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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1/09 23:55:30
Name ㅇㅇ/
Subject [일반] ㅇㅇ/의 독백(26) - 'Sex and the City'와 '아내가 결혼했다'와 정이현
1. Sex and the City는 유일하게 전편을 다 본(게다가 두번 이상) 미드이다.
그  재미있다던 미드들 주변에서 여러번 권한적 있지만
이상하게 10화를 넘지를 못하는 편이다(그만큼 드라마를 진득하게 못본다는 반증이겠지만)
뭐 암튼

예전 케이블에서 하던걸 종종 보던게 눈에 익어
언젠가 통채로 다운받아 보기 시작하던것이 처음이었다
뭐 어린마음에 드라마 제목이 야해보여서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은 다른곳에 있다는건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드라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캐리의 나레이션은
이 드라마의 컨셉을 가장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는 장치이다
이 드라마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 이야기가 저 상류에서 시작되 바다로 나아가는
스토리 전개식의 일반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한화 한화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담겨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가 진행되고
그리고 매 에피소드 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속의 일상, 성,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냥 그림책 넘기듯 넘겨짚고 마는게 아닌, 문제를 내고 답을 푸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 져 있다는것
그것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언제나 가지고 있는 그런 평범한 질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무수한 노력을 하고 있는 일상의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가 일종의 예시를 보여주고 모범답안을 만들어 주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전부 여성인 탓에
그러한 희열은 순전히 도시생활을 하는 30대 초중반의 여성들만이 쉽게 느낄 수 있으며
사실 나같은 20대 초중반의 남성이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게 정상이다.

사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다른데에 있다
캐리의 일상, 미란다의 일상, 샬롯의 일상, 샤만다의 일상은
오히려 나에게는 그냥 부차적인 드라마속의 장치로 느껴질 뿐이고
내가 흥미있게 관찰하는 부분은 주인공들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남자들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귀다 어떻게 헤어지나의 이야기 이다
이 드라마는 여자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남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이야기들을
가장 가까운곳에서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즉 이러한 남자 타입은 여자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저러한 남자들 앞에서 여자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

여자들끼리의 은밀한 대화를 들을 수 있다는 희열에서 나는
이 드라마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4부 이후 그저그런 멜로 드라마가 되어버린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그 큰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는것은 뭐 불행중 다행이랄까)

2. 아내가 결혼했다를 얼마전 동호회 사람들 열명쯤과 함께 단체로 관람을 했다
뭐 본사람들은 알겠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두 반응이다
"이런 쓰레기 영화가 있어?"와 "이런 신기한 영화가 있어?"
(네이버 평점이 6점쯤 되는데 그 이유가 절반은 1점, 절반은 10점을 찍어서 이다 -0-)

우리 그룹들은 역시나 남자들은 다 욕을 입에 달고 영화관을 나왔으며
여자들도 대부분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백만개를 그리면서 어물쩡하게 나왔다

뭐 맞는 말이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사실 나는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한 4년전쯤 아는 후배를 통해서 미리 접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소설로 일부일처제 문제에 대한 토론을 했었는데
나는 당시 워낙에 일부일처에 대한 강렬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토론이 되질 않았지만

몇년이고 지나서 다시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마지막 바르셀로나 장면까지 완벽하게 몰입해 가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람핀 여자의 망나니 짓 콤보세트'도 아니고
'손예진에 미친 어리버리 남자의 진상짓 콜렉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부일처제에 대한 사회를 향한 정면 비판'도 아니라고 본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가장 큰 주제를 말한다면 난 '결혼제도에 대한 재조명'이라 보고 싶다.

