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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03 05:32:56
Name OrBef
Subject [일반] 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후배님들에게..6. 현실과 대응
ㅇ 디워 관련해서 말다툼 한바탕 하고 집나간 아들놈이 돌아왔는데.. 한동안 안온다더니 주욱 쉬시지 왜 또 왔나? 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듯 합니다. 노래는 못하면서 애교나 떠는 아이돌그룹은 훌륭한 가수분들을 모독하는 나쁜x들 이고 원더걸스는 완소가 되는 현실, 원더풀 데이즈에는 눈길 한번 안주다가 디워는 천만명씩 보는 현실... 솔직히 저로서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 댓글은 매우 도를 지나쳤다는 것 역시 인정합니다. 사과드립니다.

ㅇ 가끔 피지알에 눈팅하러는 들렀었습니다만, 이공계 관련 글들을 볼 때마다 뭔가 글을 쓰고싶다는 강한 욕망이 들더군요. '에이 x팔리게 뭐하는 짓이냐!' 싶어서 매번 뒤로 버튼을 눌렀었는데, 결국은 욕망이 x팔림을 이겼습니다.

ㅇ 제 글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닌 분들도 계시지만, 이공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시간낭비가 되진 않을 글을 올리려고 노력했습니다.

ㅇ 잡담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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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

저를 포함해서 매년 수십만명씩 배출되는 '이공계'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강한 피해의식을 느낀다는 특별한 성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입학때만 해도 쟤보다 공부 잘했는데 쟤는 사시 패스하고 난 치킨집하고.. 어??'
'같은 대학 같은 학년인데 쟤는 소개팅하러 다니고 나는 20시간째 납땜만 하고.. 어??'
'저 분야는 시간이 갈 수록 경력이 쌓이는데 난 40살만 되면 퇴물취급 받고.. 어??'

이런 것들이죠.

이솝우화에 '성실한 원숭이' 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숭이가 다른 동물들한테 성실하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수의 통나무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다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하루종일 옮기면서 땀을 뻘뻘 흘리죠. 그렇게 열심히 통나무를 옮겼는데도 아무도 칭찬을 안해주자 마침내 원숭이는 분노를 터뜨립니다. 그리고 바보취급당했다는 아름다운 우화입니다.

딱 잘라 말해서, 과거에 제가 느꼈고 여러분들이 현재 느끼고 계시고 다른 대부분의 이공계 인력이 느끼는 분노는 저런 겁니다.

쟤는 사시패스하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공부를 해서 과연 사시를 패스했고,
쟤는 일 좀 덜해도 되는 분야를 선택해서 과연 소개팅을 하러 다니고,
쟤는 시간이 갈 수록 경력이 쌓이는 분야를 선택을 해서 과연 경력이 쌓였고

모두 원인과 결과에 충실한 현상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대부분의 이공계 인력이란 사람들은 '돈 많이 못벌면서 밤새 일해야하고 경력은 안쌓이고 퇴직 일찍해야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런 분야를 선택했으니 그런 결과가 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도 사기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미리 몰랐던 것이 우리 잘못일 뿐이죠.

이공계를 선택한 분들은 왜 이공계를 선택했을까요?

'국가적으로 이공계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을 고등학교 선생님이 말해주길래'
'밤새 커피를 들이키면서 실험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나이많다고 잘하는 분야가 아니라 센스있는 놈이 이기는 분야를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선택했죠.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암울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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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공계 푸대접의 원인

개인적으로 이공계 인력이 푸대접받는 현실이 우리나라 전통의 ‘사농공상’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철밥통 공무원보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니까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구요.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 재임 중에는 이공계 인력에 대한 대접이 엄청나게 좋았었습니다. 재해외 연구 인력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연봉을 받으며 KIST 로 들어왔었고 일반 근로 인력도 ‘고생은 해도 벌이는 좋아’ 라는 당시 최고의 낭만을 충분히 구가했었습니다.

그럼 왜 지금은 이모양이냐? 그 이유는 유교적 전통이 아니라 단순히 수요 공급의 법칙 때문이라고 봅니다.

20대 분들한테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겠지만, 이공계 몸값이 떨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5년전의 어떤 정책이었습니다. 92~94년에 걸쳐 국가적으로 이공계 인력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대학의 공대 정원을 두배로 늘린 것이 그것이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일차로 국책 연구소에 대한 대우를 거의 절반으로 삭감한 것이 그 시초였습니다. 두가지 정책의 의미와 영향은 대충 이런 거였습니다.

전두환 재임중 연구 인력에 대한 대우 삭감 : 박통때 ‘모든 기술을 국산화해서 기술 강국이 되자’ 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하는 것 이상으로 대접받던’ 연구 인력이 결정적으로 오리알이 되는 정책이었습니다. 기초 기술의 연구를 접고 상용화 기술을 위주로 나아가되 그것은 각 기업에 맡기는 현 분위기의 시발점이 되었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당시 기업들은 차라리 부동산으로 벌지 기술개발로 돈 벌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코어급 연구 인력들은 기업에서 나름 좋은 대우 받으면서 살았습니다.

