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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03 06:03
죄송합니다. 읽다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냥 내렸습니다.
우리 중 대다수는 '다른 사람에게 성실한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통나무를 옮긴 것도 아니고, '밤새 커피를 들이켜며 실험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이공계를 택한 게 아닙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고, 적어도 IMF 전까지는 사실이었습니다.
07/11/03 06:36
약간은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 있어서 댓글을 답니다.
우선 대학 정원 2배 늘리기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기에 시작됐습니다. 90년인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사장들과 만나서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 때 기업체에서는 '이공계 인원이 수요에 비해 상당이 적고,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이 석/박사 등의 연구직으로 돌거나 해서 실제 가용 가능한 수요가 매우 적으므로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우수 대학 정원을 늘려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공계 대학 정원을 두배 늘리겠다고 했고 그게 92년 부터 시작됩니다. (서울대 기준으로 공대가 91학번이 700 명 좀 넘는 수준에서 96 학번이 1400 명이 넘는 수준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이공계열의 배출 인원이 늘어난 것이 지금 이공계 문제의 한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항상 대기업에서는 쓸만한 인력이 없다고 불평합니다. 정부나 대통령 후보들 혹은 소위 지도층에서는 이공계 문제를 대학입학 혹은 대학 재학생의 문제로만 한정지으려고 합니다.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느니 하지만 단지 대학 4년 (혹은 6년, 10 년) 동안 장학금을 받는 것으로 이공계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장에서의 임금 문제, 고용안정성 문제겠지요. 상대적으로 이공계를 졸업하고 취직했을 때 봉급이 타 분야에 비해 적게 느껴지고 고용도 불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공계 기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에서 피고용인의 임금을 높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기업의 풍토와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명왕성님// 이공계 사람들이 IMF 이전까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았냐 하면, 그게 좀 애매합니다.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온 사람들은 매우 큰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을 제외하곤 이공계 사람들의 임금이 타 분야보다 높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제가 다니는 모모 기업은 IMF 이전에 입사 초봉이 150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현재는 3000만원이 넘습니다. 단 IMF가 가져온 변화는 고용안정성의 회손입니다. IMF 이전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 취직한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IMF 이후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졌습니다. 이것은 이공계 분야 뿐이 아닙니다. 타 분야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고용안정성이 확보되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이 더욱 선호되게 되었습니다. 단 이공계 분야의 사람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그게 더 피부로 와 닿았을 뿐입니다.
07/11/03 07:17
온누리 // 제가 말씀드린 노력한 만큼의 보상은 이공계의 평균연봉이 타 직종에 비해 높았다는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상위 몇% 안에 들면 그만큼 보상을 받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것도 해당하겠죠.) 지금 한국 이공계는 그것조차 안 되는 듯 보입니다.
제가 상위 1%에 들지는 않지만, 상위 1%에 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고 그분들이 치킨집 얘기할 때마다 속상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 와서야 치킨집 얘기 안 듣게 됐네요. (여기서는 다들 한국으로 돌아가실 생각 없으신 듯 하더군요.)
