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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8/12 23:54:27
Name Farce
Subject [일반] [풀스포] 차라리 신파였으면 나았을 갈팡질팡: 콘크리트 유토피아 (수정됨)
*본 글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모든 줄거리를 밝히는 풀스포 리뷰입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잃으실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극장에서 보고와서 적는 후기입니다.
하늘이 제가 이 영화를 정말 보고 싶어했나봅니다. 최근에 주말에 여유가 생겨서, 친구와 영화관에 갈 일이 생겼는데,
'바비'는 흥행이 빠르게 사그라들어서 상영관을 빨리 치웠고,
친구와 함께 기대하던 '오펜하이머'는 광복절까지 개봉이 미뤄지니 남는게 '콘크리트 유토피아'더군요~

일단 좋은 영화였는가, 나쁜 영화였는가, 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굉장히 아쉬운 영화였다'라고 평하겠습니다.

영상미, 컷편집, 음악과 음향 사용은 참으로 독창적입니다. 시상식을 한다면 상을 받아야 마땅한 퀄리티입니다.
그러나 스토리와 인물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강렬하게 시작된 스토리가 중반부터 힘을 잃고 관성에 따라서 허겁지겁 억지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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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선악이 붕괴한다고 무조건 명작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괜히 뻔한, 영웅이 악마잡고 마왕 잡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면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이 주어지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돕고, 작품의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선악이 붕괴되고 모두가 잘못이 있는 이야기라면 어떨까요?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각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세상의 복잡함에 대해 고민이 있는척
무너진 폐허 앞에 관객을 끌고와놓고서는, 두리번거리다가 결말에서 도망을 치고 끝냅니다.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부분은 오프닝입니다.
최근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에서 도입부만 잘라서 평생소장하고 계속 돌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티비 비율의 흑백 화면에서, 한국에 처음 올라가는 콘크리트 아파트에 대한 다큐처럼 시작합니다.
'안정적인 나의 집을 가지는 것이 모든 한국인의 소망'이라는 과거 TV 보도 모습을 짜집기하면서,
"즐거운 나의 집"을 가곡으로 깔아두면서 노래가 최고조로 이르는 순간 아파트 콘크리트 정글인 서울이 붕괴합니다.

그리고는 단하나의 아파트 동만 남깁니다. 노래가 아파트 동 내부를 찍는 동안 음악이 벽 바깥에서 들리는 것처럼 줄어듭니다.
그리고는 다시 가곡을 시끄럽게 틀면서 아파트 동의 외부를 카메라가 훑으면서 영화의 제목이 나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란 한국인에게 무엇일까요?

그 질문을 던지고, 영화는 우리를 설명하지도 않을 것이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뒤틀린 대한민국 속으로 던집니다.
아파트가 뭔지 더 깊게 곰씹을 시간도 없습니다. 내던져진 우리 면전에 던져지는 물건이 지진말고 또 있습니다.

"외부인들"입니다. 갑자기 어디에서 막 튀어나와서는 "여기서 재워주시면 안되요?" 그러죠.
이게 서울에서 난 지진인가, 여기가 서울은 맞나, 설정 따질 시간이 없습니다.
주인공 말마따나 "우리 저번 주말에 장도 안 봤는데." 아니 우리 아파트에 '외부인'들이 넘쳐들어온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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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해결할까요? 영화는 빠르게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관객들에게 능청맞게 보여줍니다.
"국가의 탄생"입니다.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도 아니면서, 보는 관객이 음악적인 리듬을 느끼게 해주는 매력적인 편집을 보여줍니다.

한명의 책임자가 정해지자, 경쾌하게 음악까지 깔면서 빠르게 '우리 아파트가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몫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외부인을 숨기지 말고 신고하십시오'하면서 카메라를 보고 자랑하지요.

그래놓고 책임자가 정해지기전 주민회의는 서로 할말이 없으니까 '너 어디살아, 얼마나 배웠어 XXX야'라고 주고 받는 장면조차
장면을 넘길 것 같으면서도, 별생산적이지도 않은 할말 다하는 걸 길게 잡습니다.
짧고 경쾌한 흐름 사이에, 최대한 무안하고 불쾌한 장면은 길게 잡는 정상이 돋보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하나 죽일때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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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아파트는 이미 공동체가 만들어진 시점에서 망했습니다.]
이병헌 배우가 연기한 '영탁'이라는 인물이 그리스 신화적으로 말하자면 '오이디푸스'적인 인물이거든요.
한국말로 말하자면, 지금 이 험한 타이밍의 지도자가 완벽한 초인이여도 모자랄 판에 '더러운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비밀이 폭로되면, 그 어떤 주민보다도 공동체 내부 입지가 취약해질 사람이기 때문에, 신화속 오이디푸스가 그랬듯이
누구보다 멸사봉공하여 처절할 정도로 아파트의 번영을 위해서 한몸 바쳐서 일합니다. 그래봤자 결말은 결국 폭로로 끝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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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폭로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우리 낙원은 오이디푸스가 없어도 된다라고 고발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박보영 배우가 연기한 '명화'라는 인물입니다. '영탁'이 만든 이 거짓부렁 낙원 따위, 정말 참을 수 없는 지옥이고
독재를 비판해야하고, 영탁은 사람 담궈서 자리지키는 더러운 인간이고, 아파트는 외부인도 받아들일 여유가 있습니다!

라고 주장은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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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영화가 '명화'의 타오르는 고발에 물을 타는데 공을 들입니다]. 선악이 모호하니 우리 영화 잘만들었죠? 하면서요.
여러분,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혹시 아시나요. 오이디푸스에게 자주 붙는 말은 다름아닌 '비극적 영웅'입니다.
이걸 더 쉬운 말로 하면, '세상이 오이디푸스를 억까했다'라고 문학적으로 평한다는 뜻입니다. 영탁이 그래요.

외부인들을 내쫓는 것이 탐욕스러운 행위였는가? 물자가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주인공부터 첫 장면이, 무슨 준비된 생존주의자가 아니여서 주인공 내외도 평상시보다 먹을게 없다고 밝히는 걸로 서로를 소개해요.
폭력적이었는가? 맞죠, 영탁이 총대를 매었고, 그 다음에 '방범대'를 만들면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그랬죠.
근데 외부인들도 초기부터 계속해서 폭력소요를 일으켰다고 굳이 영화는 밝힙니다. 이 영화는 계속 그래요.

아 이래서 이 사람이 행동했나? 라고 납득해주려고 하면, '아 사실 반대편도 이랬습니다'라고 스피디하게 덧붙이는걸 즐깁니다.
그러면 중반부터 뭐가 남아요? 누더기 골렘만 남습니다. 처절하게 다 잘못한 사람들의 아귀다툼만 남는다, 뭐 감독은 그리보셨나봅니다.

그런데, 오히려 중반부터 이야기는 처절한 생존경쟁에서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선악', '당위'같은 키워드를 꺼내와서 도덕론에 매몰되기 시작합니다.

평상시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요소를 덜어냈습니다.
이런 요소도 건들고 저런 요소도 건들면, 사람들 몰입이 깨지고, 쓸때 없는 궁금증이 생길지 거침 없이 없애버립니다.

이 영화는 '정치물'이 아닙니다. 처음에 공동체의 탄생을 다루지만, 누가 지도자고, 부지도자고, 3인자가 누구고, 파벌이 어떻고...
다루지않습니다. 이 영화는 '탐험물'도 아닙니다. 이번에는 어느 아파트에서 음식을 얼마나 찾았고, 무슨 중요한 사치품이나 기호품을
손에 넣어서 어느 집에 어떤 순서로 주었고, 딱 한번 지나가듯이 다룹니다. 외부에 어떤 세상이 있는가? 폐허요.
다 죽은 시체와 폐허요. 탐험에서 찾은건 그게 전부고, 발악하듯이 탐험대를 덮치는 야만화된 외부인들은 있죠.
이 영화는 '재난물'도 아닙니다. 재난물은 마지막에 정상으로 회복이 있어야죠. 이 세계관은 그런거 없어요. 재난이 다 부셨어요.
어디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가? 이게 끝났는가? 그런거 말해주는 과학자 캐릭터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 영화는 뭡니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무슨 영화인가요? 이거 전부 빼면 뭐가 남습니까?
인물 간의 '드라마'가 남습니다. 여러분 앞에 남는게 딱 그거 뿐이라고요.

그런데 그 드라마의 내용이 뭐냐고요? "'명화'가 말합니다. '영탁'은 지도자이면 안돼요!"
그렇습니다. 이게 2시간 9분 동안 영화가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싶은 줄거리입니다.