김영삼 재임중 각 대학 이공계 대폭 증원 : 당시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한국 경제 사정상, 당연히 각 분야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차산업에서 그 현상이 가장 심했었고 ( 이당시 우리 금융권은 많이 약했죠. 괜히 IMF 를 맞은 것이 아니니까요 )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각 대학 이공계 정원을 2배, 많게는 3배까지 늘리는 정책이 단행됩니다. 근데 문제는,

이공계 학생들은
•        연구 인력이 되거나
•        라인 인력이 되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연구 인력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 이공계 인력의 20% 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근데 전국적으로 이공계 정원은 크게 늘었고, 라인 인력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자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났죠. 굳이 김영삼 정부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상위 학교의 정원만 늘어나면 충분한 것이었는데 비교적 라인 인력의 배출을 지향하는 학교에서도 그 분위기를 틈타 수입 증가를 위해 무리하게 정원을 다같이 늘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1. 어느 분야가 뜬다.
2. 국가적으로 그 분야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생산량을 늘린다.
3. 몸값이 조정된다.
4. 그 분야가 예전만 못해진다. 근데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받아야 하니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
5. 어리버리 남들 시키는대로 입학했다가 그저 눈물만.

이런 경우입니다. 딱잘라 말해서, 지금 이공계 대학 정원은 현재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에 비해 너무 많습니다. 근데 정원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각 학교에서 등록금을 받기 위해서죠.

중공업 위주의 현재 공업 구조가 BT NT IT 로 바뀌는 미래에는 이 현상은 더 심해질 겁니다. 지금처럼 수천 수만명씩 라인에서 일하지 않을 거니까요. 라인 인력의 구직난은 몇배이상 심해지겠죠.

고로, 우선 대학에 붙기 위해 아무데나 진학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후에 아무도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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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꼭 남탓만 할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투덜대면 안됩니다.

예전에 '카이스트' 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채림씨가 그 드라마에서 좀 떴었는데요, 카이스트에 다니는 이공계 학생들의 꿈과 야망 그리고 사랑을 그린다는 드라마였습니다.

근데 잘 보면 드라마 속에서 그 이공계 학생들의 꿈과 야망이란게

'한달동안 밤새 일해서 모형 개구리가 잘 움직이면 난 참 행복할 거 같애'

이런 거였습니다.

'한달동안 밤새 일해서 모형 개구리를 개발해서 큰 돈을 벌면 참 행복할 거 같애'

가 아닌거죠.

이공계 쪽으로 재능이나 관심을 보이는 인력은 10살때부터 저 세뇌교육을 끊임 없이 받습니다. '너는 이공계 일을 할 환경만 주어진다면 머리가 뽀사지도록 밤새 일해야 하고 그게 너의 행복이야. 돈같은거 바라면 속물이지' 이런 교육이죠.

그리고 여러분들도 솔직히 생각해 봅시다. 어려서 이공계의 낭만이라고 상상했던 것들이 '밤새 일해서 모형 개구리가 움직이면 행복해' 따위의 것이었는지 아닌지. 아마 대부분 저기에서 그쳤을 겁니다.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겐 금지되어 있었죠.

근데 그건 우리끼리나 할 소리인 것이고, 몸값 관리도 안하는 사람들이 자기 몸값 낮다고 푸념하는 것만큼 보기 흉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권리에 너무 무관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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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학 중 몇몇 분야는 본질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센스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분야는 반대로 보면 99.99% 의 센스없는 사람들에게는 지옥입니다. 프로그래밍이 대표적인 그런 분야죠.

전산학 전공으로 학부를 마치고 미국 유학중에 게놈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합류한 분이 계십니다. 이후 Bio-infomatics 라는 학문 분야가 생겨나면서 자연히 그쪽으로 전공을 틀었고, 미국의 촉망받는 30대 교수에게 주는 상을 타신 분이죠. 그분이 술자리에서 하셨던 말씀이,

'전산학이란건 말야, 사람이 만든걸 사람이 해석하고 응용하는 분야거든. 근데 그게 어려울 수가 있겠냐? 너무 쉬워. 너무 쉬워서 오히려 하기가 힘든거야. 깊이 파고들게 없으니까 남들보다 센스 좋은 놈이 다 먹는거야. 그래서 내가 이쪽으로 도망쳤지.'

