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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0 15:18:57
Name 꿈꾸는사나이
Subject [스포츠] [스포츠] 퍼디난드 자서전 퍼거슨 부분.TXT
3. 퍼거슨
천재다. 그냥 천재였다. 일단 선수의 심리를 가장 적절하게 자극했고
무엇 보다도 선수가 하고 싶어하는 플레이를 터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팀 토크는 "자 나가서 경기를 즐겨라" 였다. 여러 감독을
봤지만 대부분의 감독은 일일이 지시하기 바쁘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자유로움을 줬지만 퍼거슨은 팀이 하나로 움직이기를 원했다. 그게
안된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베르바였다. 재능? 재능만 놓고 보면 그 친구는
내가 공을 함께 찬 친구중 거의 탑이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았다.
그 친구는 여기가 토트넘 아니면 불가리아 대표팀인지 않았나보다.

퍼거슨은 우리가 제대로 했는데도 경기를 졌으면 분위기 전환용으로
어디가서 싸움을 붙어와 분위기를 바꿨다. 언론과 싸우거나 심판과 싸우거나.
다만 우리가 엉망으로 한 날은 우리를 아작냈다.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아작났는지 아무도 모를 뿐이다. 그게 새내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위대한 거다.

지금 생각해봐도 영감은 심리전의 대가였다. 뉴케슬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영감이 나를 구석으로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언론에
나온건 아니고...벨라미가 마크 휴즈한테 그랬데. 왜 둘이 친하잖아?
솔직히 리오 별거 없다고.' 거기에 내가 당한거다. 마치 비밀리 고자질
하듯 영감이 말하는거에 혼자 분개해선 나가선 벨라미를 지웠다. 영감은
아무도 모르게 이미 선수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선수를 조종했다.

선수는 나중에 자기가 조종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반 페르시의 폼이 잠시
떨어졌을 때였다. 영감이 팀 미팅을 부르더니 우리를 혼냈다.
"야 니들 말이야 반 페르시 움직임 안 보여? 쟤 지금 빈 공간 찾아
달려들어가는데 니들은 대체 생각이 없냐? 저기다가 패스 좀 못 넣어?
진짜 다른 애들 구하든지 해야지. 야 얘들아 반 페르시가 저렇게
잘 돌아들어가는데 패스를 안넣으면 쟤 어떻게 뛰냐? 잘 좀하자."

그러면 반 페르시 앞으로 공이 쭉쭉 들어가고 그 친구도 골을
팡팡 터뜨렸다.

큰 경기를 앞두고 있을때면 팀 토크도 단순했다. 이미 우리가 준비가 된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단 단순했다.
"저팀 패스 줄은 파브레가스다. 가서 애 잡아. 작살내. 그리고 우리가
공 잡으면 거길 기점으로 역습이다. 마지막으로, 쟤네 무조건 박스 근처서
원투 친다 공 주고 나가는 무조건 잡고 마크해라."

모두가 그럼 공 주고 나가는 애를 잡았다. 축구란 때론 굉장히 단순하다.
이런식으로 큰 경기를 앞두고 의외로 팀 토크가 단순한 날이 많았다.

"람파드 마크 잘해라. 쟤 어느 순간 박스 안으로 달려온다. 람파드 꼭 잡아."
"드록바 한테 당하기만 해봐. 미리 자리 잡아서 밀리지 말아. 허둥지둥
대다가 자리 못잡고 드록바한테 당하는 놈은 X발 내가 죽여버릴꺼야."

그런 반명에 상대를 깔보는 식으로 우리의 기를 살려줄때도 있었다.
"솔직히 말할까? 지금 리버풀이 리버풀이냐? 나 젊었을때 리버풀은 진짜..."
"제라드? 제라드 솔직히 공 잘 차. 그런데 니들 한테 비할 바야?"

이런 식으로 몇마디 던지고 나면. 팀 사기가 확 올랐다. 반면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박살 나는 날들이 있었다. 영감의 수준에 맞지 않는 경기를
하면 하프타임때 문을 부숴져라 닫고 나서 "2-0? 2-0? 야 이 X같은 새X들아
지금 솔직히 양심적으로 6-0 7-0은 나와야 하는거 아니야? 니네 그따위 공 찰래?
장난하냐? 그따위로 할꺼면 때려쳐!"

시합이 잘 풀리는 날도 영감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건 완벽 그자체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 완벽한 게임을 위해 그리고 영감을 위해 달렸다.

원출처 - 세매 trequatista

싸줄에서 보고 퍼왔습니다.
영감님 보고 시퍼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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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0 15:21
수정 아이콘
껌할배....ㅠㅠ 돌아와요
이시하라 사토미
14/10/10 15:22
수정 아이콘
영감님... 고멘..ㅠ
버그렝가생겼음
14/10/10 15:26
수정 아이콘
껌할배 영감님 크흑.....