결혼에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던 여자 주인공이 결혼을 하고
사랑과 결혼을 결합시키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결혼생활을 남편에게 오히려 역제시한 영화
그 속에서 사회의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 영화
나는 이 영화를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영화를 좋게보건 나쁘게 보건 모두 이 물음에는 다들 동의를 했다
"평생 한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건 어려운 일이다"라는 것
그럼에 바람피는 남편도 존재하고 바람피는 아내도 존재하는 것이라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

우리는 바람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는 종종 보면서
(그리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즐기면서)
왜 이 영화는 그렇게도 거부를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생각해 봐야 할꺼라 본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책임을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바람을 나쁜것으로 만들어 버리느니
인간의 본성에 충실하여 결혼이란 제도를 재조명 해보는게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선입관이 있을테고, 실제로 영화처럼 할 수 있을꺼라는 자신은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결혼이 멀리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더 옳은 방향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한테 농담삼아 한 말이 있다
"영화속의 손예진이 내 부인이라면, 그리고 김주혁을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 준다면
다른 남편이 한다스는 더 있더라도 결혼해야지~"

뭐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남자들 하핫

3. 정이현 소설을 처음 본건 친구가 추천해준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책에서 였다
나를 잘 알고있는 친구중에 하나인데 그 친구가 나한테 그 책을 추천하면서
'나는 별로였지만 너는 재미있어할꺼 같다'라 그랬던거로 기억한다
뭐 역시나 빌리고 나서 3일만에 후딱 읽어 버릴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에 서점을 갔는데
정이현씨가 유명해지게 된 대뷔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책이 보였다
첫장만 읽었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생긴거도 괜찮고 의대에 다니구
무엇보다 키스를 엄청 잘해서 맘에드는데.. 차가.. 차가 없다;;
그래서 별로 학력도 안좋고 생긴것도 별로이지만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는 다른 남자 하나를 더 만난다
뭐 대강 그런 내용이었던거 같은데

보자마자 아 이거 참 재미있네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그 부분이 인상깊어서 이다)
사실 나는 차가 전혀 필요하지도 않으며(대중교통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면허도 없지만
만약 내가 잘생기고 의대에 다니고 키스를 잘한다 할지라도
차가 없으면 여자들은 불편해서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거

여자들의 그런 사고방식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달콤한 나의도시를 읽으면서도 그런 희열이 조금 있었다
세명의 남자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
남자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자신의 주변을 여러가지 따져가며 이미 생각하고 있고
그속에서 살아남는 남자들은 결국 여자들의 마음에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 마음속을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책이 바로 정이현씨의 소설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Sex and the City가 된장녀 드라마라고 욕하는 남자들도 있고
아내가 결혼했다가 여자들이 바람피려고 별짓을 다하는 무책임한 영화라고 말을 하는 남자들도 있고
정이현씨의 소설을 여자들 허풍이나 채워주는 바람같은 소설이라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어쨌건 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자들이 바라보는 남자의 시각은
이렇게 하나하나 살펴가면서 보지 않으면 익숙해지기 조차 힘든 그러한 세계인 만큼

이런것을 무조건 버리지말고 흥미있게 보는것은 꽤나 재미가 쏠쏠한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의식하지 않아도 내가 이런 내용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생각도 역시)

뭐 이미 마초적 성향은 진작에 버리려고 노력하고
여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한껏 즐거움이 들려버린 이상
이런 이야기들을 남자들의 세계에서 터놓는다는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세상의 절반과 싸우지 않고 타협하며 살아가는게 더 바람직한 일이라면

남자들도 이런 세계에 조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뭐 꼭 생기고 싶어서 그러는건 아니고;;;)

http://fineday9.tistory.com/entry/Sex-and-the-City와-아내가-결혼했다와-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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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글 남자가 쓰면 별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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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예비역
08/11/10 00:07
수정 아이콘
오호.. 새로운 시각이네요... 남자분들중에는 정말 처음 보는 반응이에요...+_+
이정도 열린 사고가 가능하신 분이시라면 차 없어도 그닥 상관없을것 같네요...
제경우에는 여자가 남자의 조건을 보는 것은.. 대화로 무엇이든 가능한건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그나마 조건에 조금씩 충족하면서 서로를 맞춰가는 거죠...
저는 감성적인 부분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편이라서요...
천년보다긴하
08/11/10 00:19
수정 아이콘
아내가 결혼했다 보고 남자인 저도 화가났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한테 화풀이도하고 스핌 팍팍이였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20~30년전에 우리 나라 남자들중에 첩을 두고 두집살림을 했었다.
한참 후에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서늘한바다
08/11/10 00:27
수정 아이콘
이런 저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괜히 이게 옳다 그르다 하느라고 열내는 것보다는요^^
좀 폭넓게 생각해도 나쁘지는 않겠다 이렇게요.
본문에 나오는 세편의 작품들이 보편적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스프링필드
08/11/10 00:45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네요..

