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 째 배우 이엘 씨의 발언으로 커뮤니티가 시끄럽습니다.  무슨 죽을 죄를 졌나 알아봤더니,  싸이 콘서트에 쓰는 물 300톤을 소양강에 뿌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는군요. 가뭄이 심각하니까요.
저는 이엘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직업적으로 물을 사용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300톤이라는게 일반인들 상상만큼 많은 양이 아니거든요.  엔터테인먼트에 쓰인다고 해서 그걸 '낭비' 라고 볼 수도 없고,  코로나 사태마냥 모든 걸 통제해야 할 비상사태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예컨데 한전 적자가 심각하니 나이트클럽에 불을 끄자고 하기는 쉽지 않죠.    

연예인이나 유명인사가 누구 맘에 안드는 발언을 한 마디 했다가 죽을 죄은 것처럼 욕 먹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군중심리에 휩쓸려 저도 한 손 보탠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사태가 웃기고 역겨운 점은 이엘에 대한 비판이 PC주의 비판, 불편러 머리깨기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pc주의자들이란 뭘까요?  본인들의 도덕적 우월감, 혹은 정의감을 바탕으로 타겟이 된 상대나 사회를 무리하게 교정하려 하는 자들일 것입니다. 그 잣대나 실천 행위는  '옳다고 규정짓기 어려운'  것이어야 할테고요.  폭탄 테러를 비난하다고 해서 PC 라고 할 수는 없을테니.

가뭄이니 콘서트장에 쓰는  물을 다른 데 썼으면 좋겠다고, 부족하나마 개인의 의견 한 줄을 남긴 것이 PC주의 일까요? 불편러일까요?  그가 남긴 SNS 한 줄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아 죽일듯이 조리돌림을 하면서,  마침내 내가 비뚤어진 PC주의자들을 비난하고 응징했노라고 만족스러워하는 사람들 바로 PC주의자들인 것이죠

PC와 불편러들을 너무너무 싫어한 나머지 이엘을 까고 때려잡는데 열성이신 분들의 바람대로 사회가 흘러가면 어떻게 되나요?  개인 SNS에 물을 다른 데 썼으면 좋겠다는 말 한 마디도 눈치 봐가면서 써야 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탕수육 소스는 붓지 말고 다른 그릇에 뿌렸으면 좋겠다"  

"이 더러운 피씨주의자!! 죽어랏!!"


극우든 극좌든 극과 극은 한데 만나는 법이고, 불편러를 때려잡겠다면서 sns 에 말 한마디 못 남기도록 극도의 불편함을 시전 중이신 분들은 그 행태가 그야말로 극렬 PC스럽습니다,

과거 문희준 까던 국민들 마냥 이엘 사태도 재평가 되는 때가 올까요?

"옛날에 이엘이라는 연예인이 미친듯이 까였대"  "왜 그랬대?"  "응 가뭄이니 콘서트에 쓰이는 물을 아끼자 그랬대"

이엘은 누군가를 비난하지도, 교정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화형시키도록 합시다.  그는 불편충이 없는 올바른 사회를 건설하는데 방해되는 악당이므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