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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28 01:03:42
Name OrBef
Subject [일반] [공동 번역] 거시경제학: 종교인가 과학인가? (수정됨)
저번에 이어서 Lasid 님과 함께하는 (이라고 쓰고 사실 Lasid 님이 거의 독박쓰신) 공동 번역문 하나 더 올립니다.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면, ‘과학은 실험을 통한 끊임없는 검증과 이론 개선의 과정을 통해서 지식을 쌓아 올린다’ 라는 부분일 겁니다. 과학 이론이라고 해도 각 분야가 태동하던 무렵의 초기 이론들은 상당히 불완전한 것들이었죠. 가장 위대한 과학 이론 중 하나인 다윈의 진화론만 해도, 다윈은 유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멘델의 유전 법칙이 다윈의 종의 기원보다 나중에 발표되었죠. 당시의 정보 전파속도를 고려해볼 때, 다윈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유전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윈은 왜 자식이 부모의 단순한 평균으로 태어나지 않는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진화론은 ‘검증 가능한 (<< 이게 중요!) 가설 수립’ – ‘실험을 통한 실제 검증’ – ‘이론 개선’ 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가능한 과학 이론이었고, 이후 15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는 사실상 도전이 불가능한 수준의 완성된 이론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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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1859년) 내 진화론은 내가 생각해봐도 너무 간지나는데, 이게 완성되려면 자식의 유전 정보가 부모의 단순한 평균이면 안 되거든? 근데 내가 50년을 생각해봤는데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 흑흑.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종의 기원을 출판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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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 1866년) 유전? 그거 카드 셔플하고 비슷한 거임. 전혀 복잡한 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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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 그걸 왜 지금에서야 발표하는 거임? 이미 책을 냈단 말이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기술 문명의 힘이 막대한 관계로 사람들이 현대를 과학의 시대라고 종종 이야기합니다만, 그래도 돈을 움직이는 것은 정부와 은행과 기업이고, 이 양반들이 돈을 움직일 때 판단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각종 경제학 모델이죠. 근데 사실 경제학은 위에서 말씀드린 과학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좀 모자란 점들이 있습니다.

경제학도 분명 인간 정신 능력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휘되는 활동이지요. 그럼에도 경제학을 과학이라고 부르기 2% 모자란 부분이라면, 경제학 이론은 “통제된 실험을 통해서 검증할 수 없다” 라는 부분입니다. 경제학 이론을 검증하려면 어떤 큰 사건이 벌어져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자주 벌어지는 것이 아니고, 벌어지더라도 자잘한 변수들이 많아서 단순화하기 쉽지 않고, 경제 시스템은 2차 복잡계 (이미 복잡한 시스템인 데다가, 경제학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그로 인해 새로운 변화가 더해짐) 라는 복잡계 끝판왕 같은 거니까요. 그렇다고 과학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게, 부족하게나마 계속 검증과 개선을 하긴 한단 말입니다. 이런 경제학의 속성에 대한 재미있는 글이 있어서 번역해서 올립니다.



---- 번역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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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 종교인가 과학인가?
Macroeconomics: Religion or Science?

로저 E. A. 파머
(Roger E. A. Farmer)
2017. 11. 05

선정/논평/검수: Orbef
번역/논평/교정: TheLasid

1999년, 저명한 경제학자인 리처드 클라리다(Richard Clarida)와 조르디 갈리(Jordi Gali), 마크 게틀러(Mark Gertler)는 널리 인용된 논문 <통화 정책의 과학(The Science of Monetary Policy)>에서 통화 정책이 과학임을 입증했다. 세 저자의 주장에는 일정 부분 진실이 담겨있었지만, 논문에 <거시경제학: 종교인가 과학인가?>라는 이름을 대신 붙였어도 똑같이 적절했을 것이다.

과학과 종교는 이상한 술친구이다. 과학은 계몽주의 시대에 태동하였다. 종교는 유사 이래로 계속해서 존재해왔다. 과학은 합리주의에 의해 지지된다. 종교는 도그마(교조적 신념)에 의해 지지된다. 과학은 실험에 의해 도전받는다. 종교는 학자들에 의해 체계화되고 성직자들에게 보호받는다. 거시경제학은 둘 가지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

거시경제학자들은 복합적인 방정식을 통해 이론을 만든다. 우리는 이러한 방정식을 이용해 경제 데이터에 나타나는 패턴을 설명한다. 화학이나 물리학 같은 실험 과학 분야와는 달리, 거시경제학자들은 쉽사리 실험을 시행할 수 없다. 실험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기존의 이론에 도전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는 도전을 훨씬 어렵게 만든다. 천문학자들이 다음번 초신성 폭발을 기다리듯이, 거시경제학자들은 다른 이론에 비해 좀 더 정확한 이론을 취사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대규모 불황이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기다려야만 한다.
(*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과 실직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 – Lasid)
(** 과학에서는 경쟁 가설 A vs B 의 상황이 발생하면, 각각의 가설이 맞을 경우 결과가 반대로 나올 만한 실험 X 를 설계를 합니다. 그리고 그 실험의 결과를 보고 A 와 B 중 하나를 폐기하지요. 경제학에서는 이런 인위적인 실험 설계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특이 경제 현상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때에만 기존 이론을 검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Orbef)

실험을 할 수 없다는 문제는 대부분의 거시경제학자들이 자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세 저자는 통화 정책에 관한 논문을 집필하면서 뉴케인지언 이론을 내세웠었다. 뉴케인지언 이론은 세 가지 방정식에 의해 체계화되는데, 세 방정식은 각각 GDP와 이자율,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오늘날, 뉴케인지언 방정식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정책적 의사 결정을 보조하는 용도로 널리 쓰인다. 그런데, 만약 방정식이 잘못되었다면 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경제학자들은 최대가능도 추정법(maximum likelihood method)이라는 절차를 통해 여러 이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우리는 관측된 데이터가 A이론보다 B이론에 의해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때 A가 B보다 낫다고 말한다. 나는 공동 저자 안드레아스 바이어(Andreas Beyer)와 함께 (Beyer and Farmer 2008*)에서 최대가능도 추정법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론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제시했다. 여러분이 X데이터셋을 설명할 수 있는 A이론을 가져온다면, 우리가 만든 절차는 즉시 동일한 확률로 관측된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B이론을 만들어 낼 것이다.

