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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23 03:57:49
Name 바보탱이
Subject [일반] 도떼기 시장, 대학병원 응급실
안녕하세요,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2월달 부터 근무 중인 한 인턴입니다.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장 힘든게 환자들의 complain을 받는 일 입니다. '이번 주사는 왜 이렇게 아프냐', '왜 또 피를 뽑냐',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냐' 등등. 그 중에서도 complain의 강도로나 빈도로나 甲인 곳이 응급실이지요. 환자들, 의료진 너나 할 것 없이 급하긴 마찬가지인데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 보니 언성 높아 지는 일들이 매우 흔하게 일어납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의료진으로서 답답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여 해명(?) 혹은 변명을 늘어놓고자 이렇게 글 하나를 배설합니다.


- 빨리 진료 보려고 응급실에 온 것인데 왜 이렇게 진료가 느려?

의료법에 명시된 '응급환자'라 함은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기타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 로 되어있습니다.

한 마디로 시간(중요!)이 지체되면 뭐 되는 경우로 급성심근 경색, 뇌졸증이 대표적인 초응급 질환입니다. 응급/비응급 환자를 판단하는 것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이 하게 되고(거의 본능적으로 하게 되지요. 이건 급하구나, 저 환자는 때깔이 안좋구나 등등)
반대로 생각하면 시간이 지체되어도 크게 상관 없는 증상이나 질병의 경우에는 응급실에 오더라도 위에 말씀드린 응급한 환자의 진료를 위해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이지요.

문제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응급한 상황과 의학적으로 응급한 상황은 많이 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대부분 살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증상으로 인해 병원에 오게 되고 자신의 증상이 다른 환자들 보다 훨씬 더 급하게 느껴지는게 인지상정이나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대부분 경한 질환의 한 증상이기 때문에 환자는 항상 진료 대기 시간이 길다고 느끼고 의사는 항상 경환자들이 complain이 많다 라고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는 대부분의 의료진이 심폐소생술로 인해 10~20분정도 진료가 멈춘 사이 자기 너무 가렵다고 빨리 어떻게 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던 환자도 있습니다. 심폐소생술 중이다, 저기는 사람 목숨이 달렸다 상황 설명 다 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남이 죽건 말건 항상 가장 힘든건 내가 가렵고, 내가 아픈 거니까요. 응급실에 진짜 급한 환자는 말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프다고 혹은 진료 빨리 해달라고 큰소리 치는 환자의 경우는 100%는 아니지만 오히려 아직은 괜찮구나 라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빨리 진료받고 싶은 생각은 매한가지이며 자신 말고도 옆에 환자들도 급한 사람들입니다. 단순히 빨리 진료를 보고 싶다고 해서 응급실에 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응급이고 비응급은 의료진이 판단한 순서대로 진료하며 특수성이 있는 응급실이므로, 진료가 오래 늦어지는 경우나 의료진이 친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어느정도는 환자들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접수하고 오세요'? 환자가 돈이냐?

응급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환자분 접수하고 오세요' 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너는 사람이 죽어가는 데 그 딴걸 말이라고 하냐' 혹은 '돈을 달라는 대로 다 줄테니까 빨리 진료나 봐줘' 라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오죠.

접수 먼저 빨리 하라는 말은 돈을 빨리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환자가 돈 많이 낸다고 혹은 안낸다고 해서 의료진의 월급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요. 빨리 접수를 해야 환자 이름이 전산망에 올라가고 처방이 들어갈 수 있는 데다, 원래 해당 병원에 다니던 환자라면 그 전에 어떤 진단을 받았고 어떤 치료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초응급환자의 경우 접수고 뭐고 의료진이 알아서 환자 오자마자 달려듭니다.

- 무슨 검사를 이렇게 많이해?
응급실은 항상 과도한 진단명을 낼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배아프면 항상 맹장염까지 생각해야 하고 어지러우면 뇌출혈이나 뇌경생까지 생각하여야 하는 곳이지요.
'이러한 증상의 원인에는 여러 질병이 있으나 A라는 질병만 아니면 괜찮다' -> 이런 경우 만약 검사를 안 했는데 나중에 보니 A라는 진단이 맞다면 응급실에서 검사를 안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A라는 병을 보기 위한 검사까지 진행해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지러워서 왔는데 돈 받아먹으려고 MRI까지 찍더라 이런건 아니라는 이야기입죠.


- 인턴이냐 의사냐

대학병원은 진료와 동시에 의과대학 실습 학생부터 시작해서 인턴, 레지던트까지 수련과 교육을 하는 병원입니다. 특히 응급실은 인턴이나 각과의 낮은 년차의 레지던트의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서 환자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인턴도 의사입니다. 누구나 다 처음은 있는 것이고 거기에서 오류가 생길 수는 있으나 의사 한명이 독단적으로 환자를 진료하지는 않기 때문에 환자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절차대로 진료 받는게 맞는 것이지요. 의대 교육과정 6년을 마치고 아직은 서툴지만 의사 자격증을 정당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왜 믿지 못하고 함부로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의대생에겐 '와~' 하다가 인턴에겐 '뭐야 쟤도 의사야?' 이런 보통의 시선들을 보면 참 우습죠. 의대생 졸업하고 인턴인데요.


