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5/04/09 15:21:09
Name 블랙탄_진도
Subject [유머] [펌] 석삼이는 씩씩하니까 혼자 잘 할수 있지?







"여보시오, 적어도 얼굴만이라도 좀 보고 가자고 하잖소."

주인은 들은체 만체 담배만을 연신 피워물고 있다.

"이보소, 적어도 새끼를 넷이나 낳아주고 비가오나 눈이 오나 밭일까지 나갔던 나한테 정말 이러기요? 당신도 자식이 있으면 이럴 수는 없는거 아뇨."

철컹

이중 잠금 장치인가? 분명 우리 잠그는 소리는 아까 전에도 들었다. 마치 내 머리에 겨눈 총이 장전되는 듯한 끔찍한 소리. 어쩌면 차 문이 닫히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시동이 걸리기 전 쇠창살 사이로라도 얼굴을 내밀어보고자 했으나 쇠창살의 간격은 앞다리가 하나 빠져나갈 정도로 좁다. 어떻게든 우사를 바라보고자 얼굴을 들이미니 맥아리 없이 우리가 열린다.

주인은 아까 저만치 치워둔 받침대를 낑낑거리며 우리 앞으로 가지고 오고 있었다.

"10분이다. 지금부터 잰다 빨리 다녀와라."

서른 걸음. 우사에서 트럭까지 올때 세어본 걸음 수다. 하지만 세상이 도는지 어두컴컴한 우리 안에서 나와서인지 우사까지 백걸음이 멀어보인다. 석삼이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마 어디 갔다와? 밭일 다녀오는거야? 오늘 쇠죽에 풀만 들어서 먹다 말았어. 왜 우리 집은 풀만 주고 그래?"

지친다. 우리가 왜 조짚과 볏짚을 먹어야 하는지, 사료랍시고 주는걸 함부로 먹었다간 어떻게 되는지 수백 수천번을 말했건만 석삼이는 아직도 이런 생떼를 쓴다.

"우린 원래 풀만 먹어야 되는거 모르니? 대체 몇 번을 얘길 해야되는데. 너네 큰형 동물성 사료 먹었다 뇌에 구멍 송송나서 고무다리마냥 맨날 비틀거리고 우사 벽에 머리 쳐박다가 픽 쓰러져 죽었거 기억 안 나? 석삼이 반찬타령 지긋지긋해서 엄마 저 멀리 간다."

늘 그렇듯 밭일 다녀온 엄마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하며 어리광 부렸을 뿐인 석삼이한테 화풀이를 하고 있다. 못난 애미. 1++, 아니 1+는 커녕 3등급으로 개사료로 쓰여도 시원찮을 나. 파랑눈 애비애미를 뒀지만 한국 농가에서 자랐으니 한우라고 자랑스레 떠들던 주인과 우사에서 양것 왔다, 양공주 고 홈 소리를 들으며 온갖 천대와 구박으로 이어진 지긋지긋한 삶의 끝을 앞둔 채 자식에게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외품.

"엄마 왜 그래? 석삼이 다신 안 그럴게 그런 말 하지 마 엄마. 석삼이 잘못했어 쇠죽 다 먹을게."

입이 열어지지 않는다. 눈치를 살피며 허겁지겁 사료통에 코를 쳐박는 석삼이를 더이상 쳐다보기조차 어렵다. 숨이 막힌다.

"석삼이 쇠죽 잘 먹고... 주인 아저씨 말 잘 듣는단 얘기 들으면 열밤 정도 안에 올거야. 아저씨 통해서 얘기 다 들을거니까 시킨대로 하고 있어."

허겁지겁 쇠죽을 들이키느라 사레 들려 컥컥대며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석삼이를 뒤로한채 트럭으로 발길을 돌린다. 뭔가 답을 하려는 것 같지만 들리지 않는다. 스물일곱, 스물여섯, 스물.. 아까 이미 한 번 셌던 서른 걸음을 다시 세는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온 모습을 보며 주인은 아무말 없이 새 담배를 꺼내 문다. 트럭에 올라타자 우리 문을 닫고 나서야 담배에 불을 붙인다.

"적당히 피우쇼. 우골탑 그렇게 쌓는게 아저씨 좋자는게 아니라 자식들 잘 되는 꼴 오래오래 보자고 하는거 아뇨. 그렇게 피워 제끼단 나보다도 단명할거요."

못 들은체 딴청을 피던 주인은 이내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고 우리를 잠근다. 하지만 보나마나 차에 올라타자 마자 다시 피워 물겠지.

