라고 봅니다. 세종은 한문을 밀어내려 하지 않았고, 훈민정음은 정말 폭넓게 쓰였습니다.


훈민정음의 가장 큰 의의는 "통합"입니다.

한자의 발음부터 순우리말의 발음들까지, 당시까지는 확실한 기준이 없었습니다. 계층별로, 지역별로, 학파별로도 많이 달랐겠죠. 훈민정음은 그 기준이 돼 줬습니다.


위로는 양반들은 물론 세자를 비롯한 왕족들, 아래로는 글을 배울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 (그것도 쉬운 건 아니었지만) 가 있는 평민층까지, 28자만 배우면 통일된 문자와 글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승님, 훈장님의 발음만 따라하는 걸 넘어서 확실한 기준이 만들어진 것이죠.

조선은 이렇게 "민족"이 만들어지던 시대였습니다. 근대적인 의미의 민족과는 분명 다르지만, 그 속을 보면 비슷하게 흘러갔죠. 외적으로는 국경선이 확실히 만들어졌고, 내적으로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으면서 동질감이 형성됐죠. 과거를 위해 전국의 선비들이 서울로 갔고, 낙향한 선비들은 서울에서 배운 것들을 지방에 퍼뜨렸습니다. 피지배계층이야 북쪽으로 이사하라 하면 가고 -_-; 어느 지역에서 국방의 의무를 하라 하면 갔죠. 고려 때까지도 잔존했던, 봉건 시대처럼 자기 지역에서만 노는 게 사라져 갔던 시대입니다. 하다못해 순혈주의 같은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보이는 문제점들도 나타났구요.

훈민정음은 그 밑바탕이었습니다. 한문의 위상을 뛰어넘진 못 했지만, 왕족이든 양반이든 훈민정음을 모르면 한문을 배울 수 없었죠. 이 한문조차도 중국에 사대적인 어쩌고가 아닌 조선에 녹아든 "조선의 것"이 됐죠. 훈민정음을 통해 한자의 발음이 조선에 정착됐고, 남녀노소 신분귀천을 가리지 않고 알아야 되고 알 수밖에 없는 문자가 됐죠. 오히려 이렇게 널리 퍼졌기에 희소성이 중요했던 계급 사회에 무시당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근대가 돼 가면서, 중화라는 세계관이 무너지면서, 이 훈민정음은 지금의 한글이 됩니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로요. 한민족을 한민족으로,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있게 해 준 것이죠.


"오늘날 나라의 바탕을 보존하기에 가장 중요한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이 지경을 만들고 도외시한다면, 나라의 바탕은 날로 쇠퇴할 것이요 나라의 바탕이 날로 쇠퇴하면, 그 미치는 바 영향은 측량할 수 없이 되어 나라 형세를 회복할 가망이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 나라의 말과 글을 강구하여 이것을 고치고 바로잡아, 장려하는 것이 오늘의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참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근대라는 격변기 속에, 식민지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말이죠. 아쉽게도 시간관계상 (준비 못 했어요) 미뤄야겠네요. 언제냐면... 내년 한글날 정도? (...)

뭐... 준비한 게 없어서 짧게 쓰는 거지만 - -a 더 긴 말이 필요 있을까요?

우리가 쓰는 말에 가장 잘 맞춰진 우리의 글, 세종대왕 때부터 오래동안 갈고 닦인 우리의 글, 근대의 그 힘든 시절에도 지키고 발전하며 정착된 글, 그게 우리의 한글입니다.


오늘만큼은 세종대왕님부터 주시경 선생님까지, 훈민정음부터 한글까지 우리의 글을 만들어주신 분들을 찬양하자구요 /0/


덤으로 작년에 인증한 훈민정음 티셔츠 ( - -)

==================================

제게는 더 뜻 깊은 게,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예요 >_<; 이래서 제가 국문과 간 건 운명이라고들 하더군요 (...) 그 땐 휴일이었는데 왜 ㅠㅠ

