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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0/08 09:19:26
Name 글곰
Subject [일반] 또 한 사람이 떠나고, 나는 그대로 있고
반기마다 직원이 몇 명씩 다른 부서로 떠나고 다른 직원이 그 자리로 들어온다. 그렇게 꼬박 네 해를 지내다 보니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있었던 사람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을.

한때 나와 함께했던 모든 직원들은 이미 떠났고 나는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전송했다. 그리고 아마도 연말이면 나 역시 다른 부서로 떠나리라. 떠났던 사람 중 한둘쯤은 다시 그곳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고. 헤어짐이란 으레 그렇다. 이별은 쉽지만 재회는 어렵다.

그러나 이별의 용이함과는 달리, 사람을 떠나보내기란 쉬이 익숙해지는 일이 아니다.

2003년 가을에 피지알에 가입했으니 만으로 십사 년을 넘겼다. 처음 가입했을 때 있던 사람 중 지금도 남아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간에 왔다가 다시 떠난 사람도 상당수 있다. 특히 활동하다 그만두고 떠난 사람들 중 몇몇은 좋은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떠나면 나는 망연함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제는 저 사람의 글을 볼 수 없겠구나 하고.

그래. 다른 부서에서 만나는 것처럼 다른 커뮤니티나 다른 사이트에서 우연히 재회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는, 정보 수집이나 공유를 위한 소수의 카페 정도를 제외하면 오직 피지알뿐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피지알을 떠남은, 나와 그 사람간의 인연이 끝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종국.

피지알은 텍스트로 가득 찬 커뮤니티고, 나는 오직 단어와 문장을 통해서만 특정인을 판단한다. 얼굴을 아는 사람은 몹시 드물다. 친구놈 하나. 후배 하나 정도에다 모 게임의 불판을 통해 만나게 된 길드원 정도가 고작일까.

그러나 사실 몇 사람 더 있다. 언젠가 한 번 참석했던 피지알 오프모임에서 나는 자칭 못생긴 쭈그리 아저씨와 우연히 같은 자리에 앉았다. 글로 미루어 짐작해 왔던 이미지와 십중팔구는 맞아떨어졌기에 신기했다.

그날 그다지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배가 고파서 열심히 안주를 먹어야 했고, 그 후에는 아직 나이어린 딸을 돌보러 허겁지겁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몇몇 단편적인 대화만으로도 나는 그가 그의 글과 비슷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고 또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피지알을 떠났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떠날 때면 항상 멍한 느낌이 든다. 그 떠남이 자의가 아니기에 더욱 안타깝다. 나는 피지알에 남아 있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리라. 문득 바쁨을 핑계로 그가 운영했던 카페에 한 번 가보지도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물론 후회는 언제나 그러하듯 뒤늦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결국 나의 사소한 의문 하나를 풀지 못했다. 뒤늦었을망정 지금이라도 묻고 싶다. 이봐요, tannebaum 아저씨. 그 닉네임, 탄넨바움이라고 읽는 겁니까, 아니면 태넨바움이라고 읽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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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08 09:20
수정 아이콘
추천.
17/10/08 09:21
수정 아이콘
탄넨바움 아재 그립습니다 ㅠㅠ
살려야한다
17/10/08 09:22
수정 아이콘
짭실타라고 하셨으니 타넨바움이 맞겠지요. 다시 만나요..
17/10/08 09:27
수정 아이콘
https://en.wikipedia.org/wiki/File:U.S._Army_Band_-_O_Tannenbaum.ogg