게임 프로그래밍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길게 잡아 2년? 그걸로 프로그래머로서 알아야 할 지식은 끝입니다. 더구나 몇년마다 새로운 칩 새로운 기법이 나오고 그때마다 기존의 지식은 사실상 쓸모없어지죠. '어마어마한 경력을 쌓은 장인' 이란 것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내가 2년만에 배우고 뛰어들 때는 좋았지만, 매년 새로이 2년 배우고 뛰어드는 나보다 젊은 친구들이 나보다 더 잘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화공이나 토목같은 ‘센스 좋은 놈보다는 엉덩이 무거운 놈이 이기는 분야’ 가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17가지의 변수를 최적화해서 반응 실험을 해야하고, 예상 소요시간은 6개월. 이런건 센스좋은 사람은 오히려 못버티는 분야입니다. ‘난 뭐든지 열심히는 할 수 있어! 제발 나에게 일자리를!’ 이런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신다면 실험이 위주가 되는 분야로 뛰어드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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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어떤 열혈 청년이 '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쌀농사를 할거야!' 라고 말하면서 농사를 시작했다가 10년 뒤에 울분을 토한다면, 물론 참 안된 일이지만, 그분 자신에게도 잘못은 있습니다.

‘난 랭보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 이런 분이 불문학을 전공했다가 이후 장기 실업자가 된다면, 그건 100% 그분의 잘못입니다. 랭보의 시가 밥벌어주는 것이 아닌건 너무 당연하거든요.

‘난 이공계 공부가 재미있어’ 이런 분이 이공계 공부를 하다가 이후 장기 실업자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밌는 일 하는데밥값이 벌리면 그건 대단한 행운아인 것이지, 자동으로 보장될 리가 없습니다.

결국 가장 건전한 접근은 ‘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은데 문과보다는 이과가 더 적성에 맞아’ 라는 정도의 시작일 테고, 그리고 나서 전공을 선택할 때는 인력 수급 현황부터 알아보세요. 저도 경쟁률 쎈 분야에 종사하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실패하면 제 잘못입니다. 누굴 탓할 문제가 아닌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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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자리가 없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장이 안돌아가니 일자리가 없어요.

자동화는 점점 더 진행돼서 사람이 필요없는 세상이 왔는데 사람은 60억명이나 있으니 당연히 일자리가 없습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셀프 서비스로 주유를 하는데, 뉴욕주같은 경우에는 얼마전부터 그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주유 요원이라도 채용을 해서 고용 안정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죠. 제 학교에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청소부는 100명 가까이 됩니다. 하는 일도 없어요. 그래도 억지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서 줍니다.

우린 그게 안돼요. 왜? 가난한 나라니까요. 참여정부에선 이미 많이 잘살고 있다 하고, 한나라당에서는 정권만 바뀌면 연 7% 경제성장 한다고 하고, 민노당에서는 대학 평준화해서 모두가 잘사는 나라로 가자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오늘은 쌀밥 먹지만 내일은 옥수수도 못먹을 수 있는 최악의 위기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주어진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 잘난 스웨덴도 EU 블럭형 경제로 보호받지 않는다면 이미 수십년전에 망했을 것이고 대처가 일으켰다는 영국도 유전 안터졌으면 진작에 망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살기힘든 곳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는 '엘레강스한 인생' 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처자식의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이공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들 열심히 해서, 차라리 다른 나라 피빨아먹고 사는 선진국이라도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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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07/11/03 06:03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읽다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냥 내렸습니다.

우리 중 대다수는 '다른 사람에게 성실한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통나무를 옮긴 것도 아니고, '밤새 커피를 들이켜며 실험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이공계를 택한 게 아닙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고, 적어도 IMF 전까지는 사실이었습니다.
온누리
07/11/03 06:36
수정 아이콘
약간은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 있어서 댓글을 답니다.

우선 대학 정원 2배 늘리기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기에 시작됐습니다. 90년인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사장들과 만나서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 때 기업체에서는 '이공계 인원이 수요에 비해 상당이 적고,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이 석/박사 등의 연구직으로 돌거나 해서 실제 가용 가능한 수요가 매우 적으므로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우수 대학 정원을 늘려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공계 대학 정원을 두배 늘리겠다고 했고 그게 92년 부터 시작됩니다. (서울대 기준으로 공대가 91학번이 700 명 좀 넘는 수준에서 96 학번이 1400 명이 넘는 수준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이공계열의 배출 인원이 늘어난 것이 지금 이공계 문제의 한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항상 대기업에서는 쓸만한 인력이 없다고 불평합니다. 정부나 대통령 후보들 혹은 소위 지도층에서는 이공계 문제를 대학입학 혹은 대학 재학생의 문제로만 한정지으려고 합니다.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느니 하지만 단지 대학 4년 (혹은 6년, 10 년) 동안 장학금을 받는 것으로 이공계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장에서의 임금 문제, 고용안정성 문제겠지요. 상대적으로 이공계를 졸업하고 취직했을 때 봉급이 타 분야에 비해 적게 느껴지고 고용도 불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공계 기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에서 피고용인의 임금을 높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기업의 풍토와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명왕성님// 이공계 사람들이 IMF 이전까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았냐 하면, 그게 좀 애매합니다.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온 사람들은 매우 큰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을 제외하곤 이공계 사람들의 임금이 타 분야보다 높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제가 다니는 모모 기업은 IMF 이전에 입사 초봉이 150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현재는 3000만원이 넘습니다. 단 IMF가 가져온 변화는 고용안정성의 회손입니다. IMF 이전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 취직한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IMF 이후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졌습니다. 이것은 이공계 분야 뿐이 아닙니다. 타 분야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고용안정성이 확보되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이 더욱 선호되게 되었습니다. 단 이공계 분야의 사람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그게 더 피부로 와 닿았을 뿐입니다.
명왕성
07/11/03 07:17
수정 아이콘
온누리 // 제가 말씀드린 노력한 만큼의 보상은 이공계의 평균연봉이 타 직종에 비해 높았다는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상위 몇% 안에 들면 그만큼 보상을 받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것도 해당하겠죠.) 지금 한국 이공계는 그것조차 안 되는 듯 보입니다.

