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02/01 10:13:22
Name 진돗개
Subject 도루묵? 은어! - 진돗개가 들려주는 민물고기 이야기
임진왜란때 수도를 버리고 피난가던 선조가 도중에 식사를 하는데, 근처 강에서 잡은 생선을 진상받았다.
그 맛에 감동한 선조가 이 생선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묵'이라고 한다고 했다.
선조는 이 끝내주게 맛있는 생선에게 그런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하여 손수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왜란이 끝나고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는 은어의 맛을 잊지못해 대령하라 일렀는데, 수랏상에 올라온 은어가 너무나도 맛이 없어 '이것을 도로 묵이라고 하라'는 어명을 내렸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엔하위키


-------------------------------------------------------------------------------------------------------


민물고기중에 가장 성질이 '간질'맞은 은어입니다. (욕은 필터링이 되는군요.)


이 친구는 정말 성질이 더러워서 자기 공간안에 들어온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짜증을 부립니다.

딴에는 초식성이라 잡아먹진 않는데, 주둥이로 물어 뜯고, 몸으로 툭툭 치고, 별 짜증을 다냅니다.



그래서 나오는게 은어낚시.

보통 낚시는 미끼(지렁이 등)를 써서 낚지만 이 친구는 실제 은어 토막(씨은어)이나, 가짜 은어를 끼워 던지면

말그대로 '열심히 몸으로 쳐박다가' 낚시에 걸리게 됩니다. (이 뭐 병...)


근데 한국은 이 은어낚시가 그렇게 활발하지 않아, 계곡에서 은어낚시하시는 분을 보면 일본인일 경우가 많더군요.



거기다 이 '간질'맞은 친구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잡아서 물밖에 공기좀 맡으면 죽습니다. (낚시가 아니고 투망/그물로 잡은 후에 바로 수조에 넣어도 이 친구, 무어이 그리 급한지, 갑니다.)

망할놈.

그런데 거기다 참 우스운건

이 친구는 신선할때 아니면 특유의 '수박향'을 맡을수가 없다는겁니다.


은어는 잡고나서 바로 배를 따면 내장에서 '수박향'이 납니다. 이건 정말 진실 로레알

민물고기라 '횟감'으로는 조금 부적절하지만, 옆에서 배따는 향만 맡아봐도 이거 참 '향긋하다'는 느낌이 든다지요.


아마 선조는, 산지에서는 바로잡은 '수박향'이 나는 '은어'를 맛보고

수도에서는 잡은 지 좀 된 '묵'을 먹지 않았을까 싶네요.


---------------------------------------------------------------------------------------------------------



"아부지, 하늘이 시커먼게 비올라 카는데요."

"안그래도 오늘 비온다 카드라, 이거만 잡고 철수하자."

"예."


시커먼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으레 '번쩍' 한다.

-우르릉

"아부지, 번개치는데요."

"봣다 임마, 있어봐라 이제 걷자."

-번쩍
-우르릉

이번엔 진짜 바로 눈앞에 '낙뢰'가 떨어졌다.

그것도 우리가 물을 담그고 있는 강 상류쪽으로,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아마 물에 떨어졌으면 나랑 아부지는 감전되서 죽었었을꺼다.


"아부지, 비 마이 옵니다."

"다됐다 임마, 일단 그거 들고 올라가서 차에 타있어라."


차에 타자마자 비린내가 쩔어있는 옷들을 갈아입으니 아버지가 올라오셨다.

"아부지는 옷안갈아입습니까?"

"........ 차가 못나갈꺼 같은데...."

"네?"


그랬다. 워낙에 외진곳에 있다보니 도로랍시고 포장된곳에 흙이 가득 내려온데다, 비가 갑자기 쏟아져 진창이 되어버린것이다.

덕택에 말도안되게 산골속에 '고립'이 되어버린것이다.


"어얍니까..."

"레카 올때까지 은어 배나 따자...."


그 날, 천둥치고 번개치는 폭우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좋게 은어배를 땄습니다.

