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0/02/14 10:04:55
Name 이부키
Subject 어머니는 고기가 싫다고 하셨어요
저는 고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밥반찬으로요. 제가 어릴 땐 아버지도 안계시고 집이 좀 가난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제가 반찬투정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종종 삼겹살이나 목살을 구워주셨죠.

근데 그렇게 식사를 할때마다 어머니께서는 고기를 별로 안드시고 고기없이 밥을 쌈싸드시면서 저와 동생이 고기를 다 먹게 해주셨습니다. 어릴때야 생각없이 좋다고 먹었는데, 성인이 되어서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더라구요. 왜 어머니는 고기를 구워서 나와 동생만 주시는걸까?

고기를 싫어하시는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치킨 시키면 같이 잘 드셨거든요. 그래서 생각했죠. '치킨은 어차피 셋이 먹어도 남으니까(저와 동생 어머니 셋다 소식가입니다) 그냥 드시는거고, 고기 구울때는 모자랄까봐 우리한테 양보하시는구나.'

그래서 어머니가 삼겹살 구우실때 이야기했습니다. 고기좀 그만 양보하고 드시라고. 그런데 어머니는 고기가 싫다고 맛없다고 계속 안드시더라구요. 워낙 고집도 쌘 분이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한번 수육 먹을 일이 있었는데 그건 또 잘드시더라구요? 뭐지 하면서 어머니한테 물어보니까 하시는 말씀이 "이건 소고기잖니"

아... 갑자기 배우 우현씨의 일화가 딱 떠오르더라구요. 집이 부자집이라 소고기만 먹다가 대학생 되어서 처음 삼겹살을 먹어봤다는. 사실 저희 어머니도 50년대생이신데도 어릴때는 집에 머슴도 여럿 두셨고 전화도 있고 어머니 소유의 자전거도 있을 정도로 부자셨거든요.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어릴때부터 소고기만 드셔서 돼지를 맛없어서 안드신 것이었습니다.

사실 요새는 좀 예상이 되는 뻔한 이야기죠? 근데 막상 제 눈앞에 현실로 닥치니까 좀 신기하더라구요. 말로만 듣던 일이 진짜로 일어나다니...

이제는 집이 가난에서 좀 벗어났기에 집에서 종종 소고기도 먹습니다. 그럼 어머니도 같이 잘 드시더군요. 어머니가 더 나이 드시기 전에 돼지말고 소고기 많이 사드릴 생각입니다.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10-13 14:20)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2/14 10:12
수정 아이콘
(돼지)고기가 싫은거였군요 흐흐
껀후이
20/02/14 10:15
수정 아이콘
크크크 감동 받으러 들어왔는데 부들부들...
전 어릴때 아버지가 비계를 되게 좋아하시는줄 알았어요
커서 보니 아니더군요...
20/02/14 10:39
수정 아이콘
전 어릴 때 아버지가 비계 되게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커서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지금도 비계 없는 고기는 절대 안 드십니다.
부기영화
20/02/14 10:15
수정 아이콘
요즘에도 돼지고기는 전혀 안드시고 계신가요?
이부키
20/02/14 10:29
수정 아이콘
제가 맛없는 반찬 한두번 깨작거리고 마는 모습 그대로 하십니다.
조선소일용직노동자
20/02/14 10:20
수정 아이콘
제친구 어머니도 돼지를 안드시더라고요
그래서 친구가 집에서는 돼지 아에 못먹는다고 크
파핀폐인
20/02/14 10:23
수정 아이콘
아앗..그저..난 더 좋은 고기를 좋아했을 뿐이다!
게르마늄
20/02/14 10:35
수정 아이콘
아.....치킨의 위엄
안철수
20/02/14 10:51
수정 아이콘
소만 먹고 자라면 냄새 때문에 돼지고기 못먹죠.
비슷하게 비싼 돼지만 먹은 사람도 싼 돼지 못먹고...
용자마스터
20/02/14 10:51
수정 아이콘
처음에는 감동물인가해서 각오했는데 중간부터 ??하다가 마지막에는 감동파괴.
그나저나 그런 경우도 있는지 전 몰랐습니다.
전 고기라면 회 빼고는 안가려서
마스터충달
20/02/14 11:00
수정 아이콘
돼지 비린내 싫어하시는 분 계시죠 흐흐
20/02/14 11:12
수정 아이콘
어릴 때 아빠가 치킨 두어 조각 드시고 안드시는 걸 보고 자식들 많이 먹으라고 일부러 그러신듯 한 거 같았다는 사연이 생각나네요.
근데 자기가 아버지 나이 되니까 치킨은 느끼해서 두어 조각 밖에 못먹겠다고. 아, 아버지가 그게 아니셨구나를 깨달았다고. 크크크
유지애
20/02/14 11:18
수정 아이콘
저희 어머니가 그러하시더라고요. 돼지고기 먹으면 탈나시기도 하는게 있지만 대학교 가서 삼겹살 처음 드셔보셔서 맛을 싫어하시는 것도 있는듯 합니다
만수르
20/02/14 11:30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느낀 제 감동 돌려주세요. 크크크
20/02/14 11:32
수정 아이콘
거꾸로 소고기 싫어하는 아는 형이 있어서 무조건 돼지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집에서 관련업종이어서 소가 싫다고.. -_-
밥잘먹는남자
20/02/14 11:43
수정 아이콘
저는 가격이 같다면 돼지고기선택하겠습니다 흐흐
페로몬아돌
20/02/14 12:01
수정 아이콘
어머님 소고기가 좋다고 하셨어~
20/02/14 13:44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이런 경험 저도 많습니다. "헉...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당신께서 싫어하시는 음식이셨던 경우에는 자식입장에서 뭔가 좀 심경이(?) 복잡해지게 되더군요.
유료도로당
20/02/14 14:16
수정 아이콘
저는 둘중 하나만 평생 선택하라고하면 돼지인데 크크
20/02/14 14:20
수정 아이콘
저도 어머니가 돼지고기 안 드셔서 대학교 때 삼겹살 처음 먹어보고 신세계 경험했습니다
神鵰俠侶_楊過
20/02/14 14:30
수정 아이콘
어릴 때 설날에 떡국을 먹을 때면 저희 아버지는 꼭 차례상에 올라가서 다 퍼진 떡국만 드셨습니다.