(*무책임한 Orbef: 이 논문 내용을 개략적으로 이해해야만 본문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본문에서 잠시 떠나서 이 논문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본문에서 언급한 Beyer & Farmer 2008 논문은 아래 링크입니다.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73b5f2bf85082a897b58171/t/5744de594c2f85387733feb6/1464131162303/what+we+don't.pdf

이 논문이 왜 재미있는 논문인지는 Lasid 님께서 설명해주실 거에요!!!)

(*슬픈 Lasid: Orbef님께서 해당 논문에서 저자들이 재미있는 수학적 장난을 쳤으니 요약해 보면 좋겠다고 숙제를 주셔서 적습니다. (나빠요! 흑흑) 수리적 내용은 설명할 능력이 안 되니, 논문의 시사점에 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리적 부분은 아마 Orbef님이 해주시겠죠! 아무튼, 저는 경제학 전공이 아니라 경영 안에서도 재무 전공, 그것도 박사가 아닌 석사이니 적당히 걸러서 들어주세요.

경제학에서는 어떤 변수를 (특히 미래 변수를) 추정할 때 흔히 구조방정식(structural equation) 모형과 그 유도형 방정식(reduced form)을 쓰곤 합니다. 구조 방정식에는 복수의 경제학 가설들이 Structure 형태로 들어가서 입력 – 출력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데요, 구조 방정식이 가지는 나름의 한계가 있습니다. 경제학 가설들이 사용하는 변수들을 직접 관찰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입니다. 즉, 구조 방정식 자체는 실험을 통해서 검증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원래의 구조 방정식을 관찰 가능한 변수들로 다시 변형할 필요가 있는데, 이 결과로 나온 놈을 유도형 방정식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유도형 방정식은 관련 변수들을 관찰할 수 있으니, 당연히 실험 (자연 발생하는 경제 현상들) 및 데이터를 통해서 검증할 수 있습니다. 해당 논문에서 제시한 문제란, ‘다른 경제학 가설을 바탕으로 하는 두 개의 구조 방정식이 동일한 유도형 방정식을 가질 수 있다’ 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찰 가능한 경제 현상을 바탕으로 두 개의 상반된 경제학 가설을 둘 다 지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걸 identification problem 이라고 부릅니다. 과장을 좀 섞자면, ‘불황이 온 이유는 강성 노조 때문이야!’ ‘불황이 온 이유는 자본가 돼지들 때문이야!’ 라는 두 가설을 동일한 수식으로 지지할 수 있다는 셈인 거죠. 더 상세한 설명은 본문 맨 뒤의 주석을 보아주세요.)

문제는 점점 심각해진다. 우리는 해당 논문에서 기존 경제 수치들에 대한 동일한 추정을 하는(즉, 동일한 유도형 방정식을 가지는) A이론과 B이론이, 미래의 정책에 대해서는 (원래의 구조형 방정식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충하는 결론을 내놓는 사례를 제공했다. 두 이론을 구분할 유일한 방법은 정책 입안자가 각 이론이 경제 데이터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하는 것뿐이다. 이런 문제는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이 은행 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연방 기금 금리를 인하한 사례에서 드러난다.
(*공개 시장할동을 감독하고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 산하의 위원회 – Lasid)

거시경제학자들은 과거의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잘 설명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로운 사건은 그다지 잘 설명하지 못하며, 그렇기에 우리의 이론은 언제나 진화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경제학은 과학이다. 우리의 경제 모형이 진화하도록 허락된 방향은 교리적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대제사장 집단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경제학은 종교이다. 종교적 측면은 최근에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시기에 중요하다. 다른 시기에는 (그러니까, 경제적 초신성 폭발이 관찰된 이후에는) 대제사장들의 통제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이 시기는 대제사장들이 이단으로 간주한 이론을 탐구하기에 적합한 시기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러한 시기이다.

---- 번역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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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ef) 마치며: 과학 이론과 이데올로기를 구별하는 큰 차이점은 결국 이겁니다: 과학 이론이 맞고 틀리고는 실험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내 호불호와 무관하다는 점이죠. 따라서 과학자 하나하나의 인품과 관계없이 과학 이론은 점점 더 맞는 방향으로 진화해갑니다. 정치나 종교 이데올로기는 이와 많이 다르지요. 본문은 결국 경제학 이론이 과학 이론과 종교 이데올로기 사이 어디 즈음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원래 알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걸 자신의 논문에서 수학적으로 증명(?) 비스무리하게 했다는 점이 매우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걸 보면서 자꾸 생각난 영화가 하나 있는데요, “부동산 시장은 망할 수 없다” 라는 말을 모두가 철석같이 믿던 시절, “내 생각엔 아닌데?” 라며 용감하게(?) 부동산 몰락에 베팅한 4명의 천재(?)들을 다룬 이야기 빅쇼트입니다. 이 친구들은 숫자와 서베이 등을 통해서 기존 이론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거대 은행들보다 최대 3년 먼저 깨닫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에게 빅쇼트를 걸었고, 큰돈을 벌지요. 남들이 모두 예스라고 말할 때 혼자 노라고 말하면, 사실 대부분은 본인이 틀리죠. 꼭 그렇진 않고요. 이 영화는 그 예외적인 상황을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대제사장들이 틀린 경우) 잘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Lasid) 마치며: 경제학의 불완전성은 결국, 그 관찰 대상인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실험을 통제하기도 어렵고 반복하기도 어렵지만, 다른 대상을 연구하는 사정이 비슷한 과학 분야는 경제학처럼 불확실성이 크지는 않으니까요. ‘합리적 인간’이라는 소위 경제학 제1 법칙이 완전무결한 법칙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에는 경제학 이론도 지금보다 더 우아했습니다. 더 단순한 형태의 방정식이 더 넓은 범위에 적용되었죠. 그렇지만, 멀리는 대공황부터 가까이는 2008 세계 금융위기까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합리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거듭 재확인되었습니다. 최대한 좋게 봐줘도, 인간은 근시안적으로만 합리적입니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다루는 행동경제학 등의 분야가 점차 주류 경제학에 포함되는 모습은, 인간적인 요소가 경제학 분야에서 점차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합리적인 인간과 비합리적인 인간이 칼같이 구분되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우리는 정보가 어떤 형태로 정보를 전달되느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며 때와 장소, 혹은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결정을 내립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제멋대로인 변수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경제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흥미롭습니다 :)