제가 상위 1%에 들지는 않지만, 상위 1%에 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고 그분들이 치킨집 얘기할 때마다 속상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 와서야 치킨집 얘기 안 듣게 됐네요. (여기서는 다들 한국으로 돌아가실 생각 없으신 듯 하더군요.)
07/11/03 08:30
수정 아이콘
이공계 문제를 언급하려면 IMF이후 고용불안 문제를 빼놓으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공계인들이 대우가 안좋다고 툴툴대는것만은 아닙니다. 필자가 돈안주고 모형개구리가 움직이는게 뭔 기쁨이냐고 하시지만 실제 이공계인들이 박봉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일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자부심이라는게 분명 존재합니다. 그 자부심은 애국심, 애사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개발해서 완성해내는 그 일련의 탐구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입니다. 요즘이야 돈보고 전공 고른다지만 이공계 진학하는 친구 치고 수학과학 싫어하는 친구는 없지 않나요? 자신의 학문특성에 외골수가 되어 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자부심을 가지고 거기에 몰입하는 것 만으로도 이공계인들이 이공계를 못떠나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실제 이공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등의 현실을 거치면서 이것이 내길이 아니다라고 포기한 사람들 사이에서 끝끝내 남아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성향은 더더욱 강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연구인력의 고용문제는 지금 신자유주의식 노동유연성과 그 맥락을 같이하기에 사태를 매우 위험하게 만듭니다. 지금 연구소들마다 연구인력은 심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야근이 제일 많은 직업이 연구소이고, 정보화시대이후 각 회사별로 가장 필요한 인력은 단연 R&D인력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더 뽑지를 않습니다.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위주로 가장 많이 뽑는 직종이 이공계이고, 구조조정 및 사업변경되면 가장 먼저 나가떨어지는게 연구인력입니다. 연구인력은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게 가장 큰 일거리인데, 프로젝트라는거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힘들지 모르면서도 납기는 정해져 있기에 어떻게서든 일을 끝내야만 그들의 책임이 완수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건 적건 어떻게든 밤을 새고 다 분해했다 조립해서라도 끝끝내 성공을 시켜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회사에서 그들에게 밥벌이 돈을 지급해줍니다. 아까 말했던 자부심과 일의 특성이 만들어내는 의무감이 그들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몰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더 뽑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일을 끝내놓으니까요. 일손이 부족하면 능력있는 경력사원 몇명 쓰다가 일없으면 다시 내치면 그만입니다. 회사입장에서는 말이죠. 이런 고용안정이 보장되어있지 않는 상황에서 경력과 센스밖에 믿을게 없는 외골수 공돌이들은 도저히 자신의 직업에 대한 명확한비전을 둔다는것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딜가든 열심히만 하면 된다라는 믿음이 생기지가 않는다는 것이죠. 30년넘게 한가지 공부만 해온 사람들이 그 일에대한 자부심과 의무감으로 밤새며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유연성이라는 명목하에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자리를 못두게 되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불만이 나올수 밖에 없습니다. 그 불만은 사회가 만들어낸 불만이죠. 종종 기술유출이라는 명목하에 그 이직마저 못하게 막는 회사도 수두룩 합니다. 그렇게 해서 착취를 하거나 닭집을 차리게 하죠