근데 저는 글쓴분 보다는 쪼금 더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에서 이런 주제로 대화할때 주로 몰매를 맞더라구요..

결혼이나 사랑 저는 모두 다 허상, 미신이나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sex and the city는 저도 다 봤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보지 않앗지만 대충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면서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는 알겠더군요..


저도 마초적인 성향은 거의 다 버렸는데 오히려 여자분들이 이런 경우에는 마초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변하게 되더라구요.


마치 마초성향은 남자에게 있는것이 아니라.. 관계가 있는곳에 존재해야하는 항목인데 99.9%는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가지고 있고 이걸 가지지 못한 0.1%의 남성과의 관계에선 여성분들이 충족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잘 안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많은 남성 동지분들과 얘기를 할때 저의 생각이나 주장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다보면 왜 여자들이 이토록 남자들을 싫어하는지도 때때금 느끼게 될떄도 있지요.. 남성분들도 좀더 관점을 열어보는걸 항상 추천드리는데 이게 쉽지많은 않지요..

꼭 생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과연 우리가 믿는 사랑과 결혼 관계 이런것들의 참된 본질은 무엇인가...

저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몇년을 머리싸매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해왔는데

작년에 내린 결론은 "사랑과, 결혼, 관계는 신과 같은것이다" 라고 나름 결론을 내버렸지요..(참고로 저는 무신론자, 이 세상 모든 종교에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아무튼 이쪽도 제가 살면서 엄청나게 큰 관심을 쏟는 얼마 안되는 영역중에 하나이니.. 저는 계속 해서 이쪽을 공부하고 나름 연구해보고 있고

수많은 남성 혹은 여성분들에게도 한번 쯤 생각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더라구요... 일반적으로는 묵사발되는게 현실이지만 말이죠..

자신이 그토록 확고하게 믿었던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의심해본후(이건 뭐 데카르트도 아니고 -_-a) 깨닳게 되는 무언가는 가히 그 영향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성야무인
08/11/10 01:20
수정 아이콘
Sex and the City나 아내가 결혼했다 (요건 못봤습니다.) 둘다 여성의 욕망을 나타낸것이지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닙니다. 하긴 남자들도 여친혹은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렘에서 다른 여자들이라 사는 꿈을 꿉니다. 그 욕망을 그대로 실현안하고, 자아만족만 느껴도 욕구해소가 되겠죠. 근데 재미있는건 Sex and the City의 4명의 여자중 3명이 남편도있고 애도 낳고 잘살고 있다는거.. 특히 사라 제시커 파커는 남편하고 알아주는 잉꼬부부죠. (현재는 어떤지 모르지만~~)
MaruMaru
08/11/10 01:52
수정 아이콘
둘 다 보진 않았지만 '아내가 결혼했다'의 내용이 지나치게 알려져버린 탓에 어느 정도 앎을 통해 이야기해보자면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 내용은 결혼 제도의 대한 재조명이 아닌 결혼에 대한 우리와 다른 인식 한가지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엄밀히 말해서 결혼이란 것은 인간관계를 규정짓는 하나의 제도임에도 지나칠 정도로 신성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예를 굳이 들지 않아도 여성이 25세만 넘어가면 그 여성에게 건내는 인사의 반이 '결혼은 언제하니?'가 되니까요. 과거 가정 중심의 사회였을때야 가정의 기본이 되는 결혼은 매우 중요하며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의 중심이 가정에서 개개인으로 옮겨가는 현재에서 '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님(절로 님자가 붙여집니다.)같은 생각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리플의 스프링필드님 같은 경우는 스스로도 말씀하셨지만 지나치게 극단으로 가시면 사회에선 몰매를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주제 넘은 부분일지도 모르나 무신론자로서 모든 종교에 반대하는 자세를 가지신다면 당연히 모든 유신론자와 스스로 반대편에 서시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거든요. 자신이 개인의 다양성으로 존중 받으려면 역시 타인에게도 같은 자세를 지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저 무신론자와 유신론자는 삶의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무신론자입니다.)

