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연게로 가야되면 알려주세요.)

평생 본 드라마가 열손가락 안쪽일 정도로 드라마를 잘 안봅니다.
근데 어제 나의 아저씨를 다 보고 오늘 하루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네요. 감정을 배출하고 싶은거 같아서 여자친구랑도 하루종일 나저씨 얘기를 했는데도 누군가와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글을 올려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약간의 위로와 그보다 많은 마음아픔을 얻은거 같아요.

마지막 엔딩에서 편안함에 이르렀냐는 박동훈의 물음에 이지안의 네라는 대답이 어쩌면 저로서는 충분하지 않았나봐요. 여러명과 어울리기도하며 분명히 과거보다 사회속에서 성장해나가고 있는 이지안의 모습이지만 좀 더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한 모습이 보고싶었나봐요. 뭐 그러면 흔한 B급 드라마가 됐겠지만 미국이 항상 승리하는 헐리웃 영화처럼 B급 엔딩이어도 둘 다 더 확실하게 행복한 모습으로 끝났으면 바랬던거 같아요.

좀 더 글의 주제를 좁혀보면 제가 생각하고 바랬던 엔딩의 모습은 박동훈이 아내와 이혼하고 이지안과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감정을 확실히 하는 모습인거 같아요.

제가 느끼는 박동훈은 불화를 일으키기 보다는 감내하는 스타일이죠. 아내의 불륜을 알고도 조용히 헤어지면 이 상황을 감수하고 가겠다는 생각도 하고 임원이 되기위해 사내 정치판에서 다투는것도 싫어하고..

근데 그런 박동훈이 이지안을 만나고 극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죠. 주도적으로 임원이 될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그래도 끝내 이혼은 하지않고 아내와는 교육이라는 핑계로 떨어져 지내면서 가정은 유지하기로 결정하죠. 어쩌면 절충안이겠죠. 계속 얼굴보며 살기는 감정적으로 힘들고 그렇다고 가정의 울타리는 깨기는 싫고.

그리고 한편 이지안에 대한 마음은 불쌍란 어린애에 대한 연민 그 이상이 되지않도록 끊임없이 마음을 다스립니다. 이성적 감정이 아니라고 자신을 세뇌하는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처음에는 연민이 100이었다면 마지막으로 가면서 50대50까지는 마음이 기울었다고 봅니다.

(여기서부터는 엔딩이 맘에 안든다 판단하는게 아니라 제가 바라는 엔딩을 그려보는 것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박동훈의 캐릭터가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는 것에서 점차 마주보고 극복하며 성장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아내와는 이혼을 하고..
그래도 나이차 때문에 이지안에 대한 마음이 커지기 두려워서 거리를 두면서 살다가 1년 뒤 우연히 만나는 장면으로 한 후에 마지막 장면처럼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서로의 마음이 변하지 않은걸 확인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장면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악수라는게 사실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허그보다 성인끼리 가장 젠틀한 스킨십이고요..

근데 상당히 오랬동안 악수를 한채로 얘기를 이어가죠. 스실 생각해보면 서로 만나서 악수를 한 후 이야기를 하지 악수를 한채로 손을 잡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가진 않습니다. 어쩌면 그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게 아닐까 싶어요.

서로가 시간이 지났음에도 상대방에 대한 자기 마음이 어떤지 그리고 자기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를 동시에요.
그리고 마지막에 서로 반대로 걸어가며 한번씩 뒤돌아보는데 서로 엇갈리죠. 연출상 뒤돌아 봤는데 동시에 마주치면 다시 비급영화가 될수도 있겠지만 둘이 동시에 돌아보고 서로 마음을 확인한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니면 악수 후에 한번 안아봐도 돼요? 이걸 매번거절했는데 포옹을 넣었어도 어땠을까 싶고요. 암튼 엔딩에서 너무 열려있어서 더 잘만든 드라마가 됐지만 사실은 좀 닫아주시면 저같은 사람은 맘이 편안하거든요... ㅠㅠ

인생드라마가 이런거구나 싶고 안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재밌습니다. 근데 저는 감정의 소모가 너무 심했던거 같아요. 우울하기도 위로받기도하고 쌉살한 맛이 있어요.. 네멋대로 해라 그런느낌..?

쓴글을 보니 저는 비럽라파보다는 럽라파인거 같네요.
엔딩에 관한 얘기도 좋고 여러분이 기억하는 나의 아저씨 얘기 같이 나눠봐요.

‐----------수정 추가-------------
댓글들 보다보니 제가 어쩌면 글을 잘못쓴거같네요.
럽라가 있는 엔딩이 더 좋다고 글을 쓰려던건 아닙니다.

저 역시도 서로의 감정이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고 그런게 있다하더라도 드러나지 않아서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깐 감정들을 드러내 줬으면 좋겠다고 글을 썼지만 오히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명작이 됐다고 생각하고 그런 전제하에 반대로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