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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2/25 00:45:04
Name d5kzu
Subject [일반] 거수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1.
이브날도 야근하고 퇴근했습니다.
회사에서 집까지 퇴근시간에 한시간 반 걸리는데 35분 걸리더라구요.
맨날 출퇴근길이 오늘 같기를 생각했습니다.

2.
주차장에 도착해서 첫째 크리스마스 선물 사온 거를 가방에 쑤셔 넣었습니다.
박스가 커서 가방에 안들어갈까 걱정했는데, 가방이 생각보다 크더라구요.
애들 잘때 다시 안내려와도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육아 시작이니, 클래시로얄 딱 한판만 해야지 하면서 핸드폰 게임을 켰습니다. 3분이면 끝나는 게임인데 너무 쉽게 이겨서 한판 더 했습니다.

4.
두판 이기고 차에 쌓여있던 쓰레기들을 정리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려구요.

5.
차에서 내려 쓰레기와 마시다 남은 캔커피를 들고 가방을 매는데 경비 아저씨가 오더라구요. 그저 흔한 순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6.
제 차 앞으로 와서 차 번호, 단지 출입 카드, 연락처 등을 이리 저리 살펴보더라구요. 제가 경비 아저씨를 쳐다보고 있어도 아랑 곳 하지 않으시다가 대뜸 물으셨습니다.
-단지 주민이세요?

7.
-네 무슨일이시죠?
-신고가 들어와서요.
이 말만 남기고 그냥 돌아서서 가시더군요.
갑자기 기분이 팍 상했습니다. 차랑 제 얼굴을 수상하다는 듯이 한참 살펴봐놓고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는게요.
-저기요, 경비 아저씨?
그냥 가십니다. 못들은건지 못들은척하신건지
-저기요,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아무 설명 안하는건 뭔가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시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현대 suv고 수상한 사람 아니고 단지 주민이시네요.
전화 반대편에서는 어떤 얘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 뒷얘기는 없이 전화가 끊겼습니다.
-주차장 구석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어요. 단지 주민인데 얼굴도 모르고 신고하고 그래, 들어가세요.
-아,네...
벙쪘지만 그렇게 일단락 되었습니다.

8.
집에 들어와 샤워하고 첫째랑 놀아주는데 이미 상한 기분이 안풀리더라구요.
뭘 봤다고 수상하다고 신고를 하지?
경비 아저씨한테 몇호가 신고했는지 물어봐야하나?
아니 경비 아저씨가 됐든 신고한 사람이 됐든 미안하단 말 하는 사람은 왜 없지?

9.
자고 일어나서 블박 가지러 내려가려 합니다.
누군가 차 안에 있는 저를 봤으니 신고 했을거고,
그랬다면 블박에 지나가던지 저를 쳐다보던지 남아있겠죠.

10.
별 일 아닐수도 있는데, 15년 산 아파트에서 거수자 취급 받은게 너무 속상해서 잠 못들고 누워있다가 이렇게 글이라도 싸지르게 됐네요.
만날수만 있다면 물어보고 싶습니다.
-뭐가 그렇게 수상해 보이셨나요? 그걸 알아야 다음 번에는 주의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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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5 00:53
수정 아이콘
시간상 거의 첫판 시작할때 신고한거 같은데..신고한 사람도 희한하지만 발빠른 대응하신 경비아저씨가 열심이시네요. 든든하다고 생각하시면...
18/12/25 01:08
수정 아이콘
당연한건데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댓글로 달린 피드백들 보니 별일 아닌데 맘쓰는구나를 깨닫네요.
다들 많이 얘기해주신 것처럼 경비가 잘되네를 먼저 생각하고 좋게 생각했어야 하는데..

아래 비슷한 코멘트들이 많아 이 댓글로 답변 드립니다.
짧은 시간에 댓글들 남겨주신거 보고 좀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8/12/25 00:56
수정 아이콘
기분 나쁘시겠지만 경비가 잘 돌아가서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시고 맘 푸세요.
18/12/25 00:57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도 좋게 생각하실 일 같습니다. 미국이라면야 내가 소수민족이라 그런건가? 라고 오해할 여지가 있지만 이건 그냥 일을 열심히 하시는 거죠.
흑설탕
18/12/25 00: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크리스마스 이브날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해놓구선 안에서 혼자 핸드폰을 하면서 웃고 있는 사람을 봤는데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차에선 안내리는 상황. 써 놓고 보니 민감한 아낙네 입장에선 수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덧붙여 개인적으로는 신고자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사서 받는 스탈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저 상황에서 수상하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굳이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그걸 또 바로 실행에 옮겨서 확인하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트러블을 일으킬 확율이 높기 때문이지요.
18/12/25 01:14
수정 아이콘
어쩌면 저도 별일이네 하고 넘어갈 수 있음에도 이러고 있는거보니, 많이 소심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만들어 받아가며 살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주차장이고 내 차 안이라고 맘 편히 생각했는데,
조심할필요도 있겠구나 느껴집니다.
마스터충달
18/12/25 00:59
수정 아이콘
경비아저씨는 할일 하신 거고..

