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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28 10:03:57
Name [NC]...TesTER
Subject [일반] [세상읽기]2008_0428
[테스터의 세상읽기]2008_0428

이 세상엔 수많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또한 수많은 정보도 생겨나고 소멸되죠. 우리 앞에는 너무나 많은 일과 정보들이 있어, 그것을 모두 수용하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가끔 한번 정도는 생각하고 싶은 일들,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아주 편하게... 이 세상읽기는 정답이 없습니다. 또한 누구의 말도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바쁘시더라도 한번 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는 것. 이것으로 족합니다.


1. 코스닥 상장기업 평균연봉 3641만 원

어제 금융감독원이 12월 결산법인 코스닥 기업 중 지난해 직원급여를 공개한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평균 연봉을 발표했는데요, 3641만 원으로 지난해 10대 그룹 직원의 평균 연봉(5045만 원)의 72.2%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별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한 곳은 한국기업평가(뭐 하는 곳입니까?)로 8300만 원이었습니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10대 그룹 계열사 중 1위였던 현대건설(7110만 원)보다 16.7% 많았으며 10대 그룹 직원 평균과 비교하면 6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한국기술투자(6800만 원), 에스에프에이(6584만 원), 테크노세미켐(6100만 원), 쌍용건설(6009만 원), 하나로텔레콤(6002만 원) 등도 연봉이 높았고,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NHN은 5907만 원으로 8위에 그쳤고, 평균연봉이 가장 낮은 코스닥 기업은 하림(2022만 원)으로 1위의 24%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조사대상 기업 중 상위 20개 기업의 평균 연봉(5536만 원)은 하위 20개 기업(2454만 원)의 2.3배로 기업별 임금 격차가 큰 편이었습니다.

보통 언론에서 발표하는 이런 식의 내용에는 상당히 왜곡된 변수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발표한 자료에는 기본급여, 인센티브, 퇴직금 등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아 단순 수치로는 그 내용의 정확성을 판단하기 힘듭니다.

또한 임직원 사이의 연봉 차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지 않아 ‘평균’이란 것이 얼마만큼 현실성을 보여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째 됐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또는 이직을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 대략적인 수치로 인식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코 연봉이 높다고 좋은 회사만은 아닙니다.


2. 박미석 수석 사표

배우자 명의의 농지 취득 과정 등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던 박미선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26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르면 28일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청와대 고위 관리자는,

“박 수석이 26일 류우익 대통령실장에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기 싫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사표 수리를 놓고 고심을 했지만 수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류 실장의 보고를 받고 별다른 언급은 안 했지만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박 수석은,

”억울한 점이 없진 않지만 내 문제로 인해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

며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석을 맡기 전부터 땅 투기 문제, 논문 위조 문제 등으로 말이 많았던 박 수석은 끝내 이번 고위공무원 재산 공개 이후 여론의 압력에 밀려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소영’, ‘강부자’ 등의 비판적인 시각에 큰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직접 사퇴를 권유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국 대표로(?) 박 수석은 사표했는데요, 그래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박 수석의 심정을 토로한 말인데요,

국민에게는 그다지 미안한 마음이 없고, 대통령과 청와대에만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3. 애완동물과 키스?

요즘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핵가족 시대와 독신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인데요, 애완동물을 평소 깨끗하게 관리했더라도 많은 세균을 달고 다닌다고 합니다.

특히 살모넬라균 같은 병원성 세균은 주로 개, 고양이 등의 입을 통해 감염되기 쉽다는데요, 살모넬라균은 두통과 열, 구토를 일으키는데 어린이가 감염되면 고열과 탈수 현상이 생기며 패혈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심하면 혈액을 따라 눈에 침투한 살모넬라균 때문에 실명할 수도 있고 흔치는 않지만 캄필로박터에 의한 식중독도 동물을 통해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보통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많은 접촉을 하고, 뽀뽀도 많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지나친 신체 접촉은 피하고 기생충에 의한 세균감염도 막으려면 최소한 2개월에 한 번씩 구충제를 먹여 한다고 합니다. 또 동물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합니다.

