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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13 17:05:10
Name 이상완
Subject [기타] Don't Cry For Me Argentina!(펌)
이글보고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청승을 떨었다는..--;;
좋은 글은 같이 읽읍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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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t Cry For Me Argentina!
민족은 축구를 한다
   공희준 Cinema Jockey [confucius@hanmir.com]  
   http://jabo.co.kr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의 몰락은 자만과 방심이 불러온 치명적 결과의 무서움을 따끔히 알려주는 반면교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반면, FIFA 랭킹 2위로 대다수 축구 전문가들에 의해 프랑스를 능가하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서슴없이 손꼽히던 아르헨티나의 예선탈락은 단순히 남의 일이라고 치부해 웃어넘기길 수만은 없는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세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 바티스투타와 크레스포가 뿜어대는 예리하고 힘있는 슈팅과, 초특급 미드필더 베론과 오르테가의 발끝에서 나오는 현란한 패스워크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더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외세에 주눅들어 숨죽여 지내야하는 약소국민들이 답답한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는 작은 숨구멍마저 차단당한데 대한 동병상련의 감정이 앞선 탓이다.

자국팀의 탈락에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프랑스 국민이나 아르헨티나 민중이나 마찬가지일 게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실망하는 표정과 탄식어린 눈망울에서는 프랑스인들의 그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짙은 음영과 절망적 비애감이 서려있다.

2차 대전 직후만 해도 부국으로 뽐내던 아르헨티나가 우리가 겪었던 IMF 위기에 필적하는 국가부도사태를 맞아 정권이 교체되고 정부가 바뀌는 어수선하고 혼란스런 나락으로 떨어진 근본이유를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경제학자와 국제정치학자의 몫이다. 경제위기의 진정한 원인과 배경이 국내외 관변 연구기관과 영미계열 학자들의 주장대로 페로니즘의 유산과 에비타의 망령이 사통해 낳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때문인지, 아니면 신자유주의 노선을 충실하게 추종한 미국유학파 경제관료들의 무리한 사유화와 개방화에 기인했는지도 보다 정치하고 세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것이 비록 지배 이데올로기의 교묘한 선전도구인 3S(Sex-Sports-Screen) 정책의 소산이라 해도 특정한 운동경기 종목의 승패 하나 하나에 꿈과 희망을 대리 투사해야 하는 제3세계 민중들의 순수한 열정과 담백한 염원에 또 다른 좌절의 나이테와 실망의 생채기를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노파심을 끝끝내 떨쳐 버릴 수 없기에 아르헨티나의 예선탈락이 나는 가슴 아프다. 개별적인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일년에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스포츠 재벌들일 망정 그들의 패배가 두 다리만으로 부와 명예를 꿈꾸며 지금도 세계 곳곳의 슬럼가 뒷골목에서 바람 빠진 고무공을 차고 있을 수백수천만 소년들의 자신감과 성취욕을 앗아가는 것이 못내 두렵다.

역대 월드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나라들이, 혹은 민족들이 신통치 못한 국력과 시원치 않은 역사를 가지고 세계체제의 주변부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유시민의 신랄한 일갈은 실증적으로 정확한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실증적 사실에 입각해, 스포츠에 열광하는 대중의 무지함과 몽매함을 근엄하고 학자연하게 꾸짖기에는 그들이 처한 현실의 탈출구는 전위적 사회과학 서적이 설파하는 혁명이론처럼 가깝지도 넓지도 않다.

관련기사[유시민칼럼]민족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민중들의 감수해야 하는 고통과 고난의 밑뿌리가 앵글로-아메리카 국가들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들추어내 그들에게 축구에 열광하지 말고 반제국주의 투쟁을 강화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듣기에는 달콤하고 보기에는 자명한 결론이다. 하지만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식민모국 스페인을 제외하고 서구열강 전체가 영국의 편을 거들고, 군부독재정권의 후견세력을 자임하던 미국마저 피아가 식별되고 옥석이 가려지는 위중한 상황에 처하자 피는 물보다 진함을 입증하듯 아르헨티나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그 나라 민중들이 직면했을 당혹감과 피해의식은 20여 년이 경과한 오늘까지도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노를 공공연히 조롱하고 미국의 횡포를 은연중 풍자하는 안정환의 미국전 골 세레모니의 의미를 찬찬히 곱씹고서야 나는 86년 멕시코 월드컵 대 잉글랜드전에서 신의 손을 빌려서까지 골을 넣어야 했던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 고위관료들과 유력 정치인들마저 미국전 관전을 포기하고 반미감정 자제 운운하는 어이없는 현실에서 미국만은 꼭 이겨주기를 한국의 서민대중들이 간절히 소망했던 것처럼, 아르헨티나 국민들 역시 잉글랜드와의 경기만큼은 기필코 승리하기를 두 손 모아 애타게 기도했을 것이다.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군사정권이 도발한 포클랜드 전쟁에 총알받이로 끌려가 차가운 남빙양 바닷물 속으로 이름 없이 사라진 무수한 아르헨티나 청년들의 유혼이 편히 잠들기 전에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상대팀 선수가 미남스타 베컴이든 귀공자 오언이든 대영제국 축구팀과의 경기를 단순한 스포츠 축제의 일환으로 부담 없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게다. 같은 이치로 미국과의 축구경기가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졌다고 안도하는 부류들을 향해 나는 감히 배알도 없는 족속이라고 꾸짖을 수밖에 없다. 그까짓 축구 하나 이기는 것이 무슨 대수냐며 퉁명스레 타박놓는 이들에게, 전투기 기종선택은 고사하고 텔레비전 종류 하나 제 맘대로 들여놓지 못하는 못난 민족이 축구까지 져서야 어디 남부끄러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냐고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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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6/13 18:32
수정 아이콘
축구와 이데올로기...
사실 별로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에게 목숨을 걸 수 있게 만들고 뭉치게 만들고 흩어지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그래서 미국전에 못 이긴 것을 우리는 슬퍼하는 거겠지요.
이데올로기로 보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약소국이기에...
수시아
02/06/13 23:24
수정 아이콘
최근 정치권 대변인들이 논평에 16강 진출을 바라면서 민족성을 거론한 부분을 유시민씨가 축구실력과 민족성은 별개(월드컵 우승국=선진국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죠..브라질이 우승하면 그 민족이 최우수민족? 말도 안되지만 엄청난 민족을 보유한 미국이 우승하면 과연 어떤 민족이 우수-_-? )라고 말하면서 정치권이 선거용으로 우리들의 축구마저 이용하려는 걸 풍자하는 뉘앙스로 민족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라고 올린 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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