영감님 시절이 그리워요....
다리기
14/10/10 15:27
수정 아이콘
크... 멋있다..
휀 라디엔트
14/10/10 15:27
수정 아이콘
이래서 감독을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저런 세세한 심리전을 30명정도되는 스쿼드의 선수들 하나하나 붙잡으면서 해야한다는 거잖아요? 더구나 나름 자국에서나 이전팀에서는 날고긴다는 프라이드 가득한 에이스들일텐데...
최종병기캐리어
14/10/10 15:29
수정 아이콘
어쩌면 그런 면에서 박지성을 좋아했을수도...

뭐라 안해도 멘탈이 갑이라...
14/10/10 15:27
수정 아이콘
이 와중에도 까이는 역은 불쌍한 우리 리버풀... 최고의 감독이라고 인정하지만 [저 영감만 없었어도]라고 생각하면 싫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버그렝가생겼음
14/10/10 15:30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할까? 지금 리버풀이 리버풀이냐? 나 젊었을때 리버풀은 진짜..."

그런데 할배 없었어도 리버풀이 우승할수 있을거라곤.....

챔스에서 첼시를 이겼지만 리그에선 영감없었어도 무리뉴가 우승했을 듯.
14/10/10 15:32
수정 아이콘
영감이 없었다면 아마 09년에 딱 한 번 우승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 한번이라도 우승하고 싶었어요...
버그렝가생겼음
14/10/10 15:38
수정 아이콘
솔직히 형감만 없었다면 하고 부들부들할건 리버풀이 아니라 아스날 벵거감독....
In-kyu Roy Moon
14/10/10 15:28
수정 아이콘
아스날 ㅠㅠ
다비드 데 헤아
14/10/10 15:28
수정 아이콘
지난시즌 관중석에서 맨유보면서 무슨생각을 했을지..
14/10/10 15:28
수정 아이콘
크 클라스
그림자명사수
14/10/10 15:34
수정 아이콘
리버풀니뮤
꾱밖에모르는바보
14/10/10 15:36
수정 아이콘
그만큼 포스가 있고 만들어 놓은게 있으니까 단순한 토크로 휘어잡겠죠..
아무것도 못보여주고 단순한 토크로 화내면 바로 불화설 뜨고 선수단 장악 실패...
R.Oswalt
14/10/10 15:48
수정 아이콘
베르바토프성님은 맨유만 안갔으면 계속 응원했을건데... 쩝...
OnlyJustForYou
14/10/10 16:13
수정 아이콘
이야 재밌네요 크크 읽으면서 퍼기경이 정말 대단한걸 다시금 알게 되고
나가사끼 짬뽕
14/10/10 16:20
수정 아이콘
저런 심리전으로 심판들 쥐고 흔들었죠. 실력이나 위상은 대단하지만, 심판의 도움으로 막판에 아슬아슬 우승한거는 뭐....
최근 맨유가 심판 판정에 흔들리는 장면 나오는데, 퍼거슨 시절이면 절대 나오지 않을 판정들이죠.
Cried 영자
14/10/10 16:26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할까? 지금 리버풀이 리버풀이냐? 나 젊었을때 리버풀은 진짜..."

맨유에 몸을 담으면 버풀리 까는건 자동차에 바퀴달리듯 기본옵션인듯 ㅠㅠ

포르투시절 무리뉴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보기 시작한 이후의 무리뉴는 저런 면에서 퍼거슨과 닮은듯.
영감이랑 와인먹던 사이고 벵감님;;;과 달리 친하게 지냈으니 타산지석으로 삼았을수도 있겠어요.
꿈꾸는사나이
14/10/10 16:42
수정 아이콘
그쵸.
무리뉴도 어그로란 어그로는 자기가 혼자 다 끌고 자기 선수들은 언론 뒤로 숨겨주죠.
퍼거슨
14/10/10 16:33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할까? 지금 맨유가 맨유냐?
사티레브
14/10/10 16:48
수정 아이콘
아니 영감..
잉여잉여열매
14/10/10 16:50
수정 아이콘
전투력 끌어올리는 수준이 역시
14/10/10 17:22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흠
Nasty breaking B
14/10/10 18:01
수정 아이콘
잉글국대 감독들에 대해 말한 대목과 영국꼰대 퍼디난드 파트가 진짜 웃기더군요.
늘지금처럼
14/10/10 18:43
수정 아이콘
방금 읽었는데 정말 찰지게 까네요 크크크크
14/10/10 18:03
수정 아이콘
사실 리오는 퍼거슨 커리어 중후반부에 뛴 선수라 이런 방법을 쓸 수 있었던거 같고
초중반부에는 어떻게 장악했을지 궁금하네요 크크
클로저 이상용
14/10/10 18:06
수정 아이콘
제 롤모델입니다. 크크크
낭만토스
14/10/10 18:20
수정 아이콘
너의 능력을 믿는다
안산드레아스
14/10/10 18:20
수정 아이콘
괜히 명장이 아니라니까요
인내심
14/10/10 18:36
수정 아이콘
저팀 패스 줄은 피를로다. 가서 애 잡아. 작살내.

그리고 박지성이...
14/10/10 22:37
수정 아이콘
퍼느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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