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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07 03:19:57
Name 시드마이어
Link #1 https://brunch.co.kr/@skykamja24/543
Subject [일반] [에세이] 해커를 꿈꾸던 초등학생
초등학생 때 내 꿈은 해커였다. 그 당시에 해킹을 공부할만한 곳은 해커스쿨이라는 사이트였다. 해커스쿨은 지금도 옛날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해커스쿨은 만화로 해킹을 쉽게 설명해줬는데 거기에서 처음 가르치는 내용이 “리눅스 설치”였다. 리눅스를 설치하고 파티션 분할하고, 해킹의 기본은 OS를 깔고 지우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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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엔 리눅스를 설치할 방법이 CD뿐이었다. CD는 비교적 구할 발법이 열려있었는데 바로 서점에서 리눅스 책을 사면 됐었다. 레드햇, 페도라, 센트 등 여러 리눅스 os가 있었는데 어떤 책이던 무척 비쌌다. 당시 돈으로 3-4만원이었기에 지금으로 치면 거의 7만원 이상의 책값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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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책을 사는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좌절이었다. 리눅스 설치 CD가 작동하지 않는 거였다. 처음에 산 레드햇 리눅스가 문제인가 해서 페도라를 샀다. 하지만 페도라 리눅스도 설치가 안됐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컴퓨터의 cpu가 너무 오래되서 설치할 수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해킹을 배우고 싶었다. 컴퓨터는 없을지라도 책이라도 공부하자해서 책을 펴고 공부를 했다. 당시 우리 집엔 노트가 없어서 집에 있는 농협 달력을 찢어 뒷면에 필기를 했다.



ls : 목록 보기



이렇게 적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지금은 ls가 list의 약자라는걸 알아서 명령어를 쓰는것도 쉽지만 의미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책에는 ls가 무슨 의미인지만 알려줄뿐 약자는 알려주지 않았다. 나에겐 명령어가 상형문자 외우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해킹을 리눅스 말고도 배울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 중 하나는 해커스쿨에서 제공하는 텔넷이다. 텔넷에 들어가면 해킹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여러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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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우간다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같은 말이 적혀있는데 해당 페이지의 비밀번호를 찾아내는거다. 참 기가 막히지만 결국 찾을 수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숨은참조 보기 통해 찾았던 것 같다.



난 어린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배운 친구들이 부럽다. 그들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배들과 선생님, 그리고 코드를 공유할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난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코드를 사랑하고 프로그래밍을 사랑한다. 설령 내 어린기절에 기회가 없었고, 특별한 지원을 못 받았더라도 크게 슬프진 않다. 그저 어린 친구들이 부러울 뿐이다.



나는 늦게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을 산다. 어린시절엔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던 많은 지식이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찾을 만큼 쉬워진 시대가 왔다. 이제는 어린시절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찾지 않은건 내 책임인 시대니까.



문득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보고 싶다. 11살 남짓한 꼬마가 쉘스크립트 언어를 쓰고 있다니. 알지도 못하는 리눅스를 위해 20-30만원을 모아 썼다니. 그 모습을 과거로 돌아간다면 꼭 보고 싶다.


p.s 새벽에 웹 보안 책을 보다보니 문득 추억이 떠올라 글을 적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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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타
21/01/07 03:54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연령대에서 해커스쿨을 접하셨네요. 지금은 전혀 다른 업종에 있지만 짬내서 아두이노는 맨날 만지고 있습니다 (?)
FTZ는 아직도 있는 건가요 덜덜...
시드마이어
21/01/07 15:16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아두이노도 재밌죠. 저도 사두고 가끔 만져보고 있습니다. :)
Respublica
21/01/07 09:42
수정 아이콘
대학 들어와서 이제야... 해킹좀 맛보려고 하는데 정말 일찍부터 대단하십니다. 이제서야 overthewire 문제나 간간히 푸는데... 어렵네요 크크크
시드마이어
21/01/07 15:23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저 시절에 몇번 좌절을 경험하고 이후엔 온라인 게임이나 하면서 지냈어요;; 지금은 해킹하곤 관련 없는건 아니지만 전문가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요..
-안군-
21/01/07 11:41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해커들은 10 대에 해킹을 시작해서 20 후반에 그만둔다 합니다. 이젠 생계를 꾸려야 하거든요(...)
전 요새 코인업계쪽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동네는 아주 그냥 아비규환입니다. 바로 돈이 되는 거의 유일한 [쉬운] 해킹이라...
그래서 거의 하루의 절반은 로그 분석하고, 해킹 시도를 찾아내고, 약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반복작업중입니다. ㅠㅠ
(은행 보안 시스템을 뚫거나 하는건 너무 어려우니 패스...)
시드마이어
21/01/07 15:24
수정 아이콘
그런거 같습니다. 성공한 해커는 마치 성공한 덕후같은 케이스 뿐인거 같긴 합니다.
*alchemist*
21/01/07 15:13
수정 아이콘
흐흐 저는 관심은 가졌는데 리눅스 이해가 어렵기도 하고... 그리고 C를 배워야 한다는데 루프 구문 같은 건 그래도 베이직 덕에 알겠었는데 포인터에서 뭔 소린지 독학으론 도저히 모르겠어서 --;
시드마이어
21/01/07 15:26
수정 아이콘
저도 리눅스랑 쉘 스크립트는 대학교 4학년 가서야 자주 쓰게 됐는데, 그것도 연구실 형님들이 도와줘서 가능했습니다. 아무래도 메커니즘이나 자주 쓰는 명령어를 초심자가 한번에 이해하고, 쓰는건 어렵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걸 보면서 배우는게 좋았던거 같아요.
*alchemist*
21/01/07 15:49
수정 아이콘
흐흐 아무래도 그게 빠르죠 ㅠㅠ 아무튼 그래서 프로그래머의 꿈은 접었드랬죠 크; 아직도 포인터니 이러면 뭔소링가... 이래요 크크크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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