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PGR21 관련된 질문 및 건의는 [건의 게시판]을 이용바랍니다.
- (2013년 3월 이전) 오래된 질문글은 [이전 질문 게시판]에 있습니다. 통합 규정을 준수해 주십시오. (2015.12.25.)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7/22 17:02
우선 찾으시는 양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추억 보정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면허 취득 후 초기에 샀던 차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차는,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도 이따금 생각나서 몇 번이나 중고로 다시 샀었는데, 아무래도 차가 오래되다보니 구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매물을 사도 상태가 기억하는 것과 비슷하지도 않아서 항상 금방 팔았습니다. 그러다 2년쯤 전에 우연히 관리 상태가 매우 좋고 적산거리가 200km에 불과한 차를 다시 타봤는데, 상태 자체는 처분 시점의 제 차보다 오히려 더 좋았으나, 여전히 그 시절의 임팩트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담배 니코틴과 마찬가지로 그 뒤로 더 강한 차를 반복해서 많이 접하다보니 몸을 버려서 처음의 임팩트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섬유 계열에선 시간이 흐르면서 모종의 이유로 예전과 비슷한 품질 또는 특성을 가진 물건이 사라지고, 그걸 도저히 구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Brunello Cucinelli나 Loro Piana 같은 브랜드의 캐시미어 재질 옷은, 몇십년 전 물건과 요즘 물건을 구해서 비교해 보시면 똑같은 브랜드임에도 확실한 품질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대체로 예전 것이 부드럽고 좋습니다), 요즘엔 어느 브랜드를 가도 예전과 같은 물건을 못 구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캐시미어 대중화로 재료 단계에서부터 품질이 내려가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침대 시트도 그런데, 똑같이 Frette에서 만든 평직 천시트라 하더라도, 몇십년 된 모델과 요즘걸 비교해 보면 예전 것이 확실히 더 부드럽고 두껍습니다. 또한 다른 브랜드 물건을 봐도 요즘엔 오래된 시트와 비슷한 부드러움 및 두께를 가진 시트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오래된 시트가 부드러운거야 사용과정에서 점차 부드러워진 것이라 치더라도, 두께는 쓴다고 두꺼워지는게 아니니까 요즘 시트가 얇아진 것인데, 역시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위와 같이 세월이 흐르면서 물건들이 전체적으로 수준이 내려가고, 예전 스타일의 물건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사실 섬유분야만의 이야기는 아니라서, 기계식 키보드 같은 것도 00년대에 다시 부활하지 않았다면 그냥 멤브레인에 밀려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는 물건이고, 기타 각종 전자제품도 과거 전자제품을 막 버리지 않던 시절에 만들어진 물건과 막 버리게 된 이후 생산된 물건을 비교해 보면, 비슷한 내구설계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21/07/23 15:27
친절한 댓글,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추억 보정이 되었을 거라 감안을 하더라도 비슷한 질감의 양말을 찾기 위해 저 역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거든요.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실크가 섞인 것인가 싶어서 실크 양말을 구하기도 했었고요. 역시 추억은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이 맞나 싶네요. 어설픈 질문에 해박한 답변을 받게 되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