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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26 22:02:29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디링디링-5(여러분 갑시다!)
안녕하세요. aura입니다.
이번 편은 조금 분량이 짧습니다.

일부러 짧게 쓴 것은 아니고, 이 부분에서 끊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재밌게 읽어주세요.

매번 댓글을 달아주셔서, 글 쓰는 힘을 주시는 여러분(스스로 잘 아시겠죠?)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디링디링 1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22
디링디링 2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2
디링디링 3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6
디링디링 4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50

<단편> 진눈깨비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08


- - -


###


“와, 대단하다!”


하진이는 우리의 공연을 보고,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봤지? 이제 우리 무시하지마라?”


승제가 보일랑 말랑한 작은 미소를 입 꼬리에 건다.


“야, 너 말고, 지인이 말이야. 지인이!”


하진이는 승제의 우쭐한 모습에 괜히 칭찬해주기가 아까운 듯 반격을 시작한다.


“이, 이게!”


어유, 승제 녀석, 참 가만 보면, 불쌍한 면이 있다. 이 자식 알게 모르게 동네북이라니까. 승제는 쓸데없는데 자존심이나, 승부욕이 강해서 매번 영욱이나 다른 사람들과 기 싸움을 벌이곤 했는데, 그때마다 결국 지고 들어가는 것은 승제의 몫이었다. 우리 승제, 순진한거니, 바보인거니? 물론 바보겠지.


“지인아, 나 정말 네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어! 왜 노래방 가자고 할 때마다 싫다고 했어? 응?”


하진이는 씩씩거리는 승제를 가볍게 무시하며, 지인이의 얼굴을 잔득 붉히게 했다.


“아, 그게, 그냥 쑥스럽기도 하고.”


붉어진 얼굴을 긁적이는 지인이의 모습은 정말 예쁘다. 하, 그러고 보면 지인이가 남자친구가 있나? 당연히 있겠지?


“후후, 이봐 친구, 그래도 나름 우리 연주도 괜찮지 않았어? 우리 연주가 있기 때문에 지인이 노래도 한껏 더 빛나는 거라고.”


“음, 그래 뭐. 잘했어. 바보2”


영욱이의 말에 하진이는 승제를 바라보며, 마지못한 칭찬을 건넸다. 참, 이런 점이 영욱이의 좋은 점이랄까. 평소 장난기 많고, 우스꽝스런 행동을 많이 하는 영욱이지만, 알게 모르게 사려 깊은 녀석이다.


“오오! 그지? 잘했지?”


승제야, 너 진짜 그러니까 바보 소리 듣는 거야. 승제는 언제 기분이 상했냐는 듯이 칭찬을 받자마자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나저나, 이 정도면 정말 입상할 수도 있겠는데?”


입상이라. 확실히 지인이의 보컬이 엄청 강력하긴 하다. 공연 당일 날 연주하는 우리 셋의 실수만 없다면, 확실히 입상도 노려볼 만 했다. 솔직히, 이제 와서 입상에 욕심이 조금 생긴 것도 사실이다. 뭘 하든, 미적지근한 것 보단 확실한 게 낫지.


“뭐, 공연 당일 실수만 없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후후후, 나에게 실수 따위란 없다. 우리 앞길엔 1등만이 있을 뿐!”


어이, 아저씨. 1등은 지나친 김칫국이거든요? 영욱이 이 녀석, 뭔가 필요 이상으로 기합을 넣는 느낌이다.


“오오! 1등! 상금! 돈!!”


승제는 벌써부터 1등한 느낌이다. 상금 받아서 어디다가 쓸지 고민하는 얼굴.


“그러니까, 입상하고 싶으면, 연습 좀 하자!”


하지만, 이렇게 기분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기분 좋게 녀석들의 김칫국에 맞장구친다.


그래, 이제 남은 기간을 일주일. 최선을 다 하는 거다. 연습! 연습만이 살길이다!



###


D-4.


축제는 마치 키다리 아저씨라도 되는 것 같다. 어느새 성큼 성큼 4일의 거리만을 남겨놓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승제와 영욱이 그리고 나. 우리 셋의 연주는 이제 굉장한 매끄러워졌다. 축제가 다가올수록 더 열심히 연습에 매달린 보람이 있다고 할까.


이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연습실로 셋이 몰려가는 것은 우리의 일과가 되어있었다. 뒤늦게 도착해 간식거리를 사오는 지인이까지.


하, 왠지 축제가 끝나고, 이 일과도 사라져버리면 아쉬울 것 같다. 축제가 끝나고 난 뒤, 나는 지금처럼 지인이와 가깝게 지낼 수 있을까?


