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 Date |
2008/03/01 21:56:33 |
| Name |
휀 라디엔트 |
| Subject |
이영호의 대플토 9연전을 본후 진지하게 생각해본 이영호의 빌드와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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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개인리그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구겨질대로 구겨진 테란진영의 자존심을 짊어지고 있는 한 소년이 있다. 살인적인 일정의 종지부는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벌어진 프로토스진영의 양웅과의 사투. 그러나 올해 만으로 열다섯에 불과한 이 소년은 5전3선승제이기에 승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대결을 모두 승리하며 테란종족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었다. 덤으로 생애 최초의 우승이라는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
특정 선수나 종족을 응원하지 않는 필자의 입장이기에 이번 테란 대 프로토스의 자존심을 건 10연전을 빌드와 운영을 중심으로 볼 수 있었고 무언가 중요한(정확히 이야기하면 이영호의 입장에서 중요한) 흐름을 잡았다는 느낌이다. 이 글은 이러한 느낌을 여러분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쳐 내려간 글이다. 다소 껄끄러운 느낌과 거슬리는 지적사항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넘어가 주길 바란다. 지금 이렇게 은근슬쩍 사용하고 있는 반말조차도 말이다.
※ 글에 들어가기전에 한가지 언급할 사항이 있다. 해당 글의 내용은 대 김택용 1경기 트로이, 대 송병구 2경기 블루스톰에는 적용이 안된다. 이유는 해당 글에서 언급할 예정이니 지겹더라도 참을성을 가지고 글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 이영호가 들고온 빌드는 안티캐리어(Anti-Carrier) 빌드다.
이번 이영호의 10연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 빌드는 이영호의 캐리어를 겨냥한 빌드운영이다. 먼저 언급할 사항은 이영호가 운영한 빌드가 절대 전상욱식 수비형 테란은 아니라는 것이다. 멀티를 중심으로 한 운영은 수비형 테란과 유사하나 병력이 구성되고 업그레이드가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끊임없는 스캔으로 상대방의 허점이 포착되면 주저없이 치고 나가기에 절대로 수비형 테란은 아니다. 주목할 점은 이영호의 빌드운영을 상대하는 프로토스가 캐리어를 운영하였을 때 모두 패배했다는 것이다.(대 김택용 블루스톰, 대 송병구 카트리나 2연전, 5경기 블루스톰) 필자는 확신한다. 이것은 이영호가 확립한 안티캐리어 빌드라고.
□ 안티캐리어 빌드의 운영
초반은 일반적으로 앞마당을 가져가는 테란의 빌드와 유사하다. 이후의 2팩 확충까지도. 맵에 따라서는 탱크를 과감히 배제하고 벌쳐의 마인 운용만으로 압박을 막아내며 자원적인 이득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상대방이 캐리어를 빨리 갈 것이란 확신에서 비롯된다. 압박을 무리없이 막아내고 방어에 문제점이 없다면 빌드는 이 시점부터 갈리기 시작한다.
아머리와 아카데미 동시 건설 및 공업시작 -> 멀티의 가스를 가져감(가장 중요!!!) -> 추가 투팩과 아머리 추가 후 방업시작-> 골리앗 생산으로 예상되는 셔틀견제 원천봉쇄 -> 스타포트, 퍼실리티로 이어지는 업그레이드 테크트리 확보 -> 2멀티(가스멀티) 확보를 위한 커맨드센터 건설 -> 진출하면서 멀티 -> 이후 팩토리 추가
멀티의 가스를 팩토리 추가보다도 앞서 가져가서 이후 끊임없는 3-3업을 위한 기반마련이 이 빌드의 핵심이다. 그리고 2멀티의 가스 또한 빠르게 흡수하여서 골리앗 중심의 병력구성을 무리없이 가져가는 것이 이후의 흐름이다. 상대방이 멀티를 대담하게 늘려가는 것은 관심 밖의 사항이다. 어차피 3-3업이면 상대방 병력은 그냥 녹기도 하거니와 상대방은 요새 게임대세 상 빠른 캐리어가 확실하기에 멀티확장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 빌드의 기저에 깔려있다. 이후는 그냥 병력만 꾸준히 생산하면서 3-3업을 기다린 후 됐다 싶으면 진출하면 된다. 상대방의 캐리어가 쌍여있긴 하겠지만 끊임없는 어택땅을 통해 인터셉터만 줄여주면 알아서 빠져준다. 껄끄러운 템플러는 상대방이 캐리어를 빨리 갔기에 있을 리가 없다. 이후는 그냥...생산과 어택땅...
