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실베스터 스텔론을 좋아합니다. 말투도 좀 어눌하고 연기를 잘한다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의 연기에는 말로 설명하기는 좀 힘든 진전성 같은 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연기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실베스터 스텔론이 객기(?)를 좀 부리다 혼이 난 이야기입니다.
실베스터 스텔론의 인생작하면 뭐니뭐니해도
[록키]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무명이였고 힘든 삶을 살던 그를 단숨에 궤도에 올려놓아준 작품이지요. 스포츠 영화, 복싱 영화의 고전이기도 하고. 이 영화는 첫 편이 성공하면서 시리즈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록키]이름으로만 아마 5편이 나왔을 거고 같은 세계관으로 자식들의 이야기를 다룬
[크리드]도 2편이나 나왔지요.
스텔론이 세번 째 록키영화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록키 1편과 2편은 록키 대 흑인 복서 아폴로의 대결이었다면 3편에서는 새로운 빌런으로 Clubber Lang이라는 선수가 나오고 미스터 T라는 배우가 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Clubber Lang 역에 미스터 T 이전에 거론되던 실제 복싱선수가 있었습니다. 이 선수의 이름은 어니 세이버스(Earnie Shavers). 어니 세이버스는 고만고만한 커리어의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헤비급 세계타이틀매치를 2번이나 치렀던 강자였고 (두 번 다 져서 챔피언은 되지 못함) 투박함과 약한 내구력으로 인해 세계챔프가 되지는 못했지만 순수 펀치력이 가장 강한 복서가 누구냐를 따질 때 항상 거론되는 강펀치의 소유자였습니다. 여러분도 아실 만한 목사님 조지 포먼 보다도 더 펀치력이 쎘다고 회자되는 선수였지요.
록키 3에서의 미스터 T
무하마드 알리에게 펀치를 선물하는 어니 세이버스
스텔론이 어느 날 세이버스에게 연락해서 체육관으로 좀 나와주겠냐고 했습니다. 둘이 링 위에 오릅니다. 일종의 오디션을 보게 된 셈인데 세이버스도 내심 역을 따낼 생각이 있어서 살살 합만 맞춰주는 식으로 했나 봅니다. 갑자기 스텔론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세이버스에게 "실제로 때려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링에서 이렇게 합을 맞추다 보니 갑자기 "이거 되겠다!?"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텔론: "Don't hold back, Earnie. Hit me"]
[세이버스: "I can't do that, Mr. Stallone."]
[스텔론: "C'mon. Show me something, and sort of hitting me. sort of"]
스텔론의 계속되는 요구에 세이버스는 어쩔 수 없이 스탤론의 갈비뼈 밑으로 바디샷을 하나 선물합니다. 스텔론은 숨도 못 쉬면서 캔버스위를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누군가가 링 위로 올라와서 스텔론을 도와서 링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를 화장실인지 어딘지로 끌고갑니다. 실베스터 스텔론의 회고에 따르면 그때 바로 화장실로 가서 토했다고 합니다.
결국 어니 세이버스는 Clubber Lang 역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그게 꼭 스텔론에게 바디샷을 날려서였는지 아니면 연기 등 다른 모든 면을 고려한 스텔론과 제작사의 고심에 찬 결정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늘의 교훈은 복서에게는 객기 부리지 말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