간식거리를 사오는 지인이. 영욱이나 승제의 시시콜콜한 농담에도 잘 웃어 주는 지인이. 예쁜 목소리로 노래하는 지인이.

“야. 현아. 이현.”
“응?”


아, 나도 모르게 연습 도중에 생각에 잠겨 버린 것 같다. 날 부르는 영욱이의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러고 보면, 요즘 자주 지인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미안. 아무것도 아냐.”

나는 혹시라도 영욱이가 내 생각을 읽을까봐 얼굴에 떠오른 상념을 도리질과 함께 털어버렸다.

“현이 너, 피곤해서 그래?”
“현아, 조금 쉴래?”


승제와 지인이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아무래도 내가 지나치게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 같다. 연습할 땐, 연습에만 집중하자.


“아냐, 더 할 수 있어.”


나는 기타를 다시 고쳐 잡았다. 나의 고집에 녀석들과 지인이는 못이기는 척 넘어가준다. 다시 연주가 시작되고, 지인이의 노래가 연습실을 가득 메운다. 그러고 보면, 매번 같은 곡을 연습하는 데도 질리지 않는 것은 지인이의 노래 덕분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노래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짝짝짝.”


응?
매 연습마다 완주 한 번이 끝났다고, 우리 중에 박수를 치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 사이에 낀 찌꺼기처럼 느껴지는 이물감에 고개를 돌린다.


“야, 정말 잘하는데? 특히 지인아, 굉장하다!”


뜻밖에도 연습실 문에 기대서서 감탄하고 있던 사람은 일전에 매점에서 만난 영욱이의 고등학교 친구, 민한광이었다.


“민한광, 니가 웬일이냐?”


순간 영욱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 일종의 염탐이랄까? 최영욱,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라고.”


민한광이 능청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녀석 뭐야? 여긴 왜 온 거지? 것보다 여긴 어떻게 알고? 나는 영욱이를 놀리는 것 같은 녀석의 말투에 기분이 나빠졌다.


“사실 네가 여기서 연습한다는 거 알고, 지나가는 길에 들린 거야. 겸사겸사 지인이한테 할 말도 있고.”


뭐, 지인이한테? 나는 친숙하게 지인이의 이름을 부르는 녀석에게서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느낌.


“나가서 얘기하자.”


영욱이는 이미 한 번 굳어버린 표정을 더욱 굳히며,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끌고 간다. 하지만, 민한광은 문 앞에서 미동도 않는다.


“나는 지인이랑 얘기할 게 있는데? 지인아, 잠깐 얘기하는 거 괜찮지?”


고개를 숙인 지인이의 표정이 어둡다. 지인이는 모은 두 손을 몇 번 꼼지락 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래.”


지인와 민한광이 나가고, 영욱이가 그 뒤를 따라 나간다. 가슴에서 뭔가 울컥하며, 올라온다. 소외감. 그래, 나는 지금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뭔 일이야? 갑자기. 에이, 연습 잡치네.”


승제 녀석은 일부러 내게 들리게 큰 소리로 혼잣말한다. 승제는 내 생각을 읽은 걸까? 어쨌든 승제 덕에 나는 울컥하는 맘을 추스를 수 있었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어휴, 나는 그냥 쉴란다.”


승제는 그대로 의자에 편한 자세로 뻗는다.
고마워, 승제야.

- 6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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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최강
13/02/26 22:20
수정 아이콘
엑슈 보이프???? 이런... 엑스엑스같으니라구..
13/02/26 22:25
수정 아이콘
민최강님. 감사합니다. ^^
헤헤
소문의벽
13/02/26 23:16
수정 아이콘
흔히 볼수 없는 달필가 이시군요.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따로 공부하신적 있으신가요?
13/02/27 08: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음 공부한적은 없고.. 그냥 재미삼아 읽어주시는 분들과 커뮤니하는 재미로 쓰고있습니다.
DavidVilla
13/02/27 00:20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어요. 축제로 가는 과정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깔아두고 축제 당일에 정점 찍은 뒤 눈이 녹듯 마무리될 듯한데(다분히 제 생각..), 지금 긴장감도 슬슬 조여오고 아주 좋네요!
13/02/27 08:2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앞으로 전개가 고민되네요.
모래강
13/02/27 21:4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필요치 않은 쉼표를 없애면 어떨까요. 읽기에 더 편할 듯합니다. 진눈깨비에서도 같은 걸 느꼈습니다.
13/02/27 21:5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모래강님.
제가 뭐뭐하고, 나 감탄사 같은 이음새에 쉼표를 쓰는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 편히 읽힐 수 있도록 고치겠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천진희
13/02/28 02:29
수정 아이콘
인터넷이 안 되서 이제야 봤네요!
잘 봤습니다!
13/02/28 10:35
수정 아이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진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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