여러분 혹시 '벡델 테스트'라는 개념을 아십니까? 아주 중요한 지표 같은건 아니고요. 페미니즘 영화평론에서 가끔 꺼내쓰는
일종의 도구 같은 것입니다. 이게 뭐냐면 3단계로 이루어진 간단한 테스트를 영화에 해보는건데요.
1번. 이 영화는 남성 캐릭터의 배경적인 인물이 아니라 단독으로 행동하는 여성캐릭터가 있는가? 이 영화는 있습니다. 패스.
2번. 그런 여성캐릭터끼리 서로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가. 3번. 그 대화 주제가 남성인물에 대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이병헌씨 잘생겼더라, 내가 사랑을 독차지 할거야" 같은 말 말고, 말 그대로 독립 주체로서 여성 둘이 대화를 하는가?
영화보신 분들은 아시죠? 명화씨랑 또 조연 다른 분계신데, 영락의 정체 이야기랑 시체 행방 이야기만 말해요.
심지어 다른 조연분은 조연분 부모님 행방이라도 물어보는데, 그것도 둘이서 직접 안해요.

자 이제 스토리의 클라이막스입니다. 명화는 마침내 몇 시간의 사투와 조연의 도움으로 시체를 찾아내서 주민들 앞에서 꺼내놨습니다.
'영탁'은 살인범입니다. 그래놓고 신분 도용을 해서, 주민인척을 했고 외부인에게 그렇게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러면 외부인들이 쳐들어와서 아파트 사람들을 전부 죽이면 안되죠. 그거 막자고 영탁이 '집안을 다스리자' 그랬는데,
외부인들 그렇게 나쁜 사람들 아니라면서요? 더불어서 살 수 있다면서요. 심지어 이 짧은 '쿠데타'와 '무정부상태'를 만들어놓고,
외부인들이 쏟아지니까, 명화는 주민회장이 그랬던것처럼 확성기를 들고 이렇게 외치지도 못합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에게 낙원을 드렸습니다. 마음껏 누리십시오'. 내내 영탁의 개라고 구박주던 남편을 끌고 '일단 도망가자' 그래요.
왜요? 그렇게 명화가 사랑하고 아파트를 내주고 싶던 외부인들은 부탄가스 폭탄하고 사시미를 들고 밀려들어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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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의 단말마가 뭐였습니까? '이래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 독재자의 자기합리화, 살인마의 거짓부렁이여야하는데,
이것도 '반대편도 일리가 있습니다'하는데 영화가 이미 공을 들여놨습니다.
무슨 쾌락살인마, 강간범도 아니고 사기당한 입주민의 우발적 살인이었죠. 그러면 감독님, 영화보고 제가
'암탉이 울면 공동체가 망한다는 영화의 장면도 일리가 있어'하면서 고개를 끄덕여드리면 됩니까?
전 제가 뭔 영화 보고 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인간은 전부 사악하다? 시스템을 만들려고 해도 그건 인간오류이고 결국 부질없다?
영탁이 살인범만 아니었어도 우리 대표님과 낙원아파트 시스템은 리스펙할만한 최고였다?

그러면 결말에 사족을 붙였으면 더더욱 안되었죠.

솔직히 마지막에 이병헌이 '비극적 영웅'으로서, 인간의 모든 한계와 실수를 덮고서 희생양으로 오이디푸스처럼 고귀하게 죽고,
딱 그 장면에 '홈 스위트 홈' 가곡을 극장이 떠내려갈듯이 신파적으로 틀어버렸으면,
이 영화는 기생충 같은 인간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횟칼 같은 영화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결말에 사족을 붙였으면 안되었죠.

아내를 먹여살릴려고 한몸바쳐 개처럼 일했지만, 영탁을 폭로하고 싶었던 아내에게 모욕감만 줬던 남편은
결국 바깥세상에 전에는 찾지도 못했던 낙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망하고, 오직 피를 묻히지 못하고 온유했던 명화에게
천국문이 열리고 영화가 끝납니다. 더 괜찮은 아파트, 외부인도 자유롭게 들고 날수 있으며, 젖과 꿀이 흐르는...

알포인트입니까? 피를 묻힌자는 그 죄악으로 인해 돌아가지 못하리라? 약탈하면서 시체가 될된 사람 몫을 챙긴 남편은 죄인이고,
그 약탈해온 통조림을 외부인들을 숨겨주고 나눠줬고 막판에 폭로로 아파트의 붕괴를 앞당긴 아내는 선함에 대한 복을 곱절로 받으리?

저는 지금 특정 배우의 연기나 인물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가 선악을 모호하게 끌고 갈 것이었고 양비론으로 가득찼으면, 몰살로 끝나는 것이 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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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명에게는 딱 집어서 행복한 결말을 준다? 이게 얼마나 기괴해보이는지 아십니까?

이 영화는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하면서도, 심의 때문인지 사람들이 몇번이나 선을 넘지 않고 버팁니다.
바깥에서 들어온 외부인들이요? 뭐 벽돌에 매달아서 옥상에서 던지지 않습니다.
그냥 끌고 나가기만 합니다. 물론 얼어죽기는 하겠죠, '화면 밖'에서요.
중간에 외부인들을 숨겨주고 있다고 내부숙청을 하던 영탁은 광기에 미쳐서 애먼사람을 죽이고,
편집증과 전체주의로 아파트를 목조이고... 하지 않죠. 숨겼던 사람들에게 '명예형'을 내립니다.
잃을 명예가 있는 문명인들의 처벌이죠. 지금 종말 이후 아닙니까? 이 참으로 따뜻한 낙원은 뭐죠?

차라리 이럴거면, 이 사회가 버틸수 없이 야만적이고 폭압적이면, 야만적이고 폭압적인걸 보여주고,
재난이 일시적이며 곧 돌아갈 사회를 위해 지켜야할 인간의 선이 있다는 걸 보여줬어야죠.
심의 때문에 야만은 없고, 재난은 철저해서 문명의 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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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을 지킵시다'라는 선언은 대화와 소통 없이 무기를 들고 아파트를 차지하는 외부인과 함께 '내부총질'이 됩니다.
배후중상설이 옳았다고, 외부인은 믿으면 안된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싶은 것입니까?

아무도 선을 넘지 않는 영화에서, 딱 한 명의 처신이 선을 넘습니다.
아파트를 끝끝내 말아먹는 명화의 대책없는 낙관주의입니다.

뭐, 시체를 찾고, 오이디푸스에게 네 죽음을 우리는 원한다 통보할 수 있겠죠.
군상극에서, 재난 앞에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살아온 길에 따라서 행동을 하고 정의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래서 기존 공동체가 파멸시키고, 다른 공동체에게 구원 받는건 무슨 이야기냐는겁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다고 말씀을 하시고 싶으셨습니까?

마지막 장면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실패한 노력과, 숨겨놓은 시체와, 밝혀진 시체와, 숨어들어간 외부인과,
바깥에서 외적처럼 달려드는 외부인들 보고난 명화가 낙원의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전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라고요. 정말로요? 이 모든게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다고요?
모두가 착하다는 말은, 모두가 악하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그래요 다 의미없죠. 다 똑같은 사람들이에요.
지나간 이야기에서 남은게 결국 이겁니까? 피카레스트도 되지 못하고 신파가 되지 못한 미지근하고 덜만들어진 무언가요?

[공동체를 위한 모든 노력은 헛되고 헛되었으며, 앞으로 공동체를 잡아먹을 괴물이 세상에 풀렸음을 암시합니까?]

설마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출 또는 각본의 미흡이겠지요.
대놓고 착한놈, 대놓고 나쁜놈 없애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와, 관객이 이렇게 반응할줄 알았으면, 차라리 뻔하게 쉬운 길을 갈걸 그랬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다른 분들에게 스토리가 좋다고 추천할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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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23/08/13 00:1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설마 감독이 그러한 해석을 의도했겠냐는 말씀에 공감하는 바지만, [이상주의는 위선에 불과하고, 외부인은 적이므로, 내부는 단결해야 한다]라는 해석을 반길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좀 서늘해지긴 하네요...