교육문제만큼 복잡하디 복잡한 문제가 이공계문제입니다. 월급이 적은 이유, 공부가 어려운 이유, 대학원 문화의 비효율성, 중등교육의 전인화 부재등 그 외에도 생각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꼬일대로 꼬였죠. 이공계인들이 무식해서 당했다라고 비판하기에는 조금 사회가 어눌하게 이공계인을 취급한 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07/11/03 09:10
수정 아이콘
온누리님/
김영삼 1년차에 시행한 정책이니 당연히 노태우 재임시절에 시작된 것이었을텐데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07/11/03 09:15
수정 아이콘
ㅇㅇ/님//
제가 본문에서 좀 불분명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이공계 인력' 이라는 집단이 사실은 3개정도의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고급 연구인력 / 일반 연구인력 / 기능직 이렇게요. 사실 지금도 고급 연구인력 분야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잘하는 사람들은 잘 하고 대접 잘 받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2번과 3번에 속하는 분들이죠. 실제로는 일반 연구인력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미칠듯한 정원 확장의 대세에 힘입어 상당히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분들의 경우, 본인 생각에는 이정도 대접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회사에 들어가서는 하는 일이 영 한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원래는 기능 인력의 코스를 밟았어야 하는 분들인데 R&D 분야를 지망하는 분들의 경우도 인생이 불행하긴 마찬가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정원이 문제의 큰 발단 중 하나라고 봤습니다.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은 확실히 IMF 이후 평생 직장의 개념이 깨져나간 탓이 큽니다. 근데 전 이것은 인문 상경 이공계 전반에 걸친 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굳이 이공계의 문제를 다룰 때 특정하게 다루긴 힘들다고 봅니다.
07/11/03 09:17
수정 아이콘
ㅇㅇ/님//
그런 자부심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도 이런 더러운 세상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나로 인해서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엇인가가 탄생할 수 있다' 라는 자부심이었습니다.

다만, 저 자부심은 개인적인 것이고, 제가 그런 자부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나 대접해주쇼'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성실한 원숭이 이야기를 한 것은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07/11/03 09:27
수정 아이콘
OrBef님// 물론 이해하고 계시지 않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만 빠져있어서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나 대접해주쇼 이야기는 원숭이이야기와는 조금 맥락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원숭이는 쓸데없는일을 했지만 이공계인력은 쓸모있는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매출이 200억이 넘는데 연구인력 10여명 평균임금이 상경계열 대기업 고졸초봉보다도 한참 낮은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 M&A로 사장이 200억먹고 주식팔고 나가는 꼴을 멍하니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생산하시는 분들, 관리하시는 분들, 경영하시는 분들 모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지만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공계 인력이 가치만큼 돈을 못가져간다는 것은 원숭이가 나무를 나르는게 아니라 원숭이가 나무조각을 만들어 거리를 아름답게 만든것과 비교를 해야 맞는 거겠지요.
고용안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가 이공계인을 외골수로 만들어 놓아놓고선(신자유주의는 개개인의 전문화를 강조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연스러운 이직을 활성화하여 노동시장을 경쟁체제로 만다는게 노동유연화니까요) 시간지나면 퇴물취급해버리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낸 또다른 사농공상입니다. 아 이제는 사상공농이 되겠네요. 농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먹을 음식을 만들어내면 그 가치를 지키는 그들에게 사회가 일정부분 가치를 지킬만한 최소한을 만들어주어야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겠죠. 이공계의 천대문화가 노동시장에 만연화되고 장기화되면 자부심과 의무감속에 일하는 그들은 사회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보기에는 현대에서 과학이 가지는 가치는 그리 쉽게 생각할만한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07/11/03 09:45
수정 아이콘
ㅇㅇ/님//
이공계에서 만들어내는 많은 물건들이 '인류사회의 궁극적 문명 향상' 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펀드 매니저가 선물거래로 물어다주는 1000억이 연구소 직원 100명이 만들어내는 1000억의 부가가치보다 더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기업은.. 결국 기업이니까요. pgr 이나 스갤에서 성적 조금만 떨어져도 먹x 소리 듣는 선수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뿐이고 기업은 돈으로만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 ㅇㅇ님 얘기는 아닙니다. 장기적 가치 창출은 인류에 도움이 될 뿐, 기업에 도움이 안된다는 제 시각을 설명하는 것 뿐입니다. )