- 의사로서 '왜 이런걸로 응급실에 오셨나요?' 라고 묻고 싶었던 case

계곡 물에 1~2초 정도 빠진 뒤 갑자기 말을 안한다며 찾아온 4세 아기 엄마. 말 안하는 것 외에 아무 증상도 없고 잘 논다고 하였으나 귀에 물이 들어가서 걱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의학적으로 물에 잠깐 빠진것과 말 안하는 것은 상관이 없어보였고 상식적으로도 귀에 물이 들어가도 전혀 이상이 없기 때문에 아기를 꼬집어서 울린 뒤 말하는 것 보고 접수 취소 하였습니다.(접수 취소 하였다는 건 진료 안 본 것으로 치고 응급접수비를 환불했다는 뜻입니다.)


임신 5주 된 산모. 벽에 있던 액자에 머리를 박은 뒤 아랫배가 아주 약간 아프다고 하여 혹시 태아에 문제가 있진 않은지 확인하고 싶다고 하여 내원. 진료 위해 이것 저것 물어보려 했으나 자기들은 그냥 초음파만 빨리 좀 봤으면 좋겠다고 하며 다른 검사는 모두 거부. 나중에는 모든 검사 확인 한뒤 산부인과 병동에 올라가 초음파로 이상없음 확인한 뒤 퇴원하였습니다.
역시 머리 외상과 아랫배 통증은 전혀 인과관계가 없으며, 특히나 임신 5주째의 복통은 태아와 상관이 없고, 만에하나 '극히' 낮은 확률로 태아의 상태가 안좋다고하도 취할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 응급이 아닌 경우입니다.


이것 외에도 아기들 살짝 타박상 입은 경우, 코피가 멈추지 않아 응급조치 후 외래 진료 권유하였으나 4일 연속 새벽에 같은 증상으로 응급실에 온 경우 등등.



응급실에는 응급환자가 와야하지만 현실적으로 환자 스스로 응급/비응급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수 환자들은 비응급임에도 응급실을 찾게 되고 큰병원,대학병원 응급실에 몰림으로 비응급 환자들끼리 서로 진료가 늦어지는, 소위 말해서 '깔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의료보험 재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겠죠.)
마치 앞선 지하철이 늦어지면 뒤에 여러대의 지하철이 늦어지듯 앞선 환자가 한번 깔리기 시작하면 뒤에 환자들도 줄줄이 깔리게 되고 돗대기 시장같은 응급실의 모습이 나타나지요.
해결책?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5만원이라는 응급진료비가 너무 싸다고 생각하나 이러한 수가에 대해서는 워낙 관련된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함부로 건드리기 힘들고, 환자나 보호자(특히 아기들 어머니나 아버지)들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의학적인 상식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지요.


다 쓰고 보니 횡설수설 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의료진의 입장에서만 쓴 것 같네요. 혹시라도 글 내용 중에 궁금한 점이나 비판할 내용있으면 마음껏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확실한건 말이죠. 응급실에는 제발 응급한 환자만 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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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1/07/23 04:04
수정 아이콘
딴 건 다 동의합니다만, 전문가인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만큼, 비전문가가 응급하냐 안하냐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걸 탓할 수는 없겠죠. 물론 설명 구구절절 잘 듣고도 똑같은 문제로 찾아오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빨대를꼬바요
11/07/23 04:27
수정 아이콘
응급한것과 응급하지 않을걸 일반인이 정확하게 판단할수있다면 의사가 되겠죠.. 그걸 확실히 판단을 할수 없으니
응급실에 가는겁니다..
글쓰신분이 많이 피곤하지고 소위말하는 진상환자때문에 지치셔서 이런글을 올리신것 같습니다..
그냥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시면 편할듯싶네요.. 어차피 사람이란게 이기적이라서 자기가 겪고 있는 통증이 더 중한것이고
더 급한게 아닐까요?
Gordon-Levitt
11/07/23 04:33
수정 아이콘
뭐 이런 글이 다 있죠..;
응급한지 알면 제가 의사하지 응급실가겠나요?
그럼 대국민을 위한 응급실에 올 수 있는 응급상황 예시 가이드라인(외에는 오시면 안됩니다)이라도 의협에서 찍어서 배포하시죠?
그리고 예시를 들어주신 것들 보면 좀 황당하다고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아이를 가진 엄마의 입장,
4세 아이가 갑자기 말을 안하는 상황에 놓여서 당황한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응급하지도 않는 주제에 응급실엔 왜 오고 난리야?
라는 생각이 드실까요?

참으로 이기적이신 한 인턴분이시군요.

[수정하였습니다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DragonAttack
11/07/23 04:41
수정 아이콘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는 윗분들 의견대로... 응급실에 근무하시는 의사분들에게 이런 고충이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네요.
개인적으로는 접수와 관련된 부분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글을 보니 수긍이 가네요.
christal
11/07/23 04:48
수정 아이콘
아이들 열경기 같은 경우는 응급상황이 아닌걸로 되는건가요? 예전 딸아이가 37.5도에서 갑자기 경기를 해서 응급실에 갔는데 수액만 맞추고 거의 방치하더라고요. 응급실에 도착한 후로도 4~5번 더 했는데... 다른 죽어가는 응급환자들이 있었겠지만 부모입장에선 두돌 막 지난 애가 그러는데 링겔 하나 꼽고 응급실 침상에 방치되어있는 것 같아서 속상했거든요...
Gordon-Levitt
11/07/23 04:48
수정 아이콘
스맛폰으로 쓰는건 댓글이 안달리네요
다시쓰는걸 이해해주세요;