... 38선은 오늘 안에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예비군 훈련 갑니다. ㅠ 갔다올게요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0-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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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09 16:25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의 훈련장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나썬이여. 나는 깨우친 예비군 중대장이오~
눈시BBbr
12/10/09 16:29
수정 아이콘
앙대 ㅠㅠ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켈로그김
12/10/09 16:30
수정 아이콘
순순히 삼선일치를 시키시고 고무링을 착용한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눈시BBbr
12/10/09 16:33
수정 아이콘
에이 왜 그럼까? 좀 봐주시면 안 됨까?
... 고무링 어디갔지 ㅠㅠ;;;
12/10/09 16:35
수정 아이콘
전 좀 편하게 받아보겠다는 꼼수로 8월 초 선택했다가 윗선에서 감사 나와서 풀로 일정 채웠....
폭염특보가 뜨고 밤에 더워서 잠도 못자던 그 8월 초에 말입니다. 엉엉ㅠㅠ

한글날에 맞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래야 pgr이죠. 흐흐.
눈시BBbr
12/10/09 16:37
수정 아이콘
전 적당히 가을이구나 해서 좋아했는데 춥다고 하더군요 ㅠ;; 감기 걸렸는데 괜찮으려나;;;
급히 만든 글인데 다행이네요 >_<;;; 감사합니다~
사티레브
12/10/09 16:35
수정 아이콘
한글날을 기념해서인지 문자올림픽에서도 1등을 했다고 흐으
눈시BBbr
12/10/09 16:37
수정 아이콘
으흐흐 역시 완소 한글 >_<
눈시BBbr
12/10/09 16:47
수정 아이콘
어엇 (...)
설탕가루인형
12/10/09 16:40
수정 아이콘
엉엉 한선규씨...아니 세종대왕님 한글 정말 감사합니다.
12/10/09 16:45
수정 아이콘
간송미술관을 만든 분이 훈민정음 원본을 보관하고 계셨다더군요.
http://ebs.daum.net/knowledge/episode/1125
TWINSEEDS
12/10/09 16:50
수정 아이콘
전 저번주 훈련으로 6년차 끝났는데 좀 아쉽네요. 예비군 훈련 또 가고 싶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2/10/09 17:46
수정 아이콘
동대에 전화하시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제도가 있다네요
김어준
12/10/09 17:19
수정 아이콘
적지 않은 나이지만 ... 한글에 대해서 정말 모르는게 많습니다. 꼭 국문학과를 가야지 좀 더 자세히 배울수 있는지..
아니면 홀로 터득을 해야하는지...알고 싶은데 마땅한 조건이 없습니다.
Je ne sais quoi
12/10/09 17:36
수정 아이콘
이렇게 의미있는 날이니 다시 공휴일로... ^^;;;
지나간자리
12/10/09 17:46
수정 아이콘
그렇죠.. 한글에 관한 글이 없으면 안되죠. 편안하게 보고갑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2/10/09 17:59
수정 아이콘
10년 피지알 하면서 정작 한글날에 관련글이 올라온 건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중에 이런 글이 올라오니 반갑네요 이번에도 잘보고 갑니다
Philologist
12/10/09 18:18
수정 아이콘
일본 학자이긴 하지만 노마 히데키 선생의 '한글의 탄생'이란 책을 추천합니다. 아주 재미있고 얻을 게 많은 책입이다.
바로 옆에서는 훈민정음 학회를 하고 있네요.

참고로 며칠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글자를 기념하는 날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불가리아에서도 자신의 문자인 키릴 문자를 기념하는 날이 있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사족으로 보통 훈민정음의 연구자는 훈민정음을 제시할 때, 해례의 첫 장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아주 깨끗해서 보기 좋은데 왜 그럴까요? 해례의 첫 두 장은 후에 만들어져서 붙여진 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3장을 잘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그건 3장이 너무 더럽기 때문입니다. 3장부터 뒤로 한 열 장 정도는 정말 더럽습니다-_- 뒷면에 글자 연습을 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광화문 세종대왕님은 훈민정음 몇 장을 펼쳐들고 계실까요?
12/10/09 19:31
수정 아이콘
한글날과는 별개지만, 얼마전에 서프라이즈에서 '말모이 작전에' 대해서 방송하는 것을 봤습니다. 짠하더군요 ...
그리고 한편으로 씁쓸했습니다. 선조들이 저렇게 우리 말을 지킬려고 목숨까지 걸었는데 .. 지금 우리는 뭔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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