07/11/03 08:30
이공계 문제를 언급하려면 IMF이후 고용불안 문제를 빼놓으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공계인들이 대우가 안좋다고 툴툴대는것만은 아닙니다. 필자가 돈안주고 모형개구리가 움직이는게 뭔 기쁨이냐고 하시지만 실제 이공계인들이 박봉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일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자부심이라는게 분명 존재합니다. 그 자부심은 애국심, 애사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개발해서 완성해내는 그 일련의 탐구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입니다. 요즘이야 돈보고 전공 고른다지만 이공계 진학하는 친구 치고 수학과학 싫어하는 친구는 없지 않나요? 자신의 학문특성에 외골수가 되어 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자부심을 가지고 거기에 몰입하는 것 만으로도 이공계인들이 이공계를 못떠나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실제 이공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등의 현실을 거치면서 이것이 내길이 아니다라고 포기한 사람들 사이에서 끝끝내 남아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성향은 더더욱 강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연구인력의 고용문제는 지금 신자유주의식 노동유연성과 그 맥락을 같이하기에 사태를 매우 위험하게 만듭니다. 지금 연구소들마다 연구인력은 심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야근이 제일 많은 직업이 연구소이고, 정보화시대이후 각 회사별로 가장 필요한 인력은 단연 R&D인력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더 뽑지를 않습니다.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위주로 가장 많이 뽑는 직종이 이공계이고, 구조조정 및 사업변경되면 가장 먼저 나가떨어지는게 연구인력입니다. 연구인력은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게 가장 큰 일거리인데, 프로젝트라는거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힘들지 모르면서도 납기는 정해져 있기에 어떻게서든 일을 끝내야만 그들의 책임이 완수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건 적건 어떻게든 밤을 새고 다 분해했다 조립해서라도 끝끝내 성공을 시켜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회사에서 그들에게 밥벌이 돈을 지급해줍니다. 아까 말했던 자부심과 일의 특성이 만들어내는 의무감이 그들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몰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더 뽑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일을 끝내놓으니까요. 일손이 부족하면 능력있는 경력사원 몇명 쓰다가 일없으면 다시 내치면 그만입니다. 회사입장에서는 말이죠. 이런 고용안정이 보장되어있지 않는 상황에서 경력과 센스밖에 믿을게 없는 외골수 공돌이들은 도저히 자신의 직업에 대한 명확한비전을 둔다는것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딜가든 열심히만 하면 된다라는 믿음이 생기지가 않는다는 것이죠. 30년넘게 한가지 공부만 해온 사람들이 그 일에대한 자부심과 의무감으로 밤새며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유연성이라는 명목하에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자리를 못두게 되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불만이 나올수 밖에 없습니다. 그 불만은 사회가 만들어낸 불만이죠. 종종 기술유출이라는 명목하에 그 이직마저 못하게 막는 회사도 수두룩 합니다. 그렇게 해서 착취를 하거나 닭집을 차리게 하죠
교육문제만큼 복잡하디 복잡한 문제가 이공계문제입니다. 월급이 적은 이유, 공부가 어려운 이유, 대학원 문화의 비효율성, 중등교육의 전인화 부재등 그 외에도 생각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꼬일대로 꼬였죠. 이공계인들이 무식해서 당했다라고 비판하기에는 조금 사회가 어눌하게 이공계인을 취급한 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07/11/03 09:10
온누리님/
김영삼 1년차에 시행한 정책이니 당연히 노태우 재임시절에 시작된 것이었을텐데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07/11/03 09:15
ㅇㅇ/님//
제가 본문에서 좀 불분명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이공계 인력' 이라는 집단이 사실은 3개정도의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고급 연구인력 / 일반 연구인력 / 기능직 이렇게요. 사실 지금도 고급 연구인력 분야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잘하는 사람들은 잘 하고 대접 잘 받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2번과 3번에 속하는 분들이죠. 실제로는 일반 연구인력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미칠듯한 정원 확장의 대세에 힘입어 상당히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분들의 경우, 본인 생각에는 이정도 대접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회사에 들어가서는 하는 일이 영 한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원래는 기능 인력의 코스를 밟았어야 하는 분들인데 R&D 분야를 지망하는 분들의 경우도 인생이 불행하긴 마찬가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정원이 문제의 큰 발단 중 하나라고 봤습니다.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은 확실히 IMF 이후 평생 직장의 개념이 깨져나간 탓이 큽니다. 근데 전 이것은 인문 상경 이공계 전반에 걸친 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굳이 이공계의 문제를 다룰 때 특정하게 다루긴 힘들다고 봅니다.