---- 2008 년 논문에 대한 추가 설명 ----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예로 들어서 한번 설명해보겠습니다. 수요 방정식에서는 수량이 (해당 재화 및 관련재의) 가격과 소득의 함수로 표현됩니다 (이게 위에서 이야기한 structure 입니다). 공급 방정식은 수량이 가격의 함수로 표현됩니다 (이 또한 structure). 여기서 우리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기울기와 절편을 알아내고 싶다고 가정합시다. 공급 곡선의 기울기와 절편은 수요를 변화시켜가면서 수요/공급 곡선의 교점들을 측정하면 결정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화의 가격을 직접 조정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없으므로 (즉, structure 관련한 변수들은 직접 측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소득(Z) 수준만을 조절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합니다. (물론 실제로 소득을 조절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경제 관련 자료를 소득에 따라 분류하면서 본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결국 수요 곡선을 이동하면서 공급 곡선의 기울기와 절편을 추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래 도표를 보시면 이해가 바로 되실 겁니다. 다만, 원래의 수요 곡선 관련한 경제 이론은 소득과 가격에 따라 변화하는  structure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우리가 방금 검증한 것은 수요 곡선을 소득에 따라서만 변화시켜서 얻은 관계식입니다. 즉, 원래의 구조방정식이 아니라 유도형 방정식을 검증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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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우리가 현실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이 유도형 방정식을 검증함으로써, 유도형 방정식의 기반이 된 구조방정식 모형을 검증한 것일까요? 이를 식별의 문제(identification problem)이라고 부르는데, 대단히 중대한 문제입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렸다시피, 상이한 두 개의 구조 방정식이 동일한 유도형 방정식을 가진다면, 두 구조 방정식의 모태가 되는 두 경제학 이론은 “관찰을 통해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를 Observational equivalence 혹은 관찰 동일성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 문제가 심각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관찰 동일성이 흔히 식별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으신다면, ‘이게 뭐 지적 유희 아닌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다른 이론이 같은 방정식을 가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소?’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요. 2008년 논문에서 파머와 베이어가 한 작업은 결국 1) 식별의 문제가 있는 두 이론을 설정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2) 그 가운데서 두 이론이 서로 다른 정책적 시사점을 나타내는 경우를 찾아낸 겁니다. 더 구체적으로, 두 사람은 기존의 ‘진짜’ 이론과 같은 유도형 방정식을 지닌,  이론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유도형 방정식이 동일하니 당연히 가능도도 같겠죠? 그런데, 정책적 시사점은 달라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같은 임의의 변수 W를 쓴다고 하더라도 W의 경제적 시사점은 이론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저자는 논문에서 뉴케인지언의 총공급 모형을 기존의 ‘진짜’ 구조방정식으로 설정하고, Bebhabib and Famer(2000)에서 제시한 모형을 대안 모형으로 설정했습니다. 두 모형이 채택한 임의의 변수는 통화량(혹은 화폐)입니다. 그런데 뉴 케인지안 모형에서 통화량이 실질 효과를 지닌 이유는 어떤 경제 주체는 매 순간마다 가격을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인 반면, Bebhabib and Famer(2000)에서 제시한 모형에서 통화량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통화량이 생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거나 실질 잔고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적 시사점이 다르게 되는 것이죠. 정책적 시사점이 다른데 두 모델의 유도형 방정식은 동일합니다. 즉, 현재까지의 경제 기록을 아무리 분석해보아도 두 모델 중 무엇이 맞는지 “관찰을 통해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둘 중 뭐가 옳은지 알아내려면? 각 중앙은행이 실험(결국 찍기)을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학자들을 엄청나게 심란하게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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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8 01:06
수정 아이콘
-안군-
17/11/28 01:14
수정 아이콘
음... 뭔가 되게 복잡...한데;;;
제가 이 글을 읽고 이해한 바를 말하자면, "경제학 이론(방정식)은 변인 통제를 할 수 없으므로,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하다."가 요점인건가요???;;
뭐, 그러니까, 어차피 변인 통제를 통한 증명이 불가능 하다면, 경제 현상(?)들을 바탕으로 방정식을 유추해야 하는데,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건 또 불가능 하니까, 다른 이론이 나올 수도 있는거고....

저도 경제학쪽은 문외한이라 뭐라 잘 말은 못하겠지만, 현대의 경제체제가 갖춰진지가 그리 오래 된 것도 아니고, 통계가 충분하지도 않을테니,
거시경제를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수식을 유추해 내려면 엄청난 시간이 더 필요할듯...
그러니까... 알파고님 충성충성충성!!
17/11/28 01:21
수정 아이콘
예 대충 그런 이야기입니다. 과학은 관찰 가능한 현상만을 대상으로 하니 과학적 증명이 (당연히) 가능하고, 예술이나 종교는 애초에 과학적 증명같은 것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죠. 경제학은 관찰 가능한 현상을 이론 적용을 통해 제어하려고 하지만, 경제 현상의 기저에는 관찰 불가능한 변수들이 많이 때문에, 경제학 이론을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증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그래서 아햏햏하다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TheLasid
17/11/28 01:58
수정 아이콘
그...음...저는 아무래도 전공이 이쪽 계열이다 보니, 오르비프님보다는 조금 더 우호적으로 말하는 편인데요.