국가의 탄생을 인용하신 걸 보면 그 지점을 이미 의식하고 계신 것 같지만요 흐흐
23/08/13 00: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시스템을 고발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생각할거리를 주는 좋은 클리셰라고 생각합니다. 수 없이 많은 리스트가 있죠. "파리대왕",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84", "미스트"... 다양한 층위에서 고발이 가능합니다. "안정을 위해 부조리를 참을 것인가?", "부조리가 많지 않고 살만한 사회지만 그렇다고 침묵이 옳은가?" 그런데 이 이야기들이 외부에서 강력한 조력자로 구원받고 더 큰 사회에서 안식을 찾는 결말이 많은 이유는, 다시 말해 재난물에서 중앙정부가 다시 도달해서 질서를 회복하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안 질서 없는 반시스템적 낭만주의'가 정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보수적인 해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온유한 자가 땅을 찾이한다'라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결국 낙원에서 추방된 새로운 하와에게 주는데, 그것도 결국 타인의 시스템에 올라타는 것이지요? 물론 그 타인의 시스템에 올라탈 자유를 위해서 한몸 불태우고, 자기 커뮤니티도 불태운 하와니까 그걸 가지는게 옳겠죠. 근데 이런 온유는 결국 기존 시스템을 희생해서 '선하심'과 '공경'을 받는 것이라면... 차라리 '위선'이라고 욕을 하는 영화도 아니고, 상당히 선악이 모호하다 못해 뒤틀리고 앞뒤가 바뀐 영화가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차라리 제가 좋아하는 코엔 형제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명화는 혼자서 롱테이크로 힘들게 시체를 9층에서 끌고 내려오면서, 마침내 최후의 고발을 준비할텐데, 1층 바닥에 시체를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카산드라적 고발을 하는 순간, 외부인들의 침략이 시작되고, 아무도 관심을 거기에 주지 못하고, '대표님 뭐라도 해봐요!'하면서 수성하다가 아파트는 함락되고 대표는 그대로 사망하며, 고발조차 못한 명화 앞에 새로운 공동체가 손을 내미는 그런 진짜 '인류의 요절복통 헛소동'적인 요소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모호하고 이중적이기에는 작품에서 낭만주의가 너무 실제 생존에 가까웠다는 결말이, 저는 아직도 당혹스럽군요. 차라리 영화 '퓨리'의 결말처럼, 선하게 살다보니, 누군가도 한번 소소하게 도와준다...라는 결말이면 좋겠는데 (마지막에 남편과 식인종 앞을 지나가는게 그런 장면이었을까요?), 대놓고 찾던 '대동세계'를 유일하게 볼 선택받은 이가, 굳이 소돔과 고모라에서 소금기둥이 되지않을 죄 없는 어린양이 굳이 "다 평범한 사람 중" 명화였어야했는가...?
23/08/13 00:18
수정 아이콘
박보영이 도달한곳이 낙원인가는 좀 더 생각해볼문제인것같습니다. 가족주의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오로지 박보영을 위해 행동한 박서준은 마침내 박보영을 안전한곳으로 이동시키는데 성공하지만, 영화 내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수있다는 박서준을 질책하며 이타적인 가치관을 설파하던 박보영은 가족을 잃게됩니다.

자신의 선의로 아이들이 쫒겨나게됬을때도, 자신의 행동으로 903호 소녀가 죽게되었을때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않던 박보영은 , 낙원을 위해 가족의죽음이란 대가를 치르고나서 비로소 왕궁아파트주민을 야만인이 아닌 보통사람이라고 말하게됩니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도망친곳에 낙원이 있다는 해석은 과하다고 봅니다. 이래도 너는 유토피아를 말할수 있냐? 이래도? 이래도 계속 되묻고있는데요.
23/08/13 00:30
수정 아이콘
그렇죠. 결국 주민대표가 그랬듯이, 그 많은 사람을 잡아먹어서 도달한 평범한 인간이 또 새로운 공동체에 합류한다는 '어몽어스'가 마지막 결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집단이 외부인을 받아주는지, 앞에서 요리해서 나눠줄 밥이 있는지는 낙원의 단서가 되지 않죠, 감독님께서 인간의 체제는 나쁜놈으로 가득차지 않아도 때되면 알아서 붕괴한다고 몇번이나 강조하셨으니까요.

그런데 박보영씨 캐릭터의 '한계'를 고발하거나, 차라리 '살아남는 일에 선악이란 의미없다'라는 피카레스크를 의도하기에는 또 영화가 지나치게 선을 의식하면서 맹숭하고 모호하게 결말을 낸것 같아서 저는 또 아쉽습니다.
오피셜
23/08/13 00:49
수정 아이콘
이름이 영탁(영이 탁하다)이라던가 [모세]범으로 나온 걸 보고 이거 기독교 교리를 모르면 숨은 해석이 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황당 나무나 신단수 또는 세계수처럼 생긴 아파트 나무에서의 연설도 그렇고... 기독 교리는 문외한이라 나중에 유투브 해석본 좀 돌려보려고 합니다.
23/08/13 00:59
수정 아이콘
막판에 대놓고 예수님 나오면서 기독교 색채를 뽐내던데, 저도 개신교도라서 뭐 그쪽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 모세범이 '모세'를 의도한지는 몰랐네요 크크크. 저는 '범' 그러니까, 범인할때 범자라, 피 묻힌 사람은 낙원에 못간다는... 그러고보니 모세도 결국 스스로의 잘못이 있어서 광야를 못 벗어나지요. '모세의 죽음이 곧 가나안 (약속된 낙원)으로의 도착'이 되는데, 그러면 제가 오이디푸스적인 이미지를 왜 영탁에게 얻은지를 알겠군요. 결국 새 세상을 위해서 죽어야하는 기존세계의 죄악 때문에 그 경계를 못넘기에 경계에 내려치고 그 피로 입구를 열어야하는 희생제물이라는 점에서요.
오피셜
23/08/13 01:26
수정 아이콘
모세범이 지팡이 놔두고 총만 들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지팡이를 클로즈업하길래 지팡이 저건 뭐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모세가 들고다니는 지팡이 같네요. 모세 인물 설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허클베리핀
23/08/13 01:02
수정 아이콘
스테인드글라스씬에서 남편이 죽고 아내 혼자 남았을때 창 너머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순간.
폭도들에게 홀로 살아남은 여성의 위기를 떠올렸습니다만...

그녀의 손에 구원과 함께 따뜻한 주먹밥(어디서 난 쌀에 무슨 물로 씻어지은 밥인가?)이 쥐어지는 순간 벙쪘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아니라 '콘트리트. 유토피아' 로 나눠진 이야기인가?? 하는 괴이한 마무리...

기대에 비해 실망이 컸습니다ㅜ
23/08/13 01: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크크크크 그러니까요. '낙원아파트 여러분, 헛짓거리하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라고 해버리면 도대체 그 영화를 열심히 본 관객은 뭐가 됩니까... 외부인들을 받아들였으면, 진작에 낙원으로 갔을텐데, 초반에 선택을 잘못해서 이 모든 고생을 했다는 것인가? 이게 그 '파크라이 4' 히든 엔딩인가 뭔가 하는 것인가!? 냉철한 허무주의와 주제의식이 바로 서지못해서 얄팍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왠지 자꾸 전자로 평가받으려고 노력할 것 같은 그런 작품입니다.

크루세이더 킹즈, 프로스트펑크, 디스 워 오브 마인, 스펙 옵스 더 라인 같은 폭력적이고 선넘는 비디오 게임을 너무 많이 한 저에게... 15세 이용가에서 '우리 너무 도덕적인 선을 넘었어', '이 공동체는 파멸적이고 억압적이야!'하면서 번데기 통조림 따드셔봤자.. 아니 메인 플롯이 저에게는 미지근해서 여러분의 도덕고민도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하는게 맞나 싶다니까요? 크크크크크 아니 대표님이 권력에 미쳐서 아파트가 하나의 광기 넘치는 집단이 되어야하는데, 지도자가 멸사봉공하는 조지 워싱턴인데 여기에 도덕적으로 훈계한다고요? 이게 맞습니까?

저도 기대에 비해 실망이 컸습니다 흑흑흑... 기대가 없었다면 저도 이런 관점으로 보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Asterios
23/08/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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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만들어 둔 이야기를 영화의 시간 안에 다 못 풀고 막 수습해서 마무리한 느낌이었네요.(장황하게 시작했다가 결국 제대로 결론을 엮어내지 못해서 엉망으로 낸 제 대학 시험 답안지가 생각나네요) 드라마로 제작했으면 아예 그런 이야기들을 더 풀어내서 좀 더 그럴싸한 결말을 냈을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뒷부분을 뭉갰기 때문에 지나치게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아서 볼만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너무 많이 덜어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23/08/1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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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많이 덜어낸 편집은 솔직히 정말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사변적인 비일상인 '일단 아파트 한대 말고는 다 무너졌고요'라는 전제를 까는데도, 그걸 구질구질하게 설명안하고 일단 그 아포칼립스 속으로 관객을 내던지면서 복잡한 여러가지 문제에 고민 안하고 (정부는 뭐하지? 군부대에 약탈가서 총기 챙긴 사람은 없을까? 흔하게 약탈 불가능한 메가폰 배터리나 담배 같은건 어디서 구한거지? 타 공동체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외부 세계를 꾸몄을까?) 안에 주어진 드라마에 깊게 빨아들여져서 모든 의구심을 잠시 접어두고 "불신의 유예"와 선을 잘 타는건 정말로 명작급이었습니다. 중간중간에 있을 법한 블랙 코미디와 비꼼을 넣어서 마냥 편해지지 않게 긴장을 유지하는 것도 멋졌고요.