고양의 대변으로 배출되는 기생충 톡소플라스마는 세균은 아니지만 임신부는 조심해야 하는데요, 톡소플라스마는 임신부에게 전염된 뒤 태반을 뚫고 태아까지 감염시켜 태아의 뇌에 석회 침착을 일으키거나 망막에 염증을 일으켜 시각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을 키운다는게 쉬운 건 아닌 것 같습니다.



4. Fallen Road

매주 월요일에는 윤여광님이 집필하신 판타지 소설 ‘Fallen Road’를 주 1회 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주신 윤여광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1장 1회. -마녀의 안내-

“좀 쉬었다 가자고.”

  징징대는 건 언제나 내 쪽이 먼저다. 나보다 한참을 앞서가는 저 무식한 체력 바보는 내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못 들었는지 그 빠른 걸음을 늦출 생각을 않는다.

“아 몰라. 안 가. 혼자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그놈 참…….”

  막무가내로 나무 그루터기에 주저앉는 나를 보고서야 발걸음을 멈춘 그는 천천히 내가 앉은 곳으로 내려왔다. 있는 힘을 다해 천천히 오르는 오르막길과는 달리 터벅터벅 거칠게 아래로 내려오는 그의 모습은 마치 얼마 걷지도 않고서 뭘 그렇게 짜증이냐며 투덜대는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얼마 걷지 않은 건 아니다. 우리는 지난밤 마땅히 노숙할 곳을 찾지 못해 조금만 더 걸으면 마을이 나올 거라는 엉터리 지도만을 믿고 밤새 걸음을 계속해왔다. 그리고 여전히 그 바보 같은 믿음을 져버리지 못하고 계속 걷다 걷다 또다시 해가 져버린 이 와중에도 길을 계속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이따금 보이는 표지판은 지도에 나와 있는 대로 칼리스Karlis라는 산골마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표시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런 바보 같은 믿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밤새 재촉한 걸음에도 마을은커녕 인기척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험한 산길만이 계속됐고 참다못한 내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지금껏 계속해온 여행길 내내 그랬듯. 내가 주저앉은 그 자리가 결국 잠자리가 되곤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형은 날 강제로 일으켜 세우진 않았으니까. 지도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위치한 이 산은 인케이닝Inkeining. 국경에서 대륙 중앙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작은 산이다. 일전에 단 한 번 올라본 적이 있으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기억력을 탓하고 싶진 않다. 단지 그때의 난 지금 이 산의 경치와 길을 기억하기엔 산을 오르느라 소진한 체력 덕에 숨을 헐떡이는 일에 더 바빴다. 그때도 벌써 6년 전이구나.

“기다려. 땔감 좀 찾아올 테니까.”

  형은 어깨에 메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다시 마른 작은 나뭇가지들을 주우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형도 어느 정도는 지쳤는지 멀리 가지 않고 내 주변만 돌며 듬성듬성 떨어진 그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그가 그렇게 서늘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한 숲 속 공기를 버틸 연료를 마련하는 동안 나는 짐뭉치에서 식기구를 꺼내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빵 두 조각. 그리고 조미해서 말린 소고기. 운 좋게도 발로 밟고 있었던 그럴듯한 모양새의 나뭇가지를 바닥에 박아 냄비를 걸 수 있는 지지대로 삼는다. 마실 물과는 별개로 담아온 물통을 꺼내 냄비에 반쯤 채우고 나이프로 역시 짐뭉치에서 꺼낸 야채 몇 가지를 다듬는다. 야채와 같이 집에서 싸온 특제 양념도 같이 준비해 둔다. 이걸로 식사 준비는 끝. 걷느라 쌓인 피로에 이것저것 식사 준비로 체력을 소모하는 것은 사치다. 최대한 간결하게. 맛없고 어설프더라도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위주로 한다. 우리가 지금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은 것은 배를 채우기보단 못 다한 잠을 자려는 욕심이 더 크기 때문에.

“또 빵이냐.”

