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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22 01:46:09
Name 드라고나
Subject [일반] 은하영웅전설 애니메이션 때문에 돌아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비 (수정됨)
은하영웅전설 애니메이션은 당시 편당 천만엔 정도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비용이 많은 건가 적은 건가 가지고 살짝 유게 댓글로 말이 있길래 재미 삼아 두서 없이 잠깐 적어봅니다.

1980년대 초반 티비용 애니메이션은 보통 500만엔 전후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거로 보입니다. 마크로스도 600만엔 안 되는 제작비로 만들었고, 그 덕에 에피소드 전체를 한국에 하청으로 넘긴 부분들이 꽤 나오죠.

80년대에서 90년대 초중반까지 일본 티비메이션은 최대 900만엔에 최소는 그거보다 한참 적은 수준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예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티비 애니메이션과는 별개로 OVA라는 게 있습니다. 티비 방영 없이 판매와 대여용 비디오테이프를 파는 애니메이션으로, 판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티비용보다 많은 제작비로 만들어졌습니다.
초창기 ova들이 8000만엔. 대작 취급 받은 메가존23은 1억엔에서 2억엔 사이. 이런 식으로 티비판에 비해 한참 많은 돈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ova가 처음 붐을 좀 이룬다 싶다가 망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돈 들이니 당연히 파는 테이프 가격도 비싸지고 비싼 만큼 잘 안 사게 되고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죠.
그런 와중에, 역으로 티비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분량에 돈도 티비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최대한 싼 값에 ova를 만들어서 비디오도 싸게 팔면 되지 않을까 하는 구상이 나오고, 이런 구상으로 나온 게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첫 ova와 은하영웅전설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작품들의 제작비는 편당 천만엔. 티비 애니메이션들보다는 약간 많고 이전 ova들보다는 훨씬 적은 제작비였죠.
그리고 이 구상이 먹혀들고, 패트레이버와 은하영웅전설은 상업적인 성과를 얻습니다.

그러니까 은햐영웅전설 애니메이션의 제작비는 당대 기준으로 절대 많은 게 아닙니다. 80년대 버블 시대에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넘쳐나서 어쩌고 하는 말들이 넷상에 있는데, 거기 해당하는 건 돈 왕창 들인 극장용 애니메이션들 몇 작품이나 대작 ova들, 그리고 z건담이나 건담zz정도죠.

신세기 에반게리온조차도 편당 600만엔에서 700만엔 사이 정도의 제작비입니다.

일본의 티비 애니메이선 제작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건 9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무책임함장 테일러 이후 티비 애니메이션에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제작비를 조달해 티비 방영도 하고 영상소프트도 팔아 수익 올리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ova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제작비 들인 티비 애니메이션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거기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대히트하면서 티비 애니메이션으로 돈이 왕창 몰립니다.  
제작방식조차도 미쳤냐 소리 나올 정도로 비범했던 천공의 에스카프로네는 편당 3000만엔, 카우보이 비밥이 편당 2000만엔 정도.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건담시리즈나 기타 대작급은 2000만엔에서 3000만엔, 돈 좀 들이는 작품들은 천만엔에서 2천만엔 사이, 저예산급은 천만엔 정도로 만들어집니다.
평균 제작비로 보면 80년대보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가 훨씬 많은 셈이죠. 실제 애니메이터들이 받는 단가도 80년대보다 90년대 후반부터가 많고요.

말하는 김에 약간 더
마크로스 티비판이 당대 평균 수준의 제작비로 어떻게 그런 영상미를 만들어냈는가. 강약강약 식으로 한국 하청업체에 에피소드 제작 통채로 떠넘기고, 안 떠넘긴 에피소드들은 미키모토 하루히코 히라노 토시히로 이타노 이치로 등등의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그냥 미친듯이 열정페이 받고 그림들 그리고 고치고 해서 그렇습니다. 이타노 이치로는 티비판 제작 도중에 과로로 쓰러지기만 두 번을 했습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는 저예산 때문에 감독도 최대한 싼 사람을 골라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오시이 마모루는 이전에 감독한 작품들이 왕창 망하면서 일거리가 없는 상태였고, 그래서 싼 값에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을 맡습니다. 로봇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자기 성향하고 안 맞는다고 투덜투덜 엄청 해댔고 그런 여파가 최근에 만들어진 패트레이버 실사영화에까지 묻어나오는 판이죠.
아주 예전에 패트레이버 창작의 중심에 오시이 마모루가 있다는 식의 말이 돌기도 했는데, 패트레이버 창작의 중심은 만화가 유우키 마사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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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2 02:52
수정 아이콘
일본 애니는 데즈카때부터 항상 사람갈아넣어서 그 작화를 유지한거죠. 거품경제 이런건 크게 상관없죠.

