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12/24 13:41:55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개같은 남편 (수정됨)
아내의 친정에는 밍키라는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포메라니안이죠. 그리고 저는 밍키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인입니다. 아내의 친정은 밍키의 3번째 주인입니다. 첫 주인은 누군지 모르겠고, 2번째 주인이 장인어른께 개 키워볼 생각 없냐면서 밍키를 건넸죠. 그때 이미 성견이 된지 한참이었습니다. 장인어른은 별 생각 없이 밍키를 집으로 데려왔고, 가족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힙니다.

"개 키우는 데 한 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밥은 누가 주고, 씻기기는 누가 씻길 거냐. 당장 돌려줘라."

하지만 2번째 주인은 이후로 연락도 받지 않고, 집에 찾아가서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아내 가족은 밍키를 유기견 센터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걸 말린 게 접니다.

"유기견 센터 갔다가 10일 동안 새 주인 못 만나면 걔 죽어. 안락사 시킨단 말이야."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자, 가족들은 결국 밍키를 키우기로 합니다. 이때 이름도 제가 지어줬죠.

하지만 밍키는 저를 개무시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포메라니안이란 견종은 싸가지 없기로 유명합니다. 제가 놀러가서 "밍키야~ 이리와~"라고 하면 쓱 쳐다보고는 콧방귀를 흥~ 뀌고 딴 데로 갑니다. 그냥 가도 기분이 더러울 것 같은데, 꼭 저렇게 "내가 왜 나보다 서열 낮은 네놈 말을 들어야 하지?"라는 티를 팍팍 냅니다.

그렇다고 서열 높은 사람에게 살갑게 구는 것도 아닙니다. 아내 말을 들어보면 밍키는 개보다 고양이에 가깝게 행동합니다. 부르면 오지 않고, 지가 심심하면 옵니다. 몇 번 쓰다듬어주면 만족하고 또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아내가 밍키를 오게 하려면 간식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지가 배부르면 오지 않습니다. 별로 개같지 않죠.

그런데 이런 밍키도 개가 맞구나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외출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입니다. 앞발을 들고 폴짝폴짝 뛰면서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듭니다. '아~ 이 맛에 개를 키우는 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죠. (아래 영상은 밍키가 아니지만, 저것과 비슷하거나 더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최소 매번 5일만에 온 것처럼 구는 것 같아요)



이걸 보고 배웠습니다. 가족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격하게 반겨야 한다는 걸 말이죠. 제가 다니는 직장은 재택근무를 합니다. 아내는 동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죠. 그래서 제가 아내를 맞아 줄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한 마리의 개가 됩니다. 온갖 오바를 떨면서 맞이합니다. 꼬리가 없는 게 천추의 한입니다. 있었으면 꼬리로 헬리콥터를 돌리고도 남았을 겁니다. 요즘은 "얼마나 추웠을까~"라는 멘트가 잘 먹힙니다. 손을 막 비벼서 꽁꽁 얼은 볼 위에 얹어주면 아내가 참 좋아합니다.

이런 게 가족이 화목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비싼 선물이나 해외 여행 같은 게 가정의 평화를 부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개같이 구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것에 행복과 감사를 느끼는 아내의 성품도 큰 몫을 하겠죠) 그래서 앞으로도 개같은 남편이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개같은 배우자가 되어보는 건 어떠십니까?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7-30 10:5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따마유시
22/12/24 13:46
수정 아이콘
정말 개같으시네요.
NSpire CX II
22/12/24 13:47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좋아요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
이혜리
22/12/24 13:49
수정 아이콘
마운팅도 배워서
진정 개같이 사십쇼!
22/12/24 13:50
수정 아이콘
저도 퇴근했을때 아이가 ‘아빠~’ 부르면서 달려온게 정말 기억에 남더군요
쎌라비
22/12/24 14:01
수정 아이콘
아 이브에... 개 같네요 항상 좋은 사랑하세요
nm막장
22/12/24 14:03
수정 아이콘
개같지만 한편 너무도 인간적이라 가슴이 따땃해지는 군요
행복하세요~
22/12/24 14:05
수정 아이콘
개 같은 교훈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22/12/24 14: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자매품으로 '개만도 못한 남편'과 '개보다 더한 남편'도 있습니다.

