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로 지친 심신을 달래며 오늘은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보자는 결심과 함께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습니다. 산책 자체가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두시간 남짓의 걷기를 하는 것이 넷플릭스만 보면서 주말을 보내는 것보단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일단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한 20분쯤 걸었을 때, 예전에 취업 준비하던 시절에 산책할 때면 마주치던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예전과 그대로 산책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전동 휠체어를 이용할 정도로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산책할 때면 거의 매번 마주쳤습니다. 그분은 한 번의 걸음에 5~10cm 정도밖에 나아가지 못하시고, 그 걸음으로 30m 정도 걸으시고 다시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마치십니다.

그때의 저는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열정적으로 살았고 가끔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취업하고도 얼마간은 그러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잦은 야근, 권태로움, 어느 정도의 월급이 주는 안도감으로 인해 저는 넷플릭스에 온 정신과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변해 있는데 그 할아버지는 변함없이 꾸준히 공원을 걷고 계시더군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지금의 저와 그리고 앞으로의 저와 비교했을 때 존경할만한 꾸준함을 가지고 계셨고, 자신을 ‘경영’하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이렇게 되었나 하고 지금의 저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제가 파이팅 넘치는 삶을 다시 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나태함,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들은 열정을 잃고, 자신의 나태함을 마주칠 때 어떻게 대응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