앞부분내용은 모두 이해가지만
도저히 응급한 사람만 응급실에 와라
는건 이해할 수없고 이기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말이 과격했다면 정말 죄송하지만
이런 글을 봐서 오히려 오해?만 생긴것같습니다

의료인이 아닌 다음에야 응급 비응급 구별은 무의미한거고 가서 이것저것 검사 시키는게 어쩔수없다하시면서 비응급은 오지마세요라는건 잘 이해가 안되네요

앞부분까지 공감하며 읽다가 뒷통수 맞은 느낌입니다 댓글 수정이 안되니 눈시님께서 지적해주신 부분은 내일 컴퓨터로 들어가서 수정할게요

다시한번 저부분으로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닏ᆞ [m]
11/07/23 04:51
수정 아이콘
얼마 전 소아관련 응급실이야기가 올라왔었는데...이야기가 한참 수가쪽으로 삼천포로 빠진 경향이 있었는데~

현 인턴과정의 생생한 현장의 글이 올라와 좋은 정보를 얻을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까지 병원협과 더불어 전공의실태와 수련병원지정 현장조사를 나갔습니다.
(결과는 아마 확정되어 고시된 걸로 압니다)
그 중 응급실에 대해서는 스쳐지나가듯 봤지만,,, 진짜 그 업무강도와 노고는 이로 말할 수 없더군요.
위의 글 내용에 언급하신 단락마다의 상황은 진짜 녹음기 틀듯 분단위로 반복되고...
대응하는 의료인은 이제 그 대응 메뉴얼이 다 있더군요.
모든 병원이 응급의료기관지정에 내색은 안하지만 솔직히 회피하려 합니다.
지역별로 강제지정하는 경우도 있구요.
그만큼 수익이나 들이는 비용이 안 맞는 경우가 많겠지요.
정책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지원을 하곤 있지만~

그런데, 글 중에...
- 의사로서 '왜 이런걸로 응급실에 오셨나요?'란 case.... 에서는 좀 갸우뚱해집니다.
환자가 응급실인지 외래인지 판단한다는게 더 우습지 않을까요?

아이가 물에 빠진 후 실어증을 경험한 엄마는 얼마나 놀랐을까요?
5주된 산모가 단순 통증이 아닌 외부충격에 의해 놀라 통증이 있다면 예약하고 외래를 찾아야만 하는지?
4일 연속 외래진료시간이 아닌 새벽에 코피가 났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

차라리 그런 위의 예보다 외상없는 TA를 case를 예로 드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응급실에 그런 환자가 상당수 있죠.
뒷목이나 허리잡고 검사요구에 순응도 높고 ... 좀더 병원에 있고자 하는 분들~

글 전체에는 깊은 공감을 합니다.
차후에 전공 선택할 때 지금의 경험을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병원이 그 인력부족에 어쩔줄을 몰라 하더군요.
yangjyess
11/07/23 04:53
수정 아이콘
환자입장에서야 참기 힘들정도의 고통이 있으면 그 원인이 무엇이던간에 응급하다고 생각하고 병원에서 볼때는 당장 죽을병아니면 응급환자 아닙니다.. 예를들어서 다리 골절정도면 일반적으로 엄청 크게 다친것이지만 안좋은종류의 농약을 먹고 왔다거나 심폐소생술 정도의 환자도 널려있는게 응급실인데 다리골절은 아무것도 아니죠