그러나 엄청난 편집과, 선과 악을 몇번이나 냉탕온탕 댄스를 추면서도 폼이 죽지 않는 연기자들의 호연과, 기억에 각 장면을 각인시키는 엄청난 음악이 하나 되어서 지지해줬던, 중심 스토리와 문제의식이... 어음... 말씀하신 것처럼, 시작은 냉철했으나 중간부터는 장황하기만 하고 그냥 좌표실종이 된게 이 영화의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액시트보다도 자기가 뭘하고 싶은지 몰랐던 영화였다고 봅니다.
23/08/1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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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니까 나올 수 있는 아파트 감성인데, 한국이니까 나올 수 있는 한계라고 봐야죠.
윗댓에서 쓰신것처럼, 미국놈들 영화였으면 훨씬 드라이하면서 피칠갑 가득한 영화가 되었을거라 확신합니다만 여긴 한국이라...

뭐, SF는 한국에서 인기없다는 모 감독님이 갑자기 생각나는데..
이런 막장 군상극 역시 사실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있는 장르는 아니긴 합니다. 이걸 좀더 한국의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좋도록 물탄거라고 봐야죠.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요.
23/08/13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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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네, 솔직히 드는 생각중 하나가... '할리우드 빨리 각본 사가세요~' 입니다 크크크.

확실히 무슨 D.P. 찍듯이, 바로 아파트 사람들이 네이버 웹툰 '하이브'나 하다못해 '스위트홈'처럼 무기와 무력부터 예비군 카빈 창고까고 독점해서, '독재권력은 반드시 타락한다', '집단사고의 위험', '지도자 원리' 이렇게 갔어야하는데, 아무래도 이렇게 갔으면 한국에서 극장가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무슨 제한상영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묘사된 폭력성 도덕적으로 괜찮은가?'같은 언론보도나 나오는 작품이 되었겠지요. '데미지 오버 타임'처럼요.

저도 현실과 타협해서 각본을 쓰는 것에 별 문제가 없긴 합니다만, 15세 이용가로 선을 하나도 안 넘어놓고서는 '너희는 선을 넘었어! 타락했어! 이 조직은 붕괴해야해'라고 '안일'하게 몸에 안 맞는 옷을, 대중성을 위해서 타협하면서 입고오셨으면, 꼬집을 자유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기생충'이전에 이 영화가 나왔으면 저는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인생영화라고 불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쉽습니다. 아쉬워요. 여러가지를 잡으려다가, 결국 잡은게 없는 느낌이 아쉽습니다.

차라리 마지막 엔딩이 '관객들을 위해서 덮어놓고 우리 해피엔딩 드립니다'라는 안일한 신파가 아니라, 더욱더 무언가 상징을 담고자 노력하신 것 같아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23/08/1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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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이 각본 사갈 필요까지는 없을..
23/08/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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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범 이라는 이름

붉은 색으로 칠한 문

아들을 잃게되는 부녀회장

902호의 십자가같은 곳에서 기독교적인 메타포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살인의 죄를 범한 모세는 진정한 선지자가 되지 못했고, 선지자를 잃은 왕궁아파트 주민들은 주인 잃은 양떼가 되어 흩어집니다.

오로지 죄를 범하지 않은 순결한 박보영만이 낙원으로 가는 구약적인 구원관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3/08/1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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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정말 "이집트의 왕자"가 보고 싶어지는 출애굽기 영상화였군요 크크크크크. 이야 나름 개신교적인 이야기에 익숙한 저도 놓친 이야기들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Let my people go"를 외치는건 모세의 거짓된 버전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해서 외부인을 놓아달라고 하던 박보영 역의 몫이고 그래서 천국문이 열린 것일까요...

저는 그런데 아직도 명화라는 인물이, '죄없는 자'라는 부분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워서 좀더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번아웃증후군
23/08/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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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러보고니 모세도 살인을 저질렀고 붙붙은 떨기나무를 본 뒤 선지자가 되죠.
그럼 마지막의 주먹밥은 만나라도 되나...
규범의권력
23/08/13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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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전반에는 아파트와 공동체에 대한 한국인의 감성이, 후반에는 영탁의 캐릭터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 몰입할 수만 있으면 괜찮다는 주의인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작중 시간으로 불과 몇개월에 불과한 시간동안 명확한 집단적 정체성이 형성되고 이게 외부인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수준까지 치달았다는게 있었네요.

그 외에 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비치는 빛 속에서의 죽음같은 진부한 장면이 꽤 있었습니다만 그러려니 했고 명화의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대사는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제 기준에선 명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게 만든 영화입니다.
고오스
23/08/1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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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 언급은 안되지만 외부와의 연락이 아예 끊긴 닫힌 세계가 되었고

한겨울 + 식량부족 + 외부인에 의한 위협 등을 고려하면

영탁과 부녀회장 같은 선동가가 있으면 충분히 저렇게 이기적이 될 법 하다고 봅니다
23/08/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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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히려, 빠르게 체제를 장악하고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체제 성립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심리 실험 같은 경우도, '복종 실험' 같은 것을 보면, 깊은 역사문화적인 자리가 아니라, 단순히 공놀이의 편만 나눠주는 것으로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아군을 천사화한다는 인류의 편리한 뇌구조를 보여준바가 있지요. 솔직히 극단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일상의 체제가 사라진 곳에서, 붕괴 이후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서사를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몰입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다룬 적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 "자자, 출발하기 전에 구호한번 하고 갑시다. 힘냅시다 힘!"

저도 뒷마무리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영화 자체는 그래도 정말 잘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결말' 말고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버릴 것 하나 없이 수작이었는데, 역사에 남을 작품들의 만신전의 코앞에서 돌아가는 그 아쉬움 때문에 이 리뷰가 나올 수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흑흑
고오스
23/08/1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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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직픔 전체에 교회의 은유가 섞여있다는건 볼때는 몰랐는데 본문에서 얘기듣자마자 한방에 이해가 되네요

제 생각에 이 영화는 장단점이 뚜렷한 영화아자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한국적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완성도가 아주 높은건 아니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감독이 하고싶은말을 잘 풀어낸거 같습니다

저도 작중 보는 내내 군대나 경찰서에서 총을 약탈한 무리가 오면 박살날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보다보니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는걸 깨닫고 사람들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보니 꽤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장점은 한국에서 아포칼립스가 온다면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꺼냐를 소름 돋도록 잘 풀어낸거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고질병, 이기심이 너무 잘 드러나서 씁쓸하기도 했네요

단점도 많은 영화이지만 이런 부분이 있기에 평식옹이 8점을 준거 같고 저도 점수에 동의합니다

가문의 영광식 양산형 영화, 맨날 질질짜는 신파형 영화만 보다가 단점도 명확하지만 하고싶은 얘기는 확실히 풀어낸 이 영화를 보면 단점보단 장점 위주로 칭찬하고 싶네요

단, 이 영화은 가족들과 같이 볼 영화는 아닌거 같고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은 무조건 피하는게 좋디고 봅니다

p.s. 위에서 단점보다 장점 칭찬이 많긴 했는데 저도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명화라고 봅니다

이 여자는 아포칼립스 상황애서 혼자서 깨끗한척 고결한척 행동하면서 정작 외부인들은 버리는 데는 암묵적 찬성을 하고 (수염 아저씨는 아파트 사람들에게 행동가짐으로 욕을 먹으면서도 외부인들을 몰래 챙겼죠)

뒤늦게 수염 아저씨가 자기가 버린 모자, 특히 애를 몰래 거두어 챙기고 있다는걸 안 후에는

길고양이에게 밥 주듯이 자기 딴에는 몰래 밥 챙겨주다가 영탁에게 걸려서 아파트에 숨어살던 외부인들을 내 보내는 빌미를 만들고 (복도식 아파트에서 현관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밥을 주면 당연히 걸리죠)

내부의 배신자가 된 명화를 살리기 위해 남편이 영탁에게 견마지로로 구르는걸 알면서도 남편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영탁에 대한 증오를 키웠고