  어느새 가슴 한가득 나무를 끌어안고 돌아온 형이 내가 꺼내둔 빵을 보며 한소리 한다.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10일째, 거기에 노숙 역시 6번이나 해왔으면서 또 투덜거린다. 그럴 것 같지 않게 생겨선 입이 영 까탈스러운게 아닌 사람이다. 사실 질릴 만도하다. 내가 딱히 요리 솜씨가 좋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준비해 온 여비가 넉넉해서 빵이 아닌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문제였지만 그래도 노숙을 준비할 때마다 목에 잘 넘어가지도 않는 뻑뻑한 빵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먹성 좋은 형에겐 고역이었을 것이다.

  냄비를 걸어둔 밑자리를 살짝 파내 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 형이 모아온 땔감을 잘 정돈해서 모아둔다. 그리고 발화를 도와줄 기름에 적신 면사포 하나를 꺼내 들고 그것을 성냥으로 조심스럽게 불을 붙인다. 사실 밑바닥이 패인 것 보단 그렇지 않은 쪽이 불이 더 잘 붙지만 내가 발견한 지지대가 그럴 만큼 냄비를 높이 지지해주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땅을 좀 파낼 수밖에 없었다. 습한 땅 때문인지 불이 평소처럼 잘 붙질 않는다. 연기 때문에 눈이 따갑더라도 입으로 땔감 덩이의 밑동에 바람을 불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겨우겨우 불이 붙고 우리는 약간의 양념과 다듬은 야채를 넣은 냄비 안의 그것이 끓기만을 기다린다. 사실 스튜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걸까. 이 망할 마을…….”

“글쎄 조금 더 가야 하지 않을까. 지도대로 간다면…….”

“그 망할지도 얘긴 꺼내지도 마. 지도만 믿고 하루면 올 거리라고 방향을 이렇게 잡았다가 험한 꼴 보는 거 아냐. 그러니까 내가 그 어설픈 길드에서 파는 지도 따위 믿을 게 못 된다고 얘기했잖아.”

“야 너무 그러지 마라. 그래도 그 사람 덕분에 우리가 갈 길이 조금은 단축됐잖아.”

“단축은 개뿔.”

  칼리스로 향하는 이 산길에 접어들기 전. 우리는 개블리라 불리는 유명한 길드에 들러 지금 보고 있는 엉터리 지도를 샀다. 사실 국경에 가까운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살던 우리가 말로만 듣던 개블리 길드를 그렇게 쉽게 찾아낸 것이 말이 안 되긴 했지만 그땐 대륙 내 최고의 정보력을 갖춘 그곳이라는 사실만 생각한 채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흥분해서 무작정 들어간 그곳에서 우리는 한 장사꾼에게서-지금 생각하면 사기꾼이지만-이 지도를 샀다. 개블리 중앙 본부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을 표기한 것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 인간의 말장난에 귀 얇은 형과 내가 깜빡 속아 넘어간 것이다.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엉터리 지도라는 것을 안 것은 이 자리에 주저앉기 전 얼마 전의 일이지만. 사실 그것도 내 추측일 뿐이다. 걷는 게 지겹다 못해 이제는 지도마저 부정하고 싶은 내 철없는 체력이 그렇게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들린 페스티Festy마을의 개블리는 가짜라는 것. 워낙 규모가 커지고 그 세력이 강대해진 길드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지방 본부가 세워졌고 그 중에선 진짜가 아닌 그 이름만을 빌려 듣도 보도 못한 사기꾼들이 몰리는 엉터리 시장 격으로 세워지는 곳도 있었다. 결국 우리가 들른 그곳은 가짜였고 그것을 미리 생각하지 못한 것은 이성보다 앞선 흥분 가득한 소망만을 생각한 나와 형의 바보 같은 충동 때문이었다.

“마을이 있기는 할까?”

  사실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은 ‘얼마나 더 가야 마을이 나오는가‘가 아닌 ‘정말 마을이 있기는 한 것일까‘에 대한 사실이었다. 길드가 가짜라는 확신과 그 장사꾼이 결국 사기꾼이었다는 추측이 확신에 가까워지자 나는 문득 그것이 걱정이 됐다. 여태껏 올라온 이 산길을 다시 내려가라고? 차라리 내 검을 부러트려!