하물며 가려워서 미칠거 같은 알러지나 엄청난 고열을 동반한 감기 요로결석류의 복통(무지하게 아픈데 죽을일은 없습니다) 이런건 병 취급도 안해주죠.. 환자입장에서는 진짜 병원직원들이 악마처럼 보일겁니다..
yangjyess
11/07/23 05:08
수정 아이콘
응급관리료 5만원이 너무 싸다라... 제가 근무하는곳은 병원급이라 17,570원인데 이 금액도 뭘 그리 받아쳐먹냐 칼만 안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 이런식의 컴플레인 많습니다. 5분 ~10분 정도 기다리는 대기시간도 무슨 응급실이 바로 안봐주고 환자를 기다리게 하냐면서 가만히 못있으시죠..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최대한 빨리 봐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런식으로 달래드리면 되는데 심하신 분들은 저도 화나서 근방의 대학병원 얘기하면서 그쪽 가시라고 합니다... 정말 3~4시간 기다렸다가 응급관리료 5만원 내봐라 이런 마음까지 들때도 있습니다만... 그건 순간적인 감정일뿐 야간이나 휴일에도 병원이 진료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병원은 쉬는날이 없는줄알았는데 병원근무하면서 빨간날 쉰다는 사실을 알았죠.. 아파서 병원을 가본적이 없어서. 휴일없이 일하는 직장들이 얼마나 많은데 가장 쉬어서는 곤란한 곳이 병원인데 병원이 빨간날을 챙기다니... 진상환자들에게 시달릴때는 순간적으로 안좋은 생각 들때도 많고 pgr에 의료관련 논쟁 일어날때마다 의료계 종사하시는 분들이 쓰시는 글들에 공감가기도 하지만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무리 환자가 무지하고 억지쓰더라고 철저하게 환자의 요구에 부응할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다른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잘되있다는 그런얘기는 보고싶지도 않네요.
11/07/23 05:13
수정 아이콘
전국민이 의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어느정도의 의료교육은 필수과정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영법, 도로교통법 등은 초중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의료도 필요한것 같습니다)
현재 배우는건 보통 지압법이나 인공호흡법등인데 이걸 넘어서
정말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질병에 대한 기본적인 응급대처법과 확인법같은것은 교육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안선생님이 쓰러지셨을때 응급처치로 무사히 넘겼던 부분이 있었죠.
그 장면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yangjyess
11/07/23 05:27
수정 아이콘
환자를 돈으로 보느냐는 컴플레인.. 정말 억울하죠.. 병원직원은 환자가 얼마를 내던 그냥 월급받는겁니다.. 예전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응급실 진료를 보신 분의 보호자가 입원수속을 한적이 있었는데요. 그런경우 의료보험이 안되기(방법이 없는건 아니지만 일단 원칙적으로는) 때문에 중간정산금50만원금을 선납하셔야 한다고 안내해드렸습니다. 응급치료는 모두 끝난상태였고 50만원선납여부와는 관계없이 입원은 시켜드리는것이고 지금 돈이 없으시면 나중에 갖다주시면 된다고. 그랬더니 지금 돈얘기가 나오냐면서 돈이 그렇게 좋아냐면서 10만원권 수표 20여장을 제가 앉아있는 창구로 던지시더군요. 한장한장 주워서 다시 보호자분께 드리면서 지금 안내셔도 되니까 일단 환자분하고 같이 병실 올라가시고 마음아프시겠지만 조금 진정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입원검사 진행되는동안 보호자분은 로비에 20분정도 앉아계시다가 죄송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제가 더 죄송했죠 직원으로서 할일을 한것뿐이지만 자해라고해서 의료보험이 안되는 현실이 정말 개같다고 느꼈습니다. 제 가족을 데리고 다른 병원을 다닌적도(왠지 병원에 근무하게 된 이후로) 많아 병원직원으로써의 애로사항보다 환자들의 고충쪽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런데 이쪽에 생계가 걸려있는이상 환자분들께 미움받을만한 말과 행동을 할수밖에 없어 답답합니다. 병원 높은분들 안계실때는 환자분들하고 같이 병원 욕할때도 많아요 크크 ㅠㅠ
11/07/23 07:23
수정 아이콘
매우 훌륭한 글 잘 보았습니다.
글대로 응급 여부는 환자가 아닌
의사가 판단하는게 맞지요. [m]
Dornfelder
11/07/23 07: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응급실에서의 치료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응급하다고 판단되는 순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당연히 먼저 온 사람이 먼저 치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만을 가지기 쉽지만, 실제는 그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11/07/23 07:58
수정 아이콘
아직 바보탱이님이 인턴이라서 잘 모르실 수 있지만 갑자기 아파서 진료를 보러 갔는데 저보다 열살 어린 얼굴의 의사가 오면 신뢰하기 어렵긴 하더군요.
응급실은 종합병원에서 희생과 봉사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곳이라 생각하는데, 힘내시기 바랍니다.
레지엔
11/07/23 08:08
수정 아이콘
힘드시겠습니다... 근데 음... 솔직히 이런 말 해봤자 위에서 반응을 보듯 어차피 돌아올 게 없습니다. 그게 더 안타까운 일이죠.
Timeless
11/07/23 09:13
수정 아이콘
저는 응급실 인턴 때 인생 공부 많이 했습니다. 위에서는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은 환자 빨리 보라고 닥달, 환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기대하는 시간 안에 얻기 위해 complain, 다른 과 선생님들의 거센(?) 요구, 나의 쉬고 싶은 마음까지.

응급실은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곳입니다.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파편이 가장 약한 사람에게 튀어 상처 입히는 곳이기도 하죠. 때로는 '아.. 이 응급실 그 누구도 내 편은 없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육체적 소모야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지만 이런 정신적 소모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아니면 성숙하지 않은 방어기제가 형성될지도 모릅니다. 대신 환자에게 투사하거나, 이 모든 문제를 자신에게 전가하지 마세요. 시스템 문제이고, 나쁜 것은 응급체계거든요.

아마 선생님의 분노나 좌절이 절정에 이를 무렵 응급실 인턴 스케쥴은 끝나있을 껍니다. 힘내세요!(글 쓰면서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불쌍한 우리 인턴쌤)
몽키.D.루피
11/07/23 09:35
수정 아이콘
응급실하니까 다케우치 유코가 나오는 일본영화 제너럴 루즈의 개선이 생각나네요. 거기 보면 마지막에 대규모 사고로 인한 대형 응급상황이 발생하는데 밀려들어오는 응급환자를 두고 제일 처음 하는 게 환자의 구분이었습니다. 빨간 딱지는 목숨이 달린 응급상황, 노란 딱지는 부상은 있으나 목숨에는 지장없는 조금 기다려도 되는 상황, 초록 딱지는 경미한 부상, 검은 딱지는 부상이 심해서 살릴 수가 없은 상황, 즉 의료진이 붙으면 살릴 수 있는 빨간 딱지의 사람들을 살릴 기회를 놓치니까 포기하는 케이스, 이렇게 네가지로 구분하더군요.