앙심에 눈이 뒤집혀서 서울 한복판애서 좋든싫든 유일하게 멀쩡하게 돌아가던 공동체(903호 여자애가 서울역에 돌아가는 공동체가 있는거 같다고 얘기했지만 정작 걔도 본적이 없는 환상의 존재)를 뒷생각 안하고 제손으로 부수고 동시에 자기 남편도 사실상 본인의 행동으로 죽게 만들고 마지막엔 유일하게 구원(?)받았는데

보는 당시에는 명화만 이 영화에서 혼자 겉도는거 같아서 뭐지 싶었는데 기독교적 시각으로 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됨과 동시에 그래도 명화는 트롤이 맞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자기는 남편의 피 묻은 손으로 편하게 밥먹고 살았으면서 고결한 척은 다 하고 마지막엔 공통체 박살낼때도 자신의 고결함을 위해 뒷생각을 안하면서 홀로 제대로 된 공동체로 편입되어 살아남았으니까요

명화 스토리만 더 말끔하게 플어냈으면 작품의 질이 상당히 올라갔을 꺼라고 봅니다

p.s.2 제가 뻔하디 뻔한 스트레오 타입은 별로 안좋아 하는데 부녀회장 캐릭터는 한극 사회의 단점만 다 모아놓은 캐릭인데다 배우분이 연기를 잘해서 정말 인상깊게 봤습니다

초반에 사람들을 모은 것도 부녀회장이었고 투표라는 형식으로 사람들을 통제한 것도 부녀회장 이었고 영탁을 지도자로 밀면서 책임지지 않고 실권을 누리는 포지션으로 빠진것도 부녀회장이었으니까요

책임은 지지 않되 실질적인 권력을 누리려고 머리 굴리는게 너무 잘 보여서 헛웃음이 났습니다

전 회사에서도 비슷한 아줌마가 있어서 저런 캐릭이 더더윽 실감이 났죠

그리고 부녀회장 아들이 죽고 발광할때 영탁이 한마디 하는데 전 그건 감독이 한국사회에게 직설적으로 돌직구 던지는 멘트로 들렸습니다

p.s.3 전 신파물로 노선을 틀었으면 더 망했을꺼 같습니다 이정도면 신파 꽤 충분하고 신파 싫어하는 사람도 개연성에 의해 충분히 볼만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p.s.4 오프닝은 저도 역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중에서 [아파트] 노래를 정말 잘 활용한게 기억에 남네요
23/08/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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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고오스님, 저만 이렇게 작품을 본게 아니라서 정말 힘이 되는 리뷰입니다.

'기독교적인 메시지라고 선해해드리기에는, 은화 30냥도 안 받고 피밭을 만들어버린 가롯 유다가 아닌가? 사탄의 종이 아니라, 그냥 사탄 자체가 우리 사회에 암약한다는 경고를 하는 영화인가?' 싶어지더라고요 크크크크. 저도 부녀회장 캐릭터는 정말로 맘에 들었습니다. 정형화되어서 더더욱 갈팡질팡하지 않고 깔끔한 캐릭터가 나왔기 때문에, 제가 오히려 이 영화가 선악을 모호하게 할 시간에 그냥 평상시 한국영화 만든다 생각하고, 주인공 내외를 답없이 착하고 추진력있으며 도움이 되는 인물로 만들고, 이병헌의 주민대표를 대놓고 사악하고 선넘는 악마로 만들었다면 부녀회장 캐릭터들 처럼 다들 오히려 더 인상에 깊고, 한국 영화 역사에 회자될 인물들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히려, 마지막에 영탁의 일갈이 영탁의 인물이 붕괴된 것같아서 좀 뜬금없는 대사처럼 들리더군요. '암탉'이야기 처럼요. 이제 와서 영탁을 차별하는 미소지니 한국남자로 만들려는건지, 평상시 폭언도 잘 안하던 선을 지키던 인물인데, 마지막에 사회가 붕괴하려고 하니 카리스마가 붕괴했고 그래서 체제의 한계가 오고 그 앞에서 영탁 또한 나약한 인간이다...? 를 보여주고 싶은건가, 라기에는 너무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다른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급발진'으로 밖에 안보이더라고요, 감독이 안배한 결말을 위해서 소모되는 그런 느낌이요. 왜냐면 영탁만 그런게 아니라, 말씀하신 것처럼 부녀회장 캐릭터도 갑자기 징징거릴 인물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체제에 위협이 되는 딴소리가 나오면 뚝심있게 말을 자르는 등, 상당히 체제 안에서 유능한 인물로 나오는데, 이게 아무래도 영화의 여성 캐릭터들이 통째로 '경영'내지 '내정' 서사가 잘리고, '남자들의 원정대'로 다 채워버리니 상당히 빈약하고 남자들에게 생산성 없이 딴지만 거는 인물이 되는 한계가 있어서 이런 사태가 발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지금 이 댓글을 '아파트'를 반복재생해서 들으면서 쓰고 있습니다. 크으, 기생충은 자체 사운드트랙을 알렸지만, 정말 '콘크리트 아파트'는 '즐거운 나의 집'과 '아파트'를 모든 관객의 인생에 삽입하지 않았나 그리 생각합니다. 진짜 이병헌 배우의 세상의 고뇌는 혼자 다 담아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오프닝 만큼이나 앞으로 계속 언급될 명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오스
23/08/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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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댓댓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선악 보다는 인간군상 이라는 단어를 듣고 가다보니 평범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아포칼립스에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영화를 보다보니 전 개개인의 인물의 불협화음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그 부분은 좋았습니다

말씀하신 영탁의 인물붕괴도 사실 잘 보면 붕괴가 아니라고 봅니다

영탁은 사기를 당했지만 원래 그 집에 살 주민이었고, 본인은 주민이라고 굳게 믿고 그 누구보다 아마트[home]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죠

영화 후반부에 903호 여자애와 명화에게 아파트 가족이 아닌 바퀴벌레라고 폭로를 당한 직후에는 기존과 행동이 좀 달라지는데
영탁이 초인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런 상황에서 멘탈이 깨지면서 평소에 쓰던 가면이 박살나는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암탉 이야기는 감독이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거 같아서 좀 엇나갔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부분만 제외하면
영탁은 아파트 주민 그 누구보다 아파트를 사랑하고 지키려고 행동하고 노력한 초지일관적인 사람입니다

자신의 비밀을 폭로한 903호 여자애를 구덩에이 던지면서 잔혹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직후 바퀴벌레라 불리던 외지인들이 쳐들어 왔을 때도 조금 전까지 자기를 바퀴벌레라고 매도하던 아파트 [가족]을 지키기 위해 솔선수범했고,
까스폭탄도 용감하게 손으로 던져서 수십명 사망자가 나올뻔한 것을 막았죠

그래서 좀전까지 매도하던 주민들도 그걸 보고는 갑자기 대표님이라고 다시 부르며 복합적으로 쳐다보고,
영탁은 폭탄에 크게 부상을 입은 후 본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걸 느꼈지만 사람들 앞에선 마지막까지 아파트 가족 대표로 행동하며
[좀 쉴께요...] 라는 마지막 멘트를 남긴 후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본인이 [home]이라고 생각하는 902호로 가서 쓰러지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는 쳐내고 쳐낸 내용으로도 2시간 10분짜리인 한국 영화에서 보기드문 플레이 시간이 2시간이 넘는 영화고,
그러다보니 보든 조연들의 서사를 챙길수는 없어서 좀 극단적으로 남녀 역활을 구분하고 쪼개서 단순화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현실적인 타협임과 동시에 제 개인적으로는 꽤 영리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이 작품이 드라마였으면 이렇게 했으면 욕 먹어야 겠지만요)

Farce님 덕분에 괜찮은 작품을 심도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겁네요 흐흐
공부맨
23/08/1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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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는 정치적으로 해석했습니다.

마지막장면은 난민수용 찬성 대한 이야긴가 하는생각이 들었고

지도자는 출신을 잘보고 뽑아야한다는 메시지로 해석을 해봤습니다

외부의 침입보다 내부의분열이 더무섭다는 군대에서 지겹게 들은 정신교육도 생각났구요
23/08/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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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슈 같은 현안도 상상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작품이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지도자의 문제와 본질에 대해 다루는 정치물로서의 요소가 있고요.

개인적으로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적 지배'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더 나은 규범과 합리에 의한 지배 곧, 명문화된 2-3인자와, 지도자조차도 황궁아파트의 낙원적 요소를 지키기 위한 기본법이 있었으면 체제가 더 영속했을거라는... 이런 이야기는 솔직히 깊게 들어가서 대중성만 손해를 봤을테니, 단순히 '리더십'이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진 것 만으로 블록버스터로서는 할일을 다했다 싶습니다.