뭐 살다보면 이런 일도 겪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뭐 손해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건 허허 하고 넘어가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더라고요.
18/12/25 01:01
수정 아이콘
경비직은 그렇게 대응하는게 정상입니다. 경비원 성향에 따라 저렇게 말 할 수도 있는거라 너무 신경 안쓰시는게 좋습니다.
걸그룹노래선호자
18/12/25 01:02
수정 아이콘
거수자는 손을 든 사람이라는 뜻 아닙니까?

농담이고, 경비원이야 일을 열심히 하는거라고 쳐도 누가, 왜 신고한 것인지 궁금하고 기분도 불쾌하실 수 있죠. 저라면 기분 나쁘겠지만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을 것 같은데 누가, 왜 신고한 것인지 궁금해하는게 이상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걸그룹노래선호자
18/12/25 01:12
수정 아이콘
그리고 경비원도 일을 "열심히" 했다고 보기 어려운게 신고자한테 전화로 상황설명 해주는게 먼저인게 아니라, 주민(글쓴님)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여 불쾌하지 않도록 마음을 쓰고 주민(글쓴님)과의 이야기를 잘 끝낸 이후에 신고자에게 전화로 상황설명을 했어야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경비원의 행동은 신고자의 감정만 중요하고 피신고자 주민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행동일 뿐입니다.
18/12/25 01:19
수정 아이콘
주로 저희초소 근무하시는 경비원 아저씨였다면
서로 웃으면서 허허하고 넘어갔을 것 같긴합니다.
먼저 인사도 건네주시고 애들 간식도 주시고 하셔서요.

오늘은 완전 처음 보는 경비분이셔서 인상만 쓴채로 헤어졌지만요..

밤이라 제 기분이 센치한거일 수도 있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요.

위로와 조언주셔서 감사합니다.
18/12/25 01:07
수정 아이콘
미안하단 말 한 마디 하는게 어려운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혹은 미안하단 말로 쉽게 넘어가려는 사람들도요.
다들 즐기는 날에 야근까지 하고 피곤한 날인데 욕보셨네요...
거믄별
18/12/25 01:11
수정 아이콘
거수자라길래 다른 것인줄 알았는데...
기분이 상하셨겠지만 그냥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가 불러온 해프닝이라고 생각하시고 마음 푸세요.
그래도 신고 들어가고 경비원이 바로 대응을 하는 것만 봐도 좋은 아파트에서 사시네요.
18/12/25 01:11
수정 아이콘
전 지나가다가 경찰에게 살인용의자로 검문 당한 적도 있는데요 크크
솔로14년차
18/12/25 01:13
수정 아이콘
5대기 출동할 것 같은 단어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18/12/25 01:15
수정 아이콘
육아는 늘상 오대기입니다만.. 흐흐
스웨트
18/12/25 01:16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pb/pb.php?id=humor&no=243531&divpage=60&sn=on&keyword=스웨트