개보다 덜 반기면? 개만도 못한 남편
개보다 더 반기면? 개보다 더한 남편
22/12/24 14:40
수정 아이콘
개같이 추천하겠습니다.
22/12/24 14:53
수정 아이콘
개추드렸읍니다
녹용젤리
22/12/24 14:55
수정 아이콘
저도 이미 [개]가된지 좀 오래된거 갓슴미다.
22/12/24 15:10
수정 아이콘
와.. 개같은 글이네요. 진심으로 와닿네요.
나무위키
22/12/24 15:11
수정 아이콘
개같이 좋은글이군요 흐흐
오후2시
22/12/24 15:12
수정 아이콘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요.
22/12/24 15:19
수정 아이콘
개 만큼 하시네요. 대단하세요!!!
파프리카
22/12/24 15:28
수정 아이콘
개추하고 갑니다!! 크크
페스티
22/12/24 15:29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 이브에 훈훈한 글은 개같이 추천이야
22/12/24 15:35
수정 아이콘
추천받아 마땅한 글이군요!!!
22/12/24 15:39
수정 아이콘
개 같은 남편 귀하네요 화목한 가정 부럽습니다
22/12/24 15:42
수정 아이콘
이런 개같은...
제가 이래서 피지알을 못 끊습니다
민간인
22/12/24 16:01
수정 아이콘
아내도 없고, 개도 없지만..그래서 부럽습니다.
22/12/24 16:2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는 혼자살아서 개같이 굴고싶어도 할 수가 없...
요망한피망
22/12/24 16:27
수정 아이콘
정말 개 같으시군요! 앞으로도 개 같이 맞이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유부남 화이팅
백도리
22/12/24 16:37
수정 아이콘
자극적인 제목에 그렇지않게 훈훈하기만한 좋은 글 메리클스마스네요
집으로돌아가야해
22/12/24 16:40
수정 아이콘
22/12/24 16:42
수정 아이콘
개좋앙
안아주기
22/12/24 17:01
수정 아이콘
아내가 교육시켜서 퇴근하고오면 5살아들이 "다녀오셨어요"
하는데 뭔가 마음이 근질근질해요.
Georgie Porgie
22/12/24 17:14
수정 아이콘
멍멍!(좋아요!)
22/12/24 17:21
수정 아이콘
개랑 싸운적은 없나요 크크
22/12/24 17:25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 이브. 개같이 좋은 글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야한남자
22/12/24 17:33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간단한데 가장 어려운 일 인것 같습니다.
곰돌이푸
22/12/24 17:55
수정 아이콘
저는 파블로프의 개 마냥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종료음이 들리면 바로 가서 문을 열고 꺼내옵니다.
개 같네요 월월
스타나라
22/12/24 18:26
수정 아이콘
멍! 멍!
22/12/24 19:14
수정 아이콘
세상에...제목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따뜻한 글을 읽게 되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이런 이유로 개를 키워보고싶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 본적 있는데, 제가 개가 된다는 생각을 못했었네요. 저도 개같은 남편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멍!
김연아
22/12/24 19:34
수정 아이콘
개드립이 생각이 안 납니다
쩌글링
22/12/24 19:44
수정 아이콘
추천 하고 싶은데 추천 수가 딱 100개라 못하겠네요.
22/12/24 19:53
수정 아이콘
아니 무슨 개가 공중부양을.. 진심 붕 떴는데요;
완전연소
22/12/24 20:30
수정 아이콘
앗, 이거 저희 집 비결인데요. ^^
혜정은준은찬아빠
22/12/24 20:40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틀림과 다름
22/12/24 20:51
수정 아이콘
"왕"이 되고 싶으면 아내를 "여왕"으로 모시면 됩니다.
22/12/24 21:06
수정 아이콘
개만도 못한 인간이 되지 말아야지..
제랄드
22/12/24 21:34
수정 아이콘
... 마스터충견?
김연아
22/12/24 21:37
수정 아이콘
이거네요 크크
1절만해야지
22/12/24 21:41
수정 아이콘
와..................
22/12/24 22:05
수정 아이콘
개같이 좋네요!
22/12/24 23:33
수정 아이콘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글 추천드립니다. 모두 복된 성탄되세요.
한국안망했으면
22/12/24 23:54
수정 아이콘
배 발랑까뒤집겠습니다
보로미어
22/12/25 00:1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날도 춥고, 마음도 삭막했는데..글 읽는 동안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간장게장
22/12/25 09:28
수정 아이콘
무지개같은 남편이시군요~~!!