역시 내부의 적이 무섭군요!
김태연아
23/08/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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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오프닝 놓친게 너무 아쉽네요
23/08/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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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오프닝을 놓치셨군요... 저는 상당히 감명 깊었던 이유가, 그 어떤 대놓고 공상과학을 표방하던 영화보다도 더 부드러운 손길로 '재난으로 철저하게 파괴된 포스트-아포칼립스 한국의 아파트 정치물'이라는 참 누가 시나리오 던져주면 골치아플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전달하는 기술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라도 유튜브에라도 풀린다면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안망했으면
23/08/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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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돈데 오프닝이 좋았다니 ㅠㅠ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1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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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것... 이라는 해석은 어떨까 합니다
23/08/13 14:34
수정 아이콘
재앙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는 방향에서 행동을 하고, 단순히 운적인 요소로 살아남고, 망하기도 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하면,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폄하하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 복을 받는다고 말하자고 했으면, 차라리 대놓고 선악은 생존과 상관없다는 내용을 설교하는 피카레스크로 만드는 방향이 좀더 분명하지 않았을까 아쉽습니다. 공감하기 어려운 도덕론 포지션에게만 구원을 준다면 저는 이걸 대한민국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진중한 블랙코미디에서, '한국인이라면 똑바로 기독교 믿으십시오'라고 말하는 '나랏말싸미'같은 포교 영화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aDayInTheLife
23/08/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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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스포라 써보자면.. 저는 이런 류의 이야기에선 결국 선이 있고 그 선을 넘어가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선이어도 선을 넘어갈 수 있고, 악이어도 넘어가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는 식으로 구성하는 게 꽤 많고 주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명아라는 캐릭터는 너무 선에 치중한 캐릭터고 너무 결말도 희망적이에요. 차라리 세범이라는 캐릭터가 덜 신화적이든, 개인적 실수에 의한 몰락이든 다른 방식으로 그려졌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구요.
다만 이정도 건조함과 냉소를 보여준 한국영화가 없긴 하고, 그 완성도가 괜찮다고 생각해서 호평을 하긴 했지만 그 부분이 좀 많이 아쉽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차라리 코엔 형제식 헛소동이나 음울한 더 폭력적 세계를 다루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흥행은 안되었겠지만.)
23/08/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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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솔직히 '기생충' 갈것도 없고, '카터'나 '늑대사냥' 같은 영화도 자신있게 만드는 대한민국에서 폭력이나 흥행 걱정한다는 것도 좀 변명이라고 꼬집고 싶습니다 크크크크크크. 물론, 이 영화는 대중적인 블록버스터를 의도했으니, 뭐 각본을 좀 고쳐서 오셔야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냥 아버지 옷을 그냥 꺼내왔으니 한마디 할 수 있는 것이죠.

결말을 이렇게 낼거였으면, 세범이 '아파트'를 부르면서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지탄받기 복잡한 대상인지 회상을 할게 아니라, 디즈니 빙의해서 스카의 'Be Prepared'를 불렀어야죠. 하이에나들도 주변에서 그림자로 춤을 추던데.

저는 '선'이라는 내용이 생각난게, 기생충과 둘리의 '선 넘네'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칼 슈미트와 조르조 아감벤의 담론을 이 영화가 다루는 '척'만 하다가 도망을 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권력 관계를 꼬집고 싶으면 꺼내오는 소재인데, 이 영화는 그걸 다루면 선악이 분명해진다 생각했는지 편집해버렸어요.

영화의 홍보 카피인 "따르던가 떠나던가", 이건 슈미트의 '정치란 적과 동지의 구별이다'를 떠올리게 하는 주제인데, 이렇게 '분명하게 그려지는 선'은, 슈미트는 문제 없다고 봤지만, 아감벤은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예외상태'라는 말로요. 실제로 중간에 내부의 적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영화도 이 소재를 다룹니다.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독재에서, 법이 바로 서면 안됩니다. 최대한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와 집행 방법이 다양해야해요. 성문법이 있으면 '잘못한 만큼 혼내고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받아들여야하니까요', 그런데 죄악이 모호하면, 누구든지 자의적으로 정치적인 탄압을 받을 수 있기에, '적과 아군의 구별'은 곧 '지극히 자의적으로 무한한 독재'에 수렴합니다. '법적인 범죄자'도 아닌 '법 밖의 인간: 호모 사케르'라고 아감벤은 이 과정을 이름 붙입니다. '파리 대왕'이나 '동물 농장' 같은 작품 또한 이 지점을 통해 독재의 허상과 비문명성을 꼬집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을 통해서 보자면, 오히려 세범은 구약의 모세처럼 십계명을 만들었고, 그 십계명을 지키지 않자 화가 나서 십계명 돌을 깨부수고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조차 포기하는 '율법의 아버지'입니다. 주님이 오기 전에는 모든 유대인이 삶의 방식을 따라야했던 토라의 저자요.

중간에 한스 란다의 '유대인은 쥐새끼입니다. 쥐가 밥상머리에 올라온다고 인간이 그걸 잡지 말아야하는건 아니에요'를 중간에, '바퀴벌레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비인간화, 호모 사케르화를 진행시킵니다만, 한스 란다가 악인인 이유는, 유럽이라는 문명 사회에서 인종절멸 전쟁을 일으켜서 사람을 사냥하기 때문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정말로 식량이 없다'라고 밑밥을 깔아놓으면서, 압제와 폭거 조차도 물을 타는데 공들입니다. 이러면 남는건 결국 정치놀음도, 생존놀음도 아니고, 그냥 '신명놀음'이죠. 하나님께서 세범을 내려치셨다. 건조함과 냉소가 아니라, 오히려 믿음을 보여준 한국영화인지, 아니면 그냥 아쉬운 영화인지... 저는 일단 후자라고 보고 싶습니다.
aDayInTheLife
23/08/1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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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나 늑대사냥도 막 반향은 없었고 오히려 잔인해서 실패했다면 너무 결과론적인지... 크크크크크크

말씀하신대로 절대 선을 세울거면, 이렇게 '세범'을 절대 악으로 세우는 게 맞았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대로 아파트를 부르면서 'Be Prepared'를 부르듯이 악마의 놀이터로 만들었어야하죠.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고, 또 편의주의적이기도 합니다. 이게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하는데 공감하구요. 아니면 아예 모두를 선악이 애매한 회색지대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좀 애매합니다.

군상극에서 캐릭터가 단 셋으로 단순화 되는 지점도 아쉽습니다. 물론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내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오락영화에서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결국 '정치 사회적' 이야기에서 캐릭터가 단 셋으로 정리하는 것도 아쉽거든요. 재난 영화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어떻게 셋으로 분류됩니까. 적아의 구분 외에도 회색, 이방인, 타자라는 모든 것을 집어 넣어야하는 것이 맞는 선택이고, 그렇게 되어야 말씀하신 정치의 의미, 또 그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을 키워나갈 수 있었겠죠.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흐흐 저는 적/아의 구분, 혹은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이방인'의 침입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내부의 쥐새끼 내지 바퀴벌레를 찾아내는 그 순간이요. 외부에서 돌아온 탕아가 내부의 쥐새끼를 찾아내는, 기묘하고 또 독특한 순간이요. 그리고 세범은 그 이방인의 처형을 '내던짐'으로 마무리하죠. 결국 내외부의 조화는 불가능하다는 걸 어느 순간 세범은 깨달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영화가 그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요. 어떤 맥락에서 이 이야기는 계층의 사다리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아이디어 중 하나는 아파트의 수직적 계층화라는, 혹은 영화 상의 아파트가(제가 아파트가 별로 없는 데서 살아서...) 가지고 있는 광장으로써의 기능을 훨씬 은유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회색 지대의 인간에 대한 핍박(잘못했습니다를 외치는 그 장면)을 오히려 약하게 만드는 구성이 아쉽더라구요. 그 장면에서 외려 잘못했습니다.를 중심으로 차라리 말씀하신 정치적인 압제와 폭거의 감정선을 더 넣는게 좋았을 지도 모르곘습니다.