이영호의 병력구성에서 눈여겨볼 점은 탱크와 벌쳐가 눈에띄게 적다는 것이다. 양쪽 다 대략 한부대정도인 것으로 기억한다. 상대방 드라군과 질럿 역시 2부대가 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에 이정도만으로 상성병력을 갈무리하고 나머지는 골리앗 블러드다. 어차피 상대방은 캐리어가 주력이기에 캐리어만 바보 만들면 게임은 테란의 것이기 때문이다.
□ 카트리나라는 맵의 재구성
토스의 성지, 카본좌라고 불리우는 토스전성기의 마침표 카트리나는 공교롭게도 이러한 이영호의 병력운용에 힘을 실어준다. 공짜나 다름없는 1멀티와 엎어지면 가져가는 2멀티는 3가스의 무리없는 확보를 보장한다. 캐리어의 유혹에 빠져버린 상대방 토스는 카트리나의 부유한 자원을 미쳐 맛보지도 않은 채 캐리어를 찍는다. 좁고 굴곡있는 소로는 프로토스 지상군의 운용을 방해하기에 지상군으로 테란을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정거리 9를 자랑하는 골리앗의 카론부스터는 당초 목적인 인터셉터 박멸에 무리가 없다. 소로로 차근히 병력을 밀어붙이며 상대방의 진영으로 진격하는 것을 토스는 막을수가 없다. 토스의 성지라고 일컬어지던 카트리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토스의 발목을 붙잡아버린 아킬레스건이 되어버렸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 카트리나는 이영호의 운영에 최적화된 맵이다.
□ 안티캐리어 빌드의 공략법
역시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이미 한번 송병구가 보여주었다. 3경기 백마고지의 운영이 그것이다. 물론 이영호가 정상적인 상황보다도 3가스를 성급하게 가져가려한 욕심도 원인의 하나였지만 빠르게 캐리어를 가지 않고 지상군을 늘려서 3가스를 먹으려나오는 이영호의 병력을 수차례 잡아주고 커맨드 센터를 파괴한 송병구의 운영은 이러한 안티캐리어 빌드의 카운터 펀치라 확신한다. 이영호의 팩토리는 이 순간 4팩이어서 절대로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3가스만 주지 않는다면 3-3업을 어쩔 수 없을지라도 미칠 듯한 골리앗 블러드는 없기 때문이다. 김택용 또한 2경기 몽환에서 이러한 운영을 하려고 시도하였지만 이영호의 병력배치를 오판하며 경기를 그르쳐버렸다. 개인적인 필자의 판단은 게이트를 확충하면서 질럿 발업을 빠르게 가져가서 3멀티를 먹으려고 나오는 순간을 덮친다면 이후 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양 플토의 카트리나 전패(특히 송병구의 2패)는 이러한 운영자체가 불가능한 맵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 안티캐리어 빌드가 손스타로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정상적인 앞마당 가스맵이라면 상대방이 본진 3게이트 올인이나 패스트 다크(이것은 벌쳐 마인으로 막는것이 기본적이다.)가 아닌 이상 해당 빌드가 무리없이 구사된다. 섬세한 컨트롤이나 날카로운 타이밍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기에 누구나 구사가 가능하다. 상대방이 패스트 캐리어가 아니라면 병력을 벌쳐 위주로 뽑아내면 된다. 이후 3-3업을 확인(체감속도가 엄청 빠르다.)하고 차근히 삼만년으로 조이면서 2멀티를 가져가면서 상대방과의 중앙교전만 이기면 된다. 물론 3-3업이기에 이긴다. 중앙한방 싸움을 못해서 대플토전이 항상 좌절이였던 필자도 이러한 운영으로 최근의 중앙교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 에필로그
서로간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결국 코어이후 스타게이트까지 앞서나갔던 전략의 흐름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캐리어를 조급해하다가는 3-3업 골리앗 블러드에 그냥 밀려버리는 때가 되었다. 토스진영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옵드라면 테란은 밥’이라던 선조들의 고언을 기억하고 다시 게이트유닛에 힘을 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어도 마초의 상징인 토스라면 일단은 아랫배와 발바닥에 힘은 주고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사족. 캐리어를 반드시 가야한다고 외쳐대던 그 분께 괜히 죄송하군요. 물론 캐리어는 가야하는 유닛입니다만 대놓고 가는건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셉터가 없어 허덕대던 캐리어 한부대의 모습은 정말 애처롭더군요.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0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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