07/11/03 09:17
ㅇㅇ/님//
그런 자부심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도 이런 더러운 세상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나로 인해서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엇인가가 탄생할 수 있다' 라는 자부심이었습니다. 다만, 저 자부심은 개인적인 것이고, 제가 그런 자부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나 대접해주쇼'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성실한 원숭이 이야기를 한 것은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07/11/03 09:27
OrBef님// 물론 이해하고 계시지 않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만 빠져있어서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나 대접해주쇼 이야기는 원숭이이야기와는 조금 맥락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원숭이는 쓸데없는일을 했지만 이공계인력은 쓸모있는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매출이 200억이 넘는데 연구인력 10여명 평균임금이 상경계열 대기업 고졸초봉보다도 한참 낮은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 M&A로 사장이 200억먹고 주식팔고 나가는 꼴을 멍하니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생산하시는 분들, 관리하시는 분들, 경영하시는 분들 모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지만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공계 인력이 가치만큼 돈을 못가져간다는 것은 원숭이가 나무를 나르는게 아니라 원숭이가 나무조각을 만들어 거리를 아름답게 만든것과 비교를 해야 맞는 거겠지요. 고용안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가 이공계인을 외골수로 만들어 놓아놓고선(신자유주의는 개개인의 전문화를 강조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연스러운 이직을 활성화하여 노동시장을 경쟁체제로 만다는게 노동유연화니까요) 시간지나면 퇴물취급해버리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낸 또다른 사농공상입니다. 아 이제는 사상공농이 되겠네요. 농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먹을 음식을 만들어내면 그 가치를 지키는 그들에게 사회가 일정부분 가치를 지킬만한 최소한을 만들어주어야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겠죠. 이공계의 천대문화가 노동시장에 만연화되고 장기화되면 자부심과 의무감속에 일하는 그들은 사회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보기에는 현대에서 과학이 가지는 가치는 그리 쉽게 생각할만한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07/11/03 09:45
ㅇㅇ/님//
이공계에서 만들어내는 많은 물건들이 '인류사회의 궁극적 문명 향상' 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펀드 매니저가 선물거래로 물어다주는 1000억이 연구소 직원 100명이 만들어내는 1000억의 부가가치보다 더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기업은.. 결국 기업이니까요. pgr 이나 스갤에서 성적 조금만 떨어져도 먹x 소리 듣는 선수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뿐이고 기업은 돈으로만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 ㅇㅇ님 얘기는 아닙니다. 장기적 가치 창출은 인류에 도움이 될 뿐, 기업에 도움이 안된다는 제 시각을 설명하는 것 뿐입니다. ) 이공계의 외곬수 인력들이 나중에 '쓸모가 없다' 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사실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것 다 좋지만, 쓸모가 없는 것은 없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 ㅇㅇ님도 마찬가지고, 결국 나이먹으면 쓸모없습니다. 그것을 '부정 하느냐' 아니면 사회 통합 차원에서 '안고 가느냐' 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결국 이 문제는 정부에서 기업에 이공계 인력의 대우를 보장하라는 일정 수준의 '법적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밖에는 풀 수가 없다고 봅니다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공계 인력의 능력이 시간이 갈 수록 떨어진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안고 가는 것이 답이긴 한데, 복지의 개념으로 안고가야하는 것인지 고용 안정으로 안고 가야 하는 것인지요. 고용 안정화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용을 유연하게 하면 사회가 불안해지겠죠. 그렇다고 회사에서 짤린 사람을 복지로 대우해줘봤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돌아오지 않고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걸 동시에 해결하는 법은 단 하나, 먹이사슬에서 맨 위에 서는 것 뿐이죠. 다른 나라 피 빨아먹자는 사족은 그래서 달았습니다.
07/11/03 09:55
OrBef님// 무언가 미묘하게 핀트가 어긋나고 있는거 같아 안타깝군요 -ㅇ- 어짜피 모두 같은 이야기일테지만요
선물거래 1000억과도 연구소 1000억을 비교할만한건 못됩니다. 선물거래는 펀드매니저의 일이고 연구소는 연구소의 일이 있습니다. 돈만으로 먹고살수 없는 인간이기에 유형의 실물을 소비해야 하고, 그 실물속에 이공계인력의 숨이 들어가있지 않는 곳은 유형물은 현대사회에서 그 어느곳에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회구조적으로 가치배분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사회의 선순환을 막고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차라리 프로스포츠가 훨씬 낫습니다. 거기는 치열해도 결과로 승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매출 몇조짜리 기술을 한 연구팀이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돌아가는것은 월급뿐입니다. 그들이 도망가면 기술가지고 튄다고 뭐라고 하면서 말이죠 이공계 외골수 인력이 나중에 쓸모가 없는것은 문제가 있는 현실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쓸모없게 되어버릴만큼 현대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만큼 인력활용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재교육이나 인력관리문화가 부족한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의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단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적 압력을 행사하여 그들의 강제고용을 유지하자는게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죠. 고용안정확보 노동복지확보를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 그들이 일하고 나서 닭집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틀어보자는 말이지요.