이 칼럼에서 나온 것처럼 경제학이나 경영학은 고정된 학문이 아닙니다. 파머의 말처럼 구조방정식 모형을 통한 연구에 이러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본문에서 언급되었다시피 드물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같은 현상을 놓고 다른 정책을 채택하는 경우도 나오고요. 그런데, 이는 구조방정식 모형을 쓰는 방법론에 요러한 약점이 있다는 이야기지 경제학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학문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냥, 이 방법론을 써서는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분석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경제학 변수는 관찰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거든요. 이런 방법론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겁니다. 또 2008년 논문 이래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요. 어찌되었건 경제학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

저는 파머가 이 글을 쓴 의도는 '경제학에는 우리 경제학자들이 간과한 종교적인 측면이 있으니 이를 파악하고 대처하여 더 과학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라고 보았습니다. 본문의 마지막 줄에서 실제로 그러한 행동을 촉구하고요.
17/11/28 01:23
수정 아이콘
너무 좋아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TheLasid
17/11/28 01:45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

Orbef님은 제가 독박 썼다고 하셨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정말 부지런히, 엄청난 일을 하셨어요!
17/11/28 01:48
수정 아이콘
원글러끼리 댓글에서 칭찬 릴레이를!!! 님 최고!
피카츄백만볼트
17/11/28 01:49
수정 아이콘
예전에 학부 수업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랑 비슷하네요. 꼭 경제학이 아니더라도 정치경제사회 계열의 대부분의 학문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태생 자체가 결국 과학보다는 인문학이고, 과학적 방법론을 일부 도입했을 따름이지 과학의 논리가 온전히 적용될수가 없죠.

법학도 포함해서 이쪽 계통 학문을 전공하면서 토론 하다보면 종종 이론에 대해 원시적으로 불가능한(말 그대로 과학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엄밀성을 요구하는 분들이 나오죠. 본인들은 그 특정 견해를 반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곰곰히 따져보면 그 견해가 아니라 그 학문 자체를 반박하는 주장이나 다름이 없어서 학문 외적으로는 의미 있을지 몰라도 학문 내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반박입니다.
17/11/28 01:52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곰곰히 따져보면 그 견해가 아니라 그 학문 자체를 반박하는 주장이나 다름이 없어서 학문 외적으로는 의미 있을지 몰라도 학문 내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반박입니다.] 이거 중요한 말씀으로 보입니다. 엄밀한 과학이 아니라고 해서 경제학을 폐기하자고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주어진 조건에서 그나마 잘 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겠지요.
TheLasid
17/11/28 02:03
수정 아이콘
경제학 및 경영학 이론 자체는 사변적이라 하더라도 방법론만큼은 가능하면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론을 채택하려는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7/11/28 17:41
수정 아이콘
저같은 미시경제학 "이론" 전공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말씀이십니다 ㅠㅠ
TheLasid
17/11/28 20:09
수정 아이콘
끄아앙...말을 잘못한 듯해요. 이론=사변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혹여 어떤 이론에 사변전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법론이던 뭐가 되었던 최대한 과학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하려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미시 경제학은 걍 수학같아요. 경제학 자체가 그렇지만요 :))
17/11/28 20:22
수정 아이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근데 저는 미시이론 전공입니다만 제가 연구할 때 쓰는 수학은 정말 간단한 것만 해요. 기껏해야 학부 실해석 수준만 사용해서 어디가서 수학 좀 한다고 말도 못꺼냅니다 ㅠㅠ
TheLasid
17/11/28 20:49
수정 아이콘
어후...학부 실해석...수잘알님...존경합니다!
17/11/28 20:52
수정 아이콘
연속함수랑 미분만 쓴다는 뜻입니다..-_-
고갈비
17/11/28 01:54
수정 아이콘
종교도 과학도 아니고 경제학은 그냥 윤리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숫자 들어간다고 다 과학이면 신학교의 교회성장학도 과학이겠죠. 여긴 숫자의 변동이 일정한 인과관계로 예시되니.
17/11/28 01:56
수정 아이콘
사실 교회성장학은 과학의 대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싶습니다. 그건 교회가 설파하는 신념이 옳으냐 그르냐와는 별개의, 그야말로 자연현상이니까요.
TheLasid
17/11/28 02:07
수정 아이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궁금했던 건데, 이 기회에 여쭤봅니다. 자연현상의 과학적인 정의는 무엇인가요?
17/11/28 02:21
수정 아이콘
글쎄요... 이것도 철학자들한테 물어보면 열 시간씩 뭔가 나올 것 같긴 한데, 제 수준에서의 자연/물질계/자연현상/관측 가능함은 서로 연결된 개념들입니다.

물질계 혹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물리적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 물리적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이론화한 것이 물리학 및 그 상위 과학들이다 / 물리적 상호작용이 아닌 현상들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은 i) 실제로는 물리 현상인데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지 (예를 들어 2천년 전의 무지개, 1천년 전의 바이러스), ii) 그냥 착각 혹은 상상이다 (귀신, 카르마, 도르마무) /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것 또한 물리적 상호작용의 결과이므로, 우리 자연계와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존재는 어차피 우리와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따라서 고민할 이유가 없다.

대충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고하게 되면 멀티버스 이론등의 검증 불가능한 물리학 이론들도 형이상학으로 취급해야 하는데, 뭐 제가 우주물리학자가 아니니까 큰 고민거리는 아닙니다 :)
TheLasid
17/11/2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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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와 물질계가 다른 개념이었군요. 부끄럽지만 처음 알았습니다. 물리학에 상위 과학이 있다는 사실도요. 사실 저는 자연 현상은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는 아예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부끄럽습니다. 상세한 설명 감사해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몰랐던 단어를 여럿 알아낸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D
17/11/2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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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미천한 공돌이라서 과학 철학쪽에 대한 이해는 얕습니다. 자연계와 물질계는 실제로는 저는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다만 유물론자들은 physicalist, 자연주의자들은 naturalist 으로 구분하며, 유물론자들은 물질계 이외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지만 scientific naturalist 들은 자연계 이외의 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과학의 대상이 아닐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약간은 다른데, 어차피 도르마무를 과학의 대상으로 놓지않는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며, 따라서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양자를 구별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입장은 naturalist 에 가깝고,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존재가 있던지 말던지 아무 관심이 없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물리학의 상위 과학이란 물리학보다 더 수준이 높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스개지만 뼈있는 농담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어요.