이런 급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응급실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응급실에 들어오면 일단 어느정도의 응급상황인지만 먼저 진단해 주는 거죠. 그리고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알수 있게 색깔이 붙어 있는 딱지를 주거나 하는 겁니다. 응급실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감입니다. 응급실에 오자마자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아직까지는 괜찮고 의료진은 항상 신경쓰고 있다라는 심리적인 각인을 시켜주는게 가장 중요할 듯 싶습니다.
전딩크
11/07/23 09:56
수정 아이콘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후, 의사가 아닌 다른사람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신 입장입니다. 같은 입장의 사람에서는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이지만, 의학에 대해 바보탱이님보다(아이디를 호명하기가 껄끄럽네요^^) 부족한 분들의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case로 예를 드신부분은 보호자 및 환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우리가 보기엔 전혀 아니지만....환자나 보호자가 하는 행동들이 아무리 소위 뻘짓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이런건 잘못된것이다 설명을 해도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글로 쓰는것은 그래도 좀 괜찮지만, 응급실에서 직접 환자/보호자에게 좀 쎄게 설명하면 반발감만 생기지요....저도 그랬고, 초년병때는 다 겪는일이지만(지금도 가끔은 그럽니다--;;) 웃으면서 내지는 화내지 않으면서 좋게좋게 설명하려 노력해야 되는것 같습니다.
11/07/23 10:00
수정 아이콘
사실 이해가 잘 안되는게 왜 설명을 해도 납득을 안할까요? -_-;;
그쪽에서 설명을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면 모를까 설명을 해줘도 땡깡부리는 건 ;;
잘난천재
11/07/23 10:43
수정 아이콘
제가 일했을 때는 수많은 2차급 병원의 응급실을 제쳐두고 '대학병원 응급실이 가장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꽤 계셨었는데요.

사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워낙에 로딩이 많아서 거의 대부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요.
(물론 정말 급한 경우라면 먼저 치료를 받기는 합니다.)
주위의 종합병원 급 응급실을 먼저 찾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하던 병원 응급의학과와 상의 끝에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은 2차병원으로 가셔도 괜찮다고 적극 권유하기도 했었지요.)
the hive
11/07/23 11:42
수정 아이콘
전쟁터같은 곳이실듯..
독수리의습격
11/07/23 11:44
수정 아이콘
교사의 딜레마랑 비슷한 것 같네요.
이런 응급상황이나 교육쪽은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할 수 없다보니 공급자가 소비자의 욕구를 100% 충족해줘야만 욕을 안 먹을 수 있죠.
다른 상품이야 맘에 안 들면 딴데 가면 되지만, 응급상황에서는 시간이 중요하다보니 그게 안 되고, 그래서 의사가 어쩔수 없이 욕을 먹는 듯.

물론 소비자가 응급상황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고요.

그것과는 별개로 본문 예시는 저도 좀 그렇네요.
몰라서 오는건데 왜 별것도 아닌 사람이 와서 바빠 죽겠는데 귀찮게 하느냐로 들렸거든요. 아마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알면 병원 갔겠습니까. 그냥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급살맞아서 죽는 사람도 있는 판국에.
룰루랄라
11/07/23 12:39
수정 아이콘
응급실이 붐비는 이유 중 환자들의 의식도 상당부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응급한 상황이 닥치면 가장 크고 유명한 병원에 가야 제대로 검사받을 수 있단 생각에 대학병원을 찾는 건데요..
그런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대학병원 응급실은 미어터지고, 진료받는 데 한참 걸립니다.
일례로 저희 어머니께서 예전에 갑작스런 고열과 허리통증과 함께 몸이 안 움직여서 119 부르신 적이 있는데..
그 때 연세 세브란스 응급실 갔다가 진료받는데 3시간 걸리셨습니다. 아마 우린 급했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급하지 않은 환자였기에 진료순위에서 밀리고 밀려 그리 되었겠지요..
그런데 그 이후에 비슷한 증상으로 한 번 더 119 신세를 지셨었는데,
그 땐 일반 종합병원인 일산병원으로 갔습니다.
가자마자 접수하고 진료하고 CT까지 찍고 처방 받아 나오는데 40분이 안 걸리더군요; 오히려 세브란스 갔을 때가 상황이 위급했었는데도..