“이 길 따라오면서 봤던 표지판이 있잖아. 설마하니 그 인간이 이 길에 표지판까지 세워두고 가짜 지도를 팔 만큼 치밀한 인간은 아니겠지. 그 정도로 머리 좋은 인간이었으면 이렇게 엉터리 지도를 팔지도 않을 거 아냐.”

“그 정도로 머리가 좋으면 그런 엉터리 지도도 어떻게든 말을 잘해서 팔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해?

“.........”

  형이 말없이 날 노려본다. 꼭 저런다. 자기가 되받아칠 말이 없고 내가 받아친 대꾸가 자신의 논리의 허점을 공격하면 항상 매서운 눈에 힘 잔뜩 주곤 안광을 발사한다. 뭐 하도 많이 봐서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어두운 밤에 보면 살짝 등골이 서늘하기도 하다.

“그 사기꾼 이름이 뭐였지.”

“잘 기억 안나...켈....켈....켈 뭐였는데.”

“켈모리안Kelmorian!!!!"

“아 맞아!”

“잡히면 어디 한 군델 부러트려 버릴 거야.”

“하나로 되겠냐. 다시는 말장난 못 치게 입도 꿰매버려야지.”

“입에다 바느질하는 거 보단 그냥 잘라내는게 더 간단하지 않아?”

“그런가?”

  켈모리안. 깡마른 체격에 곱상하게 길러 내린 검은 머리 그리고 처음 보면 편하고 친근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얍삽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사기꾼. 처음 보는 사람의 말을 믿기 전 한 번 쯤 의심해봤어야 하는 우리의 실수도 있었지만 일단 원초적인 문제를 따지자면 그 인간이 나쁜 거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사기를 친 것은 그놈이고 당한 게 우리다. 어디서든 마주치면 응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혹시나 모를 뒷세력이 있다면야 고려해 봐야겠지만.

“아우 맛없어.”

스튜가 다 끓기도 전에 빵과 말리 고기를 다 집어 먹은 형이 먼저 바닥에 누워버렸다.

“이거 안 먹을 거야?”

“맛없어 임마. 자는 동안 좀 끓고 나야 그나마 먹을 만하더라.”

“미안하네. 형편없는 요리사라.”

“알면 됐고.”

  얄밉게 되받아 치는 형을 쳐다보다 결국엔 나 역시 그 민망한 스튜를 지금 입에 넣기엔 귀찮아서였는지 그만두기로 했다. 널브러진 짐을 정리하고 제법 굵직한 나무에 기대둔 우리의 보물을 쥐어 잡는다. 검sword. 땀 냄새 가득한 가죽으로 말은 손잡이 위로 빛나는 서늘한 은빛 날. 검의 밑 둥에 새겨진 나와 형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이 어처구니없는 여행길에 오른 이유. 그리고 수단. 검신에 매달아둔 주머니에서 잘 개둔 극세사 천을 꺼내어 검을 살며시 쓸어내린다. 혹여나 검신에 상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은빛 광채를 따라 내려가는 내 손길은 마치 금궤를 닦아내는 것 마냥 조심스럽다.

“여자를 그렇게 다뤄봐라.”

“미친…….”

  멍청하게 누워 있을 시간에 같이 검이나 다듬을 것이지 꼭 이상한 쪽으로 딴죽을 건 형. 울창한 숲 사이로 내려오는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검신의 아래에 새겨진 그 이름이 오늘따라 참 처량하다. 요르yorr. 그것이 처량한 이유가 맛없는 저녁 때문인지 아니면 사기꾼에게 당한 사실에 뒤늦게 분통한 것인지 나로선 딱히 뭐라고 한정하기 어려운 점이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엔 선택받지 못한 다른 한 사실이 지금 내 처지에 너무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

“누구야!”

  멍하니 누워서 내가 다듬는 검만 쳐다보던 형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내 것의 옆에 세워 뒀던 자신의 그것을 빼들고 경계 태세를 갖춘다. 아크 단Ark Dan. 새겨진 또 하나의 이름은 여태 보듬은 나의 그것보다도 더 선명히 그리고 푸르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지금은 그 광채에 감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은 바보같이 허겁지겁 검을 쥐어 잡고 덩달아 그와 등을 맞대고 긴장 가득한 손의 떨림을 자제하며 앞을 주시했다.