아..............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2-05 10:27)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2/01 10:2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12/02/01 10:43
수정 아이콘
몇몇 요리 관련 만화에서 신선한 은어는 수박향이 난다는걸 보긴 했는데 정말인가보군요. 수박 덕후라 한번 겪어보고 싶은데 으음 ;;
PoeticWolf
12/02/01 10:57
수정 아이콘
으하하. 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가득하네요! 수박향에, 아버지와 낚시에, 부자의 빗속 물고기 배따기에!! 모두 정겹네요. 감사합니다.
맨유냐스날
12/02/01 11:1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낚시 가고 싶어지네요.
퀘이샤
12/02/01 12:33
수정 아이콘
은어의 먹이가 되는 물속 자갈에 붙은 조류(이끼 비슷한)가 수박향의 원인이 되는 것 같더군요.
일전에 다큐에서 보니 그 조류가 풍부한 곳에서 잡힌 은어는 수박향이 강하고,
다소 수질이 좋지 않아서 그 조류가 적은 곳에서 잡힌 은어는 수박향이 덜하다네요.

은어낚시와 관련한 동영상(제대로 된) 한번 보시면 30% 정도는 화면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일본에서는 은어낚싯대 하나에 천만원 넘는 것도 수두룩 하죠.
될대로되라
12/02/01 12:40
수정 아이콘
은어를 날로 먹기도 하더군요.
어느 지방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식당에서 식사 외에 대접에 살아있는 은어 3마리씩 담아 내오더군요.
사람들은 그걸 날로 먹구요. 먹는 방법이 머리부터 입에 넣고 쪼옥 빨면 은어가 저절로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전 시도 못했습니다.
IVECO-Stralis
12/02/01 13:57
수정 아이콘
바다낚시가서 고기 잡아서 회를 치면 역겨운 냄새때문에 코를 휴지로 막고 회를 치는데
배를 따는데 수박향이 난다라..... 정말 맡아 보고 싶네요.그리고 먹고도 싶고..
바다에 사는 도루묵하고 이름이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34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포기하지 마세요! [19] Xyrosity10475 12/02/11 10475
1333 한국의 서비스업에 대한 개인적 단상 [31] 로렌스9880 12/02/11 9880
1331 암호를 대란 말이다! [43] PoeticWolf11117 12/02/10 11117
1330 치킨샐러드를 먹어봅시다. [24] Love&Hate10359 12/02/09 10359
1329 안녕, 내사랑 [43] happyend10562 12/02/07 10562
1328 [모호한 소리] 이 따위로 자란 이유 [18] PoeticWolf8325 12/02/07 8325
1327 아버지와 아들 (上) [10] happyend6729 12/01/28 6729
1326 아버지와 아들 (下) [14] happyend6369 12/02/02 6369
1325 영어 공부 하시는 분들을 위한 추천 사이트와 뉴스 [17] 복제자11915 12/02/02 11915
1324 [아듀 MBC 게임] 11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MBC 게임이 오늘부로 폐지됩니다.. [81] k`11681 12/01/31 11681
1323 오늘, 헤어지는 날...입니다. [42] My StarLeague10449 12/01/31 10449
1322 도루묵? 은어! - 진돗개가 들려주는 민물고기 이야기 [13] 진돗개7791 12/02/01 7791
1321 맞벌이를 그만둘수밖에 없는 이유... 육아 전쟁 [55] 無의미11729 12/01/30 11729
1320 실수로 계좌 이체를 잘못 했을때의 대처법(현직 금융권 변호사입니다) [53] 호가든38661 12/01/26 38661
1319 카페베네의 커피는 왜 신걸까? [69] nickyo16083 12/01/26 16083
1318 이 나이에 벌써 빚이 얼마야? [104] PoeticWolf15348 12/01/25 15348
1317 적에게 나의 기호식품을 알리지 말라 [26] PoeticWolf11203 12/01/24 11203
1316 MSL 10년을 말한다. - 2부 : 기억해야 할 MSL의 한 단면 [17] Alan_Baxter7446 12/01/26 7446
1315 MSL 10년을 말한다. - 1부 : 기록으로 본 MSL의 역사 [20] Alan_Baxter8300 12/01/26 8300
1314 우리는 왜 게임에 빠지는가 - 게임의 요소와 게임 변천의 역사 [10] 플토만세8539 12/01/24 8539
1313 국본(國本), 정명훈 [17] 한니발10322 12/01/23 10322
1312 드라마 허준을 보고 하게 된 애같은 생각들 [42] 시나브로13213 12/01/23 13213
1311 천년왕국 신라의 심장마비史 [47] happyend9289 12/01/20 928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