(생물학자:) 심리학은 응용 생물학이다 - (화학자:) 생물학은 응용 화학이다 - (물리학자:) 화학은 응용 물리학이다 - (수학자 왈) 너희들 거기서 뭐하니? 있는 줄도 몰랐네!

그런 의미에서 상위 과학은 하위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상당한 수준에서는 환원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소 원자가 쿼크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고 물분자가 수소2산소1 의 단순한 뭉치가 아니기 때문에, 상위 과학을 너무 공격적으로 하위 과학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자연 과학으로 다루기는 힘들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식이 자연현상임을 받아들인다면,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자연 현상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정도가 제가 가진 생각이겠네요.
TheLasid
17/11/28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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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정말 흥미롭네요. 아, 있는 줄도 모르셨겠지만, 저희 재무학에서도 통계학 > 경제학 > 경영학인데 우리 재무는 경제학에 가깝다. 그러니 경제학 > 재무학 > 여타 경영학이다 정도로 얘기합니다 :))

인간의 의식이 자연현상이라는 말씀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자연적 vs 인위적이라는 프레임을 너무 의식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약간 벗어난 질문이지만, naturalist는 물리적이지 않은 상호 작용도 있다고 믿나요? 가령 신과의 교감, 우주적 교감 같은 현상을요. 아니면 이건 그냥 특정한 화학작용을 착각하는 건가요?
17/11/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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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naturalist 는 해당 현상을 착각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뭐 절대로 착각이라는 것은 아니고, 집의 커튼이 갑자기 움직인다면, 일단 창문이 열려있는지, 근처 환기구에서 역류가 있었는지 등등부터 확인해보고 그 모든 가능성이 없을 때 비로소 귀신을 의심해보는 것이 상식적이죠. 신이나 우주적 존재와의 교감이라고 불리우는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다만, "물질계와 상호작용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물리 현상인 것이고, 따라서 신과 인간의 상호작용은 과학적으로 공부할 여지가 있다. 변인 통제하고 실험을 해 봅시다" 라는 유신론적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기도의 힘 등을 변인 통제하고 측정해본 실험이 있어요. 결과는 기도의 힘은 기도를 받은 A 그룹과 기도를 받지 않은 B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불러일어키지 못했는데, 그 분들이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잘 설계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하고, 원하지 않은 결과인데도 정직하게 발표한 그 분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아 그리고 제 형님이 경제학 전공자라서, 어느 정도 줏어들은 것이 있는지라 말씀하신 hierarchy 를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근데 뭐 좀 자세히 물어볼라치면 맨날 '나도 몰러. 아마 남들도 모를 걸?' 이라는 대답밖에 안 해주더라고요.
17/11/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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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역사도 아직 짧은 편이고 학파가 그렇게 강력하게 형성되지도 않아서 사실 경제학의 hierarchy를 제대로 알고 계신 분이 별로 없을거 같습니다. 저만 해도(제가 바보지만) 노벨상 수상자들 중 연구성과가 뭔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는 사람이 진짜 손으로 꼽을 정도니까요...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ㅠㅠ
TheLasid
17/11/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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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얘기는 정말 재밌어요. 쥐뿔도 모르는 비전공자 입장에서 보기에는요. 말씀 고맙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D

여담으로 형님께서 되게 훌륭하신 분 같습니다. 퍽 공감 가는 말씀을 하셨네요 크크. 암튼, 저는 요번에 논문 내용 요약하면서 제가 얼마나 얄팍하게 알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어요.
앙겔루스 노부스
17/11/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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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드립의 앞에 경제학은 응용심리학이다, 가 붙긴 허는디, 경제학을 논하는 글에서 그걸 쓰면 좀 김새긴 허겠네유^^

두 분 좌담에서도 참 많이 배워갑니다
소인배
17/11/2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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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7/11/28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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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맛에 피지알 오는 거죠 크크
잘 읽었습니다~!
흑설탕
17/11/28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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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가? 종교인가?
과학입니다.
용준은 과학입니다.
꺄르르뭥미
17/11/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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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identification problem 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붙이자면:

수학에서 x+y=1과 같이 "해가 무수히 많은 상황"을 identify(식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x=1, y=0이나 x=0, y=1이나 관찰자의 입장에선 동일하죠.(observationally equivalent)

