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1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민영방송 ITV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영국의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자신에 트위터에 “긴급속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은 페미니스트가 아닐뿐더러, 자신은 여성의 편이자, 남성의 편이며, 모두의 편이라고 말하더군요. (BREAKING NEWS: President Trump has declared he is NOT a feminist. He tells me: ‘No, I wouldn't say I'm a feminist. I mean, I think that would be, maybe, going too far. I'm for women, I'm for men, I’m for everyone.)라고 트윗을 올립니다. 해당 대화는 ”여성들의 행진(Women's March)“라 불리던 페미니스트들의 시위에 대한 질문을 받던 중 나왔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TrumpMorgan 해쉬태그가 유행하고 그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주요언론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디펜던트나 허핑턴포스트 등에선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도널드 트럼프의 말은 누구에게도 놀랍지 않다’는 헤드라인으로 그를 비판했습니다.

http://www.itv.com/news/2018-01-29/what-we-learned-from-donald-trumps-interview-with-itv/   (두번째 영상)



2. 2015년 10월,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이었던 트럼프는 뉴햄프셔 주에서 노 라벨스(No Labels)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열린 질답시간에, 한 여성이 질문합니다.

“만약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나요? 그리고 내 신체로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선택하게 될까요?(낙태에 대한 질문) (If you become president, will a woman make the same as a man? And do I get to choose what I do with my body?)”

트럼프의 대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을 똑같이 잘하면, 동일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낙태에 반대하고요. 알겠나요? (You’re going to make the same if you do as good a job. And I happen to be pro-life. OK? I’m pro-life.)”





저 개인적으로는 낙태에 대한 부분에서 좀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긴 하지만,  ‘나는 여성의 편이자, 남성의 편이며, 모두의 편’,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트럼프의 말은, 어쩌면 이곳에 방문하시는 많은 2030남성들이 정치인들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말일 겁니다.

우리나라에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과 혐오’뿐 아니라, ‘남성들이 겪는 불평등과 혐오’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여성의 외침’만 듣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외침’도 같이 들어주는 정치인이 있을까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남성들의 외침’을 들어주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 나오면, 그들이 극단적이고 반국가적인 사상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지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래 혜화역 시위에 대한 일부부처 장관들의 반응과 관련한 글에서, 저런 무차별적 혐오와 반정부적 메시지까지 마져도 '여성의 목소리'라며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데에서 약간의 충격과 좌절을 느껴, 오늘따라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트럼프라면 혜화역 시위에 대해 무엇이라 말했을까요?

아마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어쩌면 전 그의 대답에 그럭저럭 만족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