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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27 01:03:35
Name StayAway
File #1 공남.jpg (422.4 KB), Download : 66
Subject [일반] 역사왜곡(?)의 올바른 예시 '공주의 남자' (수정됨)


1. 정통사극? 퓨전사극? 트렌디 드라마?

여기에 어떤 명확한 구분이 있는지는 밝히는 것만해도 꽤나 많은 내용이 필요할 것 같으나
결론적으로 중요한 건 대다수의 시청자가 불편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간단한 이야기로 귀결될거 같습니다.

용의 눈물과 태조왕건을 보고 자란세대로서 정통사극에 대한 갈증은 있으나
드라마 자체의 이야기로서의 개연성과 주제의식만 있다면
굳이 정통이다 아니다 이걸 따지는 건 크게 의미가 없는거 같네요.

정도전이 처음 나왔을때 아버지 세대에 '조선왕조 오백년'과 '용의 눈물'이 있다면,
우리 시대는 '정도전'부터 가즈아.. 라고 외쳤으나..
현실은 시궁창..
'육룡이 나르샤' 같은 팬픽을 사극으로 분류해야하나..
뭐 그래도 신세경은 이쁘더라.. 라고 만족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고,
역사왜곡의 올바른(?) 예시를 보여준 드라마 한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정통사극 보다는 트렌디 드라마에 가까운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극 매니아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작품이 바로 '공주의 남자' 되겠습니다.



2. 시대 배경

이미 많은 사극에서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왕과 비, 한명회 등) 계유정난입니다.
문종, 단종, 수양대군, 안평대군, 김종서 등등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으나
관련 내용은 너무 많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고,

본작은 이 와중에 김종서의 아들과 세조의 딸이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나게 되는
발칙한(?) 내용이 주요 스토리입니다.



3 . 역사적 사건 혹은 인물의 재해석

군사 정권의 영향인지는 알수 없으나 8~90년대에 무인정사와 계유정난을 다루는 사극들은
이방원이나 수양대군을 구국의 결단이나 권신 타도 등 대의명분의 화신으로 그리는게 정통이었죠.

최근에는 이런 기조가 많이 바뀌긴 했습니다.
[정도전]에서 이성계가 '야 정몽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니? 내는 임금하면 아이 되니?' 라고 외친다거나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이 권력을 얻기위해 상투를 틀고 흑화해서 정도전과 정몽주를 도륙낸다거나
[사도]에서 노론이고 나발이고 인간의 정신적 결함이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를 보여주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제 더 이상 역사속의 인물들은 대의명분의 틀안에서 고루하게 움직이는게 아니라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고 각자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사극의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변곡점 쯤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작의 세조는 더 이상 대의명분 따위를 따지지 않는 권력욕의 화신으로서
역대 세조중 가장 악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김종서는 비교적 전통적인 묘사에 가깝긴하나,
수양과 일시적으로나마 관개개선을 시도하는 등 추후 대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입체성을 부여합니다.

문종에 대한 묘사는 좀 아쉽긴 합니다.

그 와중에 가장 신선한 건 신숙주에 대한 재해석입니다.
본작의 신숙주는 기존의 나약한 지식인이라는 전형적인 모습을 넘어서서
자발적으로 세조의 행적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야심찬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죠.

역사적 고증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퓨전 사극에서
실존인물에 대한 설득력 있는 재해석을 시도하는 부분은
역사 매니아도 한 번 쯤 고민 해볼만한 지점을 여럿 만들어냅니다.  


4. 그 외 잡설..

사실 본작을 순수하게 드라마로 바라본다면 조금 아쉬운 면이 있긴 합니다.
문채원은 한복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배우이기는 하나, 극초반 연기력이 다소 아쉬우며,
계유정난 하나에 집중하는 스토리 구조상 중간 중간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김영철의 세조와 이순재의 김종서는 역대 어느 사극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으며,
정종과 경혜공주를 맡은 이민우와 홍수현의 커플링도 상당히 볼만한 요소이긴합니다.

최근에 볼 사극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혹은
문채원과 홍수현의 10년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보셔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1편은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네요. 그럼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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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론
21/03/27 01:04
수정 아이콘
옳바른은 올바르지 못한 맞춤법..
공남은 그 때 재미있게 봤었네요
21/03/27 01:07
수정 아이콘
이민우가 진짜 연기력이 좋구나 깨달았습니다
대박났네
21/03/27 09:45
수정 아이콘
진짜 이민우씨가 오랜만에 빛나는 작품을해서 만족했던...
Your Star
21/03/27 01:15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페이트처럼 위인 여체화하고 이러면 난리나려나.... 심지어 그걸 사극이랍시고 내놓는다면?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고증을 따졌냐 하면 그건 모르겠고 본문에 나오는 시청자가 불편하냐 안 하냐가 가장 중요하네요.