어쨌든 응급실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병원측에서 더 노력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일반인들이 알아서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를 잘 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응급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이 응급실에 대해서 그리 관심가질만한 이유가 없거든요. 아니, 이유야 충분히 있지만 별로 관심두지 않죠.
캠페인이나 공익광고로 응급실에 대한 의식 개선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고, 필요할 때 해당 지역의 응급진료가능 병원 위치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도 어머니께서 한 번 실려가시기 전까지는 저희 지역 응급진료 병원이라곤 세브란스와 서울대병원밖에 몰랐었거든요.
11/07/23 13:01
수정 아이콘
일단 응급한지 아닌지 모르니 가서 묻되 의사가 응급한게 아니라 하면 그냥 그렇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11/07/23 13:04
수정 아이콘
대학병원에서 인턴하고 있는 친구가 하던 얘기랑 비슷하네요.
그 친구도 글쓴분처럼 "이런 걸로 응급실 오는 환자들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며 말한적도 있는데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그래서 그 친구 말로는 자기네 병원은 진짜 응급환자가 아니면 그냥 돌려보내기 때문에 생각만큼 응급실이 다른 과에 비해 힘들지 않다는 얘기도 한적 있는듯..
그리고 동네에 2차병원들도 응급실 다 있는데 한국사람들은 조금만 아프면 대학병원 찾는게 잘못된 거라며... 걔도 응급진료비가 너무 싸서 그렇다는 말을 하더군요..크
근데 저도 경험해봤지만 사람이 살면서 아플일이 잘 없기 때문에 경험해보지 못한 증상이 조금만 나타나도 엄청 겁먹고 큰병원 응급실을 찾게되는게 어쩔수 없는거 같기도 합니다.
루크레티아
11/07/23 13:07
수정 아이콘
자신이 응급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들까요...다 '몰라서' 하는 일이죠.
무식이 죄인 것은 맞습니다만, 조금이라도 더 아는 분이 모르는 사람을 이해하자라는 마인드로 일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모여재
11/07/23 15:03
수정 아이콘
그런데 어떤 경우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큰 문제 없어보이지만 사실은 응급하다거나 위중한 경우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 같아 그냥 좀 참다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면 병원에서는 '왜 일찍 오지 않으셨냐?' 고들 하지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일반인 분들은 뭔가 자기 몸이 평소와 다르다 싶으면 덜컥 걱정되서 응급실에 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기본적으로 병원도 서비스업인 만큼 여러가지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좀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분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행정적인 측면이나 정보 제공적인 측면, 편의적 측면에서 아직 병원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Yesterdays wishes
11/07/23 15:10
수정 아이콘
예가 좀 부적절 하네요.. 분명 이런걸로 왜 "대학"병원 응급실에 오셨을까.. 싶은 분들도 많긴 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응급 비응급을 가르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환자에게 응급 비응급을 가려서 오라고 하기보다는 대학병원으로 가시지 말고 일반 병원 응급실로 가보시라고 하고 싶네요.

대학병원은 수련과 임상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병원 이다보니 친절함? 서비스? 측면에서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2차 병원 응급실은 상대적으로 중환도 적고 설령 중환이라 해도 응급조치하에 3차병원 앰뷸런스 후송이 가능하므로 왠만해선 대학병원 가실 바엔 2차병원으로 가시는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 는 형태의 의료구조가 제일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논의에 핵심은 대학병원, 즉 3차병원 의료집중에 대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환자에게 응급, 비응급을 가려달라고 부탁하는 것 보다는..
놀라운 본능
11/07/23 17:01
수정 아이콘
인턴 선생님이 응급실 도시느라 많이 힘드신가 보군요

몸이 힘들면 사방이 다 이해가 안가고 짜증도 나고(특히 날이 더워지면 더하죠)

별거 아닌 환자들은 "조금만 생각하면" 별거 아닌란걸 알거고 그러면 안오고 그러면 조금이라도 내몸도 편하고

시스템적으로 의료비용 문제가 덜 발생할거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사고가 나면 당황하고 "조금만 생각하면" 이 잘 안되지요

아기가 물에 빠져서 나온 후 말을 안하면 제가 부모라도 놀랐겠네요 귀에 머가 들어갔고 안갔고는 응급실에 가면 어케 가르쳐 줄거고요

모든것은 상대적이어서 3년전만 해도
(현재 근무하는 병원의 인턴 선생님들이 성적으로 치면 각학교의 상위권만 지원하는 우수한 재원? 으로 이루어 졌지만)

환자에 대해 noty를 받을때면 "조금만 생각하면" 이런것도 모르고 이야기 하지는 않을텐데.. 생각은 하고 사는가

하는 마음에 소리도 많이 지르고 이름 물어봐서 응급실로 쫒아가서 큰소리로 무안을 주곤 했습니다.

이제 직접 응급실 noty를 받는일은 거의 없지만 인턴선생님이 의사같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엉뚱한 상상을의 나래를 펼쳐도

조용히 불러서 가르쳐 주지 소리지르고 무안을 주지 않습니다. 저도 3년 사이에 환자만 "그럴수 밖에 없을뿐만" 아니라

인턴 선생님도 갓 의과대학을 졸업하며 임상에 처음 접하는 것이라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알게된거죠

인턴 선생님이 고된 업무에 몸이 피곤해져서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비합리에 대해 토로하는것 같은데

좀더 많은 경험을 쌓고 넓게 바라보셔서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도 "잘하는" 의사가 되기 바랍니다.
11/07/23 17:10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자게에도 글이 올라왔는데 소위 진상손님 피곤하죠
업주만의 손해로 이어지는것이 아니라 똑같은 돈 들이고 시간 들이는 다른 손님들한테도
손해로 이어지고 그런일 생각하면 병원응급실도 진상환자 만만치 않습니다
응급실 의사들이 받는 스트레스 만만치 않다는것을 직접 여러번 본사람으로써
글쓴님이 실수하신 내용이 있다하더라도 위로를 먼저 보내고 싶습니다
가족중에 심근경색 환자가 있어서 지금도 꾸준히 병원을 드나들고 응급실도 여러번
다녔습니다
특히 심장병쪽은 초기 대응이 70프로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원래 다니는 대학종합병원 말고
일단 가까운 종합병원을 먼저 가는일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최소 3군데 이상 종합병원 응급실을
경험하게 되더군요
어느정도 진정되니 술취해서 의사 폭행하고 간호사한테 차마 옮길수 없는 쌍욕 남발하는 꼴도 보고
이런 사람들은 상습범인지 절대 가족들한테 연락해도 오지도 않습니다
자식이 어머니 모시고 왔는데(거의 70은 넘은 할머니이셨죠) 치료를 거부하더군요
의사가 애원하다시피 설득하는데 더 살게 만드는 링겔이 아니라 지금 당장 고통이라도
감소시키는 링겔이니 맞게 해달라고 사정하더군요.할머니의 고통찬 신음소리는 옆에서 계속
들리고 자식은 그냥 어서 어머니가 어짜피 살지도 못하는 병인데 모든 치료를 거부하고
장례식이나 하게 뽀대나는 대학종합병원 응급실에 온거더군요.
아이가 열이 있어서 이미 열이 내리는 링겔은 들어갔고 나머지 검사결과에 따라 다른
조치를 하게 기다리는 와중에 심근경색 환자 혈압 때문에 목을 뚫어서
길고 굵은 바늘을 찔려넣는 준비를 하는 의사를 붙잡고 어서 빨리 머라도 하라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엄마를 보고 이해는 하지만 심근경색 환자 보호자는 소란좀 그만 피우라고 한대 치는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