결국 간단히 말하자면, 알고싶은 변수의 갯수만큼 방정식을 가지고 있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 식별 문제가 일어납니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땐 "방정식의 갯수"에 해당되는 개념이 "실험을 통해서 통제할 수 있는 변인의 갯수"인데요... 수요 곡선을 추정하고 싶으면 공급이 변화해야하고 공급 곡선을 추정하고 싶으면 수요가 변화해야하는 것처럼, 수요와 공급을 따로 추정하고 싶으면 최소 2개의 독립적인 변인 통제가 필요합니다. structural model은 우리가 알고싶어하는 공식이고, reduced form은 우리가 문제 풀이에 사용할 수 있는 방정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경제학에선 변인 통제는 직접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간접적인 변인통제로 이것을 극복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급 곡선을 직접 바꾸지는 못하지만, 원유가격 같이 수요곡선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공급곡선에는 영향을 준다고 가정할 수 있는 변수를 포함해서 이것으로 방정식 하나를 세울 수 있습니다. 비슷한 원리로 공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 (예를 들면, 경쟁 상품의 가격) 포함하면 또 하나의 방정식을 세울 수 있으니, 이렇게 방정식 두개로 식별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문제는 거시경제학에서는 저런 변수를 찾기조차 어려워집니다. 미시경제학은 하나의 시장을 분석하니까, 다른 시장에서 변수를 빌려오면 되는데 거시경제학은 그냥 모든 경제 변수를 다 설명하고 싶거든요.
17/11/2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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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미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Lasid 님은 공급 곡선의 reduced form 에 들어가는 W 변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하셨는데, 제가 도통 이해를 못 해서 뺐거든요. 꺄르르뭥미님 댓글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해당 내용을 다루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17/11/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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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보통 IV(Instrument Variables), 도구변수라고 불리는 대중화된 변인통제 방식입니다. 다만 저렇게 예쁘게 찾아낼 수 있는 도구변수가 너무 없어서 학자들이 고생하죠. 대부분 reduced form 전공하시는 분들이 자기들 분석 결과 잘나오게 하려고 IV 찾는게 대부분의 연구업무라고 보시면 편합니다.
TheLasid
17/11/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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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설명입니다. 흑흑, 저도 이렇게 우아하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댓글에 추천 기능이 필요합니다 :)
꺄르르뭥미
17/11/2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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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입니다. 좋은 번역글 감사드립니다.
고타마 싯다르타
17/11/2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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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이 증명도 혹은 반박도 어렵더라도 가치가 있는 학문일까요? 아니면 머리좋은 사람들의 지적유희에 불과한걸까요?
17/11/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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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도 반박도 어렵다 고로 아무 가치가 없다 <- 이런 이야기는 흔히 형이상학적인 학문이나 종교, 혹은 오로지 지적 우월감을 뽐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명제등을 비판할 때 쓰는 말인데, 경제학은 현실 세계의 경제 순환을 제어하기 위한 이론 체계이고, 이것이 부분적으로라도 가능하면, 당연히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문이지 싶습니다. 원글은 절대로 경제학 쓸모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저자부터가 경제학자에요), 경제학이 가진 이런 저런 이슈에 대한 환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 뿐이죠.
TheLasid
17/11/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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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제학과 경영학이 그 어느 학문보다도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Quantum21
17/11/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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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배우고갑니다.
orBef 님과 TheLasid님의 공동 프로젝트 덕분인지 여기 들렀을때마다 뭔가 더 풍성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세크리
17/11/2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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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과학이라고 본문의 문제에서 자유로운건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로는, 과학이 각각의 실험적인 사실을 통해 발전아는게 아니라는 토마스 쿤의 주장이 있을것이고, 실제적으로는 일반적인 의미로 실험이 안되는 우주론같은게 과학 내부에서도 실재한다는 것이죠. 쿤의 이론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제가 하는 양자물리의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특정 실험적인 현상이 잘 알려진 방정식들(슈뢰딩거 방정식이나 양자장론의 방정식들)을 따르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일은 방정식을 수정하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통제가 안되는 외부효과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또는 본문과 대비되어 미시경제학을 보더라도 작은 지역을 뚝 때어놓고 봤을때 최적시장이 아닌 경우, 그걸 설명하는데 보통 외부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미시적인 경제학법칙이 틀렸하고 하지는 않죠.
두번째로 실험 불가능학 과학 이론의 예로는 우주론이 생각납니다. 여러가지 초기우주의 흔적을 찾으려는 실험들이 있지만, 그것이 확정해주는것은 이미 있는 이론의 변수들이지 새로운 이론이 아니거든요. 이런 면은 거시경제와 무척이나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17/11/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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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쪽은 과학자들이 '주류 이론' 을 수호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는 지적이고, 후자쪽은 그야말로 실험 과학의 정의에 들어맞지 않는 과학 분야들이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말씀에 둘 다 동의합니다. 다만 전자 관련해서는, 과학의 강점은 과학적 방법론에 있는 것이지 과학자들이 특별히 더 똑똑하거나 가치중립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후자는, 난감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7/11/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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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부분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다윈이 저런 이유로 진화론을 발표하지 않았었다는게 사실인가요?
다윈이 자기 이론의 약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재미있네요.

멘델이 생각보다 되게 최근 사람인것도 놀랍고..
17/11/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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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화론 발표를 늦춘 것처럼 이야기한 것은 재미를 위한 각색입니다. 자기 이론의 약점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17/11/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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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지금 생각해보면 다윈급의 천재라면 그 정도 생각은 당연히 했을 것 같기는 하네요
뭔가 사회/종교적인 부담감때문에 발표를 망설였던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자기 이론의 약점을 해결하고자 오랜 세월 노력하다가 답이 안나오자 어쩔 수 없이 일생의 역작을 발표했다고 보는게 좀 더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뒹굴뒹굴
17/11/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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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잘 설명하지만 미래를 잘 예측하는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경제학과 친구에게 차라리 역사학과가 전문적이지 안냐고 놀렸는데
이제 종교아니냐고 놀려봐야겠군요!
조지영
17/1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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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친숙해서 그렇지 과학에도 실험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죠. 고생물학의 실험은 거의 불가능하고요 우주물리학도 이론과 실험의 격차가 어마어마하죠. 경제학은 실험이라는 측면만 놓고 봤을때는 고생물학보다는 더 실험하기에 좋지 않나요?
17/11/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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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최초의인간
17/11/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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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경제학 수업에서 이와 비슷한 논변을 접하고 경제학 전공을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이제 무슨말인지도 가늠이 잘 크크
송하나 긔여워
17/11/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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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일반적 입문책은 어떤걸 봐야할까요 공대생이라 기본지식같은걸 알고싶은데...
무가당
17/11/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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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와 미시의 기초를 아우르는 경제학부 수업은
경제학원론입니다. 그 수업의 교과서이자 전통의베스트셀러인 맨큐의 경제학 추천합니다.
송하나 긔여워
17/11/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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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TheLasid
17/11/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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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그냥 교양이 필요하시다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나 '경제학 콘서트' 정도로 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metaljet
17/11/2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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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이 유전법칙을 발표한건 1866년이긴 하지만 뭐 거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죠.
학계가 그 가치를 재발견하고 인정하게 된건 20세기 들어서...
다크템플러
17/11/2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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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검증 가능한 가설 수립’ – ‘실험을 통한 실제 검증’ – ‘이론 개선’ 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은 정말 예외적입니다. 저기에 해당되지 않는 과학분야도 꽤 많습니다. 무엇이 과학인지, 무엇이 과학적 방법론인지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논의입니다. 물론 말씀하신 과학적 방법론이 흔히 인정받긴 하지만...
人在江湖身不由己
17/11/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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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읽는데 쓰는 시간은 월도로 보낸 시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7/11/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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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요. 역시 결론은 도구변수(IV) 잘 찾는게 장땡이다! 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저같은 미시경제학 이론 전공자에게는 사실 "그래 참 힘들겠다 통계 쓰는 사람들 화이팅..." 정도의 시사점을 가지지만^^; 요즘 저도 통계분석하는게 있다보니 더욱 내용이 와닿네요 하하하