하긴 야인시대 크게 논란도 안 된다.
표팔이
21/03/27 01:16
수정 아이콘
최고다 이순신에서 이미 터졌었죠 아마???
Your Star
21/03/27 01:17
수정 아이콘
100원 장면에서 터졌습니다 크크 물론 사극은 아니지만
Janzisuka
21/03/27 04:08
수정 아이콘
그거 아이유가 이어서 구국의 영웅이라면서 하는 대사가 있어서 별 문제 앖어보얐는뎅
됍늅이
21/03/27 09:51
수정 아이콘
그거 그냥 현대극인데 주인공 이름이 이순신일 뿐인 거 아니었나요? 사람이름을 위인 따서 짓는 게 어때서... 전 그때 논란이 이해가 안됐습니다. 혹시 드라마 내용이 다른 건지...
표팔이
21/03/27 11:00
수정 아이콘
네 그냥 전혀 상관없는 내용에도 "이순신"이라는 이름에 불탔는데 각색이라도 되면 볼만할걸요.
StayAway
21/03/27 01: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064/read/25359553
이미 Fate : 헬조선 아타락시아라는 명작이 있죠..
-안군-
21/03/27 03:45
수정 아이콘
등장인물중에 위인은 하나도 없다는 절묘한 공통점.. 크크크...
오늘하루맑음
21/03/27 08:39
수정 아이콘
수군통제사... 1...
어름사니
21/03/27 08:36
수정 아이콘
바람의 화원....
21/03/27 12:57
수정 아이콘
모애모애 조선 유학이라고 시도했다가 철퇴맞은 전력이 있죠 크크크크
거유 송시열 선생님!
https://namu.wiki/w/%EB%AA%A8%EC%95%A0%EB%AA%A8%EC%95%A0%20%EC%A1%B0%EC%84%A0%EC%9C%A0%ED%95%99
이선화
21/03/27 16:26
수정 아이콘
위인 여체화는 시청자 논란 이전에 각계 xx씨 종친회에서 고소를 걸어올거라...
21/03/27 01: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미드로 보면 HBO의 ROME이 있죠. 적당한 외곡에 적당한 시대상.... 꼭 왕 혹은 영웅이 주인공일 필요도 없고...
한국 드라마로 말하면 대장금이나 허준 같은... 역사를 살아나가는 인간군상을 다룰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극으로 보면 재벌 2세의 영웅담/사랑이야기 을 다룬 것보다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인생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VictoryFood
21/03/27 01:30
수정 아이콘
사실 수양대군 등 인물에 대한 해석은 공주의 남자 해석이 가장 맞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었죠.
12년째도피중
21/03/27 01:33
수정 아이콘
이게 참 미묘합니다. 본문의 공주의 남자는 재밌게 보았고 사실 작금의 퓨전사극에 대기에는 좀 소심한 물건이었거든요. 말씀대로 변곡점? 과도기의 물건 같습니다.
애정물임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사람들은 어느 정도 왜곡을 감안하고(포기하고) 봐주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주의 남자의 경우, 요새처럼 대놓고 애정물 일변도도 아니죠. 그래서 재밌게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윗분 말씀대로 이민우 연기가 인상적이었구요.

역사왜곡 문제가 항상 나오는 경우는 우리가 아닌 외국과 연결되었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대상은 주로 일본이었죠. 얽혀져 있는 일이 많다보니. 그런데 확실히 부담이 점점 강해지긴 해요. 제작자들도 이제 뭔가 느끼긴 했을겁니다. 사실 잘 만들면 되긴 해요. 과거에 신윤복이 여자였을지도?라든가 광해군은 사실 가짜왕이었다면?같은 것들도 조금만 잘못했으면 역사왜곡이라고 박살났을거니까요.
그리고 많은 분들은 "왜곡을 안하면 된다"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아마 '왜곡'이냐 '창의적 해석'이냐의 논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겁니다.
뜨와에므와
21/03/27 01:40
수정 아이콘
이 작품은 전해내려오는 야사를 바탕으로 한거죠
몇몇 인물 해석을 제외하면 작가가 특별하게 조작한 내용은 아니니...
냠냠주세오
21/03/27 02:33
수정 아이콘
이 드라마의 진주인공은 홍수현과 이민우...
여우사랑
21/03/27 03:59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긴한데 주인공이 칼을 맞고도 다음날 너무 멀쩡하게 뛰어다녀요... 세번은 죽었어야 정상인데...
됍늅이
21/03/27 09:53
수정 아이콘
그거야 정통사극 중 매니아 최고픽인 무인시대도 마찬가지라...
레드빠돌이
21/03/27 09:09
수정 아이콘
역사를 재해석한 창작물 중에 최고는 광해와 관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들은 건들이지 않은채 가상의 인물을 통해 역사를 새롭게 재해석하는데 성공했죠.
지니팅커벨여행
21/03/27 10:33
수정 아이콘
역사 왜곡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내려온 야사를 바탕으로 한 거죠.
그래서 저는 퓨전사극이 아니라 정통 사극으로 생각하고 봤네요.
용의 눈물에서 양녕대군(여기서도 이민우!)에 대한 묘사 역시 야사 속 이야기를 끌어 왔고 이게 역사 왜곡일 수 있지만 워낙 많이 알려졌던 얘기인데다 실제 역사 속 양녕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으니 공주의 남자와 일면 비슷하죠.
참고로 저는 저 때의 홍수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ㅠ
21/03/27 10:36
수정 아이콘
제가 옛날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말씀하신대로 정몽주정도의 사극에서 제가 느낀점이 말씀해주신 예시에 딱 들어있네요

야 정몽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니? 내는 임금하면 아이 되니? <- 이런게 저는 좀 웃겼거든요

뭐랄까.. 솔직함? 사람의 솔직함은 이런거야! 그것을 표현해주겠어!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게 구국의 결단만은 아니겠죠 그렇지만 구국의결단이 아니면 개인적욕망밖에없어..라는 단순함?

되게 깊이없는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의존하는게 솔직함이라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뭐 아무튼 그런주의라는거고..결론은 용의눈물같은 사극이 다시보고싶다네요

다시는 그런건 안나오겠지만
카바라스
21/03/27 12:53
수정 아이콘
근데 왕후장상 운운하는거야 수천년부터 이어내려온 역성혁명가들 레퍼토리였던지라..
세타휠
21/03/27 21:10
수정 아이콘
이민우와 홍수현이 진주인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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