“뭐야 형.”

“보였어. 네 검에 반사되던 뭔가가 움직이는 게.”

“지…….지…….짐승일수도 있잖아.”

“그러길 바래야지.”

  부디 짐승이기를. 그것도 될 수 있으면 굳이 검을 쓰지 않아도 몰아내거나 잡을 수 있는 작은 녀석으로. 내가 들고 있는 이 검은 분명 얼마든지 피를 볼 수 있는 녀석이었지만 사실 여태껏 그래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4년. 성인이 되고 나서 그 선물로 받아들인 이 녀석은 어쩌면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생물 앞에 검을 휘둘러 본 적이 없는 초짜다.  서로 앞을 주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긴장감은 더 커져만 갔다. 떨림을 자제하기 힘들었고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혀 턱선을 따라 흘러내린다. 내 이런 바보 같은 모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은 단 2가지. 형이 먼저 검을 내리거나. 혹은.

“검을 좀 거둬주시겠어요.”

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 나는 등을 돌려 형과 같은 방향으로 칼을 치켜세웠다. 갈색 로브를 뒤집어 쓴 누군가. 내 소망대로 짐승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싸움이 벌어질만한 호전적인 어조가 아닌 조용하지만 분명한 의지를 담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검을 거둬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검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상대의 차분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눈앞의 그이를 주시하며 손목에 힘을 풀지 않고 있는 형 때문이었다.

“당신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절 경계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오랜만에 산길을 따라 올라왔더니 힘이 드는데 좀 앉을 수 없을까요.”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려하고 있다 이 사람. 정체가 무엇인지. 아니 당장 로브 아래로 가려진 얼굴이라도 봐야 할 것 아닌가. 우리의 경계는 끝날 줄을 몰랐다. 그러나 눈앞의 그이는 그런 우리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모닥불 앞으로 주저앉아 시린 손을 녹이기 시작했다.

“이봐 당신!”

  호기 좋게 소리 친 것은 좋았는데 다음 말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형은 여전히 그를 주시하고는 있지만 내 다음 말이 조금은 신경 쓰이는지 이따금 눈동자를 나에게 돌리고 있었다. 모닥불이 고개를 돌린 그의 로브 안을 살며시 비추자 나는 다행히 나를 바라보는 그 눈이 참 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일순간 긴장이 풀려버렸고 아까의 그 넘치는 기세에 걸맞은 말을 내뱉었어야 하는 내 입은 결국.

“그…….그 불 우리 건데…….”

이러고 있다.

(계속)



5. 오결디(오늘의 결정적 한마디)

소가 비상구 표지판 알아보기라도 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경기 포천시의 한 축산 농가 이야기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정전략회의에서 꺼냈습니다.

“쇠고기 시장을 개방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농민이었는데 (비상구 표지판 부착을 의무화한) 소방법 때문에 까다로워 축사를 못 짓겠다고 하더라. 소방법을 이렇게 까다롭게 해서 불필요한 돈을 들여야 한다더라. (화재) 유사시에 소에게 비상구로 나가라고 교육시킬 수도 없는 만큼 법을 바꾸려면 이런 걸 바꿔야 한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측은 소방법의 관련 조항을 완화 또는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규제완화’를 통한 실용주의 정책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6. 오늘의 솨진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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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예비역
08/04/28 10:19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니다.. 통나무 계단이 인상적이네요..
최종병기캐리
08/04/28 10:34
수정 아이콘
박수석의 경우는 억울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뭐가 억울하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박수석의 수법들은 땅에 조금만 관심만 있다면 다들 아는 편법인데 말이죠.

위장전입, 자경확인서 위조발급(경노당가서 잔치한번 벌이면 다 써줍니다.), 다운계약서(세금포탈의 주 방법이죠) 등등등...

그래놓고서 하는 말이... '남편이 해서 몰랐다?'

이게 무슨 일이십만원짜리 부부간의 비자금도 아니고, 모를게 따로 있지요.-_-;

사람들이 이명박정부에게 느끼는 혐오 원인은 '강부자'가 아닌 '오해'와 '기만'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네요. 쯧쯧쯧.