타넨바움으로 읽는것 같습니다. 참 안타깝네요.
닉 로즈
17/10/08 09:39
수정 아이콘
자객은 누군지 몰라서 자객인거죠.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데
댓글 마다하고 쪽지로 상처 주는 그 얼굴 좀 보고 싶네 어떻게 생겼는지.
하심군
17/10/08 09: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언젠가부터 여기가 커뮤니티와 전장을 넘어서 자신이 잘난 걸 증명하기 위한 타겟이 된 느낌이라 안타깝죠. 저는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다시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드리겠습니다.
17/10/08 09:43
수정 아이콘
가해자는 쪽지 수준을 넘어서 사이버 스토킹할 정도로 집착한거보면 평소 이 사이트에서도 어그로를 끄는 사람일듯하네요.
단순히 성지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기엔 도가 지나친걸 보아하니 정치나 시사에 대한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는 상태에서
소수자라 눈에 띈 타넨바움님이 타켓이 된거겠죠. 이래서 어그로는 즉시 처리해야 자족을하는데 그런게 없으니.
17/10/08 09:51
수정 아이콘
추측에 추측을 쌓아올려서 주장을 정당화하진 마시지요. 저는 이 댓글이 견강부회로 보입니다.
17/10/08 09: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 차단 기능 언급(벌점 4점)
17/10/08 09:58
수정 아이콘
이 일로 두분이 싸울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이래서 그놈들이 더더욱 증오스러워요.
씨앗을 뿌린 자들은 뒤에서 희희낙락하고있고, 이 일로 마음아파하는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17/10/08 11:02
수정 아이콘
피지알 가입 3년차에 정치성향 다른 사람으로 타넨바움님과 여럿 부딪혀본바 괜히 이번 사태때 죄스러웠는데, 티르님같은 시각은 요즘말로 신박하네요. 이걸 어그로랑 엮어서 정치시사성향으로 회원들간 갈라치는 발언이라..
누군지 까보자 누굴길래 그러냐 이런발언자체도 가신분께는 상처되는 말일것 같아서 조심해야 될지언데.. 흐음 모르겠습니다.
친친나트
17/10/08 14:40
수정 아이콘
밑에 말년병장 글에서도 댓삭당하셨던데 방향성만 다르지 정치의식이 70년대 반공만화급이신듯..
물맛이좋아요
17/10/08 09:49
수정 아이콘
답답한 마음입니다. 술 한 잔 해야겠네요.
17/10/08 09:55
수정 아이콘
분명 타넨바움님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혐오하게 만든 인간도 여길 눈팅은 하고 있을텐데, '비난'과 '자업자득'을 구분할 지능이 있을려나 모르겠네요.
17/10/08 10:05
수정 아이콘
욕 나오네요 진짜
운동화12
17/10/08 10:58
수정 아이콘
따뜻한 글이네요. 온기가 떠난분께도 전해졌으면.
17/10/08 11:23
수정 아이콘
자존감도 바닥인데 능력도 바닥인 뭔 잡스러운 인간들 때문에 좋은사람 떠나보낸 건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타넨바움님 쫓가낸 것 만큼이나 현실에서 저주받아라.
cienbuss
17/10/08 11: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나쁜 놈이랑 좋은 분이 싸우면 좋은 분이 먼저 떠나더군요, 원래 그 반대가 되야하는데. 요즘 들어 댓글을 달고 싶어졌다가도 누가 시비걸어서 멘탈 나갈까봐 예전보다 머뭇거리게 되네요. 여기는 가입제한 때문에 한참 기다려야 글을 쓸 수 있는데 굳이 기다렸다가 제한이 풀리면 하는 일이 남을 상처주는 일이라니.
17/10/08 12:01
수정 아이콘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시는분들이 떠나니 안탑깝네요
17/10/08 12:20
수정 아이콘
?????
명절 보내고 왔는데 무슨 일 인가요?
유지애
17/10/08 12:2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착잡함이 조금 정리되게 만들어 주는 글이네요.
트와이스 채영
17/10/08 13:06
수정 아이콘
다시 돌아오시길 기다려야죠.. 소리없이 떠난 poetic wolf 님도 혹시 상처받으셨던건지 궁금하네요.
사자포월
17/10/08 14:32
수정 아이콘
바이오쇼크 때문에 테넨바움이라고 읽었....
소노다 우미
17/10/08 15:03
수정 아이콘
모두가 사랑했던 그 게임, 확밀아는 공덕역에 길이 잠드리...
최근에도 가끔 베틀넷에 들어가면 친추가 되어있는 몇몇 분들을 보고는 있습니다. 그분들은 무슨 게임을 하실까 궁금한데 선뜻 메세지는 못 보내고 있네요...
유자차마시쪙
17/10/08 15:20
수정 아이콘
여기는 멀쩡한 네임드 보내는데 최적화된듯요
Eternity
17/10/08 17:08
수정 아이콘
이글 보고서야 알았네요.
저도 같은 기분입니다. 할말이 없네요..
참담합니다.
17/10/08 17:14
수정 아이콘
쩝 -_-;
부들부들
17/10/08 23:54
수정 아이콘
솔직히.. 떠나면 안되는 사람들이 떠나고 남아있으면 안되는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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