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서 나온 정사와 기타 사적에 있어서 당나라 때 삼국지 위지는 정사 취급을 받았고 촉지와 오지는 잡사 취급을 받았다는 글을 보고 제가 한번 구당서와 신당서를 뒤적거려 봤습니다. 구당서 경적지에서는 당현종 개원 3년에 역사서들을 '을부사록'으로 나누어 정리했던 것을 보여주는데요, 13가, 844부, 17946권으로 분류했습니다. 참 많기도 하지요. 이중 13가는 정사류, 편년류, 위사류(정통 왕조가 아닌 왕조의 역사), 잡사류, 기거주류, 고사류, 직관류, 잡전류, 의주류, 형법류, 목록류, 보첩류, 지리류로 나뉩니다.
여기서 역사서로 정리된 서적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사기부터 북사까지의 서적을 열거한 후 구당서 경적지는 한번 끊어 줍니다. 총 81부,사기 6가,전한 25가,후한 17가(현재의 정사인 범엽의 후한서 포함),위3가(위략, 위서, 삼국지 위지),진8가,송3가,후위3가,후주 1가,수 1가,제(남조) 2가,양(남조) 2가,진(남조) 3가,북제 3가,도사(都史) 3가까지,총 4천 4백 4십 3권이라고 하고 있지요. 아마도 이 서적들은 전체 흐름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딱히 이 책들이 '정사'다 라는 구분은 구당서내에서 없습니다.
그 다음은 밑에서 언급하신 촉지와 오지가 들어가는 분류가 있는데요, 여기는 당대의 역사를 담은 기거주를 비롯해 많은 서적이 들어갑니다. 촉지와 오지 외에도 삼국지 잘 알고 계신 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한진춘추, 진양추, 화양국지 같은 서적들이 여기 들어가 있는데요. 여기서도 이 책들이 딱히 정사가 아니다라는 구분은 없습니다. 구당서 경적지는 이 책들을 잡전 194부, 포선현기구 39가, 효우 10가, 충절 3가, 열선 3가, 양사 2가, 고일18가, 잡전 5가, 과록 1가, 잡전 11가, 문사 3가, 선령 26가, 고승 10 가, 귀신 26가, 열녀 16가까지, 총 1978 권 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구당서 경적지 을부사록에 따르면 '어느것이 정사다'라고 딱히 구분해 놓은 것이 없습니다. 단지 이런 구분을 통해서 위지가 촉지와 오지보다 중요하다는 인상을 주는건 사실이지만 구당서 을부사록은 '위지만 정사고 촉지, 오지는 정사 아님!'라고 명확하게 구분해놓은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신당서 예문지를 보면 해결됩니다. 신당서 예문지에도 이 당시 역사책을 정리해 둔 을부사록의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는 앞서 언급한 분류인 정사, 편년체, 잡사, 위사 등의 분류를 세밀하게 해놓은 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사에 배송지 주석 위국지, 촉국지, 오국지가 모두 정사로 들어가 있으며 당나라 관찬 진서도 왕은, 우예, 주봉, 사령운, 장영서, 간보, 소자운의 진서와 하법성의 진중흥서 뒷편에 들어가죠. 신당서 예문지에 따르면 안록산의 난 등을 겪으면서 장서들이 흩어지고 당문종 때 와서 다시 서적을 복원했는데 이 영향도 있을 수 있겠죠. 또 전반적으로 신당서가 구당서보다 자료를 많이 모으기도 했고요.
정리하면 당나라 현종때 서적 정리용으로 만든 기록중에 을부사록이라는게 있는데 구당서에 인용되어 적힌 을부사록에는 위국지, 촉국지, 오국지가 따로 대접받았다는 정황 사실은 있어도 위국지만 정사라는 얘기는 없고 신당서에 인용되어 적힌 을부사록에는 '배송지 주 삼국지 모두가 정사 맞음'이라고 자세한 인증이 땅땅땅 찍혔다는 얘기입니다. 떡밥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