아주 어릴 땐 뭣도 몰랐고,

좀 커서는 죄송스러웠고,

이제는 이 맛있는 걸 혼자 드셨구나 싶습니다.
겜돌이
20/02/14 16:27
수정 아이콘
치킨은 도덕책...
교자만두
20/02/14 16:30
수정 아이콘
치킨이 안밀리네
시린비
20/02/14 16:45
수정 아이콘
어머님은 돼지고기 싫다고 하셨어... 야 이 야 이야
구밀복검
20/02/14 17:10
수정 아이콘
어르신들 중에서도 고기보다 생선 선호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한국에서 돼지고기를 비롯한 육고기 소비가 늘어난 게 70년대 말 정도부터기 때문에 그 이전에 입맛 길들여지신 분들은 고기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오히려 스팸 같은 걸 좋아하시고 그러죠. 통조림은 많이 먹었으니까.
지니팅커벨여행
20/02/14 17:40
수정 아이콘
저는 실제로 짜장면 일화...
예전에 피지알에 쓴 글이 있네요.
https://pgr21.com/humor/319001
-안군-
20/02/15 19:10
수정 아이콘
저희 어머니도 돼지고기를 입에도 안 대십니다.
나이들어서 알게된건, 어머니께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돼지고기만 먹으면 배탈이 나십...
생선이나 소고기는 무척 좋아하십니다.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36 이제 인간은 바둑 AI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가? [87] 물맛이좋아요1577 22/07/05 1577
3535 실시간 감동실화)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다. [102] 스토리북1064 22/07/04 1064
3534 상반기에 찍은 사진들 [20] 及時雨1928 22/07/03 1928
3533 (육아) 여러가지 불치병들...ㅜㅜ [103] 포졸작곡가2456 22/06/29 2456
3532 누리호 성공 이후... 항우연 연구직의 푸념 [155] 유정1651 22/06/28 1651
3531 [웹소설] 지난 3년간 읽은 모든 웹소설 리뷰 [77] 잠잘까1557 22/06/28 1557
3530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 을지면옥 [49] 밤듸1393 22/06/26 1393
3529 게임사이트에서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글 [36] 미네랄은행2550 22/06/22 2550
3528 (pic) 기억에 남는 영어가사 TOP 25 선정해봤습니다 [51] 요하네989 22/06/22 989
3527 (멘탈 관련) 짧은 주식 경험에서 우려내서 쓰는 글 [50] 김유라1214 22/06/20 1214
3526 [PC] 갓겜이라며? 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94] 손금불산입1378 22/06/16 1378
3525 [기타] 한일 1세대 프로게이머의 마인드 [33] 인간흑인대머리남캐1476 22/06/15 1476
3524 글 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31] 구텐베르크1213 22/06/14 1213
3523 [테크 히스토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윌리스 캐리어 / 에어컨의 역사 [29] Fig.11075 22/06/13 1075
3522 개인적 경험, 그리고 개개인의 세계관 [66] 烏鳳1013 22/06/07 1013
3521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12] 及時雨857 22/06/06 857
3520 몇 년 전 오늘 [18] 제3지대794 22/06/05 794
3519 [15]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24] Restar2265 22/05/31 2265
3518 [15] 작은 항구도시에 살던 나의 어린시절 [7] noname111234 22/05/30 1234
3517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3] 몽키.D.루피1910 22/05/28 1910
3516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49] Fig.11168 22/05/25 1168
3515 [15] 할머니와 분홍소세지 김밥 [8] Honestly1220 22/05/25 1220
3514 [15] 빈 낚싯바늘에도 의미가 있다면 [16] Vivims1580 22/05/24 158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