차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시동 소리가 들린다. 트럭의 금속 바닥이 차지만 편히 엎드려 본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첫째가 소싸움에 우승했다고 의기양양하던 다다음날 육우로 팔려갈때도, 둘째가 시집간다며 꽃단장 한채 트럭에 올라 탈때도, 애들 아빠란 작자가 옆집 알콜 중독자가 주는 막걸리를 병째로 받아 마시고 경운기에 치어 죽었때도, 셋째가 '머리가 아뿌다'며 우사 벽에 머리를 쿵쿵 찍으며 비틀거릴때도, 넷째가 쇠죽에 풀만 들었다는 작별인사를 할때도 난 밭에서 걷고 있거나 우사에 멍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다만 이젠 더이상 서 있을 필요도, 걸을 필요도 없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4/09 15:27
수정 아이콘
엉엉엉... 왜이래요.. ㅠㅠ
히라사와 유이
15/04/09 15:28
수정 아이콘
창원이군요. 그래서 어디로 가면 먹을 수 있습니까?
리듬파워근성
15/04/09 15:29
수정 아이콘
저한테 왜이래요? ㅠㅠㅠㅠㅠㅠㅠㅠ
15/04/09 15:41
수정 아이콘
한우시장 ㅠㅠ
15/04/09 15:4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살칫살은 맛 있어요 ㅜ.ㅜ
시나브로
15/04/09 15:50
수정 아이콘
엌크크 진정한 웃픈 자료ㅜㅠㅠㅠ
Magicien
15/04/09 15:53
수정 아이콘
냠냠 순길이 마이쪙
양지원
15/04/09 16:04
수정 아이콘
석삼아ㅜㅜ 맛있게 자라거라
띠꺼비
15/04/09 16:06
수정 아이콘
크크크 석삼이 엄니~ 박진솔씨는 석삼이를 책임져라!!
터치터치
15/04/09 16:20
수정 아이콘
먹을 거에 이름 붙이지마... ㅠㅜ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육회가 되었다.....
먼산바라기
15/04/09 16:32
수정 아이콘
어헝 ㅠ
15/04/09 17:07
수정 아이콘
위에는 큰형이 광우병으로 죽은거 모르냐고 했는데
아래는 큰형은 소싸움 우승하고 팔려가고 셋째가 광우병이라고 나오네요 ..

그리고 보통 소싸움 우승정도하는 소를 낼름 육우로 팔지는 않을텐데요 ..

일이 안풀리니 이것저것 시비를 걸고 싶어지는 오후입니다 -_-;
페스티
15/04/09 21:12
수정 아이콘
그게 더 슬픈 부분인데요... 왜 석삼이인지 생각해보시면 머리 쿵쿵 그랬던 셋째가 석삼이에게는 첫째였던거죠... ㅠㅠ
파랑파랑
15/05/15 01:57
수정 아이콘
으헝헝헝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79739 [기타] 미국드라마에서 묘사하는 한국 [24] 아롱이다롱이13298 23/05/21 13298
455082 [스타1] 스타판 커리가 아프리카 스타와서 쏘는 이윤열 전술핵 빌드.mp4 [10] 2023 lck 스프링 결승 예측자insane6859 22/05/28 6859
434535 [LOL] 롤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 공식 트레일러 공개 [17] 마빠이6973 21/09/26 6973
433022 [LOL] 도인비가 차는 시계 [19] 어바웃타임11758 21/09/11 11758
428737 [방송] 1987년 한국 톱 드라마 작가의 원고료.TXT [10] 비타에듀10289 21/07/26 10289
427832 [기타] 요즘 노오력을 하면 된다는 댓글이 많이 줄어든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 [99] 나주꿀15351 21/07/16 15351
401906 [유머] 조선시대 노비의 상속 이야기 [43] 겨울삼각형11186 20/10/26 11186
396229 [LOL] 사람들이 의외로 모르는 LCK 중계진 짬밥 [61] 진인환9412 20/09/01 9412
389570 [기타] 땅 속에서 금괴 8000돈 발견 [15] 피쟐러9955 20/06/20 9955
387019 [기타] 여배우들 역대급 몸매만 남았다는 드라마 (병)神이라 불린사나이.jpg [24] 2023 lck 스프링 결승 예측자살인자들의섬32862 20/05/24 32862
368777 [유머] 매형이 집문서를 가지고 날랐습니다. [15] 교강용11468 19/11/11 11468
349489 [유머] 아파트 한채 가지기 vs 단독주택 가지기.jpg [37] 김치찌개7649 19/04/05 7649
335889 [기타] 전국 주택 보유 상위 10명 [14] 쎌라비8623 18/10/05 8623
328775 [기타] 태양계 시계 [34] 쎌라비13079 18/06/11 13079
282656 [연예인] 지숙이가 찍은 한채아 웨딩촬영화보.jpg [19] 2023 lck 스프링 결승 예측자살인자들의섬7430 16/07/07 7430
275802 [방송] [용량] 아는형님 이수근 vs 한채아.gif [13] 무등산막걸리12476 16/05/15 12476
259567 [유머] 평생동안 100원 모았는데 7억.... [21] 광개토태왕11428 15/12/10 11428
258045 [기타] [펌] 잘생긴 남자의 삶 [67] 카멜리아 시넨시스38192 15/11/24 38192
250913 [기타] 다음중 최고의 좀비송을 골르시오 [17] 하정우5153 15/09/12 5153
237977 [유머] 동아제약의 반격 [7] 제논7515 15/04/15 7515
237410 [유머] [펌] 석삼이는 씩씩하니까 혼자 잘 할수 있지? [14] 블랙탄_진도8803 15/04/09 8803
227767 [유머] [유머] 피지알에 어울리는 글 (옆동네 펌) [22] SarAng_nAmoO6211 14/12/17 6211
186715 [기타] [기타] [펌] 남들이 다 뜯어말리는 파견계약 면접을 보고 왔다.txt [13] 핫초코24389 13/12/14 2438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