물론, 제 일이 아니니까 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흐흐
마동왕
08/11/10 02:09
수정 아이콘
100명이 영화를 봅니다. 100명은 영화를 보고 나와서 제각각 영화를 평론하고, 줄거리 등을 말합니다. 이들은 같은 영화를 봤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은 전부 100명의 뇌를 거쳐서 나오는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결국 영화도 보는 사람 마음이라는 얘기지요. 해석하는 것도 그렇게 보는 사람 입장입니다.
sex and the city는 케이블 채널 돌리면서 본 것이 전부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조사하면서 줄거리 요악본, 책평론 등을 본 것이 전부입니다. 정이현 작가의 소설은 못 봤습니다. 하지만 특히 제가 공감을 하는 것은,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를 본 남녀의 반응과, '성매매'에 대해 토론하는 녀남의 반응이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다는 것입니다.
남녀는 똑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사회화가 시작되면서 구속되는 인간의 본능은 남녀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육체적인 차이에서 기인하는 생각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뇌구조(라고 쓰고 철학구조라고 읽는다.)는 똑같다고 생각하구요.
좀 더 개방된 것이 남자여서(피해를 받는 면도 있고, 주는 면도 있고요.), 또 좋고 싫고 등의 감성이 개입된 것이 마치 아름답게 미화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영화가 나오면서, 남녀의 근본적인 생각은 같다고(좀 더 명확하게) 제 머릿 속에 각인이 되네요.
항즐이
08/11/10 03:12
수정 아이콘
스프링필드님//

어떤 검토되지 않은 확신이라는 측면에서 신앙과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러한 검토와 확신 이후에 개인적인 신념과 삶의 방식으로서의 선택으로 모노가미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런 삶을 유지하는 "무신론자"들에게는 다소 불쾌할 수도 있겠군요. (흐흐)

무신론자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만,
무신론자들이 유신론자들에게 함부로 스스로를 brights라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너네들은 신앙이라는 것의 의미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어 그럼 그게 얼마나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내는지 너는 짐작도 못할거야."

마찬가지입니다.

모노가미, 현대의 인간들이 대부분 유지하는 결혼과 연애라는 관계들을 무난하게 유지하는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수는,
(그리고 신앙을 유지하는 꽤 많은 수는)
충분히 그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고 검토한 후에 개인적인 신념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 본질을 이해하는데는 저 위의 두 작품 (드라마와 책 모두 보았습니다.) 보다도, 정자전쟁 등의 진화생물학이나 동물행동학 책들이 더 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그 여성의 삶이 모노가미 형태의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가능한 변주 및 불가피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선택의 영역에서 머무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으로 보편성을 획득해 가는 모노가미 "문화"에 대항하기는 힘들죠. 물론 큰 변화의 한 단계는 항상 하나의 예시이긴 합니다만.
항즐이
08/11/10 03:19
수정 아이콘
SATC라는 드라마를 거의 전 편 보았습니다만, 캐리 브래드쇼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여성들 중 상당수 (그 드라마의 팬들도) 도 그 캐릭터를 싫어했습니다만, 좋아하는 여성들의 경우는 캐리가 자신의 욕구에 솔직한 것이 부럽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무책임하게도 에이든과 동거하는 중에 빅과 만나기도 하고 외도하기도 하지만 그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그걸 원한다는 걸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 어떤 타인(남자 혹은 친구)과의 관계보다도 강한 "자기애"가 부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그런 자기애와 자기 확신이 분명 한국 문화에서 특히 여성들에게는 부러운 부분이죠. 한국에서 여성들 사이의 명성이란 유리잔 과도 같이 연약한 것이어서 지키기 어려우니까요. (물론 SATC안에서도 샬롯은 꽤나 신경을 씁니다만, 한국 여성들이 보기엔 가소로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기애와 자기확신 만으로 그녀의 삶의 선택 및 의사 결정 방식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난 무책임하고, 신발 과소비에 미래에 대한 계획은 없어. 남자에게 떠받들여지길 원하고 나의 지적 허영이 채워지기를 바라. 난 내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솔직히 말할거야. 그리고 난 이대로의 내가 좋으니까 나를 바꾸지 말고 그대로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조건 없이."