아 참고로 작은 경험이지만 경험이라면 경험인게 2차병원 응급실은 술 취한 사람이나 폭력문제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대학종합병원을 가는것이 더 좋더군요
프링글스
11/07/23 17:19
수정 아이콘
아 이글을 읽다보니까 제가 인턴 때 응급실 돌던 기억이 생생히 나네요...
정말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2달이었습니다. ㅠㅠ 매일 울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24시간 근무- 12시간 휴식 - 24시간 근무 - 24시간휴식 체제였는데 저렇게 2달을 사니까 낮-밤 cycle이 모두 엉망이 되고
나중엔 깨서 시계를 보면 이게 오전 4시인지 오후 4시인지 모를 지경이 되더군요...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여자 동료들은
생리주기 다 깨지고 맨날 출근시간 다가오면 엉엉 울고 정말 불쌍하더라구요... 저는 요즘도 가끔 인생이 힘들고 우울하면
응급실로 내려가서 인턴 선생님들의 몰골과 표정을 보고 옵니다.. 그럼 갑자기 제 인생이 굉장히 행복해지면서 희망이 샘솟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으흐흐)

환자 1명 보고 오면 3명이 새로 와있고,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은 위에서 환자 늦게 본다고 인턴 점수 안준다고 쪼고 (진짜 치사하죠...)
타과 1-2년차 전공의들은 이걸 왜 내가 봐야되냐고 윽박지르는 통에 계속 내과와 신경과 사이에서 탁구공마냥 toss 되고 있고...
1시간 전에 온 환자는 어떤 환자였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보호자 3명 대동해서 와서 왜 진료가 이딴식이냐고 소리지르고, 그러는 와중에 CPR터져서 응급실인력은 더 부족해지고...

저는 9-10월이라 중간에 추석이 껴있었는데... 아아아... 정말 울트라 hell이 따로 없습니다...
보통 응급실 하루 내원 환자가 300명 정도 되는 병원이었는데 순간 응급실 "재원" 환자가 300명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인턴 6명과 응급의학과 전공의 4명이 재원환자 300명을 ㅠㅠ

위에 어떤 분들은 이게 응급인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 하시는데 응급실에 일하다보면 상식적으로 응급이 아닌데 오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부부싸움이나 친척,연인끼리 싸우다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갑자기 쓰러지는 척을 하며 실려오는 경우, 발무좀을 10
년동안 달고 산 환자가 발이 너무 가렵다며 오는 경우, 2년전 가슴성형수술을 한 여자가 6개월전부터 오른쪽 가슴이 서서히 작아졌는데
오늘 새벽 3시에 드디어 납작해졌다며 오는 경우, 딸꾹질이 4일동안 멈추지 않는다고 오는 경우(4일동안 뭐하시고 새벽에 ㅠㅠ), 애가 갑
자기 성격이 포악해졌다고 오는 경우, 동네에서 영양제 주사를 놔주지 않는다고 오는 경우 , 외래 예약이 안된다며 무작정 응급실로 밀고
오는 경우, 오늘 아침부터 하루종일 팔꿈치가 아팠다고 오는 경우 (오후에 정형외과 외래로 가시지 ㅠㅠ) 등등등....

어쨌든 바보탱이님 아마 의사생활 하시면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한번이니까 열받아도 폭발시키지 마시고 무사히 넘기시기 바랍니다.
11/07/23 19:04
수정 아이콘
서비스업에서 일하다보니 이해가 되는 글이네요..
어떤 직종이든 서비스업이라면 진상손님들 참.... 어휴..
11/07/23 22:39
수정 아이콘
환자는 자신이 응급상황인지 판단이 거의 불가능하니(의학 관련 지식도 있고, 자신에게 닥친 일이니 실제보다 더 부풀려서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죠.) 왜 왔냐는 말은 말이 안되죠.