결국 동의하는 지점은 많지만, 이병헌의 뜨거운 연기와 약간의 거리재기가 저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래서 세범이라는 캐릭터가 이상한 캐릭터라고 생각이 들지만 납득하게 되고 (약간의 이상주의는 걸리지만) 결말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렇습니다. 결말부를 마무리 짓는 방식은 차라리 말씀하신대로 세범의 죽음으로 의뭉스럽게 처리하면 더 좋은 영화였을 것 같긴 하지만요. 흐흐 저는... 아주 좋진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기생충>에 비교하는 평론에 비해서는 많이 아쉽긴 했고, 냉담함과 건조함으로는 <남한산성>이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해요.
태양의맛썬칩
23/08/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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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의 연기는 진짜 좋았습니다. 초반의 어리버리타던 아저씨가 한 공동체의 리더로 변신하는 모습이 일품이었어요
23/08/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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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서술자 입장인 주인공 내외는 전형적인 인물인데 (박서준 씨의 '민성'은 솔직히 작품 내부에서는 '변화와 타락'이라고 다루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봐도 지도자가 바뀌어도 그냥 묵묵하게 시스템에 봉사하는 관료를 상징한 캐릭터라 상징성이 '복지부동 소시민'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병헌 역의 주민대표는 혼자서 어리버리하게 사태 속에서 어쩌다가 집단에 편입된 사람에서, 모두가 원하는 '조장놀음'에서 자신의 권력을 쟁취해가고는 시스템에 회환과 미련을 가지고서 스스로 체제와 권력에 대해서 악귀처럼 달라붙는 인간을 현재와 과거회상을 오가면서 혼자 짊어지고, 마지막 순간에도 공동체 안에서 고발당하면서도 남에게 내려놓지 못하고 '똥기저귀'와 함께 결국 버려지는 '비극 영웅'을 소화했는데,

정말 조커의 와킨 피닉스의 연기가 생각날 정도로, 영화 안에서 한 사람의 인생 정도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희노애락은 다 보여준게 아닌가 싶을 정돕니다.
23/08/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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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가 메세지가 정돈이 안 되어 있더라구요. 오죽하면 '모든 악을 거부하고 고고히 나아간 자만이 구원받는다' 라는 종교적인 영화라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명화의 주거침입과 인두질 장면에서 그것조차 깨지더라구요.
23/08/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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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가 메세지가 정돈이 안되었다]라는 말씀에 십분 동의합니다. 나머지는 전부 다 좋았습니다. 후속작이 나온다고하면 어떻게 개선이 되었는지, 아니면 그대로 인지를 확인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기독교인은 스스로 올바르다는 것을 위해 나서야하며, 공동체의 존속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라고 해석되지 않게 조금 더 다듬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이것저것 저글링하다보니 애매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말싫
23/08/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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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신파였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라는덴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통 신파로 갔으면 피지알에서 이 정도 관심도 없었을 거에요.
23/08/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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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이 분명해야, '압제적인 체제에 대한 민주화'라는 스토리가 동력을 잃지 않고 나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대표가 오히려 전형적인 가족영화 악역 정도였어도 더 영화가 깔끔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잡한 파벌싸움을 다룬 군상극 장기연재물이었다면 몰라도, 워낙 편집이 깔끔하게 중심 스토리말고는 잘 덜어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모탄 조'가 되어서, 중간에 물이 쏟아지는 순간에라도, '나를 지지하지 않은 바퀴벌레 놈들은 물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하면서 괴상한 마스크를 어디서 찾아서 꺼내오거나, 전직 군인이라는 설정이 있던데 군복에 기괴하게 황궁아파트 자체훈장 같은 것만 달아줬어도 오히려 지금의 '재난에서 사람들은 나쁜놈도 되요, 그냥 그렇다고요'의 미지근함 보다는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퀴즈노스
23/08/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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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박보영이 연기한 역할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있어요 저런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행동이 모순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모순되게 행동합니다.
23/08/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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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도 이렇게 생각을 안해본것이 아닙니다만,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혹자가 평한 것처럼 "영화 미스트에서 미치광이 광신도 여자가 이기고, 마트 사람들이 몰살되는 영화"라고 평한게 사실이 될까봐 조금 두렵습니다. 그것보다 더 많은 메세지를 담을려고 노력한 영화였다고 생각해서요.

농담을 담아서, '역시 믿어서는 안되는 외부맘들을 단속하셨던 이 시대의 참된 지도자 대표님 그립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어지지 않겠습니까 크크크크.
가죽양말
23/08/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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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이병헌이 죽는데서 끝맺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데 동의 합니다
23/08/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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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남의 집에 신발 신고 들어오고 지랄이야"라는 대사는 정말 작중 영탁/세범의 인생의 수미상관과 대표로 대표되는 황궁아파트의 모든 인류의 헛소동의 수미상관, 아니 오프닝에 등장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소망을 담은 맺음말 그 자체라고 생각해서 마지막 엔딩을 위해서 정말 멋진 대사를 갈고 나왔다 싶었습니다. 듣는 순간 진짜 숨쉬는게 순간적으로 멈추더군요.

그러나 사족이 더 있었습니다.

제가 가끔 지금도 찾아보는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의 엔딩사족이 생각나네요. 혼자 볼때는 앞부분에서 자릅니다 크크크크크
아밀다
23/08/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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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가 없나 보네요.
23/08/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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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런 장르도 보러오신 가족관람객이면 '세상에 이런 주제를 다루는 영화도 나오는구나!'라고 충격받으실텐데, '1987' 같은 영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체제가 사악하니 무너트려야해요'가 갈 곳이 없는 공허함입니다.

우리 공명정대하신 주민대표님께서는 (물론 완벽한건 아닙니다만, 차라리 그러면 포스트-아포칼립스가 아니라 멀쩡히 대한민국 정부가 있는데 어디서 종교집단이라도 만들었다 설정을 짰어야죠...) '얼음별 대모험'의 바요킹보다도 더 무너져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근데 영화는 굳이 잘만든 호흡의 결말부를 연장하면서까지, '그러게 기독교 믿으면 구원받을텐데, 사람들이 고생이 많아요'라고까지 말하고요. 무슨 알맹이인지는 모르겠으나, 밥먹으러간 식당에서 쌀을 먹은 것 같지는 않고 자갈을 삼키고 온 느낌입니다.
비오는일요일
23/08/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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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그냥 연기의 신이었습니다. 솔직히 캐릭터도 너무 잘만들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다 담긴 캐릭터였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적으로 살해당한 상황에서 살인의 죄를 범하고, 재난이 발생하면서 가족이 모두 죽고.
진짜로 자신에게 남은건 902호라는 사기꾼의 집뿐...
오로지 아파트 딱 하나 남은 상황에서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는)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다 바치는 것에서 그야말로 작금의 한국인 아닌가...크크

아주 몰입이 잘되는 영화이고 영화관이 너무 추울 정도여서 그야말로 차갑게 보고 나왔습니다. 작중의 겨울처럼.
23/08/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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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정말로 어마무지한 연기였습니다.

만약 해당 배역의 연기가 조금이라도 불안정했다면 영화가 얼마나 흔들렸을지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복잡하고 작품 서사의 진행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야하는 배역을 물흐르듯이 소화하는게 정말 좋은 의미로 괴물같았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칭찬을 한가지 더 하자면, 2시간이 넘는 상당히 긴 호흡의 영화인데도 중간에 지루하다고 느끼거나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는 장면이 없었고, 그렇다고 우중충한 분위기 만큼이나 마냥 피곤하고 지치게 만들지도 않는 멋진 편집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안망했으면
23/08/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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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스토리에 대한 비판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편집과 연출이 좋았어서 영화 자체는 좋은 점수를 줘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정도 영화가 꾸준히 나와주면 좋겠네요
봉쿠라츠
23/08/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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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이었다면 각자의 기준으로 다른사람의 행동을 이해할수 있을까? 우리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어디까지 허용이 가능할까? 실제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것이 맞나? 박서준은 박보영을 위해서 피를 묻히는데 내앞에서 박보영이 저런말을 하면 쉽게 받아들일수 있을까? 트롤인가 아닌가? 등등 엄청 감정 이입과 상황상황 마다 고민하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기독교적인 은유는 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름 맨프롬어쓰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좋았네요
23/08/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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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에 대한 질문과 다양한 입장을 인물에 담아서 상징성을 가미했으니 확실히 생각없이 만든 영화는 아니며, 오히려 치밀하게 준비해왔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 덕분에 생각이 많아진 저는 이런 식으로 결국 실망했다고 결론을 내려야만 했었지만요 흑흑.