07/11/03 10:03
ㅇㅇ님//
사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보입니다. ㅇㅇ님께서는 약간 노동가치설 + 상식적 도덕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시는 것이고 ( 가치 = 투입된 노동력 +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 가치를 창출한 사람에게 '댓가'를 지급 ) 저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인데 ( 가치 = 가격,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몸값'을 지급 ) 저도 사회는 ㅇㅇ님께서 말씀하시는 형태로 가는 것이 훨씬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준폐쇄형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아니고서야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 것이죠. ㅇㅇ 님께서도 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제 논리를 따라가서 도달하는 사회의 모습이 싫어신 것 뿐이죠. 참 그리고, 이제는 이직을 안해도 '이직 조짐죄' 라는 것으로 구속이 가능해졌습니다. 유시민씨 이하 20명의 의원이 발의했고 지난 여름에 통과가 됐죠. 나중에 유시민씨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안 읽어보고 서명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해명했다고 하던데.. 진실은 아무도 모르죠.
07/11/03 11:04
그래도 이공계중에 공대쪽은 아직도 먹고 살만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기능직이나 일반연구직으로 전공 살려서 갈수 있으니까요. 근데 순수과학은 어떤줄 아십니까. 예를 들죠. 제가 졸업한 학과에서 전공찾아서 해외에서 대학원까지 박사과정까지 유학한 사람은 저희 학번중 저 혼자입니다. 그래도 저보다 먼저 졸업한 사람들은 전공 안택하고도 저보다 돈도 잘벌고, 잘만 살더라구요. 솔직히, 순수과학쪽을 (의사가 되려면 모를까) 박사까지 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전 의학계통을 했기 때문에 나중에 취직이나 혹은 교직을 들어간다 하더라도, 갈길이 있죠. 헌데 순수생물중에 곤충학이라던지 분류학 혹은 해양생물학 이런거 전공한 사람들 박사까지 외국에서 나와도 자리가 없습니다. 공부요 해외에서도 맨날 밤샘하고 월화수목금금일입니다. 연봉이요? 북미에서도 공대전공한 학부생보다 석사 마치고 나가도 연봉이 적습니다. 공대생이야 외국에 나가면 살길이라도 있죠. 순수과학쪽은 의대쪽이나 혹은 공대관련된 순수과학 아니면, 외국이고 나발이고 죽어라하고 공부해야 됩니다. 완전 모 살길자체가 막막한데, 한국에 웬만한 대학에서 생물,화학은 다있으니 도대체 모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07/11/03 12:54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죠. 국내에서 소화할 수요는 적은데 배출하는 공대생은 넘쳐나니 몸값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사회구조 역시 라인위주에서 서비스쪽으로 변화하면서 상경계열은 진출할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고..... 이건 뭐... 대학이 고등교육이 아니라 의무교육화되어가는 추세니.....