화목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지니팅커벨여행
22/12/25 10:17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놀라고 본문 보고 더더욱 놀랐습니다.
개 같은 남편 진짜임...
22/12/25 11:09
수정 아이콘
본문부터 댓글까지 온통 개판인데 참으로 따스하고 좋네요. :)
밀물썰물
22/12/25 11:13
수정 아이콘
관찰과 배우는 것 참 중요하네요.
개의 행동을 보고 스승 삼는 것이 저는 배울 만하네요.
이번에는 개지만 다음은 다른 것이겠죠.
22/12/25 13:07
수정 아이콘
개를 통해 가정의 평화를 배운다라.. 높은 의식 수준에 감탄합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를 배우면 연애의 고수가 될 수 있을.....
퀀텀리프
22/12/25 16:25
수정 아이콘
바람직한 개판
콩탕망탕
22/12/26 08:39
수정 아이콘
다 읽고 나네 기분 참 개같네요 (헬리콥터 꼬리 모드 장착한 개)
세상을보고올게
22/12/26 10:50
수정 아이콘
아..
서지훈'카리스
22/12/27 01:04
수정 아이콘
필력이 참 좋으세요
SG워너비
22/12/27 03:20
수정 아이콘
개추입니다
더히트
23/04/19 13:37
수정 아이콘
모두 개 같아 집시다!(술 마시고는 제외)
서른즈음에
23/04/19 22:47
수정 아이콘
저두 그런 배우자를 만나고 그런 남편이 되구싶네요 마음이 따땃해지는 글입니다
김경호
24/07/30 12:49
수정 아이콘
거 참 개같네
평온한 냐옹이
24/07/30 16:01
수정 아이콘
누가 개키운다고 하면 일부러 그사람을 만날때 유독 살갑게 대해줍니다. 좋아하더군요.
고양이 키운다고 하면 적당히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친밀감을 표현합니다. 역시나 좋아합니다.
유부남0년차
24/08/01 21:13
수정 아이콘
한수배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658 전직자가 생각하는 한국 게임 업계 [83] 굄성14786 23/01/30 14786
3657 엄마와 키오스크. [56] v.Serum13426 23/01/29 13426
3656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7] 로즈마리13235 23/01/28 13235
3655 육아가 보람차셨나요? [299] sm5cap14147 23/01/28 14147
3654 라오스 호스텔 알바 해보기 [26] reefer madness15018 23/01/12 15018
3653 나에게도 큰 꿈은 있었다네 – MS의 ARM 윈도우 개발 잔혹사 [20] NSpire CX II13973 23/01/03 13973
3652 첫 회사를 퇴사한 지 5년이 지났다. [20] 시라노 번스타인14375 23/01/04 14375
365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조금 아쉽게 본 감상 (슬램덩크, H2, 러프 스포유) [31] Daniel Plainview13494 23/01/08 13494
3650 지속불가능한 우리나라 의료비 재원 - 지금부터 시작이다. [145] 여왕의심복13819 23/01/04 13819
3649 Always Learning: 박사과정 5학기 차를 마무리하며 [56] Bread.R.Cake15328 22/12/30 15328
3648 개같은 남편 [63] 마스터충달16452 22/12/24 16452
3647 Ditto 사태. [45] stereo15755 22/12/24 15755
3646 여성향 장르물에서 재벌과 왕족이 늘상 등장하는 이유 [73] Gottfried15608 22/12/23 15608
3645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 몇 개 [23] 토루14566 22/12/23 14566
3644 (pic)2022년 한해를 되짚는 2022 Best Of The Year(BOTY) A to Z 입니다 [42] 요하네14475 22/12/21 14475
3643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30] 오후2시14597 22/12/21 14597
3642 요양원 이야기2 - “즐기자! 발버둥을 치더라도!” [4] 김승구14378 22/12/15 14378
3641 빠른속도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일본의 이민정책 [33] 흠흠흠14814 22/12/14 14814
3640 [풀스포] 사펑: 엣지러너, 친절한 2부짜리 비극 [46] Farce14568 22/12/13 14568
3639 팔굽혀펴기 30개 한달 후기 [43] 잠잘까16162 22/12/13 16162
3638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걸 [20] 원미동사람들12776 22/12/12 12776
3637 사랑했던 너에게 [6] 걷자집앞이야12175 22/12/09 12175
3636 게으른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나기 [14] 나는모른다13416 22/12/08 134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