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나를 귀찮게 하는 전화와 전단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매일같이 나에게 한푼이라도 더 빨아먹으려는 간사한 혀놀림에 지치기도 했다.
예전의 나는 유난히 한국사람들이 싫어하는 광고와 영업을 합친 '광고 영업'을 했었는데 지겹고 귀찮았으며 자존심도 굽히기 싫었다.
기계같은 아웃콜을 하루에 150통씩 돌리면서 내 직업이 가장 병신같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간사한 새끼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살고 있을 때 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닭발집에 갔다.
사장님도 나를 아시니까 오픈전인데도 들어오라 하셨다.
그리고 어떤 아저씨 하나가 들어오시더니 락앤락 3개를 꺼내시며 두께와 식감이 다른 단무지샘플들을 깔아놓고 하염없이 설명하고 계셨다.
얼핏들은 대화로는 이번달만 8번 오셨다고 한다.
그러다 '이건 괜찮네' 라는 주인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그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비슷해보이는 단무지박스를 6층까지 계단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지인분이 운영하는 치과에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밥먹고 들어오는길에 20대 후반즈음으로 보이는 제약회사 직원 하나가 정장을 입고 치과 입구에서 90도로 세번 인사를 했다.
자기에게 꼭 3분만 달라며 이제는 찾아오지 않겠다며.
원장실로 함께 들어간 남자는 고기썰때 끼는 쇠장갑을 끼고선 자기 손에 망치질을 했고 나와 원장님은 서로 일어나서 그를 말렸다.
그제서야 망치질을 그만둔 그는 자신이 원장님의 쇠장갑이 되어드리겠단다.
우리집엔 정기적으로 점검하러 오는 정수기 아줌마가 있었다.
아줌마는 그냥 점검하고 돌아가셨는데 어느날부턴가 50대즈음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드나들었다.
올때마다 나에게 팜플렛을 보여주며 비데종류, 얼음정수기, 가스레인지등을 계속 설명하셨다.
결정권자도 아닌 나에게 올때마다 그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친구네 집에 비데를 달고싶다는 얘기가 나왔어서 연결을 해주었다.
다음 점검때 우리집에 오신 아저씨는 최소 스무살은 어린 나에게 사장님같은 분 덕분에 힘이난다며 감사하다, 잘생겼다를 연발하고 장문의 문자까지 보내셨다.
당시의 나에게 그들의 땀은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나는 기술영업 직군으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다.
이젠 나도 박스 들고 6층도 오르내릴 수 있고, 쇠장갑도 낄 수 있고, 어린친구에게 입발린 말도 할 수 있다.
내가 지켜야할사람들이 생겼으니까.
이번엔 나를 응원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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