07/11/03 14:43
성야무인님/
곤충학자라는 부류의 사람들이 지금 세상에 도대체 몇명이나 필요할까요. 물론 곤충학자들이 새로운 곤충을 찾아냈는데 우연히도 그 곤충의 분비물이 암 치료제로 효과가 좋더라! 뭐 이런다면 모를까, 실제로는 거의 가망성 없는 얘기죠. 곤충학, 천문학, 분류학 이런건 결국 다 귀족 학문입니다. 대학교에서 랭보의 시 읽는거랑 똑같아요. 그런거 하면서 고용 보장 내지는 높은 연봉을 바라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고2 겨울때까지의 꿈이었습니다만, 제 형님이 '그래서 그거 해서 뭘로 벌어먹고 살건데? 나중에 내 부모님한테 손벌리면 나한테 죽는다.' 라는 말 한방으로 꿈을 접었던 경험도 있거니와.. 이공계는 '난 속물입니다. 좋은 거 만들어 드릴테니 돈 좀 주세요' 이런 개념이라면 순수 과학은 '난 과학이 너무 재밌어서 연구할테니 물론 그게 돈은 안돼지만 내 월급은 주셔야 겠습니다' 이런 개념이죠. 공대쪽과 순수 과학은 그런 면에서 조금 다릅니다. 물론 순수 과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야말로 이공계 모든 인력의 꿈과 낭만입니다만...!! 누가 돈주지 않는 것을 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 경우에 욕할 대상은, 학생들 미래를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자기 자리유지를 위해 끝없이 분류학 신입생들을 뽑는 분류학 교수님들이겠죠.
07/11/03 15:47
결국은 "경제"에 관한 문제입니다. 경제는 "수급"으로 귀결되구요. 저는 우리 나라 모든 문제의 본질은 아마도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당연하던 것이 지금은 나름 어느 정도 산다고 하는 나라 중에서는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출산을 장려해도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것은 경제 문제 때문입니다. 오십 년전의 농경 사회에서는 사람 수가 곧 힘이었지만, 지금은 아이에 들어가는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여러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하는데, 교육비가 올라가는 근본 원인은 서로에 대한 치열한 경쟁 때문이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진 이유는 결국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중3까지만 해도 천문학과를 가겠다고 생각했고, 고3 수험 시험을 치고 나서까지도 대신 물리학과를 가겠다고 생각했다가 결국 공대를 갔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낭만의 시대는 이제 사라지고 아마도 쉽게 돌아오지 않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 지금 "세계화"의 덕을 보고는 있습니다만, 세계화는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는 쪽이죠.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대부분의 학과가 다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오버"나 정원을 줄이지 않는 대학의 "이기"주의, 이런 것은 결국 중간의 과정이고, 왠지 끝이 좋지 않은 결론으로 치닫는 것 같아 심히 걱정이 됩니다.
07/11/03 16:05
OrBef님// 돈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욕할생각은 전혀 없구요. 님의 말씀대로 순수과학중에 마이너한 학문은 사학이나 철학과 마찬가지로 귀족학문입니다. 그외 다른 순수과학분야도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장미빛은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공대야 일정수준으로 만들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속물이어도 상관은없구요. 헌데 제발좀 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순진한 대학생들좀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순수과학은 공대쪽과는 다르게 정말 하고 싶은 사람만 해야 되는 학문이니까 말이죠. 많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석사나 박사를 해서 BT가 전망이 정말 좋을것 같다라는 얘기로 부려먹지만 않았음ㄴ 좋겠습니다.
07/11/03 17:00
천체 물리학에 대한 로망을 갖다가 물리학과 진학하고 여차저차 졸업해서는 프로그래밍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남다른 주제네요.
연구소 오너부터 실장 팀장까지 전부 미혼인 환경의 월화수목금금금 압박의 문제도 조금 겪다보니. 그런데 가난한 나라라거나 최악의 위기라는 언급은 후배님들에게 현실과 대응을 알려주는 것과는 많이 무관한 것 같습니다. 경제가 정말로 문제가 되는 나라의 빈민 가정들은 교육은 커녕 가족 생계를 위해 자녀를 아동 노동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딴소리이긴 한데, 요즘 늘 낮게보던 한국의 성장에 질투를 느낀다는 대만인들은 국가 정체의 원인을 여야끼리의 정치 싸움에서 국력이 소모되는 것으로 여기며 한탄하는 것 같더군요.
07/11/03 21:22
OrBef님// '그것이 준폐쇄형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아니고서야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 것이죠.'
이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이 공감하는 편입니다.