지금도 사람갈아넣고 있는건 매한가지죠. 일애니가 어마어마한 시장같지만 2016년 통계따르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총 1년매출만 따지면 넥슨하나 1년매출과 똑같은 상황....
17/09/22 06: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전 한 중년의 일본 애니메이터 인터뷰가 좋은 회사다니다가 꿈을 쫓아서 회서 관두고 애니메이터가 되었지만 낮은 연봉과 복지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했던게 기억 나네요. 일본에서도 애니메이터는 박봉에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힘든 직업이라고 하더군요.
아이지스
17/09/22 05:43
수정 아이콘
은영전이 버블 혜택을 본건 OST 때문일 겁니다
Cazellnu
17/09/22 06:01
수정 아이콘
드보르자크, 라벨 등 유수의 클래식곡이 쓰였죠
아이지스
17/09/22 06:03
수정 아이콘
심지어 라벨의 볼레로는 애니를 위해서 따로 녹음까지 했었죠
솔로12년차
17/09/22 06:38
수정 아이콘
자주가는 만화 커뮤니티가 있는데, 옛날 대작애니 이야기만 나오면 버블이야기가 나오더군요. 90년대 중반 이후 애니들인데. 일본 버블이 언제있었는지도 모르는건지.
앙겔루스 노부스
17/09/22 09:32
수정 아이콘
버블의 덕을 확실히 봤달 수 있는 작품은 역시 아키라 정도 아닐까 싶은. 1988년 당시에 10억엔을 썼으니...
스덕선생
17/09/22 07:18
수정 아이콘
재패니메이션에 이상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죠. 그냥 사용자 - 노동자 입장이던 사람들을 무슨 도제관계인 마냥 포장하기도 하고...
17/09/22 09:06
수정 아이콘
와 엄청 해박하시네요
앙겔루스 노부스
17/09/22 09:35
수정 아이콘
사실 애니가 딱히 엔고의 수혜를 보는 업종은 아닌거 같긴 합니다만, 엔고가 본격적으로 무시무시해진게 90년대 중반부터으 일이기두 허쥬. 80년대 말에 100엔대 초중반이었다면 그게 80엔 90엔으로 간건 93~4년 무렵부터... 버블 당시인 89년에는 아직 3조달러대이던 일본으 지디피가 5조달러를 넘어선게 95년부터의 일이기두 허구. 물론 근본원인은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긴 하겠습니다만.
드라고나
17/09/22 11:24
수정 아이콘
엔고는 90년대 중반부터가 아니라 85년 플라자합의 이후부터입니다. 플라자합의 전에 달러당 엔이 230엔 정도였는데 플라자합의 1년 후 120엔 정도가 되며 거의 두 배로 뛰었죠.
앙겔루스 노부스
17/09/22 18: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니까, 달러 엔 환율이 두 자릿수로 떨어진 이후 장기화된건 90년대 중반 이후의 일입니다. 달러표시 지디피로는 80년대말과 90년대 중반은 말씀드린대로 거의 2조달러 가까운 차이가 있죠. 버블이 붕괴된 1990년 일본 지디피가 3조달러인데, 1995년에 5조달러로, 엔고의 1차 극정점을 찍습니다. 플라자 합의를 몰라서 그렇게 말씀드린게 아니고, 버블이 터진 그 뒤로도 엔고는 더 심해졌다는 말을 한 겁니다. 플라자 합의후 버블동안에야 강세인게 감당이라도 됐지만, 그 뒤로 경제가 취약해졌음에도 엔 강세가 이어진게, 일본 경제가 장기간 횡보한 큰 이유이기도 한지라. 최근 아베노믹스로 그나마 경제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일본의 달러표시 지디피가 최고점을 기록한건 무려 1995년이고 그 뒤로 20년 가까이 깨지지 않았지요.
드라고나
17/09/23 00:29
수정 아이콘
엔고 자체가 무시무시해진 거야 그 때가 맞습니다만, 엔고란 현상이 생기고 여파가 만들어지는 건 86년부터가 맞죠.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영향이 있었고요.
17/09/22 14:31
수정 아이콘
에바는 저예산에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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