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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4편을 봤습니다. <아마겟돈 타임>, , <소설가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아래는 스포 주의하세요!
<아마겟돈 타임> - 소년, 세계를 만나다.
<아마겟돈 타임>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신작입니다. 1980년의 뉴욕 퀸즈를 바탕으로 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조금 섞인 영화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짧게 표현하자면, 6학년의 아이가 어떻게 세계를 마주하고 그 '불편한' 사실에 대해서 마주하는 지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그리면서, 폴이 어떻게 정의롭지 못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세계와 부딪치는 지에 대한 회고에 가까운 성격으로 영화를 진행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연기입니다. 앤 해서웨이, 아역 배우들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역시 앤서니 홉킨스 옹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띄네요. 폴에게 가장 친절한 인물인 할아버지는 이 영화가 냉혹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를 표현하면서도 영화가 따뜻하고 온정적일 수 있는 감정적 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묘하게 1980년대, 조금은 작위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는 트럼프 가족의 등장과 레이건의 당선으로 끝나는 엔딩까지, 묘하게 영화는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그 때의 시기가 끝났음을, 호의와 낭만, 꿈이 있던 그 시대가 끝나고 감독이 말하듯 반유대주의와 인종주의가 조금은 되살아났음에 대한 은유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 냉기보단 온기 가득한 다큐멘터리
(원제 : Liquor Store Dreams)는 LA에서 주류 가게를 하는 한인 2세인 엄소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 소재로부터 시작해 인종적 담론과 살짝 맞닿아 있는 지점까지의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에 대해서 한국계 미국인의 시각은 어쩔 수 없이 가까우면서도 멀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의 존재 자체를 어디에다 둬야할지 애매한 문제이니까요. 정체성은 멀고도 가까울 수 밖에 없고, 영화가 인종론에 대해서 택하는 접근법도 조금은 이상론적이기도 합니다.
대신 이 영화의 진 주인공, 아니 그냥 주인공은 아빠입니다. GV도 오셨는데, 이런 말이 외람되지 않는다면, 귀여우십니다. 크크 극적인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고, 분명 아버지와 딸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도 분명 있습니다만, 결국 꿋꿋하게 '살아남기' 혹은 '생존'의 문제로 악착 같이 살아온 1세대에게 애정어린 헌사를 드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LA 폭동, 팬데믹, BLM 등의 이슈를 다루고 나름대로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 대응하지만 영화가 날이 서있다 혹은 굉장히 중요한 담론을 품고 있다기 보단, 따뜻함과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남아있던 영화였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흘러가듯, 혹은 지나치게 무르다는 표현도 가능하겠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소설가의 영화> - 나는 이렇게 예술을 만든다.를 듣고 보고 온 느낌.
<소설가의 영화>는 제가 처음 본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감상은, 꽤 좋았네요. 어떤 의미에서 <소설가의 영화>는 홍상수 감독 본인의 창작론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때로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행동의 부재'였습니다. 영화는 다양한 감각들을 활용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듣고, 보고, 말하고, 수화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 감각들을 감정으로 쏟아내기도 합니다. 기뻐하고 어색해하고, 즐거워하고 노여워하기도 하면서요. 중요한 건, 영화를 지배하는 '쓰다'와 '찍다'는 결과물로 표현될 뿐, 영화 내에서 한번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기할만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그럴까, 저는 어쩌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의 어딘가일지도 모릅니다. 좀 글 길게 써본 거라고는 자소서 밖에 없기에요. 흐흐. 다만, 더 이상 쓸 말이 없지만,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무엇인가를 포착해내고 싶다는 욕망은 이미 유명한 홍상수 감독 스타일의 작업 방식을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재기발랄하게 떠올라 가뿐히 착지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원래 제가 보려던 영화였습니다. 그러니까, 유튜브에 올라온 광고 한 자락이 저를 관심 갖게 해주고, 아 맞다 영화제! 하면서 영화제 홈페이지를 들어가고, 예매를 하게 된 영화니까요. 물론 개봉할 영화를 왜 보냐(저는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도 영화제에서 봤었네요. 허허) 라는 주변의 질문에는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에브리씽...>은 SF 코미디+액션의 얼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중우주와 선택에 따라 분기되는 다양한 미래선들에 대해서 영화는 가뿐하게 날아오르듯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러니까 초반 템포가 굉장히 빠르고, 화려합니다. 그리고 그 멋지게 날아올라서 가뿐하게 착지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착륙 지점은, 놀랍게도 가족 드라마입니다.
덜컹거림이 없지는 않아요. SF적 정합성은 조금 애매한 영화기도 하고, 어떤 장면들은 그저 웃기기 위해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그 개그 센스가 미국식 유머에 초점이 가있는 편이라 야외 극장의 많은 관객들의 반응도 좀 응? 싶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러갈 수도, 혹은 주변의 누군가에게 추천할 것 같습니다. 특히, 엄마와 딸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면, 한 번쯤은 보러 가라고 추천할 것 같아요. 영화의 아이디어, 혹은 표현 방식도 독특하지만, 그 이상하고 기묘한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을 때, 실컷 웃다가 눈물을 한방울 흘리게 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 지점에서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든 생각이지만, <트리 오브 라이프>에 B급 정서와 코미디+액션을 넣고 칵테일로 신나게 흔들어 놓은 엄마와 딸 버젼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아마, 두 명의 대니얼로 이뤄진 '대니얼스' 감독들의 차기작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