한국에서 나와줘서 고마운 영화이기는 합니다. 꼭 후속작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그 이상의 퀄리티와 더 많은 고뇌를 담은 다른 한국영화가 나오는 계기가 되어줬으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

맨프롬어스보다도 더 예산 많이 쓰고, CG도 쓸수 있는 한국영화군요 와아~
만찐두빵
23/08/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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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나 아파트 노래를 부르면서 인서트샷으로 확 이병헌을 찍는 장면까지는 소름돋을 정도로 좋았고요. 이병헌이 흑화하게 된 계기인 전세사기는 정말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소재가 아닌가 싶더군요. 로우앵글 하이앵글에 따라서 보이는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연출도 어찌보면 정석적이지만 보는 재미가 있었고요. 또한 재난씬들 연출도 굉장히 훌륭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적하신 부분들 역시 동의할 수 밖에 없더군요. 잔혹해야했던 이야기가 15세 이용가 크리 정확히 말하면 상업성을 위해서 굉장히 연하게 바뀌면서 디스토피아 치고 밍숭맹숭한 맛이 되어버렸죠. 후반부 액션씬이 공허하게 느껴지는건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또한 이병헌이 옆집 여자아이를 협박하는 장면 역시 임팩트가 없어졌죠. 만약 18세 이용가였더라면 굉장히 폭력적이었을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10점 만점에 8점을 줬는데 훌륭한 재난 연출, 훌륭한 카메라 워킹, 최고의 연기, 재미있는 스토리라인 등등 매우 좋게봤습니다. 저는 엔딩의 경우 기독교를 아에 몰라서 희망적이나 구원을 얻는 그런 엔딩보다는 그렇게 선량하게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배드엔딩으로 봤습니다. 마지막 대사인 그들도 그냥 사람이었다 평범한 사람 이런것에서 본인 선택에 대한 후회를 느끼는 대사였다고 생각해서 좋은 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해석을 보니 새로운 해석이 되네요. 정말 글 잘읽었습니다.
23/08/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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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마지막을 부정적을 본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깊이를 주시는 말씀이셨습니다.

모호함으로 계속해서 작품성을 끌어올린 작품이, 끝내 마지막 마무리에서도 모호함을 강조하는 바람에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결국 호오가 갈리게 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결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다 좋았습니다. 소품들도 현실적이면서도, 종말 이후라는 비현실의 세계에 잘 녹아있고, 배우들의 호연도 이야기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들정도로 날카로웠습니다. 다음에 한국에 이것에 영향받은 비슷한 영화가 나오는 계기로 남아줬으면 합니다.
벨로린
23/08/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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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가 맘에 드셨으면 꼭 [모던 코리아] 다큐멘타리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몇 개는 유투브에 무료로 전편이 올라가 있습니다.
23/08/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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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게 원전인가보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브라77
23/08/1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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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보는내내 박보영캐릭터가 너무이상적이라
보는내내 거슬렸네요 성향이t라그런지 진짜 영화에서나 볼법한캐릭터 이상적이진않지만 오히려 박서준 이병헌캐릭터가 진짜인간적이란 느낌이였네요
23/08/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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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말씀해주신 지점이 이 영화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악이 모호하고, 현실적인 인간군상을 자랑할거였으면, 한명만 이상론을 설파하면서 심어두면 안되었죠.
이브라77
23/08/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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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란 애기가많던데 몬가 기생충다운그레이드느낌이였네요 일단재미가없고 좀지겨워서 다만 배우들이 외모신경안쓰고 연기는상당하단 느낌은받았는데 결론은 재미가없어요
앙겔루스 노부스
23/08/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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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고민중인지라, 풀로 읽진 않고 슬쩍 슬쩍 피해가면서 보긴 했습니다만...

요즘 한국영화판은 소위 웰메이드가 안 나오는 판이 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름 4대장중에 작품성으로는 필두라는 소리를 듣는게 이 작품인데, 이 작품마저 이럴 정도면. 영화들의 만듦새가 갑자기 나빠졌다는 생각을 꽤 전부터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의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네요. 몇년전만해도 봉준호 박찬욱 아니라도 깔끔하게 잘 만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거 같은데, 요즘은 가장 낫다는 것조차도 뭔가 허술하단 소리를 피하질 못하는 거 같아요.
23/08/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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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크크크크... 한국영화 위기론은 "도대체 해운대가 천만인게 맞냐?" 논쟁도 있었고, 그 이전의 "디워"에서도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한 것은, 정말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수입되어서 한국에서도 박스오피스 1등씩 찍는 블록버스터 명작들은 대진운을 좀 봐야겠지만, 적어도 단순 2군급 영화들보다는 더 압도적으로 났다고 생각한 깔끔한 영상편집과 배경활용이었습니다. 솔직히 '디스트릭트 9'은 못이기겠지만, 그 이후로 헤매고 있는 블롬캠프 감독에게 "아파트 단지 하나를 배경으로 하는 종말 이후 사회물을 감독해주세요"라고 의뢰를 해도 이 정도 "때깔"이 나올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왜 소리내서 엉성하다고 말을 하게 되냐면... "오징어 게임"에 대한 다른 분들의 인터넷 논평하고 비슷한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말 대다수의 관객분들은 "이야 한국영화에서 이런 참신한 소재를 이용해서 나에게 이런 경험을 주다니!"하고 극찬하실거에요. 그런데 저같은...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장르 오타쿠"들은, "아니 이 흔하고 뻔한 소재를 얄팍하게 다뤘는데 뭐가 수작이야?"라고 아니시에이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크크크크크. 그런 말로부터 면역이었던 "기생충"이 정말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던 것이지요.

그런 의미로 '허술'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제가 이렇게 길게 떠든 이야기들은,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이,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고 시덥잖은 지적사항 일수도 있습니다.
23/08/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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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장르오타쿠를 만족시키려면 장르의 고전부터 최신트렌드까지 섭렵해야하는데, 그러면 보통 머글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기 쉽죠..
예전에는 장르오타쿠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장르?물이 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그런 장르물을 보통 머글들도 떠먹을 수 있게끔 잘 씹어주는 작품이 더 좋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인터스텔라도 사실 SF물로서는 잘나가다가 갑자기 판타지? 비슷하게 빠지고 좀 아쉬운 감이 있는데, 그럼에도 흥행도 성공하고 인정받는 작품이죠.
말씀하신 오징어게임도 비슷하고요.

예전에 나영석이 했던 말중에서, 실패하지 않는것도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 했던적이 있는데.. (대충 왜 비슷한 소재만 쓰냐는 질문의 답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어느정도 동의하게 됩니다. 밥벌이는 참 중요하죠...
23/08/1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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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보고 느낀건데, 영화 엄청 재미있게 보신것 같습니다 흐흐

미스트는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23/08/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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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정말 몰입하면서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솔직히 '스토리/결말만 별로다'라고 평할 수 있던 작품은 이번 년도에 외화를 포함해도 거의 없었습니다.

'엘리멘탈'하고 '미션 임파서블', '분노의 질주', '범죄도시 3' 전부 제가 PGR에 리뷰를 올리려다가, 스토리만 뒤에서 "차라리 이렇게 전개하지~"하면서 훈수두는게 아니라, 이런저런 연출이니 CG지적이니 어떤 배우는 좀 어땠느니 곁가지 이야기가 너무 많아져서 결국 포기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잘 만든 영화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덕분에 더더욱 "조금만 더 잘했다면 정말 무지막지한 영화가 탄생했겠구나"라고 제 안에서 절로 탄식이 나오더군요. 즉 저는 이 영화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미스트는... 어릴적에 봤다가, 오히려 스토리 자체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영화라고 욕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험담하고, 인터넷에 장문의 글을 쓴 것을 시작으로, 제 인생의 친구를 먹은 녀석입니다. 흐흐흐, 처음 본 때보다 나이를 먹고 보면 볼 수록 오히려 더 깊게 보이는 매력이 있어서, 나중에 한 60먹고도 다시한번 리뷰를 일생을 담아서 써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징그럽다고 피하던 크리처들도 정다워지더군요. "더 씽", "패컬티"와 함께 제 내면의 괴물사랑을 불태운 사랑영화(?)이기도 합니다.
23/08/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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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크크 이런장르에서는 미스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고오스
23/08/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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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의 엔딩은 이보다 나은 엔딩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 올타임에 드는 엔딩이죠
23/08/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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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최고죠
LowTemplar
23/08/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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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이 저와 꽤 많이 갈리는 부분은 여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경계짓기는 어떻게 실패하는가'에 대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파국으로 오는 과정을 잘 그렸다고 생각했거든요.
23/08/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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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에서 파국을 가져온 카산드라는, 승리한 그리스 장군 아가멤논에게 전리품으로 끌려가고 그리스에서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이지만 피할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고 독살로 목숨을 잃습니다.

외부인에게 삯을 달아 아파트를 팔지도 못한 이는 노잣돈인지는 모르겠으나 주먹밥과 최소 하룻밤의 쉼터를 얻었습니다. 저는 차라리 이 장르가 온전한 피카레스크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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