건축 과정에서의 절차의 현실화는 중요하지만, 건축과 소방법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며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부분입니다.

축사가 단지 '소'만 사는 장소가 아닌 사람도 일을 하는 곳인데 그에 따른 적절한 대피대책이 필요하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축사면 건축법적으로는 상당히 완화된 규제를 받는 시설로 알고 있는데 소방법은 아닌듯하군요.
성야무인
08/04/28 10:46
수정 아이콘
그네들 입장에서는 억울할만 하죠. 다들 상위 1% 드는 사람들이라면, 해외유학도중 학비 저렴하게 하기 위해 영주권 땄을테고, 자녀들 거기서 태어났으니까, 시민권자고 와서, 한국들어와서 마땅히 월급이외에 돈벌건덕지가 없으니까, 한국에 있는 정부 고위공무원에 있는 친구혹은 선후배한테 정보얻어서 땅사서 불린거고, 그래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나라를 위해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들보다 덜배우고 무식한 민중을 위해 봉사하겠다는데, 무슨 불만이냐 겠죠. 한마디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시각자체가 왜곡된 분들에게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리고, 비상구를 없애라니요. 이건 아무리 엄격하게 해도 모자랄판인데 어이가 없는 규제 완화인거 같네요~~
Zakk Wylde
08/04/28 10:51
수정 아이콘
애완동물을 키우는건 애를 하나 키우는것과 진배 없지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갑니다.
최종병기캐리
08/04/28 10:56
수정 아이콘
성야무인님//
비상구를 없에는게 아니라 "비상구 표지판" 설치를 의무화한 규제를 없에라고 한 것입니다.

그거 있지 않습니까...그 녹색으로 된 사람이 계단으로 달려가는....그 표지판.
성야무인
08/04/28 11:00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캐리어님// 아 그렇군요. 제 생각에는 그것도 없애서는 안될것 같은데요~~
08/04/28 11:05
수정 아이콘
기업신용평가등급이라는게 있습니다
올초에 조달청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한번 경험해 봤는데요
저런 기업평가업체에 의뢰해 자사의 기업등급을 평가받고 그 등급이 입찰참여시 점수에 반영됩니다
저런 업체가 몇군데 있더라구요 ^^
marchrabbit
08/04/28 12:43
수정 아이콘
아, 그런데 5번 같은 것은 대통령이 챙기기엔 좀 자잘한 사안 아닌가요?(축산업을 하찮게 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윗사람이 저렇게 세세한 것까지 챙기면 아랫사람들만 죽어나던데, 공무원들 힘들겠습니다.(아니, 왠만해선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사회의 폐해로 봐야하나요?)
SpaceCowboy
08/04/28 12:55
수정 아이콘
이명박 대통령의 오결디는 너무 즉흥적이군요.
미국 쇠고기 수입때문에 축산농가가 다 죽게 생겼다고 하니 마치 선심 쓰듯이 만원이면 설치할 수 있는 비상구 표지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군요.
쇠고기 시장을 개방해도 문제가 없다는 그 농민은 과연 단돈 만원이 없어 축사를 못지을까요?
08/04/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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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와우를 너무 많이 했나봅니다. 아래에서 두번째 사진을 보니 스케티스들을 학살하러 다녔던 기억이(...........)
오소리감투
08/04/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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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끝까지 뻔뻔한 분이시군요..
김병국, 곽승준, 이동관 씨도 기대하겠습니다...
율리우스 카이
08/04/2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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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 정말 좋은 회사입니다. 한국의 무디스같은 곳이라고 봐야죠.. ^^ 소수정예이고, 발전가능성도 높은 회사죠. 저기 들어가는게 정말 알짜인데 이제 소문나겠네요. 흠.
율리우스 카이
08/04/28 19:56
수정 아이콘
저는 진짜 정말, 도덕성과 능력은 별개가 될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사회정책' 특별비서관이.... 에휴.

현정부의 마인드가 비리와 편법을 잘아는 사람이 단속도 잘한다.. 라는 건가요? 설마?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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