전 서울역에서 변태 취급 받아봤습니다

결말은 그말싫..
18/12/25 01:20
수정 아이콘
저도 피지알 상주하는 놈인데 이런글을 놓쳤네요.
욕보셨습니다.흐흐
tannenbaum
18/12/25 01:19
수정 아이콘
전 도둑으로도 몰려봤어요.
내 얼굴이 범죄형인가???
18/12/25 01:21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이런일이 흔할수도 있겠네요..ㅠㅠ
치열하게
18/12/25 01:20
수정 아이콘
제가 카이지 만화 보고 배운 것 중에 하나가 '남을 의심할 때는 그 후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였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 있다고 남 의심하는 거에 대해 아무 미안한 감정 없는 무개념들이 많죠
18/12/25 01:25
수정 아이콘
그 분도 사정이 있으셨을거라 믿어보려합니다.
남겨주신 코멘트는 저도 새기고 조심해야겠네요.
흑설탕
18/12/25 01:21
수정 아이콘
여기 고백하는 자리인가요? 저는 주차한 뒤 차에서 핸폰으로 라비앙로즈 보면서 아빠미소 하고 있었는데.. 여자들이 빤히 쳐다보고 어깨 움츠리고 지나갔어요. 순간 자괴감이...
18/12/25 01:24
수정 아이콘
전 그래서 주차장에선 스연게 안들어갑니다..
데이터가 부족하기도 하고..
걸그룹노래선호자
18/12/25 01:24
수정 아이콘
라비앙로즈 보는건 창피한게 아닙니다. 당당한 우리 문화 케이팝 영상을 보는 것인데 말입니다.
Theodore
18/12/25 01: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
걸그룹노래선호자
18/12/25 01:27
수정 아이콘
젊어보이는 사람이라면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확인을 위해서 신분증 제시 요구를 받기도 해서 PC방이라면 오히려 기분 나쁠 일도 없고 별 신경 안 쓸 듯 하네요. (밤, 새벽시간대 한정)
설사왕
18/12/25 01:37
수정 아이콘
밤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저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여자 2분이 안 타더군요. 그래서 머쓱해서 혼자 올라간 기억이 있네요.
미안해요. 이렇게 생겨서 ㅠㅠ
서린언니
18/12/25 01:48
수정 아이콘
아키하바라 돌아다니다가 가방 열어보라고 조사받은적 있습니다... 으흨
한글여섯글자
18/12/25 02:09
수정 아이콘
제친구는 21년전에 버스에서 불심검문 받았습니다. 경찰이 고속버스에 올라와서 신분증 달라고...친구놈은 당황해서 '신분증없는데요'하고 저랑 다른 친구가 저희 학생이라고 하니깐 그냥가더라고요.
오호츠크해
18/12/25 02:25
수정 아이콘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러려니하면 되는데 막상 그 당시엔 기분 나쁘더라구요.
껀후이
18/12/25 05:21
수정 아이콘
어후..저라도 기분 나쁘겠네요..ㅡ.ㅡ
크리스마스이 욕보셨습니다ㅜ
1q2w3e4r!
18/12/25 05:42
수정 아이콘
당하고 나면 당할 때는 당황스러운데 나중에 짜증나더라고요.
고딩때 친구랑 마트에서 물건사고 나오는길에 누가 잡더니 너네 물건훔쳤지? 이러는 겁니다.
당황에서 아니라고 하는데 들고 있는거 훔치는거 다 봤다고.. 경찰이라는데 한명이 망보고 한명이 훔쳤다고 경찰서를 가자는데 영수증을 안 받아와서 미칠노릇이고

그래서 방금 샀으니 계산대에 가서 물어봤는데 다행히 계산점원이 기억하고 기록도 있어서 경찰서는 안갔었는데 집에오고 나니까 굉장히 불쾌하더라고요.

경찰이 저희보고 의심할짓 하지말라고 ㅡㅡ 너네 훔칠생각 이였던거 다 안다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signature
18/12/25 06:49
수정 아이콘
왠지 경찰도 아니었을것 같네요
18/12/25 07:19
수정 아이콘
덩치가 있어서인지 인상이 나빠서인지 종종 경계의 눈초리를 받는 편이고 불심검문도 가끔 당하는 편인데,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불확실한 걸 확인하는 과정을 기본적으로 좋은 활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인지,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기분이 상한 적은 없었습니다. 생각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군요…
Musicfairy
18/12/25 08:24
수정 아이콘
경비는 신고를 무시하고 제대로 확인 안 한다거나 하면 거수자라고 신고한 지역주민에게 경비 일을 제대로 안 했다고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으니 경비가 꼼꼼히 확인한 건 이해합니다.
다만, 저라면, 경비에게 신고한 지역주민이 누구인지 묻고, 신고한 지역주민에게 내가 왜 거수자라고 신고받았는지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거수자라고 신고당한 것이 불쾌하다는 항의를 할 수는 있겠네요.
18/12/25 09:37
수정 아이콘
누군가 산타인줄 알고 신고 크크
이민들레
18/12/25 09:49
수정 아이콘
당연히 있을 수 있는일인데 기분나빠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18/12/25 09:51
수정 아이콘
충분히 기분 나쁘실만 합니다.
본인이 일 열심히 하는거랑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는거랑은 다른겁니다.
수지느
18/12/25 10:40
수정 아이콘
페미의 공포마케팅은 점점 확산중이고
여자들은 점점 민감해져가니 이런일은 비일비재해지겠지요
남자인게 죄이므로 당연하게 참고 넘겨야합니다
홍승식
18/12/25 13:10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신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경비 아저씨께서 조금 더 친절하게 상황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았을텐에 그게 좀 아쉽네요.
요즘 아파트 경비분들은 경비일은 거의 안 하시고 청소일만 하시던데, 청소는 따로 사람 쓰고 경비쪽에 서비스 질을 높여줬으면 좋겠어요.
18/12/25 13:34
수정 아이콘
기분나쁜거야 십분 이해 합니다
그런데 경비원분께 누가 신고했는지 물을 수는 없죠 그걸 알려주어서도 안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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