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감정을 잘 드러내는 법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조금 씁쓸하거나 어두운 일상 글은 연달아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록을 위해 쓰는 느낌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간밤에 응급실을 갔다왔습니다. 이유는 공황 증세가 좀 강하게 와서요. 평소에 뭐 아예 안왔다가 왔다~ 오다가 곧 사라지더라~ 뭐 그 정도의 공황은 왔는데, 잠을 못자고 뒤척이는 상황, 평소의 공황 증세인 오한과 식은 땀, 등등등 에서 한 단계 씩 올라간 증상이 나타나고 있던 중에 한 짤이 떠오르더라구요.
'이대로 그냥 끝났으면 좋겠다.'
그 하이킥 짤이 떠오르고, 한 30초 있다가,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라는 생각에 다시 한 30초를 쓰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침대를 빠져나와 바로 택시를 타고 근처라기엔 좀 먼 종합 병원으로 갔습니다. 응급실이었고, 꽤 큰 병원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주 위급한 분은 없어서 금방 진료를 받고, 신경 안정제 계통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득한 저편에서 새벽 4시 반쯤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억의 저편에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회사에 연락 했던가?'
순간, 저는 묘하게 제가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솔직히, 그렇잖아요. 아직까지 그런 종류의 신경증은 말하기 껄끄러운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게 어떻게 해결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팀 내 카톡을 아주 오랫동안 들여다보다가, 최대한 '개인적인 이유'로 둘러대며 카톡을 닫았습니다.
병가처리가 되어서 오늘은 하루를 쉬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나는 왜 이러지?'와 '이 생각에서 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 두 가지 생각은 모두 (제가 생각하기엔) 정상적인 범주의 생각이고, 할만한 생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두 가지 생각이 상충되는 생각이라는 것 뿐. 그러다보니 두 생각이 서로 꼬리를 잡고 일종의 순환을 이루곤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좀 정리하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저에게 더 이상의 불안 요소가 있냐라고 물으면 '지금 당장은 없지 않나?'가 떠오르긴 합니다. 좋은 비유는 아니라지만 인생을 일련의 퀘스트라고 보면, 지금은 퀘스트 하나를 어떻게든 깨고, 다음 퀘스트를 수락하기 전에 생길 수 있는 숨쉴 공간이기는 하거든요. 그러니까, 시급하게, 뭔가를 해야한다는 제 마음 가짐이나 혹은 제 생각과 태도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긴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주 짤막하게 기쁘고, 아주 짤막하게 슬프고 난 뒤에, 저는 뭔가 중립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주 기쁘거나 아주 슬픈 상태도 없이, 마치 덧나더라도 계속 만지작 거리면 상처가 무뎌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저는 생각해보면 약간 멘탈이 쉽게 깨지는 타입인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조금은 무뎌지게,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쎄요, 오늘은 그게 옳은 방향이었던 것일까 고민을 하게 되는 날입니다. 날이 좋네요. 오늘은 좀 걸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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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본인 상태를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정신적으로 건강한 편은 아니라서 꽤 오랫동안 고생했습니다만, 어찌저찌 상황도 나아지고 병원의 도움도 받아서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 하루씩만 살아낸다는 느낌으로 생활하니 조금 더 편해지더라구요.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