이공계의 외곬수 인력들이 나중에 '쓸모가 없다' 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사실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것 다 좋지만, 쓸모가 없는 것은 없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 ㅇㅇ님도 마찬가지고, 결국 나이먹으면 쓸모없습니다. 그것을 '부정 하느냐' 아니면 사회 통합 차원에서 '안고 가느냐' 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결국 이 문제는 정부에서 기업에 이공계 인력의 대우를 보장하라는 일정 수준의 '법적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밖에는 풀 수가 없다고 봅니다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공계 인력의 능력이 시간이 갈 수록 떨어진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안고 가는 것이 답이긴 한데, 복지의 개념으로 안고가야하는 것인지 고용 안정으로 안고 가야 하는 것인지요. 고용 안정화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용을 유연하게 하면 사회가 불안해지겠죠. 그렇다고 회사에서 짤린 사람을 복지로 대우해줘봤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돌아오지 않고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걸 동시에 해결하는 법은 단 하나, 먹이사슬에서 맨 위에 서는 것 뿐이죠. 다른 나라 피 빨아먹자는 사족은 그래서 달았습니다.
07/11/0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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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ef님// 무언가 미묘하게 핀트가 어긋나고 있는거 같아 안타깝군요 -ㅇ- 어짜피 모두 같은 이야기일테지만요
선물거래 1000억과도 연구소 1000억을 비교할만한건 못됩니다. 선물거래는 펀드매니저의 일이고 연구소는 연구소의 일이 있습니다. 돈만으로 먹고살수 없는 인간이기에 유형의 실물을 소비해야 하고, 그 실물속에 이공계인력의 숨이 들어가있지 않는 곳은 유형물은 현대사회에서 그 어느곳에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회구조적으로 가치배분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사회의 선순환을 막고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차라리 프로스포츠가 훨씬 낫습니다. 거기는 치열해도 결과로 승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매출 몇조짜리 기술을 한 연구팀이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돌아가는것은 월급뿐입니다. 그들이 도망가면 기술가지고 튄다고 뭐라고 하면서 말이죠

이공계 외골수 인력이 나중에 쓸모가 없는것은 문제가 있는 현실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쓸모없게 되어버릴만큼 현대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만큼 인력활용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재교육이나 인력관리문화가 부족한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의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단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적 압력을 행사하여 그들의 강제고용을 유지하자는게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죠. 고용안정확보 노동복지확보를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 그들이 일하고 나서 닭집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틀어보자는 말이지요.
07/11/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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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님//
사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보입니다.

ㅇㅇ님께서는 약간 노동가치설 + 상식적 도덕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시는 것이고 ( 가치 = 투입된 노동력 +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 가치를 창출한 사람에게 '댓가'를 지급 )
저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인데 ( 가치 = 가격,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몸값'을 지급 )

저도 사회는 ㅇㅇ님께서 말씀하시는 형태로 가는 것이 훨씬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준폐쇄형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아니고서야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 것이죠. ㅇㅇ 님께서도 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제 논리를 따라가서 도달하는 사회의 모습이 싫어신 것 뿐이죠.

참 그리고, 이제는 이직을 안해도 '이직 조짐죄' 라는 것으로 구속이 가능해졌습니다. 유시민씨 이하 20명의 의원이 발의했고 지난 여름에 통과가 됐죠. 나중에 유시민씨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안 읽어보고 서명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해명했다고 하던데.. 진실은 아무도 모르죠.
성야무인
07/11/03 11:0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이공계중에 공대쪽은 아직도 먹고 살만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기능직이나 일반연구직으로 전공 살려서 갈수 있으니까요. 근데 순수과학은 어떤줄 아십니까. 예를 들죠. 제가 졸업한 학과에서 전공찾아서 해외에서 대학원까지 박사과정까지 유학한 사람은 저희 학번중 저 혼자입니다. 그래도 저보다 먼저 졸업한 사람들은 전공 안택하고도 저보다 돈도 잘벌고, 잘만 살더라구요. 솔직히, 순수과학쪽을 (의사가 되려면 모를까) 박사까지 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전 의학계통을 했기 때문에 나중에 취직이나 혹은 교직을 들어간다 하더라도, 갈길이 있죠. 헌데 순수생물중에 곤충학이라던지 분류학 혹은 해양생물학 이런거 전공한 사람들 박사까지 외국에서 나와도 자리가 없습니다. 공부요 해외에서도 맨날 밤샘하고 월화수목금금일입니다. 연봉이요? 북미에서도 공대전공한 학부생보다 석사 마치고 나가도 연봉이 적습니다. 공대생이야 외국에 나가면 살길이라도 있죠. 순수과학쪽은 의대쪽이나 혹은 공대관련된 순수과학 아니면, 외국이고 나발이고 죽어라하고 공부해야 됩니다. 완전 모 살길자체가 막막한데, 한국에 웬만한 대학에서 생물,화학은 다있으니 도대체 모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술사
07/11/03 12:13
수정 아이콘
Orbef님 돌아오셨군요.
앞으로도 멋진 글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최종병기캐리
07/11/03 12:54
수정 아이콘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죠. 국내에서 소화할 수요는 적은데 배출하는 공대생은 넘쳐나니 몸값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사회구조 역시 라인위주에서 서비스쪽으로 변화하면서 상경계열은 진출할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고.....

이건 뭐... 대학이 고등교육이 아니라 의무교육화되어가는 추세니.....
07/11/03 14:43
수정 아이콘
성야무인님/
곤충학자라는 부류의 사람들이 지금 세상에 도대체 몇명이나 필요할까요. 물론 곤충학자들이 새로운 곤충을 찾아냈는데 우연히도 그 곤충의 분비물이 암 치료제로 효과가 좋더라! 뭐 이런다면 모를까, 실제로는 거의 가망성 없는 얘기죠.