07/11/03 22:08
최종병기캐리어님// 그러니까요. 저는 그렇기 때문에 대학평준화에 대해서 아직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일단 대학생 수가 좀 줄어야지 평준화가 가능할 거 같아요.
07/11/04 00:21
성야무인님/
순수과학쪽 정원이 확 줄어야 한다는건 100% 동감합니다. 그쪽은 공대보다 더 줄어야죠. 곤충학과같은 곳은 졸업 이후 '대부분'이 꿈을 접는데, 도대체 무슨 뻔뻔한 배짱으로 계속 신입생들을 뽑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18살 고등학생들한테 그정도 경쟁을 강요하려면, 대학에서 어느정도 결과물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전 조직이 가져야 하는 덕목으로 '공평함' 보다는 '투명함' 이나 '예측 가능함' 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졸업생 현황표 같은 것을 공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만, 요원한 얘기죠.
07/11/04 00:29
세오카님/
제 입장은 지구사랑님의 댓글과도 많이 일치합니다. '대우가 후져!' 이것은 사실은 상경계 상위 10% 와 법대 의대 출신을 빼고나면 모두들 느끼고 있는 문제입니다. 상경계 상위 10% 는 노동 시장 유연화를 겪기도 하지만 그만큼 몸값도 올랐죠. 이직도 자유롭습니다. 법대와 의대는 수급량을 스스로 조절함으로써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상경계의 90% 와 인문대 출신들은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믿습니다. 이와는 달리, 약간 특별하게도 이공계 인력들이 법대나 의대처럼 현 상황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공계의 현황이 눈에 더 잘 뜨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엄밀히 말하면 이공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불이익을 받는 부분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노동 시장 유연화의 결과 기업은 유연하게 직원을 뽑고 잘라버리지만, 직원은 퇴직의 자유가 없죠.> 하여튼, 이공계 문제라고 불거지는 문제들의 대부분은 일반 2~30대 구직자들과 45세 이상의 조기 퇴직 인력들이 다같이 겪고 있는 문제인 것이고, 이 문제의 가장 큰 본질은 우리나라 경제가 우리나라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으로 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위기라는 말씀은 드린거구요.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지만, 우리는 오만가지 불리한 조건에서 사력을 쥐어짜서 그 위치에 오른 것이고 독일같은 나라는 이래저래 여력이 많죠. 고로 우리나라가 10년 내에 20위권 바깥으로 추락할 위험도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07/11/04 02:28
항공기계공학부와 수학교육과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글을 읽어보니 단순히 공학공부가 하고 싶어서 가기에는 현실이 참담하네요.....
07/11/04 19:15
파뿌리님// 현실은 상당히 괴롭습니다. 공학계건 자연계건 통상의 인문계건... 그렇다고 법대나 의대도 예전처럼 장미빛 인생만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요즈음입니다.
일단 무엇이든지 상위 10% 안에는 들어야 하고, 그렇게 든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그곳이 괜찮은가 다시 한 번 물어보아야 합니다. 비록 불안하지만 후회없이(?) 역동적으로 사느냐, 조금은 편안하게 사느냐, 그런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상위 10%안에 들 자신이 있고 역동적인 삶을 즐기시고 싶다면 전자도 좋을 것이고, 아니면 공무원 혹은 선생님도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휴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보수적이 되어가나 봅니다.
07/11/05 13:54
주제와는 다른 내용이지만
"뉴욕주같은 경우에는 얼마전부터 그것이(셀프 주유) 금지되었습니다." <--- 이거 사실인가요? 시행되는데 시간이 걸리려나 ??? 아직까지는 예전이랑 별루 변동사항 없던데 ???
07/11/07 02:17
사이몬PHD님/
뉴욕주 전체는 아닌듯 해요. 제 형님이 저지시티쪽에 살고있는데, 그쪽이랑 터널 양쪽 주유소들은 그러기 시작한 곳이 꽤 돼더라구요. 이유는 정부 시책때문이라더군요. 사이몬님 말씀을 듣고보니, '강제' 라기 보다는 보조금 정도 쥐어주면서 '권장' 하는 시책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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