당당하고.. 자신있고.. 어떻게 보면 솔직한 만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극 중에서 많은 남자들이 (너무나 여유있고 캐리만큼이나 자기애가 강한 빅 말고는) 그녀의 그런 매력을 사랑했다가도 떠나가는 걸 보면, 확실히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 비해서 자신의 사랑에 책임지지 못하는 건 분명합니다.

보통,
"그녀가 저렇게 솔직하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하는 걸 보면 그녀도 나에게 높은 수준의 충실함과 사랑을 약속할 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캐리는 스스로의 말 그대로 자기 욕구에 충실하게 변해가니까요.


재미있는 드라마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메인 캐릭터였죠. 하하.
스프링필드
08/11/10 11:24
수정 아이콘
MaruMaru님, 항즐이님// 제가 쓴 글이 조금 오해를 살만 했군요.. 제가 무신론자이고 모든 종교에 반대한다는것은 그들을 배척한다일뿐
실제로는 그래 니가 뭐 그렇게 생각하는거 나랑은 알바 아니구나.. 라고 직접적인 터치를 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종교에 관해서는 말이죠..
연애, 사랑, 관계에 대한 정의같은거는 아주 친한 사람들과 술자리를 할때나 던지는 이야기고 평소에는 제가 뭐하라 뭐하라 크게 관여하진 않죠..

항즐이님께서 말씀하신
[그러한 검토와 확신 이후에 개인적인 신념과 삶의 방식으로서의 선택으로 모노가미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런 삶을 유지하는 "무신론자"들에게는 다소 불쾌할 수도 있겠군요. (흐흐)"

무신론자들이 유신론자들에게 함부로 스스로를 brights라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너네들은 신앙이라는 것의 의미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어 그럼 그게 얼마나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내는지 너는 짐작도 못할거야." ]


이 부분또한.. 저는 제가 bright이라고 말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닌(bright도아닐뿐더러..) 항즐이님 말씀처럼 정말 검토와 확신이후에 모노가미 혹은 혼인관계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연스러운 사회화의 결과로, 당연한것, 생각해 볼 가치가 없는것, 생각해봐도 반대쪽은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분들보다는 남성분들이 이런 경향이 강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그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분들이 관계와 결혼 사랑에 대해서 완전히 가려진 반대 부분도 생각 해보는것이죠, 이러한 과정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가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옳으니깐 평범한 사람들은 다 나처럼 사고방식을 바꾸세요"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전혀 보지 못했던 측면을 한번쯤이라도 고려해보면 평소에 자신이 굳게 믿어오던것에 대해 좀더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볼 수 있고 좀더 본질에 가까운 형태를 볼 수 있다" 라고 말을 하고싶은거죠.
지구돌이
08/11/10 14:48
수정 아이콘
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은 오히려 남성의 판타지에 가깝지 않나요?
제 주위에서 손예진한테 공감간다는 여성분은 없던데..
집안일 완벽, 시집에 잘해, 돈도 잘 벌어와, 예뻐, 성적인 매력도 넘치는 여자.
이건 정말 남성분의 판타지라고밖에는^^;
참고로 여자들을 시집이 둘이라니 손예진 미쳤구나 라는 반응이었습니다-_-
08/11/10 16:27
수정 아이콘
SATC를 남자분들도 많이 보셨다는것이 쇼킹하네요.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을만한 줄거리(쇼핑, 연애 이런거엔 남자들은 관심이 없으므로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는 낮을거라고 생각해왔거든요)라고 믿어왔는데..^^;;

