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6/06/17 15:24:24 |
Name |
휀 라디엔트 |
Link #1 |
http://www.cyworld.com/handraken |
Subject |
[기타] 아르헨티나 : 세르비아 관전평 - 페케르만의 아이들 |
“도대체 페케르만이 무엇이냐?”
호세 페케르만 감독이 2004년 9월 비엘사 감독의 뒤를 이어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예전의 대표팀 감독이였던 메노티 감독이 꺼낸 말입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라 축구계의 인사들과 언론들로부터 직설적인 비난을 받으면서 페케르만 감독은 환영받지 못한 시작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리켈메를 중심으로 15년간의 청소년대표팀을 이끌면서 발굴해낸 인재들을 하나하나 대표팀에 녹여가면서 자신만의 컬러를 대표팀에 염색하기 시작하였고 그런 작업은 남미 예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소기의 성과로 나타납니다. 일단은 언론들을 잠재운 채 페케르만 감독은 조용히 월드컵을 준비합니다.
드디어 월드컵은 다가왔고 페케르만의 23인의 스쿼드를 발표합니다. 이번은 대표팀의 구성원으로 다시 한번 언론의 뭇매를 맞게 됩니다. 이번은 약간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는 것이 베론은 이미 황혼기를 준비하는 선수라 차치한다 하더라도 그동안 예선전부터 꾸준히 불러오던 사무엘과 사네티가 막상 월드컵 스쿼드에 빠진다는 것이 납득이 안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신 스칼로니와 부르디소라는 어찌보면 파격적인 발탁을 감행함으로서 페케르만은 다시 한번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됩니다. 더구나 국가의 경제사정문제로 자발적인 친선경기를 가지지 못하는 아르헨티나의 입장에서 파격적인 스쿼드를 테스트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독일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 범인의 생각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처사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벌어진 코트디부아르와의 1경기. 역시나 적응이 안 되었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며 2:1로 약간은 평범한 승리를 거둡니다. 물론 결승을 바라보는 팀은 정상 컨디션의 70%로 시작을 한다지만 그래도 페케르만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불안감을 던져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습니다.
이어진 2차전 세르비아와의 경기. 스코어로 보나 경기내용으로 보나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아르헨티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더구나 긍정적인 것은 선발과 교체 출전한 선수가 골고루 득점을 하며 한두 선수가 특출한 것이 아닌 팀 전체의 컨디션이 상승이라는 것을 확인한 고무적인 승리라는 것입니다.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진형을 보면 3-4-1-2에 기조하여 대략적인 위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크레스포----사비올라
리켈메
소린----막시-----마스체라노------루초곤잘레스
에인세----아얄라----부르디소
전반 루초곤잘레스의 불의한 부상으로 캄비아소로 바뀐 뒤에는 캄비아소가 중앙으로 이동한 정도의 변경뿐 전술은 이대로 운용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스쿼드에서 탈락한 사무엘이 부르디소의 위치고, 사네티는 루초 곤잘레스의 위치라는 것입니다.
먼저 사무엘의 위치를 차지한 부르디소는 남미예선에 한 차례도 출전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초짜입니다. 소속팀인 인터밀란에서도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출전하는 수준이고 당초 전문가의 예상은 콜로치니의 백업이라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예선 두 경기에 모두 나오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어제 경기에서는 케즈만과 코로만의 활약으로 그나마 공격이 거세었던 세르비아의 왼쪽을 그야말로 혼자서 깔끔하게 막아주며 페케르만의 선택이 적중하였음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또 한가지 어제 부르디소의 활약에서 칭찬해줘야 하는 점은 3백의 특성상 수비적인 성격을 가져야함에도 불구 마치 윙백처럼 간간히 오버래핑 까지 해주는 활동량은 저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대목이였습니다.
중앙지향적인 루초가 있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루초가 빠지고 캄비아소가 들어온 이후부터 사실 아르헨티나의 오른쪽 공격은 그다지 기대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왼쪽의 ‘무한 오버래핑’ 소린과 투지 넘치는 막시의 공격이 빛을 발했기에 전반을 좋게 끌고 간 것일뿐 만약 세르비아가 제대로만 걸어 잠그었다면 비대칭의 공걱력은 분명 한계가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비올라의 의도적인 오른쪽 윙포워드성 플레이와 더불어 부르디소의 오버래핑은 아르헨티나 언론에게 ‘우리는 사네티같은 윙백이 없어도 돼’라는 페케르만의 냉소가 느껴지는 부분이였습니다.
또한 언급해고 넘어가야하는 선수가 막시 로드리게스입니다. 에스파뇰에서의 활약으로 이번 시즌부터 아틀레티코에서 뛰고있는 막시는 사실 소속팀에서는 페트로프와 함께 균형감을 잡아주는 오른쪽 윙입니다. 허나 어제는 왼쪽에서 모습을 보여주길래 처음은 포지션 체인지인줄 알았습니다. 허나 두 번 다 왼쪽에서 들어오면서 득점하는 모습을 볼때 어제 막시의 포지션은 마스체라노와 왼쪽에 선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저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오른쪽에서 최적화된 선수라는 고정관념을 가졌던 선수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본 저는 참으로 놀람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더구나 세 번째 골은 루즈볼을 차 넣은 골이기 때문에 그가 그 위치에 그만큼 익숙하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골이였습니다. 그동안 서브라고 생각했던 선수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저로서는 참으로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두들 잘했지만 한 선수만 더 거론하고 싶습니다. 3:0으로 끝나는가 싶던 경기를 순식간에 달아오르게 만든 메시의 존재감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 15분만에 3골을 직, 간접적으로 만든 메시의 센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중앙에서 자신보다 머리는 하나 더 있는 선수들을 다섯 명씩 끼고 있는 채 패스를 받아 키핑하다가 쇄도하는 선수에게 찔러준 모습은 왜 그를 마라도나가 직접 자신의 후계자라고 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였습니다.
지금 아르헨티나 스쿼드의 선수들은 크레스포, 아얄라 같은 노장선수와 메시같은 젊은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페케르만의 청소년 대표팀 시절 감독 밑에서 사사받은 수제자들입니다. 속칭 페케르만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이죠. 페케르만은 잘 모르는 기존선수보다 자신이 잘 알고 그렇기에 신뢰하는 선수들을 발탁하였고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전술을 팀에 녹아들게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어제의 두 번째 골 같은 마치 게임에서나 구현이 될 듯한 멋진 골을 만들어내는 팀을 창조해낸 것입니다. 조별예선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각 팀들의 실력이 여실히 비교가 되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함께 현재 가장 좋은 흐름을 보여주는 아르헨티나. 역시 팀은 네임벨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철학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아르헨티나 팬에겐 정말로 흡족한 경기였습니다.
ps. 세르비아의 지역예선 최소실점의 기록은 도대체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신뢰가 안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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