의사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몸에 나타나는 증상만으로 환자 자신이 판단하는건 굉장히 위험하다." 입니다.
11/07/23 23:25
수정 아이콘
더 배우셨으니까 조그만 더 이해해주세요. (포기하면 훨씬 더 편하겠군요...;;)
전 사실 친구들끼리 있을 때도 항상 얘기하는 건데요.
왜 막 그러잖아요.
의사들 돈 많이 벌고 막 애들이 부러워서 그런건지 욕하잖아요. (제 친구들만 그런가요-_-?)
저는 그럴 때 마다 항상 그래요.
'난 의사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나 아픈거 낫게 해주니까.' 라구요. ^^;;
놀라운 본능
11/07/23 23:55
수정 아이콘
피나 님//

종양을 진단받아 큰병원 가는것과

아프다고 무턱대고 대학병원 응급실 가는 문제를 같다고

어쩔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기는 너무 괴리가 큽니다
졸린쿠키
11/07/24 01:06
수정 아이콘
바로 며칠전에 있었던 일이군요

어머니께서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낮 1시에 실려 가셨습니다.
저는 그때 없어서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만..
아무튼 배가 너무 아파서 죽을것 같다고 애기 낳을때보다 심한 고통을 느끼셨다더군요

그런데 장염인거 같다고 장염약을 처방해주고 나중에 진통제를 처방해주고
그래도 계속 데굴데굴 구르자 소변검사를 하고 나중에 CT까지 찍으셨답니다.

그리고 진단은 요로결석..
그런데 그 진단이 나온시간이 5시가 다된 시간이었습니다.

아기 낳는 고통보다 심한 고통으로 4시간을 '응급'실에서 견딘거죠;;

그리고나서 병원측에서 하는말이 비뇨기과쪽 담당의가 없으니깐 다른병원으로 가보라고;;;

요로결석인 사실을 4시간 후에 안것도 억울하지만
요로결석을 해결할 능력이 안되면서도 요로결석이 조금이라도 의심이되면
빨리 다른병원으로 보냈어야 하는데
4시간후에 요로결석진단 그후에 다른병원으로 가라;;;

그후 어머니께선 다른 병원 응급실로 다시 실려가신후 치료를 마치셨습니다.
나중에 그병원에 다시가보니 '응급'실에서는 그런일도 충분히 있을수있다 라고 설명하더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이지만...좀 억울하더군요..
세상의빛
11/07/24 01:49
수정 아이콘
일단 눈물 좀 닦고...
바부탱이님. 님께서 지금 겪으시는 모든 상황들과 고민들은 모든 선배의사들이 겪었던 것입니다.
근데 막상 레지던트가 되고 응급실에서 콜을 받으면 정말 짜증이 나죠.
자기가 예전에 인턴 때 겪었던 상황임에도 아무 것도 모르는 인턴 샘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또한 매일 반성을 하며 후배 의사들을 대할 때 더욱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많이 힘들고 어렵지만 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은 곳도 응급실 입니다.

PS. 그래도 응급실은 가기 싫어요. 흑
냉면처럼
11/07/24 08:19
수정 아이콘
응급실에 계신 의사 분들의 노고가 충분히 느껴지는 글이군요
정말 지나치게 몰린 비응급 환자들 때문에 응급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될 텐데요..
여튼 고생많으십니다 힘내십시오

아, 그리고 돗대기 -> 도떼기 [m]
뱃살토스
11/07/24 12:57
수정 아이콘
아.. 작년에 고열로 (41~2도 정도) 강남 세브란스병원 응급실갔는데,,
그때 한창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시절였거든요..
의사들 서넛 뛰어나오는데, 저한테 증상 물어보더니 (아닌것 확인하고) 다들 뿔뿔이 흩어지더군요..큭.. 그리고 플라스틱통주면서 걍 화장실가서 소변 담아오라고...

근데, 저도 아픈데 인턴들이 안색이 더 안좋아보이더라고요.. 하나같이 머리가 부시시한게 창백한 얼굴, 슬리퍼신고 이리저리..
여튼 응급실이란곳을 평생 첨 가봤는데, 별로 느낌은 안좋더이다..

한시간인가 있어도 암말 없고, 물어볼 의사도 없길래 (게다가 화장실 간사이 제 침대도 다른 환자에게 뺏겼어요.. 이런 X같은 경우가..)
그냥 나왔더니 새벽 2시인가 자고 있는데 전화와서 절 찾더군요.. 응급실은 20:30쯤 갔거든요.. 어디가셨냐고.. 우리 선생님이 정말 환자 궁금해 한다고,, 그러던데요. 근데 그게 절 생각해서 궁금해하는게 아니라, 특이한 '사례'로써 궁금해 한다는 느낌이 확왔어요..

이미 집이 수원이라 아픈몸을 이끌고 갈자신 없다고 그냥 됐다고 했어요.. 여튼.. 그 담날 바로 괜찮아져서 다행이긴 했는데, 응급실 비용 6만원이 넘 아깝게 느껴지던데요.. 아.. 그 막막한 곳에 아무도 절 아는 사람은 없고, 몸은 아프고 그러니 참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더군요.

뭐 세브란스를 꼬집어 뭐라하는 건 아니고, 응급실 분위기라는게 참 좋은 얘기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인듯 싶네요.
FreeSpirit
11/07/24 13:20
수정 아이콘
비판할 건 비판해달랬는데.. 결국 바보탱이님 댓글단거 보면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거기에만 댓글을 다시네요.
적어도 많은 분들이 예시가 적절치 않다고 말씀하셨다면
한줄이라도 그에대한 댓글 달법도 한데...
그러면 비판은 왜 달라고한건가요?
안그러면 본문이라도 살짝 수정하시든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많은 분들이
'아 힘드시겠네요~', '의사들은 이러한 불편함이 있습니다.'라는 말에만
쏙 댓글다는것이 좋아보이지만은 않네요.
11/07/25 16:01
수정 아이콘
저도 응급실 day 근무하다가 이 글 보고 댓글 남깁니다
힘냅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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