곤충학, 천문학, 분류학 이런건 결국 다 귀족 학문입니다. 대학교에서 랭보의 시 읽는거랑 똑같아요. 그런거 하면서 고용 보장 내지는 높은 연봉을 바라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고2 겨울때까지의 꿈이었습니다만, 제 형님이 '그래서 그거 해서 뭘로 벌어먹고 살건데? 나중에 내 부모님한테 손벌리면 나한테 죽는다.' 라는 말 한방으로 꿈을 접었던 경험도 있거니와..

이공계는 '난 속물입니다. 좋은 거 만들어 드릴테니 돈 좀 주세요' 이런 개념이라면
순수 과학은 '난 과학이 너무 재밌어서 연구할테니 물론 그게 돈은 안돼지만 내 월급은 주셔야 겠습니다' 이런 개념이죠.

공대쪽과 순수 과학은 그런 면에서 조금 다릅니다. 물론 순수 과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야말로 이공계 모든 인력의 꿈과 낭만입니다만...!! 누가 돈주지 않는 것을 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 경우에 욕할 대상은, 학생들 미래를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자기 자리유지를 위해 끝없이 분류학 신입생들을 뽑는 분류학 교수님들이겠죠.
지구사랑
07/11/03 15:47
수정 아이콘
결국은 "경제"에 관한 문제입니다. 경제는 "수급"으로 귀결되구요. 저는 우리 나라 모든 문제의 본질은 아마도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당연하던 것이 지금은 나름 어느 정도 산다고 하는 나라 중에서는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출산을 장려해도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것은 경제 문제 때문입니다. 오십 년전의 농경 사회에서는 사람 수가 곧 힘이었지만, 지금은 아이에 들어가는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여러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하는데, 교육비가 올라가는 근본 원인은 서로에 대한 치열한 경쟁 때문이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진 이유는 결국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중3까지만 해도 천문학과를 가겠다고 생각했고, 고3 수험 시험을 치고 나서까지도 대신 물리학과를 가겠다고 생각했다가 결국 공대를 갔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낭만의 시대는 이제 사라지고 아마도 쉽게 돌아오지 않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 지금 "세계화"의 덕을 보고는 있습니다만, 세계화는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는 쪽이죠.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대부분의 학과가 다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오버"나 정원을 줄이지 않는 대학의 "이기"주의, 이런 것은 결국 중간의 과정이고, 왠지 끝이 좋지 않은 결론으로 치닫는 것 같아 심히 걱정이 됩니다.
성야무인
07/11/03 16:05
수정 아이콘
OrBef님// 돈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욕할생각은 전혀 없구요. 님의 말씀대로 순수과학중에 마이너한 학문은 사학이나 철학과 마찬가지로 귀족학문입니다. 그외 다른 순수과학분야도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장미빛은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공대야 일정수준으로 만들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속물이어도 상관은없구요. 헌데 제발좀 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순진한 대학생들좀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순수과학은 공대쪽과는 다르게 정말 하고 싶은 사람만 해야 되는 학문이니까 말이죠. 많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석사나 박사를 해서 BT가 전망이 정말 좋을것 같다라는 얘기로 부려먹지만 않았음ㄴ 좋겠습니다.
세오카
07/11/03 17:00
수정 아이콘
천체 물리학에 대한 로망을 갖다가 물리학과 진학하고 여차저차 졸업해서는 프로그래밍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남다른 주제네요.
연구소 오너부터 실장 팀장까지 전부 미혼인 환경의 월화수목금금금 압박의 문제도 조금 겪다보니.

그런데 가난한 나라라거나 최악의 위기라는 언급은 후배님들에게 현실과 대응을 알려주는 것과는 많이 무관한 것 같습니다. 경제가 정말로 문제가 되는 나라의 빈민 가정들은 교육은 커녕 가족 생계를 위해 자녀를 아동 노동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딴소리이긴 한데, 요즘 늘 낮게보던 한국의 성장에 질투를 느낀다는 대만인들은 국가 정체의 원인을 여야끼리의 정치 싸움에서 국력이 소모되는 것으로 여기며 한탄하는 것 같더군요.
오소리감투
07/11/03 17:57
수정 아이콘
컴백을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가끔 들러 글 남겨주세요.. OrBef님 글은 꼭 곱씹어 읽게 되더군요...
Black_smokE
07/11/03 21:22
수정 아이콘
OrBef님// '그것이 준폐쇄형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아니고서야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 것이죠.'
이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이 공감하는 편입니다.
彌親男
07/11/03 22:08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캐리어님// 그러니까요. 저는 그렇기 때문에 대학평준화에 대해서 아직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일단 대학생 수가 좀 줄어야지 평준화가 가능할 거 같아요.
거침없이하이
07/11/03 23:44
수정 아이콘
OrBef님// 정말 컴백 환영합니다 ^^..
07/11/04 00:21
수정 아이콘
성야무인님/
순수과학쪽 정원이 확 줄어야 한다는건 100% 동감합니다. 그쪽은 공대보다 더 줄어야죠. 곤충학과같은 곳은 졸업 이후 '대부분'이 꿈을 접는데, 도대체 무슨 뻔뻔한 배짱으로 계속 신입생들을 뽑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18살 고등학생들한테 그정도 경쟁을 강요하려면, 대학에서 어느정도 결과물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전 조직이 가져야 하는 덕목으로 '공평함' 보다는 '투명함' 이나 '예측 가능함' 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졸업생 현황표 같은 것을 공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만, 요원한 얘기죠.
07/11/04 00:29
수정 아이콘
세오카님/
제 입장은 지구사랑님의 댓글과도 많이 일치합니다.