다만 첨언 조금만 하자면,

경제학의 제1원칙을 인간의 합리적 선택으로 설정하는 것이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맞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얘기가 종종 나오는데, 금융위기가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되어 있음을 감안하지 않아서 발생하였다는 주장은 사실 근거가 많이 부족합니다. 시장이 완전하게 잘 돌아가는데 인간의 합리성이 부족해서 시장 효율이 무너진건지, 미시적인 경제주체들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거대하고 복잡한 금융시장에서 돌아가는 정보를 수집할 여건 자체가 안되어서 비효율이 발생했던건지, 미시적으로 보면 다들 합리적으로 행동한건데 그걸 합산하다보니 이상한 동력이 걸려버려서 시장이 침체된건지 당췌 알 수가 없거든요. 인간의 합리적 행동과 전략을 가정하더라도 금융시장이 가지는 불완전성으로 인해 최근 금융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한 논문도 매우 많습니다(제 논문 포함해서... 죄송).

또한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에서 실험의 가능성과 가설에 대한 검정 가능성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따라서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발전 양상을 보면 매우 상이하다는 것도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많은 분들에게도 익숙할거 같은 통화주의자와 케인지언 간의 대립 같은 경우도 거시경제학이 다루는 영역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관점도 다르고 실험을 통한 검정도 어려워서 대립 학설 중 젊은 학자들이 누구를 지지할지는 지도교수의 철학(...)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반해 미시경제학은 검정이 훨씬 수월하다보니 학파 간의 대립이 엄청나게 심한 편은 아닙니다. 다만 실험이 어렵고 경제현상을 관측해서 나온 데이터로 가설을 검정하려다보니 "니 가설에 부합하는 데이터가 맞냐? 분석방법이 적절하냐?" 등의 정합성을 가지고 많은 토론이 이루어지죠. 대신 너의 가설은 틀려야만 돼! 식의 격렬한 배틀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저같은 미시경제학 전공자가 어쩌다 거시경제학 쪽 세미나를 가면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슬라이드가 1페이지에 멈춘 채로 1시간 30분 동안 서로 엄청나게 격렬하게 싸웁니다. 청중 중 한사람이 대립 가설을 지지하면 특히 난리가 나죠. 발표자가 맞다고 인정하면 자기가 틀리게 되거든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변인을 통제하여 이론을 정확하게 검정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비단 경제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기과학도 생각해보면 실험 설계를 통한 통제가 안되죠. 경제학의 경우 그래도 미시경제학 쪽에서는 이른바 RCT라는 방식을 써서 실험을 통한 변인 통제로 이론을 검정하는 분야가 자본의 힘을 동원해서 매우 많이 개척되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공급할 때 그냥 무상배급이 좋냐 아니면 시장 매커니즘을 활용해서 돈을 받고 파는게 더 효율적이냐 같은 실험을 많이 수행하고 있죠. 또한 실험에 준하는 경제현상을 통해 이론과 가설을 검정하기도 하고요. 참고로 실험 결과 모기장을 돈받고 파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된 지역일수록 모기장에 대한 수요가 많다보니 시장 매커니즘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는거였죠.

댓글을 다시 읽어보니 생각이 정리가 안되서 아무말이나 다썼네요..
TheLasid
17/11/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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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인간의 합리성 말씀도 공감해요. 완전무결하던 아니던 그보다 나은 가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다만 개인적으로는 말씀하신 이야기들이 상호배타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비합리성이 저지른 단독범행이다!라고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영향이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금융 시장의 불완정성을 더 크게 하는 원인이라고도 생각하고요.
말씀하신 논문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인트로와 컨클루젼만요!) 최근에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 보니 업데이트가 늦습니다.
예전에는 귀동냥이라도 하던 게 있었는데 말이죠 :(
좋은 댓글 감사해요!
17/11/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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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경제학자들의 합리성에 대한 마지막 집착 정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합리성에 대한 가정이 완전히 붕괴해버리면 경제학이 할 일이 별로 없어져 버립니다 하하하하. 전 사회과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이 사회 현상과 인간의 행동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경제, 사회 현상을 어설픈 합리성 가정에 입각해서 경제학 논리로만 해석하는건 반드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일반론적으로 그렇다는거고 제 연구를 진행할 때는 달라야겠죠. 아직도 인간의 합리성을 가정한 상태에서도 풀지 못하고 있는 경제 현상들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죠.
TheLasid
17/11/2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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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합리성을 포기하면 사실 어떤 학문이라 해도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을 듯해요.
비단, '경제학 논리'가 아니더라도 사회 현상을 논리로만 해석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도...합리성과 논리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
17/11/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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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아 그리고 80년대 말 거시경제학에서 인적 자본의 축적을 통한 경제 성장이라는 개념을 거시경제학 모형에 도입해서 히트를 치고 현재 노벨경제학상에 매우 가까이 있는 경제학자 중 하나인 Paul Romer가 그간 쌓여왔던 거시경제학계에 대한 불만을 와장창 쏟아냈던 최근 논문도 첨부합니다.