아내가 결혼했다가 볼만한가요?? 보러가야겠네.. 요새 통 영화를 못봤군요~!!
프렐루드
08/11/10 16:58
수정 아이콘
아내가 결혼했다의 소설판은 보고 영화판을 본 사람의 소감으로서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의 미덕은 소설을 다 읽고서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수긍하게 되는 전개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아라는 캐릭터가 그만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때문이었겠죠. 게다가 결혼에 대해서는 아주 당연하게 부정하는 캐릭터였기때문에 오히려 수긍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손예진씨의 캐스팅은 정말 굿이었습니다. 한번 봐야겠네요. 문제는 같이 볼 사람이 없다는거....ㅡ.ㅡa
08/11/10 21:34
수정 아이콘
제가 요즘 리버닝하고있는 드라마가 SATC죠.
불꺼두고 침대에 푹 파묻혀서 1편~2편정도 보고 잠이드는데 보고보고 또 봐도 참 재밌답니다.
캐리의 성격을 보고 이해 못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성격으로 살아가는 인생을 SATC에서 보여준다면 그건 재미가 없죠.
답답(?)한 그녀의 행보를 따라가면서 그래도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으쌰으쌰 기분 좋아지고 그래요.
처음엔 미란다의 모습에 난 졸업하면 저런 여자가 되어야지 하기도 했고 학교다니며 뭉치던 친구가 4명인지라 우리끼리 취직하면 저렇게 화려하게 살자, 브런치도 먹어보고 그러자 하기도 했다지요. 뭐, 슬프게도 저 혼자 멀리멀리 상경해버렸지만서두 말이죠.
오늘도 한편 보면서 지긋지긋(?)한 이누무 회사 스트레스 살포시 날려버리면서 꿈나라로 갈거 같아요. 흐흐.
스프링필드
08/11/10 21:39
수정 아이콘
요비님// 꽤나 재밌는 이야기인데.. 주변에 SATC를 본 젊은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한결같이 "나는 미란다 같은 여자가 될거야" 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럴때마다 여성분들도 남성분들 못지 않게 성공 욕구가 강하구나라고 매번 느낀다죠 흐흐..
08/11/11 02:07
수정 아이콘
아름다운 드라마죠. 깜박이는 커서에 쫓기듯 연애를 만지작거리는 뉴욕의 네 여성들을 보여주죠.
항즐이
08/11/11 03:04
수정 아이콘
캐리가 제 가까운 친구라면 그냥 인정하면서 잘 지내는 사이가 될 것 같고,
연인이면 결국 그녀의 자기애를 극복 못하고 그녀를 저주하게 될 것 같고,

그녀 주위의 지인 정도라면 그녀의 화려한 모습에 찬탄을 보낼지도 모르지만..

그냥 직장 동료, 적당한 거리의 친구라면,
짜증만 날 뿐일지도 모르죠. -_-;;
건강이제일
08/11/11 04:48
수정 아이콘
하핫. 흥미로운 글이네요.
섹스 앤더 시티에 대해서 남자분이 쓰신 글은. 저는 처음 읽어보네요^^

한국 여자인 저는 사실 그 드라마가 매우 흥미롭기도 하고, 매우 불편하기도 했었습니다~~
무엇보다 절 불편하게 한건.
그들이 이미 누리고 있는 사회적 지위라고 할까요...
그녀들은 모두 전문직이고, 상당한 사회적 지위와 소득 수준을 지니고 있죠.
그녀들의 소비가 절 불편하게 한게 아니라. 그녀들의 일이. 그녀들의 젊음과 사랑을 거의 소모시키지 않고.
그저 멋지게만 그려지는 점이 절 불편하게 하더라구요.

현실에서의 저는 매일같이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고 싶어하다보니 제 삶에선 연애보다는 일이 제일 치열하고 구질구질한데 말이죠.^^;;;;

그리고. 훈남 에이든을 다시 찾아가 어찌보면 구차하게 만남을 이어내놓고서 결국 끝내버리는 모습이 보여주는 그 지나친 현실성이. 불편하다고나 할까요.

아내가 결혼했다는. 꽤나 많은 여자분들과 비슷하게 손예진씨에 대한 미묘한 거부감 탓에 못봤으니 패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는.
굉장히 불편해 하면서 본 책이네요.
끝 맛도 매우 씁쓸해 한.
개인적으로는. 많이 마음에 들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30이 넘었다고 해서.
어른의 행동과 어른의 사고만 하란 법은 없지만.
그 나이가 되도록 일을 해온 30이 넘은 여자가 어쩜 그리 자기의 인생에 대해 무책임한지.
답답하더라구요.

그렇지만. 중반까지는 어느정도 심리묘사를 잘 해낸 작품이 아니었나라고 생각이 들긴 했었습니다.

대충 제 생각을 적고 보니 왠지 불평쟁이 같기도 하고... 하핫.
아무튼.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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