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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1/23 23:38:27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936639373
Subject <올빼미> - 실화에 아슬한 픽션 한 스푼.(스포)

<올빼미>의 장르는 사극, 정확하게는 '팩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픽션 한 스푼을 덜어 넣었다고 표현 가능한 팩션으로써, <올빼미>는 선을 잘 탔다고 생각이 드네요. 보통 이러한 장르들이 지나치게 소심하게 픽션을 집어넣거나, 혹은 너무 많이 넣어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는 걸 생각해보면 적당한 수준에서 잘 배합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헌트> 내지 (톤은 매우 다르지만) <관상>이 떠오르는데요. 개인적으로 대체 역사물에 가까운 흐름이었던 <헌트> 보다는 <관상>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올빼미>의 주된 소재는 소현세자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음모입니다. 유명한 음모론에 여기서 <올빼미>는 시각의 한계를 덧붙였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이게 아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아니긴 해요. 그러니까 감각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등 뒤, 혹은 의심이 자리잡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보기보다는 꽤 정적인 스릴러에요. '초반부가 지루하다'는 이야기도 이 점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 혹은 인상에 남았을 장면은 등 뒤에서 침을 놓는 장면일 겁니다. 누군가에게 등을 내주고 침을 놓게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어쩌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이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행동은 등 뒤에서, 혹은 가려진 채로 등장하니까요. 그 점에서 '내가 볼 수 있지만 남은 볼 수 없는 것', 혹은 '남은 볼 수 있지만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그려내는 방식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물론 역사적 사실에 픽션을 넣은 것이지만, 결말부는 조금 더 담백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픽션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적당히 줄타기를 했지만, 약간의 사이다 엔딩을 위해 조금 선을 넘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차근 차근 잘 쌓아올렸고 잘 터뜨렸지만 좀 과한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저에게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류준열 배우의 재발견이네요. 영화의 중반까지 독무대에 가까운 자리에 후반부에도 힘을 잃지 않는 존재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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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3 23:53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에 k-통쾌함 느낌이 났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극장에서 즐길만한 영화가 아니었나싶네요
aDayInTheLife
22/11/23 23:53
수정 아이콘
네 사이다 엔딩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뜨거운눈물
22/11/24 05:38
수정 아이콘
유투브에서 예고편 및 요약본 봤는데 오랜만에 보고싶은 영화가 나왔네요
유해진이 왕역할이라니 크크크
aDayInTheLife
22/11/24 06:04
수정 아이콘
유해진 배우의 왕은 무난했던거 같아요.
친구복이많은사람
22/11/24 10:23
수정 아이콘
초반부는 약간 지루? 심심하게 보다가 중반부터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습니다...쫄깃하더군요
마지막이 조금 아쉽긴했는데 오랜만에 사극영화 재밌게 봤습니다
aDayInTheLife
22/11/24 12:42
수정 아이콘
중간부터의 밀도가 좋더라구요.
22/11/24 11:35
수정 아이콘
저도 마지막이 조금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추가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면서도 기억에 남을만한 대사가 하나쯤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보고도 못 본 척~'은 너무 장황하고...
'제가 보았습니다'를 쳐주기에는 좀 약하고...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같은 대사가 쉽게 나오는 건 아니겠죠.
aDayInTheLife
22/11/24 12:43
수정 아이콘
대사가 아주 찰지진 않더라구요. 이런 극에서는 대사의 맛이 중요한데 오히려 안들린 대사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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