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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28 11:59:26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에베레스트 최대의 미스터리...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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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6월 8일, 영국의 3차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대원 조지 맬러리와 앤드류 어빈은 일찍 정상을 향해 출발합니다. 앞서 두 차례의 정상 공격이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고 이번 세 번째 정상 공격이 이번 원정대의 마지막 정상 공격이 될 터였습니다. 이날 오후 또 다른 원정 대원인 노엘 오델이 에베레스트 산 북동능선을 따라 세컨드 스텝을 오르는 두 개의 작은 점들을 목격합니다. 그 직후 에베레스트 정상은 구름으로 가려지게 되었고 그것이 이들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조지 맬러리와 앤드류 어빈은 다시는 캠프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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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맬러리가 다시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그로부터 75년 뒤인 1999년 5월이었습니다. 마침 TV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이들을 행적을 쫓아 에베레스트로 나섰던 원정대가 그의 시신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시신으로 보건대 맬러리는 어떤 이유에서든 능선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의 시신에서 제일 찾고 싶었던 물건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코닥 VPK 카메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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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메라는 앞서 이들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던 대원인 오델 노엘이 맬러리에게 빌려준 것이었습니다. 맬러리는 물건을 잘 안 챙기기로 악명이 높았는데 정상 정복을 증명해 줄 사진을 찍을 본인의 카메라 역시 깜빡하고 아래 쪽 캠프에 두고 올라왔던 것입니다. 이에 노엘이 그에게 자신의 코닥 VPK 카메라를 빌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만약 맬러리와 어빈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랐다면 틀림없이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카메라가 발견되고 필름이 온전하게 보전이 되어 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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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또 한 명의 등반대원, 앤드류 어빈에게 쏠리게 되었습니다. 1933년 영국의 4차 에베레스트 원정 대원이었던 퍼시 윈 해리스가 해발 약 8,460미터, 퍼스트 스텝으로 불리는 암벽 약 20미터 정도 아래 부근에서 어빈이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피켈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1991년에는 이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산소통 역시 퍼스트 스텝 부근, 약 8,480미터 높이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오델이 목격했던 두 점들이 당시 퍼스트 스텝을 오르고 있었는지 세컨드 스텝을 오르고 있었는 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앤드류 어빈의 시신은 지금까지 발견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로 추정되는 시신을 봤다는 몇몇 목격담들은 있어왔지만 아직까지는 그를 찾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만약 둘이 정상 정복에 성공했고 누군가는 포즈를 취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다면 포즈를 취했을 사람은 맬러리, 사진을 찍었을 사람은 어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추측입니다. 누가 뭐래도 당시 원정대의 얼굴은 조지 맬러리였으니까요. 어빈은 원정대의 막내였습니다. 그렇다면 코닥 VPK 카메라 역시 등반 중에, 혹은 촬영 이후에는 어빈이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맬러리의 경우처럼 어빈의 시신이 극적으로 발견되고 그의 시신 곁에 코닥 VPK 카메라 역시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이 된다면 사람들은 에베레스트 산 최대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온전히 추측의 영역이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오델이 목격한 바대로 만약 이 둘이 정말로 세컨드 스텝을 올라갔다면 거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사실상 장애가 될 만한 지형이 없습니다. 써드 스텝이라고 불리는 작은 암벽이 하나 있긴 하지만 난이도는 세컨드 스텝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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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이 정상을 정복하지 못했고 사고로 인해 둘 다 추락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빈의 시신은 산 정상 부근이 아니라 깎아지른 것 같은 에베레스트 북벽의 아래쪽, 까마득한 절벽 아래의 깊은 눈 속에 파묻혀 있으며 카메라는 산산조각이 나서 여기저기 흩뿌려져 버렸을 가능성 역시 얼마든지 있습니다.

진실이 어디에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두 사람이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말도 안 되는 열악한 등반 장비들을 가지고도 최소 8,500미터 부근까지 올라갔던 것은 엄연한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둘이 대단한 사람들이었음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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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이
21/04/28 12:33
수정 아이콘
발견된다면 에베레스트 최초등정 역사가 바뀌게 되는건가요??
우주전쟁
21/04/28 13: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의 등정이 1953년이니까 29년 정도 앞당겨지는 셈입니다...
리자몽
21/04/28 13:13
수정 아이콘
중간에 시체로 보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는데 몸 쪽에 하얀 부분이 미라화나 밀랍화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네요
도라지
21/04/28 13:26
수정 아이콘
너무 추워서 안썩은거일수도 있을거 같아요.
21/04/28 14:10
수정 아이콘
지나가다 줏어들은 지식으로는, 추워서 썩지 않는 시신에 햇빛에 멜라닌색소가 파괴되어서 저렇게 하얗게 된다고 합니다.
리자몽
21/04/28 14:2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그랜드파일날
21/04/28 13:22
수정 아이콘
생존자 분은 마지막까지 죽은 동료들은 정상에 올랐고, 내려오다 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는데 뭔가 짠해지더군요.
우주전쟁
21/04/28 13:29
수정 아이콘
저기 나오는 오델이라는 사람이 특히 그랬고 그래서 오히려 영국의 산악협회로부터는 배척당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랜드파일날
21/04/28 13:35
수정 아이콘
동료의 죽음을 목도한 입장에선 그렇게라도 믿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세컨드스텝까지 간 거만 해도 잘한거지만요.
에이치블루
21/04/28 13:37
수정 아이콘
이거 만화로도 나왔죠. 이 내용이 중요한 모티브로 진행되는 다니구치 지로의 등산 만화입니다.
"신들의 봉우리". 꼭 일독 권합니다.
호머심슨
21/04/28 15:42
수정 아이콘
만약 발견이 되도
필름이 온전할것 같지는 않군요
우주전쟁
21/04/28 15:46
수정 아이콘
맬러리의 시신을 발견했던 원정대가 출발하기 전 코닥사에 문의를 했었는데 코닥사에서 사진을 인화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조건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들은 있었지만요...
리자몽
21/04/28 15:47
수정 아이콘
밀봉을 정말 잘되어서 수십년동안 공기, 수분 접촉 등이 없다고 가정해도 잘해야 희미한 윤곽 정도만 남을꺼 같고

밀봉이 유지 안됐으면 필름으로도 판별이 불가능할 껍니다
pzfusiler
21/04/28 20:15
수정 아이콘
정상에 올랐으면 정상에 뭐라도 남아있지 않았을까요.. 아마 내려가면서 죽을수도 있단 생각정돈 당연히 했을테니 더더욱 흔적을 남겼을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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