https://paulromer.net/wp-content/uploads/2016/09/WP-Trouble.pdf

아주 앱스트랙트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

For more than three decades, macroeconomics has gone backwards. The treatment of identification now is no more credible than in the early 1970s but escapes challenge because it is so much more opaque. ...
TheLasid
17/11/2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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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경각심이 드나 봐요. 좋은 논문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찬히 읽어볼게요!
17/11/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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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경각심이라기보다는 Paul Romer가 원래 기성 거시경제학자들이랑 사이가 안좋았다고 알고 있습니다-_-; 작년 초였나 올해 초였나 전미경제학회에서 아주 작심하고 이 페이퍼를 발표해버려서 발칵 뒤집어졌던걸로 알고 있는데, 건너들어서 정확한건 아닙니다.
TheLasid
17/11/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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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까지 가니 내용이 참...슬프네요. 아래 내용은 위에서 다른 분들이 다신 댓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 논문은 진짜 각잡고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The trouble is not so much that macroeconomists say things that are inconsistent with the facts. The real trouble is
that other economists do not care that the macroeconomists do not care about the facts. An indifferent tolerance of obvious error is even more corrosive to science than committed advocacy of error.

It is sad to recognize that economists who made such important scientific contributions in the early stages of their careers followed a trajectory that took them away from science. It is painful to say this so when they are people I know and like and when so many other people that I know and like idolize these leaders.

But science and the spirit of the enlightenment are the most important human accomplishments. They matter more than the feelings of any of us.
i_terran
17/11/2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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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뻔뻔하지만 요부분 해석 좀 부탁드립니다. 2008년에 펀드 날려먹고 경제학에 관심가지고 있어서 참신기하네요
TheLasid
17/11/2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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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거시경제학자들이 팩트와 일치하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경제학자들이 거시경제학자들이 팩트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백한 오류에 대한 무관심한 관용은 오류에 대한 열성적인 변호보다도 과학에 더 큰 해악을 미친다.

커리어의 초기 단계에서 그토록 중요한 과학적 기여를 했던 경제학자들이 과학에서 멀어지는 궤도를 따라 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슬프다. 이런 사람들이 내가 아는 사람이고 좋아하는 사람들일 때, 그리고 내가 알고 좋아하는 너무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을 리더로서 숭배할 때 이런 말을 하기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과학과 계몽 정신은 인간이 이룩한 가장 중요한 성취이다. 과학과 계몽 정신은 우리 누구의 감정보다도 중요하다.
--
직역에 가깝게, 조악하게 옮겨 보았습니다.
여기서 팩트는 현실이나 실제 데이터 정도로 보시면 될 듯해요.
17/11/29 00: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의역 포함해서 발번역했습니다.

거시경제학자들이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들을 말하고 다닌다는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거시경제학자들이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거시경제학자들조차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아주 명확하게 드러난 오류에 대해서조차 무관심하게 용인해버리는 (학계의) 행태가 오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과학(의 발전)에 더 큰 해악이 된다(는걸 우리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학계에 몸담기 시작한 이른 시기에 중대한 과학적 업적을 이룩했던 경제학자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과학에서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욱이 내가 잘 알고 있고 좋아하는 동료들조차,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이 존경하고 흠모해마지 않는 학계의 선구자들조차 이렇게 과학에서 멀어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역시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과학과 계몽의 정신은 인류가 이룩했던 가장 중요한 성취이다. 따라서 위처럼 서글픈 현실을 접할 때 느끼는 우리들의 심정이 어떻든간에 이(를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우리의 사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TheLasid
17/11/29 00:08
수정 아이콘
추천!

그런데 막줄은 우리의 심정일수도 있지만, 저자가 난 니들 감정따윈 신경 안 쓰고 신나게 까겠어! 니들 감정보다는 과학이 더 중요하니까!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크크.
17/11/29 00: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Paul Romer가 누군지 조금 찾아보신다면 바로 그 의미라는걸 금방 깨닫게 되실겁니다 -_- 과학을 진짜 신경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_-a
TheLasid
17/11/29 00:11
수정 아이콘
매력적인 사람이네요. 가까이 가고 싶진 않지만 :))
17/11/2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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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매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미네소타쪽 RBC 주로 하는 거시경제학자 및 RBC의 선구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Ed Prescott이랑 지독하게 사이가 안좋은걸로 알고 있습니다(좀 찾아보니 루카스랑도 사이가 안좋네요). 그래서 논문에서도 프레스캇을 대놓고 까고 있죠. 더 읽어보면 그 다음 DSGE에 Sticky Price까지 다 말도 안된다고 모두까기를 시전하긴 하지만..

이 분 부인되시는 분이 크리스티나 로머라고 오바마 행정부 1기 때 아마 재무부였나 상무부 장관으로 내각에 입성했을겁니다.
17/11/28 23:06
수정 아이콘
으아니 이런 초간지 논문이 있었다니요 !
17/11/28 23: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Paul Romer니까 쓸 수 있는 논문이죠...

저같은 쪼렙 미시이론 전공자는 걍 팝콘만 와작와작하면 되는 상황이라..
17/11/29 00: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Paul Romer는 이 논문 전에도 다른 논문을 전미경제학회에서 발표해서 현재 거시경제학계에서 사실상 표준이 되어버린 수학모형인 RBC와 이 모형을 만든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Ed Prescott를 저격하기도 했습니다(좀 더 읽어보니 Lucas도 깠네요 하하하하). 위에 링크된 논문은 아래 논문의 후속작으로 생각하시면 될거 같네요.

https://www.docdroid.net/10gny/aer2ep20151066.pdf
i_terran
17/11/29 00:25
수정 아이콘
저가 게임방송에서 일할 때 경제학적?관점으로 이론을 세우고 밀어부치고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요. 어떤 수준에서 실험에 준하는 정책이나 변화도 있었어요.근데 현실은 너무 복잡해서, 예측대로 안되고 그런 실험에 준하는 정책들이 인지하는 순간 결과가 바뀌는 것같기도 했죠.

본문글을 포함해서 정말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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