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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26 16:33:08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도서] 혼란스러운 천하, 트럼프와 중국의 외교전 (수정됨)
Amazon.com: Chaos Under Heaven: Trump, Xi, and the Battle for the  Twenty-First Century (9780358393245): Rogin, Josh: Books

Chaos Under Heaven: Trump, Xi, and the battle for the 21st century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전문기자 Josh Rogin이 저술한 책입니다. 2021년 3월 9일 출판된 신간으로, 현재 아시아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 넘버 1에 올랐는데,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저는 아이패드용 킨들로 구매해서 읽었는데요, 기자의 글솜씨 덕분에 이틀만에 후딱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트럼프 집권 당시 미중관계의 변천을 다루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중국정책은 무엇이었는지, 중국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중국은 어떻게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학자적 관점이 아니라, 탐사보도를 하는 식으로 각 주인공들의 고민과 이해관계 등을 낱낱이 파해칩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책이지만, 의외로 트럼프 정부의 인물들에 대해 호의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굳이 주인공을 한 명 꼽자면 맷 포틴저(Matt Pottinger)입니다. 그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외교전략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하며,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전략도 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비록 일본의 아베정권이 처음 도입한 개념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방안을 마련하고 또 이를 미국의 공식적 입장으로 채택한 것은 바로 포틴저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의 문제는 내부파벌이 너무 많았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같은 정부의 인사들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서로 각자의 어젠다를 추구하는 세력이 있었고 이들은 서로 경쟁하고 견제했습니다. 

피터 나바로와 스티브 배넌과 같은 극단적 강경파
포틴저나 짐 매티스 또는 맥마스터와 같은 보수 강경파
골드만 삭스로 대표되는 경제단체 출신 유화파
쿠쉬너와 이방카로 대표되는 트럼프 일가 (사익추구파)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서로 견제하게 하면서 싸움붙이는 걸 좋아했다고 하며,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세력들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이는 각 파벌의 간의 충성경쟁(?)을 불러일으켜 서로 대통령의 관심을 받고자 의도적으로 언론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녔고, 또 상대편을 실각시키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추문을 흘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교안보전문가 맥마스터가 실각한 건입니다. 그는 상대편이 뿌린 성추문 스캔들로 트럼프의 신임을 잃었다고 합니다. (무슨 하우스 오브 카드도 아니고...)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인 이유는 이러한 파벌경쟁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대통령 본인은 정작 무슨 생각이었나? 본 책에서 비춰지는 바로는 딱히 없었다...가 정답일 거 같습니다.
그는 자기가 빛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위대한 무역협상의 타결이나 북한문제의 해결이나... 
그는 모든 것을 하나의 "딜"로 보았고, 자기가 그 승부사라는 점을 계속 어필하고자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결함과 그의 태도 등은 이미 많은 논객들이 입이 아프도록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관련 책도 여러권 나왔죠. 이 책의 장점은 트럼프가 아니라 트럼프의 백악관이라는 곳 내부의 궁중암투를, 특히 중국정책 관련한 궁중암투를 아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내 중국의 첩보활동이 얼마나 폭넓게 그리고 교묘히 진행되고 있는지도 그려내고 있는데, 첩보소설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의 "통일전선부(United Front)"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단체를 어떻게 감시하고 있는지, 또 미국 내 명문대에 얼마나 큰 돈을 후원하고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지 나열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또한 반체제 인사로 알려져 미국에 망명한 중국의 대부호 Guo Wengui가 사실 가짜 망명객이고 실제로는 다른 반체제 인사들을 괴롭히고, 미국 내 정치적 인맥을 만들기 위한 간첩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밝혀진 바 없음) 

게다가 루퍼트 머독의 전 부인 Deng Murdoch (본명: Deng Wenge) 는 미국에서 굉장히 잘나가는 여성 사업가인데, 사실 그 또한 중국공산당(CCP)를 위해 일하는 간첩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지 않나?)

Deng Murdoch는 쿠쉬너와 이방카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고, FBI는 Deng의 활동이 수상하여 그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그의 소개로 이방카는 자녀들을 위해 중국인 보모 Xixi라는 사람을 고용했다고 하는데, 이 중국인 보모도 수상한 점이 있어 FBI가 이방카에 알리지 않고 계속 감시했다고 합니다. 

중국이 비즈니스를 이용하여 미국의 슈퍼 엘리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을 유용한 브로커로 포섭하는 전략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또 다른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짐 매티스 국방장관의 조카 피터 매티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피터 매티스는 CIA 출신으로, 민간영역에 복귀한 후 중국의 침투활동에 크게 위협을 느껴 외교안보 출신 전문가(관료, 학자, 기자 등)들과 함께 사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편의상 이 조직을 Bingo Club (실제 이름 미공개) 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Josh Rogin 본인이 이 조직의 멤버입니다. 

그는 Bingo Club이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없는 분야에서 중국의 침투활동을 막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과를 거둔 적도 있다고 합니다. 

나름 분량이 있는 책인데도, 빠른 속도로 전개되서 잘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한국에도 어서 번역되서 소개되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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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21/03/26 16:37
수정 아이콘
트럼프 일가 (사익추구파) 크크크
깃털달린뱀
21/03/26 16:54
수정 아이콘
딴 것보다 FBI와 간첩 관련 일이면 기밀 아닌가요? 어떻게 그걸 기자가 알고 책까지 써서 공개적으로 팔아도 되는건지 크크크.
트럼프 자체의 방향성보단 확실히 저런식으로 파벌관리하는게 재밌네요. 권력자가 밑에 똘마니들 충성경쟁 시켜서 권력을 확고히하는 경우도 있죠. 우리나라 군사정권 시기에도 그랬다고 하고.
트럼프 자체가 큰 틀 없이 각각을 딜로 보고 다룬건 참 재밌어요. 그리고 그 비일관성을 어떻게든 갈무리해서 뭐라도 만든 미국 관료집단에 찬사와 애도를.
aurelius
21/03/26 18:30
수정 아이콘
FBI 사람들과 친분이 있고, 또 간첩색출하러 다니는 파터 매티스와도 친분이 있으니 허락 받고 글 쓰는거겠죠? 크크
그나저나 미국 관료 집단에게 찬사와 애도를 2222222
밴가드
21/03/26 16:55
수정 아이콘
Gui Wengui가 중국 간첩일수 있다면 흥미롭네요. 이게 아이러니한게 2017년에 라스베가스와 마카오에서 카지노 큰손이자 트럼프와 사이가 가까운 스티브 윈이 트럼프에게 그를 중국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청탁을 넣었고 트럼프도 이에 응할뻔했지만 백악관 측근들이 Guo Wengui는 트럼프의 마라라고 별장 회원이라고 알려줘서(...) 추방을 막는데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죠.
충동가입
21/03/26 17:04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드립니다. 마침 구글 플레이북 오디오북은 할인해서 14.95네요
21/03/26 18:01
수정 아이콘
오.. 재미있겠네요 한번 봐야겠습니다
데브레첸
21/03/26 18:09
수정 아이콘
트럼프 정부의 여러 파벌의 존재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서도 언급된 바 있습니다. 거기서는 경제단체 출신 유화파는 빠져 있지만.. 내부 통일이 안 된건 거의 확실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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