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삽니다. 한국이라면 도통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 부연해둡니다)

지금 동네에 자리잡은 지 7년째인데, 퇴근하는 길에 KFC 가 있습니다. 우선 여기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나 제 마님은 닭'만' 좋아하고 거기서 주는 사이드 메뉴는 사실 그저 그렇습니다.

아쉽게도 그 KFC 메뉴에는 닭'만' 사는 옵션은 없고, 언제나 사이드 메뉴를 포함해서 세트 메뉴로만 판매합니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 비스킷이나 으깬 감자를 가져와서 꾸역꾸역 먹기를 어언 7년.

마님: (냠냠) 야 넌 왜 자꾸 좋아하지도 않는 비스킷을 사오는 거냐
저: (냠냠) 거기서 그렇게밖에 안 파니까.
마님: (냠냠) 그게 말이 되냐 닭만 달라고 해봐
저: (냠냠) 그렇게 안 팔아. 말해도 소용 없음
마님: (냠냠) 이 찐따같은 놈

이런 대화를 나눈 것도 어언 열 번은 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아들을 데리고 KFC 에 갔는데, 드라이브스루로 지나가면서 주문을 하려는 순간, 아들이 얼굴을 쑥 내밀면서

아들: 닭'만' 여섯 조각 주시겠어요?
점원: 네

그리고 닭'만' 여섯 조각, 세트메뉴보다 싸게 사와서 잘 먹었습니다.

내.... 내가 이렇게 체제 순응적인 찐따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