'대우가 후져!' 이것은 사실은 상경계 상위 10% 와 법대 의대 출신을 빼고나면 모두들 느끼고 있는 문제입니다.

상경계 상위 10% 는 노동 시장 유연화를 겪기도 하지만 그만큼 몸값도 올랐죠. 이직도 자유롭습니다.
법대와 의대는 수급량을 스스로 조절함으로써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상경계의 90% 와 인문대 출신들은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믿습니다.

이와는 달리, 약간 특별하게도 이공계 인력들이 법대나 의대처럼 현 상황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공계의 현황이 눈에 더 잘 뜨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엄밀히 말하면 이공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불이익을 받는 부분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노동 시장 유연화의 결과 기업은 유연하게 직원을 뽑고 잘라버리지만, 직원은 퇴직의 자유가 없죠.>

하여튼, 이공계 문제라고 불거지는 문제들의 대부분은 일반 2~30대 구직자들과 45세 이상의 조기 퇴직 인력들이 다같이 겪고 있는 문제인 것이고, 이 문제의 가장 큰 본질은 우리나라 경제가 우리나라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으로 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위기라는 말씀은 드린거구요.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지만, 우리는 오만가지 불리한 조건에서 사력을 쥐어짜서 그 위치에 오른 것이고 독일같은 나라는 이래저래 여력이 많죠. 고로 우리나라가 10년 내에 20위권 바깥으로 추락할 위험도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파뿌리
07/11/04 02:28
수정 아이콘
항공기계공학부와 수학교육과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글을 읽어보니 단순히 공학공부가 하고 싶어서 가기에는 현실이 참담하네요.....
07/11/04 08:38
수정 아이콘
OeBrf님// 반가워요~ ^^*
세이시로
07/11/04 11:23
수정 아이콘
돌아오셔서 반갑네요.
제이크루
07/11/04 13:41
수정 아이콘
컴백 환영합니다.
한국은 아직 선진국 멀었죠. 마지막단계를 극복해야 되는데...
지구사랑
07/11/04 19:15
수정 아이콘
파뿌리님// 현실은 상당히 괴롭습니다. 공학계건 자연계건 통상의 인문계건... 그렇다고 법대나 의대도 예전처럼 장미빛 인생만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요즈음입니다.
일단 무엇이든지 상위 10% 안에는 들어야 하고, 그렇게 든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그곳이 괜찮은가 다시 한 번 물어보아야 합니다. 비록 불안하지만 후회없이(?) 역동적으로 사느냐, 조금은 편안하게 사느냐, 그런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상위 10%안에 들 자신이 있고 역동적인 삶을 즐기시고 싶다면 전자도 좋을 것이고, 아니면 공무원 혹은 선생님도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휴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보수적이 되어가나 봅니다.
매직기어
07/11/04 19:15
수정 아이콘
아 글 잘읽었습니다
무거운내용이고 마음도 무거워지네요..
컴백 환영합니다 ^^
사이몬PHD
07/11/05 13:54
수정 아이콘
주제와는 다른 내용이지만
"뉴욕주같은 경우에는 얼마전부터 그것이(셀프 주유) 금지되었습니다." <--- 이거 사실인가요?
시행되는데 시간이 걸리려나 ???
아직까지는 예전이랑 별루 변동사항 없던데 ???
07/11/07 02:17
수정 아이콘
사이몬PHD님/
뉴욕주 전체는 아닌듯 해요. 제 형님이 저지시티쪽에 살고있는데, 그쪽이랑 터널 양쪽 주유소들은 그러기 시작한 곳이 꽤 돼더라구요. 이유는 정부 시책때문이라더군요.

사이몬님 말씀을 듣고보니, '강제' 라기 보다는 보조금 정도 쥐어주면서 '권장' 하는 시책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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