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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9/11 16:16:2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871962418
Subject [일반] <애프터 양> - 기억, 뿌리, 그리고 이후의 모든 것.(스포일러)

<애프터 양>의 이야기는, 정확하게는 설정은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저는 결정론이라고 해야할 지, 혹은 연결된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면, 그 세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사람이라 기억을 이해하는 방식을 잘 모른다는 점은 비유와 은유를 위한 상징이자 일종의 아이디어라고만 생각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프터 양>의 이야기는 너무 좋네요.


영화 상에서 눈에 가장 띄는 부분은 아무래도 '뿌리'와 '잎'으로 대표되는 비유겠지요. 가장 기저에는 식물로 대표되는 뿌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다음 층위로 존재하는 이야기는 '기억'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아니, 혹은 '기억이 형성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할까요.


사랑하고, 미워하고,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생각과 욕망입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영화는 기존의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네요.) '테크노 사피언스', 양은 드러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은근히 나타납니다. 자연스럽게, 차의 향과 잎이 물에 우러나와 표현되듯이.


영화 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양의 기억의 재생입니다. 그리고, 그 재생들 중 저는 '메아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 마치 말을 선택하고 고민하는 것 처럼, 말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습니다. 저는,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인데, 기억과 생각은 반복되는 성격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곱씹음과 되짚음의 과정으로 어떤 경우에는 기쁨으로, 어떤 경우에는 슬픔으로 반복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반복할 수록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기억은 정말 중대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까먹어버리고 마는 그런 성격의 것, 그리고 반대로 정말 아무런 중요성도 없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그런 것들. 영화는 그런 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닐까요. 기억은 조직되고 치밀하게 구현된 무엇인가라기보단 어느 순간 떠오르는 것들이니까요. 우리는 얻고, 상실하고, 바라는 존재고, 그 모든 기억들을 반추하고 또 영향을 받아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P.S. 맨날 넷플릭스 들어가다가 왓챠에 휴일에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여기도 볼게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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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glazeYourPan
22/09/11 16:44
수정 아이콘
전주영화제에서 봤는데 참 졸리면서도 끝나고 나니 여운이 남는 영화였던 기억이 납니다
aDayInTheLife
22/09/11 16:45
수정 아이콘
저는 외려 이걸 극장에서 봤으면 좋았겠다 싶더라구요.
DeglazeYourPan
22/09/11 16:48
수정 아이콘
불 다 끄고 큰 화면에서 봐야 몰입감이 극대화 되는 순간들이 있죠 흐흐
안희정
22/09/11 17:38
수정 아이콘
극장에서 보고 여친은 잼없다고 했는데
갠적으로 여운남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aDayInTheLife
22/09/11 18:29
수정 아이콘
여친이.. 있으시겠다..?는 농담입니다.
여운이 길게 남더라구요 저도..
약쟁이
22/09/11 21:51
수정 아이콘
색감이 따뜻해 보기에 편안했고 아역이 참 귀여웠습니다.
영화의 아내가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하면서 압박감 팍팍 주던데
실제로 제 여친, 아내, 가족이라면 전 도망갈 겁니다...
중국 자본 들어간 영화는 왜 하나같이 중국 문화는 어쩌고 하면서 그렇게 티를 내면서
설명을 하는지... 이젠 뭔가 반감이 듭니다. 일본 애들처럼 세련되게 표현했으면 좋겠네요.
기억이란 부분에 대해서 표현한 게 휴 잭맨의 '레미니센스'도 떠오르고 독특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aDayInTheLife
22/09/11 21:59
수정 아이콘
뭐 꾸준히 코고나다 감독이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으니까 저는 좀 괜찮지만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흐흐
아내의 인물이 자세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뭐랄까요. 압박과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려지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찻집 주인이라는 주인공보다 훨씬 ‘현대적’ 인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 중 하나는 기억이라는게 우리가 우리의 연대기를 쓴다고 해도(제가 자소서를 쓰고 있습니다만) 그 기록은 선형적이진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음.. 기억이라는 게 머릿속을 부유하는 성질의 것이니까요. 알파, 베타, 감마로 나눠졌지만 나눌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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